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31

농무, 짙은 안개31(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31(손진길 소설) 조우제 부부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스코필드 부지에 한인 실버타운을 짓는 일을 뒤로 미루고 있다. 그 이유는 2023년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국을 위시한 자유자본주의 진영과 중국 및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공산주의 진영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세계는 둘로 갈라져서 각자 도생의 경제체제를 구축하느라고 야단이다. 구체적으로, 양진영 사이의 식량 및 에너지의 수급 그리고 공업제품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특히 러시아의 식량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인접국가와 러시아의 석유 및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유럽국가들의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호주는 안보상 미국을 의지하고 있기에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중국과의 ..

농무, 짙은 안개30(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30(손진길 소설) 조우제는 의사이다. 그러므로 고교동창인 옥영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히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코비드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vaccine)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정치학박사인 옥영준 교수나 목사인 한국영이 잘 모르고 있기에 조우제의 설명이 상세하다. 조우제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시작하고 있다; “벌써 2년이 더 지났군요. 지난 2020년 2월 중순에 중국의 대도시 ‘우한’(武漢)에서 처음에는 폐렴의 일종이라고 알려진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었지요. 당시 크게 당황한 중국당국이 아예 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우한시를 완전히 봉쇄하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것을..

농무, 짙은 안개29(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9(손진길 소설) 코비드19의 확산세가 일단 주춤한 것을 보고서 중국에서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2022년 2월에 개최하고 있다. 조우제 부부는 그것을 보고서 한국영 목사 부부를 초청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한인 실버타운을 어떻게 건립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막상 그 계획을 한인사회와 교계에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협조를 구하고자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만 그 사이에 국제적으로 큰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2022년 2월 하순에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인 것이다;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회되는 날이 2월 20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러시아 군대가 대규모로 우크라이나 영토..

농무, 짙은 안개28(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8(손진길 소설) 5. 코비드19와 진영대결이라는 농무 속에서 조우제는 2019년 4월 23일 화요일에 열흘 간의 미국여행을 끝내고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다음날 오전이 되자 그날 하루 병원에 나가지 아니하고 다른 급한 볼일을 보고 있다. 그는 그가 구좌를 가지고 있는 은행의 잔고내역을 온라인으로 확인한 다음에 말카에게 연락을 취하여 그녀의 아들인 스티브를 좀 만날 수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 이유는 유대인인 말카의 아들 스티브가 시드니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다음에 ‘펀드 매니저’(fund manager)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친 말카로부터 부탁을 받았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당일 오후에 스티브가 조우제..

농무, 짙은 안개27(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7(손진길 소설) 조우제 가족은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 있다. 그들 3사람은 3일 밤을 도심 바닷가에 있는 ‘그린 거북 호스텔’(the Green Tortoise Hostel)에서 지냈는데 숙박비가 저렴하여 로스(Ross) 목사 부부에게 헌금까지 할 수가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조우제가 아내 장경옥에게 어제 로스 목사 부부를 만난 일이 어땠는가를 한번 물어본다. 그러자 그녀가 아주 상쾌하게 “너무 좋았어요. 정말 한국인을 사랑하시는 분들이세요. 저도 그렇게 늙어가고 싶어요”라고 응답한다. 그 옆에서 한나가 말을 보태고 있다; “저도요, 엄마 아빠”. 그날 아침에 그들은 호스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탄다. 시애틀에서 샌..

농무, 짙은 안개26(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6(손진길 소설) 전날 장소영 박규철 부부와 함께 만찬을 즐긴 조우제가 오래간만에 숙면을 취한 후 새벽 일찍 호스텔에서 잠을 깨고 있다. 요즈음 그가 그러하듯이 금방 침대에서 내려와서 세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침상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stretching)을 한다. 나이가 50을 향해가고 있는 48세이므로 중년인 조우제에게 그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옆에서는 아내 장경옥이 여전히 꿀 잠에 빠져 있다. 자면서도 그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막내 오빠인 전문의 장치선 부부의 외동딸 장소영을 어제 생전 처음으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이 그렇게 좋았던 모양이다. 그 점은 옆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 딸 조한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우제의..

농무, 짙은 안개25(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5(손진길 소설) 조우제 가족 3사람은 장소영과 박규철이 경영하고 있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금은방에 들어서고 있다. 마침 장소영 부부가 금은방에서 일하고 있다가 점포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3사람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보석 디자이너인 장소영 보다는 보석상인으로 자라난 박규철이 손님접대에 더 능숙하다. 따라서 그가 먼저 말을 건넨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영어가 아니라 바로 한국말로 묻고 있는 것을 보니 그는 손님들이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을 벌써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조우제가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좀 구경하고 싶습니다. 한국여성이 좋아하는 1캐럿짜리 반지가 있습니까?”. 박규철은 진지하게 대답한다; “1캐럿이면 반지로는 남부럽지가 아니..

농무, 짙은 안개24(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4(손진길 소설) 김정미는 자신보다 5살이 적은 시동생 조우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주섬주섬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94년에 저희 가족이 미국으로 왔을 때 가지고 온 돈이 한화로 100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그것은 당시에 참으로 큰 돈이었지요. 물론 그 가운데에는 도련님에게 드려야 하는 부모님의 유산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 그 말을 듣자 조우제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가 뜨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경옥은 속으로 새삼 생각하고 있다; “참으로 큰 돈이구나. 그 돈 가운데 남편의 상속분이 전부 들어 있었구나. 그 돈을 당시에 한 푼도 받지 못한 남편은 서울에서 정말 앞길이 막막했겠구나!... “. 그렇지만 딸 한나는 ..

농무, 짙은 안개23(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3(손진길 소설) 조우제는 다음날 새벽 곧 2019년 4월 18일 목요일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어제는 참으로 일정이 바빴다. 비행기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오고 그 다음에는 오이코스 대학교를 방문한 후에 다시 시애틀로 들어오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스텔에 들어오자마자 잠에 골아 떨어졌다. 그렇지만 새벽 일찍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고 있다. 그것은 조우제의 오랜 습관이다. 선친이 그러했듯이 차남이자 막내아들인 조우제가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눈은 떠졌지만 조우제가 침대에서 내려오지는 아니하고 있다. 자신이 일찍 눈이 떠졌다고 하여 세수를 한다거나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하게 되면 늦잠을 자는 아내 장경옥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우제..

농무, 짙은 안개22(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2(손진길 소설)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오후 미국 서부의 오래된 도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화창한 봄날씨가 완연하다. 샌프란시스코의 남부에 있는 공항에서 조우제 가족 3사람은 시내버스를 타고 일단 다운타운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였기에 아무리 용건이 바빠도 한시간 정도 시내 구경을 한다; 그 다음에 곧바로 택시를 대절하여 긴 ‘만’(灣, bay)을 가로지르고 있는 다리를 건너 오클랜드(Oakland) 시로 들어간다; 그곳에 있는 ‘오이코스’(Oikos) 대학교를 방문하기 위한 것이다; 그 대학교는 사실 신학을 가르치는 조그만 신학대학이 그 시초이다. 그런데 설립자인 김학장이 여러 투자자를 끌어들여서 음악대학, 경영대학, 동양의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