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31(손진길 소설)
조우제 부부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스코필드 부지에 한인 실버타운을 짓는 일을 뒤로 미루고 있다. 그 이유는 2023년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국을 위시한 자유자본주의 진영과 중국 및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공산주의 진영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세계는 둘로 갈라져서 각자 도생의 경제체제를 구축하느라고 야단이다. 구체적으로, 양진영 사이의 식량 및 에너지의 수급 그리고 공업제품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특히 러시아의 식량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인접국가와 러시아의 석유 및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유럽국가들의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호주는 안보상 미국을 의지하고 있기에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중국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중국에서 값싸게 수입하고 있던 건축자재와 여러가지 공업제품의 도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호주는 불가피하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건축자재와 필요한 공업제품을 수입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영 쉽지가 아니하다;
그와 같은 형편을 감안하여 의사 조우제 부부와 목사 한국영 부부는 한인 실버타운 프로젝트를 그만큼 뒤로 물리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에 2023년에 들어와서 조우제와 그의 아내 장경옥은 딸 한나의 진로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니 그들의 관심이 지대한 것이다.
더구나 부모의 기대 이상으로 한나가 똑똑한 것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자랐는데도 불구하고 한인교회와 한글학교에 열심히 다니더니 영어와 한국어 두가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21세기의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를 다루는데 있어서 매우 뛰어나다.
어린시절부터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잘도 다루고 있기에 조우제 부부는 딸 한나가 장차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컴퓨터는 자료를 찾고 소통을 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 한나가 진정하고 싶어하는 것은 법률전문가인 것이다.
조우제 부부는 호주에서 이민생활을 하면서 의사가 되고 간호사가 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뒤늦게 호주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컴퓨터 사용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딸 한나가 컴퓨터를 활용하는 폭과 속도를 보니 자신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자료를 검색하는 속도와 타이핑을 하는 속도가 엄청난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하루는 장경옥이 남편 조우제에게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로 모든 일을 해치우고 있네요. 코비드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지 아예 온라인으로 집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것 참, 한나는 컴퓨터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을까요?... “;
그 말을 들은 조우제가 말한다; “다행히 백신주사를 많이들 맞고 있어서 곧 대면수업이 가능할 거예요. 한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하이스쿨을 졸업하게 될 것이니 아무 염려하지 말아요”;
조우제의 판단이 맞다. 딸 한나가 2022년과 23년 2년간 고등학교에 등교하여 수업을 잘 받고 졸업을 한다. 그리고 시드니서부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법학과에 곧바로 진학을 한다. 친구들은 어째서 그 좋은 성적으로 시드니대학교 법학과로 진학하지 아니하고 서부대학교로 가는지 의아해하고 있지만 한나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조한나가 진정 가고 싶어하는 로스쿨은 미국의 예일대학인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시드니서부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는 한편 그곳에서 복수전공을 선택한다. 경제학공부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드니에서 2개의 학사학위를 빨리 받은 후에 미국 예일대학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것이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그 성취의 속도가 빠른 법이다. 한나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그녀는 2027년까지 4년간 법학과와 경제학과에서 공부하여 복수의 학사학위를 따고 있다. 그 다음에 미국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원서를 제출하였는데 당당히 입학허가를 받아내고 있다;
이미 호주 시드니에서 로스쿨을 마치고 고등법원에서 교육을 받고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조한나이기에 같은 ‘상식법’(common law) 체계를 가진 미국의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꼭 필요한 과목만 더 공부한 후에 미국변호사 자격을 따고 있다;
특히 시드니에서 호주의 경제학까지 공부하였기에 뉴욕에 있는 대형 로펌에서는 조한나를 국제변호사로 채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2030년에 조한나가 뉴욕의 M로펌에서 국제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그 로펌에는 한나의 외사촌 오빠인 장하늘이 근무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장하늘은 벌써 15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변호사이기에 신입인 조한나를 잘 돌보아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우제 부부는 2025년에 한국영 목사 부부와 함께 스코필드에 한인 실버타운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한인사회에 널리 알리고 투자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70만불씩 투자를 하는 한인교포 50명을 모집할 수가 있었다.
그 돈으로 조우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스코필드 부지에 2베드룸 50채를 짓고 동시에 공동건물을 3층으로 크게 지었다. 조우제가 실버타운 설계에 있어서 많이 참고한 것은 미국의 손위 처남인 장준석 목사가 보내어온 설계도 사본이다. 그 설계도면에 공동건물이 크게 지어져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건물을 짓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주택 투자금을 선수금으로 받은 조우제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오랜 시간 건축에 매어 달릴 수가 없다. 따라서 그는 최대한 건축기간을 앞당기고 있다. 그 방법이 조립식 주택을 한꺼번에 짓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호주는 베트남에서 조립식주택을 주문하여 오고 있다. 그 수입회사에 부탁하여 2베드룸 50채를 한꺼번에 짓고 겸하여 3층 건물을 별도로 짓고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단 1년만에 건축공사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대단히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그들은 70만불에 넓은 2베드룸 주택을 단 1년만에 1채 씩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3층짜리 공동건물은 자신들의 돈이 아니라 순전히 조우제가 부지를 제공하고 받은 돈으로 지은 건물이다.
그 건물에는 1층이 식당과 오락실 그리고 헬스장으로 되어 있다;
2층에는 예배실과 진료실이 들어 있다. 3층에는 2베드룸 유닛이 5채가 들어 있다. 거기에 조우제 부부, 한국영 부부, 간호사들, 관리인들, 손님들이 각각 1채 씩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다. 물론 1층과 2층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샤워실과 화장실 시설이 훌륭하다.
그 밖에 공동건물과 50채의 주택들 사이에는 수영장, 테니스장, 주차장, 그리고 야외 바베큐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공동건물과 공동시설을 갖추기 위하여 조우제가 스코필드 부지를 판 돈을 전부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공동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고 있다.
2026년 10월에 조우제 부부와 한국영 목사 부부는 스코필드 한인 실버타운을 정식으로 출범시키고 있다. 50채의 단독주택에 입주한 노년의 한인들이 시설을 보고서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벌써 조우제가 한국나이로 55세이다. 한국영 목사도 53세이다. 그들은 50대의 나이에 노년의 한국분들을 모시고 단체생활을 하게 되니 그것이 기쁘다. 조우제는 의사로서 그의 아내 장경옥은 간호사로서, 그리고 한국영은 목사로서 그의 아내 장미란은 전도사로서 각각 실버타운에서 근무하게 되니 그것이 보람이 있고 좋다.
입주자분들을 더욱 세심하게 돌보기 위하여 조우제는 간호사를 2사람 더 고용하고 건물을 관리할 수 있는 핸디맨(handyman)도 2사람을 고용했다. 그리고 입주민 대표자회의에서 자발적으로 실버타운 ‘관리업무’(body corporation)를 맡도록 했다.
그러한 모든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새해 2027년이 밝아오고 있다. 조우제 부부는 에핑에서 스코필드의 공동건물 3층으로 이미 이사를 마쳤다;
한국영 목사 부부도 공동건물 3층 옆집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주일에 바쁘다. 자신들이 개척한 리드콤 한인교회에서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실버타운에 와서 또 예배를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인 조우제와 간호사인 장경옥은 진료실에서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다. 비록 실버타운에서 받고 있는 봉급은 적지만 보람이 있다. 그리고 한인들이 모여서 함께 살고 있으니 명절을 같이 지낼 수가 있고 인정이 있어서 좋다. 마치 한국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라고 장경옥이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조우제는 한가지를 소원하고 있다. 그것은 나이가 60세가 되면 은퇴를 하고 한국에 돌아가서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민족통일이 그때 이루어져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때에는 미국 시애틀에서 만난 로스 목사가 당부한 일을 그가 실천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 땅에 교회를 세우고 그곳에서 대대적으로 길거리 전도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서울시내에서 행하던 예수전도단의 일을 평양시내에서 할 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이제 조우제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소원인 것이다.
그와 같은 소원을 가지고 조우제가 혼자서 공동건물 2층에 있는 예배실에서 매일 새벽에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는 그것을 ‘에스라와 느헤미야의 기도’라고 부르고 있다. 조우제는 그가 돌아가야 할 예루살렘은 평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농무가 언제 걷히고 조우제의 열망은 어떻게 실현이 되는 것일까?... (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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