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9. 4. 16:26

농무, 짙은 안개28(손진길 소설)

 

5. 코비드19와 진영대결이라는 농무 속에서

 

조우제는 2019423일 화요일에 열흘 간의 미국여행을 끝내고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다음날 오전이 되자 그날 하루 병원에 나가지 아니하고 다른 급한 볼일을 보고 있다.

그는 그가 구좌를 가지고 있는 은행의 잔고내역을 온라인으로 확인한 다음에 말카에게 연락을 취하여 그녀의 아들인 스티브를 좀 만날 수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 이유는 유대인인 말카의 아들 스티브가 시드니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다음에 펀드 매니저’(fund manager)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친 말카로부터 부탁을 받았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당일 오후에 스티브가 조우제를 만나주겠다고 한다. 조우제는 약속시간에 맞추어 정확하게 다운타운에 있는 큰 유태계 펀드회사에 들러 개인적으로 스티브를 만난다.

2005년을 전후하여 조우제가 말카의 집을 청소하고 있었을 때에 스티브는 하이스쿨의 졸업반이었다. 그는 그 다음해에 대학으로 진학하여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4년의 세월이 지나고 보니 스티브는 아주 세련된 펀드 매니저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안으로 들어선 조우제가 먼저 스티브를 알아보고서 인사를 한다; “스티브, 나는 자네 부모님의 집을 청소하던 한국인 조우제입니다. 알아보시겠어요?... “. 한참 조우제의 얼굴을 살피더니 스티브가 아아… “ 하면서 탄성을 지르더니 얼른 악수를 청한다.

조우제도 반갑지만 스티브도 엄청 반가운 것이다. 그들의 집을 수년간 청소한 인연으로 조우제는 벌써 그들의 친지인 것이다. 그만큼 개인사이의 친분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 유태인들의 전통이다. 한번 신용을 잃어버리게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지만 수년을 두고 그 신용을 지키면 그들은 곧장 친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저택을 자기집처럼 수년간 성심성의껏 청소를 해준 경력이 있는 조우제는 그들에게 있어서 참으로 믿을 만한 인물인 것이다. 스티브가 차를 권하기에 그것을 마시면서 조우제가 간략하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스티브가 관심을 가지고 조우제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스티브, 나는 호주에 오기전에 한국에서 의대생이었어요. 시드니에서 청소를 하여 돈을 모은 다음 나는 시드니 서부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에서 의대공부를 마무리하고 가정의 GP가 되었어요… “;

말을 하면서 조우제가 자신의 명함(business card)을 건넨다. 그것을 보고 스티브도 자신의 명함을 한 장 준다. 그 다음에 조우제가 말한다; “내가 오늘 스티브를 방문한 이유는 내 돈을 맡아서 펀드로 운영을 해줄 수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요. 내가 알기로는 유대인들은 자체적으로 펀드를 운영하여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 혜택을 볼 수가 있을까요?... “.

그 말을 듣자 스티브가 한참 조우제의 얼굴을 보더니 천천히 말한다; “우제, 내가 하이스쿨에 다닐 때부터 수년간 당신은 우리집 청소를 성실하게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 말카가 당신은 참으로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했어요. 그리고… “.

스티브가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이제 보니, 우제 당신은 열심히 공부하여 정식으로 의사가 된 대단한 노력파예요. 그러므로 나는 우제를 나의 친구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고수익 펀드에 당신의 돈을 집어넣고서 내가 잘 운영하여 두 자리 수의 이익을 남겨 줄게요. 그렇게 하세요!... “;

그 말을 하면서 스티브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에 어떻게 입금을 하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운영상황을 온라인으로 파악할 수가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충분히 설명을 들은 다음에 그 사무실에서 조우제가 자신의 구좌에서 무려 320만불의 돈을 스티브가 운영하고 있는 펀드구좌로 이체를 한다.

그것을 보고서 스티브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우제, 당신은 마치 유태인과 같아요. 한번 신용을 하면 크게 믿고서 배팅을 하고 있군요. 그 믿음에 내가 연말 고수익으로 보답을 할 게요. 한번 기대해보세요!... “.

그날 이야기를 끝내고 그 방문을 나서기 전에 스티브가 한마디를 첨언한다; “우제, 이자는 매 분기에 한번씩 지급이 되고 그것이 원금과 합산하여 재투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매년 3월말, 6월말, 9월말, 12월말에 반드시 온라인으로 구좌를 확인하세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요청사항이 있으면 내게 연락을 주면 됩니다. 살롬!... “.

그해 12월말에 조우제가 그 펀드의 내역을 살펴보니 소득율이 연리로 12%나 된다. 그것은 시중금리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회계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조우제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마치 마법과 같다;

그와 같이 종자돈을 늘리면서 조우제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시드니에서 한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한번 건설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일을 위하여 조우제한국영 목사를 연말에 2번 만나고 있다. 한목사도 그 일에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따라서 해가 바뀌고 구정이 다가오자 조우제 부부가 한 목사 부부를 에핑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2020125일 토요일이 한민족의 설날인 구정이므로 한국영 목사와 그의 아내인 장미란 사모가 점심시간에 조우제의 집을 방문한다.

오래간만에 장미란 사모가 조우제의 아내인 장경옥을 보자 너무 반가워서 말한다; “언니, 반가워요. 바쁜 중에 우리 부부를 초대해주니 고마워요”.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말한다; “내가 고맙지요. 미란 사모, 어서 오세요”. 말은 정중하게 하면서도 서로 포옹을 하면서 자매와 같은 정을 나누고 있는 장경옥이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그 도시에 형제나 가까운 친척이 없는 경우에는 명절이 되어도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다. 그러한 때에 지인이 초청을 해주면 그것이 그렇게 반갑고도 고마운 것이다. 특히 조우제 부부와 한국영 목사 부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다. 그러니 그 정이 남다른 것이다.

그날 식사를 하고나서 두 부부는 구체적으로 스코필드 지역에 한인을 위한 실버타운을 건립하여 운영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그들이 세우고 있는 방침이 세가지이다;

첫째, 조우제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 2베드룸 주택 50채를 건립하고 분양한다. 둘째, 공동시설에 해당하는 건물은 조우제가 투자하는 돈으로 건립한다. 셋째, 실버타운 하우스 50채를 분양하여 우선적으로 토지대금을 시세에 맞게 조우제에게 지급하고 공동시설은 여전히 조우제의 명의로 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이 기본계획을 세우고 보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일만이 남게 된다. 따라서 조우제 부부와 한국영 목사 부부는 다음달 2월부터 한인회와 교회협의회에 그 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자 계획한다.

그러나 하늘이 돕지 아니하면 사람이 계획하는 것은 현실화되는 것이 지연되는 법이다. 그렇다. 그들의 계획이 그러한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그 이유는 뜻하지 아니하게 20202월 중순에 중국의 하북성 우한에서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고 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그 도시 전체가 봉쇄에 들어가고 말기 때문이다;

나중에 코비드19’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그 신종 바이러스는 전파의 속도가 빠르고 또한 상당한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가 그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국내외적으로 여행을 제한한다. 그리고 대면관계가 전부 비대면으로 바뀌고 만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인 조우제 부부는 밀려오는 환자를 격리시키고 치료하기에 여념이 없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안전도 문제이지만 당장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3월달에는 세계보건기구인 WTO가 코비드19를 세계적인 유행성 전염병으로 선언하고 그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세계각국이 함께 협력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103일에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달 앞두고 현직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에 감염이 되고 있다;

강력한 약을 사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며칠만에 쾌차하여 선거전에 임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코비드19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형편이므로 미국과 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백신을 빨리 개발하고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말에 일부 선진국에서 백신개발에 성공하여 2021년초부터 백신을 보급하여 각국이 백신을 주사함으로써 코비드19와의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왜냐하면, 20212월에 새로운 변종인 코비드19 델타가 유행하고 그해 말에는 전염성이 더 큰 오미크론이 나타나고 말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2020년초에 백신주사를 맞고 이듬해 2021년에는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세월이 지나자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마치 유행성 감기처럼 토착화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이제는 매년 그에 대한 백신을 맞아야만 한다. 그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코비드19전염병과 싸우느라고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다;

그렇지만 2022년 말이 되자 이제는 어느 정도 그 지겨운 전염병의 포로생활에서 풀려나 그 옛날의 일상을 상당히 회복하게 된다;

 그제서야 조우제장경옥은 미루어 두었던 실버타운 건립문제를 다시 찬찬히 점검해보고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그 계획을 실현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