서배 할배(손진길 소설) 96

서배 할배56(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6(작성자; 손진길) 오경덕 선생은 김종민 어르신의 집에서 내남으로 가는 3부부들은 물론 외동으로 가는 2부부들 모두와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김춘엽의 부친인 김종민과 모친인 정해옥과 이야기를 좀더 나눈다. 그 이유는 오경덕의 부모가 경주에 들르게 되면 며느리 김해련의 숙부가 되는 김종민과 그 부인에게 꼭 안부를 전해 달라고 당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경덕의 부모님은 본래 고향이 충청도이다. 그들은 천주교 탄압을 피하여 1865년에 멀리 일본에 가서 살다가 1876년에 강화도조약이 성립이 되자 비로소 부산 동래로 들어와서 산 것이다. 나중에는 고향이 그립다고 하여 충청도에 다시가서 살고 있다. 그런데 아들 오경덕이 내남 안심의 서당에서 신학문 선생으로 일하다가 김춘엽의 사촌 여동생과 ..

서배 할배55(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5(작성자; 손진길) 덕천 사랑방모임의 5선비와 그 부인들은 아침 일찍 기상을 한다. 오늘은 동경역에 가서 오전에 열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먼 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안주인인 오문자가 차려주는 아침상을 받고 있을 때에 바깥주인인 박철이 모두에게 말한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동경을 떠나는 날입니다. 언제 또 만날 수가 있을지 헤어지기가 참으로 섭섭합니다. 저는 일본땅에 조선사람이 별로 없던 시절 1872년부터 이곳 동경에서 집사람과 30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동포를 만나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치 혈육을 떠나 보내는 것 같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잠시 울먹이던 박철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달랜 후에 말을 잇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

서배 할배54(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4(작성자; 손진길)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자 오문자는 쌀가게로 나간다. 그날은 동경에서의 일정을 끝내면서 덕천 사랑방모임의 방문단이 마지막 총평을 하고 귀국하면 장차 어떠한 일을 추진할 것인지를 각자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일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그 저택의 주인 박철은 쌀가게로 나가지 아니하고 그냥 남아 있다. 그 집 딸 박미자는 오늘도 변함없이 동경시내의 조그마한 회사로 출근을 한다. 오늘 아침에 박미자는 출근하기 전에 방문단 일행을 위해서 과일을 깎아 놓고 일본사람들이 ‘고히’라고 부르는 커피까지 끓여 놓았다. 모두들 고히를 마시면서 동경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먼저 오경덕 선생이 말문을 연다; “그동안 동경에서 보내신 일정을 제가 간략하게 한번 ..

서배 할배53(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3(작성자; 손진길) 13. 새로운 볍씨와 천석꾼의 꿈; 서배 아재 손상훈은 다음날 이른 새벽에 잠이 깼다. 옆에서는 사랑하는 아내 이채령이 아직도 잠에 푹 빠져 있다. 손상훈은 오늘과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되면 자신을 포함하여 덕천 사랑방모임의 5선비와 그 부인들이 일본방문일정을 모두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하니 잠이 일찍 깨인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을 방문한 20일 가까운 일정 가운데 많은 것들을 보았으며 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결과 이미 산업근대화를 이룬 일본과 비교를 하니 조국인 조선이 비록 1897년에 대한제국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그 격차가 엄청난 것이다. 빨리 조선의 산업을 근대화하고 국력신장을 하지 아니하면 멀지 아니하여 앞서가는 일본..

서배 할배52(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2(작성자; 손진길) 다음날은 동경시내를 관광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날로 삼았다. 그러므로 크게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아니하고 가급적 걸어서 시내를 이동했다. 물론 오문자 부부의 저택이 도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도심까지 전차를 타고 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동경시내를 관찰하다가 보니까 그동안 일정이 바빠서 눈여겨보지 아니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인도를 걸어가면서 덕천에서 온 사랑방모임의 5선비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5부인들이 마치 동경시내의 모습을 처음 본 듯이 다음과 같은 대화들을 나누고 있다; 먼저 방문단 가운데 연장자이며 60대 중반의 연세인 덕천의 선비 최사권이 말한다; “동경시내에는 길거리의 집들이 단층이 아니라 거..

서배 할배51(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1(작성자; 손진길) 다음날 오경덕 선생이 덕천 사랑방모임의 방문단 10명을 데리고 아사쿠사에 있는 사원과 신사로 간다. 도쿄에 오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그곳을 방문한다고 말한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동경사람들도 가장 큰 절이 있는 그곳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그 절과 신사에서 모두들 자신들의 소원을 빌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불교의 절과 일본의 토착적인 신사가 사이 좋게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둘이 일본인들의 종교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방문단의 눈에는 그것이 신기하다. 물론 조선에서도 불교의 사원에 민간의 전통적인 토속신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공간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일본처럼 별도로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절의 수보다 신사의 수가 더 많은 것 ..

서배 할배50(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50(작성자; 손진길) 다음날은 도쿄에서 문화체험을 하기로 한다. 관람가격이 만만치 아니하지만 오경덕 선생이 일단 일본의 수도에 들렀으니 비용이 들더라도 가부끼를 한번 보고 가시라고 권한다. 오전에는 가부끼를 보고 오후에는 인형극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에서 온 덕천 사랑방모임의 5인사들은 오경덕 선생의 안내를 받아 부부동반으로 도쿄 중심지에 있는 가부끼 극장을 찾았다. 가부끼의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그 분장이 특이하다. 어째서 얼굴의 표정을 완벽하게 감추는 분칠을 하는 것인가? 그 의미가 도대체 무엇일까? 모두들 궁금해 한다. 그것을 보고서 서배 아지매 이채령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일본에서는 수백 년 동안 칼을 찬 사무라이들이 백성들 위에 군림을 하였다고 하더니 평민들이..

서배 할배49(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49(작성자; 손진길) 1895년 을미사변 이후부터 1901년 지금까지 벌써 5년 이상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권동진 선생의 일본과 조선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일본의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산업근대화를 이루고 군사력을 강화하여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하여 섬뜩한 시사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날에는 본래 동경시내의 관광에 나서려고 했으나 그 계획을 뒤로 미루고 하루동안 덕천 사랑방모임의 동지들과 그 부인들은 오경덕 선생은 물론 집주인인 박철 선생과 함께 대토론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일본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총 정리하면서 오후 늦게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로, 오경덕 선생의 주장을 모두가 수긍했다. 그는 일본이 1868년 ..

서배 할배48(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48(작성자; 손진길) 동학의 제3대 교주인 손병희 선생과 그의 아우인 손병흠을 전송하고 오문자의 집으로 돌아온 덕천 사랑방모임의 10명의 방문단은 오경덕 선생과 함께 내일의 일정을 논의한다. 5명의 선비와 그들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내일은 본래의 계획대로 손병희 선생이 추천을 한 우국지사 권동진 선생을 만나서 그의 말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일행들의 간식거리로 과일을 챙겨서 들고 오던 오문자가 마침 그 말을 듣고서 한마디를 한다; “내일은 제가 쌀가게를 하루 종일 볼 터이니 우리 미자 아빠를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 양반도 평소에 조선의 지도자급의 인사에게서 조선의 정확한 형편과 그 발전방향에 대하여 항상 듣고 싶어 한답니다”. 모두들 그것이 좋겠다고 ..

서배 할배47(작성자; 손진길)

서배 할배47(작성자; 손진길) 다음날 오전 10시경 오문자 부부의 저택으로 손병희 교주가 찾아온다. 오경덕 선생이 아침 일찍 집을 나가더니 그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리고 손병희 선생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또 한사람 있다. 그는 누구일까? 덕천 사랑방모임의 5선비들은 손병희 교주와 구면이라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1889년말에 내남 덕천에서 그를 만나고 헤어진 후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니 1년 8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그것도 조선이 아니라 일본의 동경에서 그를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운 것이다. 그렇지만 5선비의 부인들은 손병희 교주가 초면이다. 따라서 연장자인 최사권이 일일이 손병희 교주에게 그들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시킨다. 부인들은 그 유명한 인물 동학의 제3대 교주인 손병희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