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29(손진길 소설)
코비드19의 확산세가 일단 주춤한 것을 보고서 중국에서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2022년 2월에 개최하고 있다. 조우제 부부는 그것을 보고서 한국영 목사 부부를 초청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한인 실버타운을 어떻게 건립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막상 그 계획을 한인사회와 교계에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협조를 구하고자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만 그 사이에 국제적으로 큰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2022년 2월 하순에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인 것이다;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회되는 날이 2월 20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러시아 군대가 대규모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날이 그 4일 후이다. 그것을 보고서 일부 언론에서는 사전에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이 만나서 우크라이나 침공일자를 조정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조우제는 의사이고 그의 아내인 장경옥은 간호사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전문적으로 사회과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연히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눈이 전문가의 수준이 결코 아니다. 요컨대,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이론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가 없다.
조우제와 장경옥은 그들이 계획하고 있는 실버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소용돌이를 치고 있으므로 사실은 호주의 건축업계도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월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코비드19 전염병이 발생하여 건설공사가 중단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는 재앙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의 위기와 에너지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한편 이제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시행하게 되자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호주의 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건축자재의 수입마저 원활하지가 못하다. 자연히 주택을 건축하는데 있어서 큰 애로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국제정세와 호주의 경제가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므로 조우제 부부는 이제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당장 얻을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그러한 심정은 함께 실버타운 프로젝트에 관하여 조우제 부부와 숙의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영 목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미묘한 시기에 마침 한국에서 한국영 목사의 대학 선배인 정치학교수 옥영준이 다시 시드니를 방문하고 싶다고 한목사에게 말하고 있다. 한목사는 3년전에 그 선배를 자신의 교회에 초청하여 성도들에게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에 관하여 특강을 부탁했는데 그것이 대성황이었다.
따라서 그는 이번에도 옥선배를 초청하여 교회에서 특강을 하도록 부탁을 했다. 이번에도 한목사 부부는 옥영준 선배 부부를 자신의 집에 모시고 며칠간 함께 지내고 있다. 그런데 한번은 한목사가 옥선배와 대화를 하면서 우연히 시드니의 한인의사인 조우제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러자 뜻밖에도 옥영준 교수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목사, 혹시 그 의사 조우제가 마산사람이 아닌가?... “. 한국영이 그 말에 깜짝 놀라고 있다. 조우제가 마산출신인데 그것을 자신의 대학 2년 선배인 옥영준 교수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
한목사가 그렇다고 말하자 옥영준 교수가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내 고등학교 친구인 조우제가 이곳 시드니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것 참 깜짝 놀랄 일이구만… “. 그 말에 한목사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옥교수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옥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와 나는 마산고등학교 동기동창이지요. 조우제는 서울 Y대학교 의과 대학으로 진학하고 나는 서울 K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지요. 서로 대학이 다르다가 보니까 오래 만나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
옥교수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이어 말한다; “조우제가 의대를 졸업하지 못하고 그만 서울에서 사라지고 말았으니 동창들이 그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허허, 조우제가 여기 시드니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을 줄이야… “.
그 소식을 한목사가 모발폰으로 조우제에게 전한다. 그랬더니 조우제 부부가 옥교수 부부를 한목사 부부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초청한다. 그 자리에서 조우제와 옥영준은 오랜 회포를 풀고 있다. 특히 옥영준은 조우제의 지나간 이야기 그 짙은 안개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그를 위로하고 있다;
그 다음에 옥영준이 자신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말한다; “나는 서울 K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다음에 미국에 유학하여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그 다음에는 서울에서 대학강사를 하다가 나중에는 운이 좋아서 모교에서 교수가 되었지요. 내 전공이 국제정치이다 보니 수년전부터는 여기 저기서 특강을 많이 하고 있답니다. 허허허…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말한다;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이 고등학교 때부터 남다르더니 결국 영준이 너는 정치학교수로서 명성을 얻고 있구나. 잘했어, 정말 잘했군. 이거 내 친구 중에 이제 옥교수가 있으니 국제정세를 한번 시원하게 파악할 수가 있겠구만!... “.
그 말에 옥교수가 말한다; “우제, 너는 무엇이 그리 궁금한데?... “. 조우제가 서슴지 아니하고 묻는다;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외정책의 기조가 과연 무엇인지? 문외한인 내가 알기 쉽게 설명을 좀 해주기 바란다, 옥교수… “.
옥영준이 아주 쉽게 설명한다; “지난 20세기 후반에 공산진영의 맹주인 소련이 사라지자 이 세상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지요.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에 중국이 굉장한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지금은 국내총생산이 미국의 80%에 달하고 있어요. 그러니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에 대하여 경제제재를 계속하고 있지요. 그런데… “.
옥교수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만약 중국이 미국에게 져서 물러나게 되면 러시아는 과거 소련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이 사라지고 말지요. 따라서 초조해진 러시아의 푸틴이 중국에게 힘을 보태는 한편 미국의 세계지도력을 훼손하고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것으로 볼 수가 있지요. 또 하나는 사실… “.
조우제 부부와 그 자리에 함께한 한국영 목사 부부가 경청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옥영준 교수가 신이 나서 설명을 계속한다; “지난 1990년에 소련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져서 재정파탄이 나자 소련의 원조를 받고 있던 동구의 공산국가들이 먼저 떨어져 나가고 말았지요.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고 있는 유럽공동체는 차제에 동구 쪽으로 그 세력을 동진하고 있어요. 그에 따라 나토의 군사력이 동쪽으로 진출하면서 이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할 입장입니다. 만약에… “;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다음에 옥교수가 결론을 맺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그야 말로 러시아는 완충지대 없이 나토의 군대와 총부리를 겨누게 됩니다. 그것은 러시아의 안보상 굉장히 위험한 군사적 대치국면이지요. 따라서 푸틴은 과거 제2차세계대전 직후의 가장 안전한 안보지도를 다시 만들고 싶어하고 있어요. 그것이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이며 목적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조우제가 말한다; “참으로 알기 쉬운 설명이군요. 고마워요, 옥교수.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그 우방국들의 힘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일 텐데 앞으로 그 양 진영의 대결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
그 말에 옥교수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제부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우제 자네가 먼저 질문하고 있구만… 그것은 미국의 우방인 여기 호주도 관련이 되고 있는 일이지요. 한마디로, 미국이 호주와 일본 그리고 한국의 협조를 공고히 하면서 인도의 협력까지 얻게 되면 그야말로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세력을 압도할 수가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 이유는 현재 미국의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모두들 옥교수의 얼굴만 쳐다본다. 그가 드디어 말한다; “세계 제2차대전이후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볼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전쟁 직후에 소련이 동구 쪽으로 팽창하고 1949년도에 중국이 공산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세력은 미국의 산업생산력과 군사력에 비하여 아주 열등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
옥영준 박사가 좌중을 한번 둘러본 다음에 설명을 계속한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제조업의 대부분이 그만 중국을 위시한 개도국으로 넘어가고 말았어요. 미국의 인건비가 비싸고 세금부담이 커서 일종의 산업공동화 현상이 크게 발생한 것이지요. 그러니 개도국의 도움이 없으면 미국의 경제도 불구자가 되고 있어요. 그러한 변화가 이미 발생하고 말았지요”.
조우제는 이해가 어려워서 고개를 갸웃한다. 그것을 보고서 옥교수가 부연설명을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정부도 국제화, 세계화를 부르짖고 국민들이 해외여행에 적극 나섰지요. 그와 마찬가지이지요. 국제적으로 이미 산업의 분업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
옥영준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러한 경제적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이 중국에 이어 이제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요. 자연히 세계의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리고 미국의 경제마저 불구자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말한다; “그렇군요.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간의 대결, 그리고 러시아와의 대결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군요. 세계적인 경제성장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군요. 그와 같은 인위적인 재앙이 끝나자면 오래 걸리겠지요?... “;
그 말에 옥교수가 진지하게 대답한다; “나도 그 시점을 점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가지는 말할 수가 있지요. 생각보다 그와 같은 갈등과 대결상황이 오래 갈 수가 있어요. 마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길어지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국가별로 각자 도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최대한 투자를 줄이고 확실한 사업만 운영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 부부와 한국영 목사 부부가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자신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실버타운 프로젝트도 현재로서는 당분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용하게 2022년 한해가 흘러가고 있다.
그때쯤 조우제 부부의 딸 조한나도 하이스쿨을 마칠 때가 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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