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3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9. 7. 00:27

농무, 짙은 안개30(손진길 소설)

 

조우제는 의사이다. 그러므로 고교동창인 옥영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히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코비드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vaccine)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정치학박사인 옥영준 교수나 목사인 한국영이 잘 모르고 있기에 조우제의 설명이 상세하다.

조우제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시작하고 있다; “벌써 2년이 더 지났군요. 지난 20202월 중순에 중국의 대도시 우한(武漢)에서 처음에는 폐렴의 일종이라고 알려진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었지요. 당시 크게 당황한 중국당국이 아예 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우한시를 완전히 봉쇄하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천천히 설명한다; “그 전염병은 하나의 돌연변이로서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 그만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말았어요;

 따라서 국제보건기구(WHO)가 새로운 유행성 전염병으로 규정하여 그 위험성을 온세상에 알리고 그때부터 선진국들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였지요. 그 결과… “.

조우제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가장 빨리 백신을 개발한 나라가 미국영국인데 그들이 그해 2020년말부터 백신을 보급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백신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왜냐하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면역체인 혈청을 주사한 것이 아닙니다… “.

이제부터 쉽게 설명하고자 조우제가 애를 쓰고 있다; “그것은 바이러스가 가장 간단한 단백질의 합성체로서 생물학적으로 세포의 구성요소가 되고 있는 일종의 리보핵산’(RNA)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유전자인  다이옥신 핵산’(DNA)이란 리보핵산에서 발전이 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

  

간호사인 장경옥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고 있지만 한목사 부부와 옥교수 부부는 처음 듣는 설명이다. 그래서 조우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쉽게 설명하고자 나름대로 궁리를 한다.

이어지는 조우제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사람의 유전인자인 DNA는 보호막에 싸여 있지요. 그런데 유일하게 그 구성요소가 비슷한 바이러스는 보호막을 뚫고서 인간의 DNA에 접근하고 있어요. 따라서 그 보호막 바깥에서만 작용하고 있는 항생제(anti-biotic)항균제(anti-septic)를 가지고서는 그 바이러스를 죽일 수가 없어요. 자연히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을 개발하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

이제서야 무슨 말인지 한목사 부부와 옥교수 부부가 조금 알아듣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설명을 계속한다; “다행히 터어키 출신 과학자 부부가 사람의 DNA보호막 안으로 침투하는 바이러스 RNA를 퇴치하는 방법을 발견했어요. 그 기술을 사들인 미국과 영국의 제약회사가 메신저 코비드19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했지요. 그 특징은… “;

조우제가 숨을 쉬고서 천천히 말한다; “코비드19 바이러스의 RNA정체를 판별하고 나서 그것의 보호막 침투를 막으라는 명령을 mRNA가 사람의 DNA에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보호막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지요;

 자연히 그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게 되고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

무엇이 흥미롭다는 것일까?’,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조우제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바이러스나 그 백신이나 모두가 단백질의 조합인 리보핵산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수많은 단백질의 조합 가운데 그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또한 그것을 막는 조합을 만들어내는 그것이 어렵지요.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에 백신을 만들어 내는데 애를 먹고 있어요. 하지만… “.

정작 조우제가 하고 싶은 말이 다음과 같다; “그 기술은 장차 많은 분야에 응용이 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사람의 유전적인 질환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모두 사람의 유전인자인 DNA의 결함에서 비롯되고 있어요. 따라서 하자가 있는 DNA의 생성을 억제하도록 명령하는 mRNA를 개발하여 주입하면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의학의 발전이 크게 이루어질 것으로 저는 보고 있어요… “;

조우제의 긴 설명이 끝나고 있다. 그의 아내인 장경옥은 충분히 알아 들었다. 하지만 의학적인 지식이 일천한 한목사 부부나 옥교수 부부는 다소 얼떨떨한 기색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조우제가 마지막으로 설명한 대목만은 알아듣고 있다.

따라서 옥영준 교수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복잡한 설명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알겠어요. 이번 코비드 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퇴치를 계기로 하여 장차 인류의 많은 유전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 참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허허.. “;

한국영 목사도 자신의 소견을 이야기한다; “그래요, 흔히 전쟁의 결과 많은 의학적인 발전과 과학적인 발명이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지요. 그러니 이번에 인류가 코비드19 바이러스를 퇴치하게 되면 의학적인 진보가 크게 이루어지겠지요.  따라서… “.

한목사가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말한다; “저는 코비드19라는 재앙이 마치 짙은 안개 농무가 일순간에 물러가듯이 그렇게 빨리 걷히고 이제는 사람의 육신과 마음을 치유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한목사의 아내인 장미란과 조우제의 아내인 장경옥이 동시에 아멘이라고 합창을 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조우제와 한목사 부부가 빙그레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조우제옥영준은 그 옛날의 우정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옥영준 교수는 시드니에서의 특강 일정이 끝나자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들 부부는 한국에 도착하자 일부러 조우제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옥교수가 첨언한다; “내가 친한 고교 동창들을 만나면 우제 자네의 소식을 전해주겠네. 앞으로 시드니를 방문하는 친구들이 더러 자네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야. 또 만나세… “.

한목사와 조우제는 그후에 여러 번 만나서 한인 실버타운 프로젝트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결론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호주의 건축경기가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는 것이다.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도중에 자재난이 겹치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2년이 지나가자 이듬해에는 조우제의 딸 한나가 하이스쿨 졸업반이 된다. 그녀는 부모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힌다; “저는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시드니에서 법대에 들어가서 공부하려고 해요.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모의 뜻을 묻고 있는 딸 한나가 고맙다. 따라서 조우제가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한나야, 너는 장차 호주에서만 변호사로 일할 생각이니? 아니면 미국에 진출해서도 변호사로 일할 생각이냐?... “.

그 말을 듣자 조한나가 신중하게 대답한다; “아버지, 저는 호주에서도 법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도 법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서 국제변호사가 되면 호주와 미국 양국의 법적인 문제를 처리할 수가 있게 되지요. 근무지는 여기 시드니가 좋을지 아니면 미국이 좋을지 나중에 결정하면 되고요… “.

조우제가 듣고 보니 한나의 견해가 옳다. 그래서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장경옥이 한마디를 한다; “한나야, 너는 뉴욕에서 만난 사촌오빠 장하늘이 부러운 모양이구나. 그래서 너도 변호사가 되고 싶은 것이지?... “.

조한나가 얼른 대답한다; “그래요, 큰 로펌에 다니고 있는 하늘이 오빠의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저도 이왕이면 그렇게 큰 로펌에서 신나게 일하고 싶어요. 국제변호사가 되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면서 저는 바쁘게 일하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한나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떠냐? 여기 시드니에서는 서부 시드니대학교 법대에서 얼른 로스쿨을 마치고 고등법원(high court)에서 연수하여 빨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좋겠구만. 그 다음에는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예일대 로스쿨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 “;

딸 한나가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이어서 말한다; “한나야, 내가 보니 코네티컷(Connecticut) 주 뉴헤븐(New Heaven)에 있는 예일대가 좋아 보이더라. 그리고 너의 외삼촌인 장준석 목사님의 집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고!… “.

한나는 부친 조우제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다. 자신이 미국에 간다면 안심하고 뒤를 보아줄 가까운 친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서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가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장경옥이 미소를 띄고 있다. 과연 한나는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