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75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5(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5(손진길 소설) 10. 김포 군수 허굉필이 현지에서 시도하는 일들 1856년 1월 중순에 경상감사를 통하여 영덕 현령인 허굉필에게 조정에서 발행한 관보와 함께 새로운 품계에 따른 호패가 전해지고 있다. 정5품 정랑(正郞)인 허굉필이 드디어 종4품 첨정(僉正)의 벼슬에 오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호패에는 ‘종4품 첨정 허굉필’(宗四品 僉正 許宏弼)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런데 그 벼슬은 사실 한양 조정의 이조(吏曹)에서 관리하고 있는 신분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 벼슬에 상응하는 직책이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한달 후에 새로운 보직이 허첨정에게 주어지고 있다. 그것이 경상도를 떠나 멀리 경기도로 전출이 되어 한양의 서쪽 80리에 자리잡고 있는 ‘김포군’(金浦郡)의 ‘군수’(郡..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4(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4(손진길 소설) 1854년 2월말에 장통역이 소유하고 있는 어선으로 일본의 혼슈(本島)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죠슈번(長州藩)의 하기시(萩市)에 도착한 허판관 일행은 8일간 다마끼(玉木)상의 사숙에 머물면서 그 지역의 선진문물을 두루 시찰한다. 비록 다마끼상이 3년 전에 곽생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그와 벗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조선에서 온 4명의 손님을 그토록 극진하게 대접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엇보다도 다마끼상은 오랜 세월 서양의 문물 뿐만 아니라 병법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어떻게 하면 일본을 서양처럼 산업선진국으로 만들어 동양에서 지역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또한 그 길을 모색하고 있는 선구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3(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3(손진길 소설) 허판관 일행은 이틀동안 다마끼상의 사숙에 머물면서 다음날 그가 생도들에게 훈육하는 모습까지 참관한다. 왜국 말을 모르는 허판관과 곽병방을 위하여 장통역이 친절하게 다마끼 훈장의 교육내용을 중계하여 준다. 오후 늦은 시간부터 다마끼상은 조선에서 온 곽생원 일행을 위하여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서양의 산업기술과 무기체계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실시한다. 그날 저녁에도 다마끼상이 인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만들어온 5개의 벤또로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다. 식사가 얼추 끝나게 되는 시간에 친구사이인 곽생원과 다마끼상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허판관이 장통역에게 부탁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다마끼상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통역을 해주세요”. 그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2(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2(손진길 소설) 1854년 2월 하순에 판관 허굉필은 병방 곽수림의 호위를 받으며 생원 곽병기 및 통역 장병화와 함께 은밀하게 일본으로 출발한다. 영덕 현령인 허판관이 공식적으로는 한달간 동래의 왜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역이며 선주인 장병화의 어선을 이용하여 그들 4인은 일본 서남번의 정세를 살피고자 정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 혼자서 일본에 밀항하여 서남번의 ‘부번강병책’(富藩强兵策)을 목격하고 돌아온 곽생원의 말을 듣고 허판관이 그 허실을 탐지하고자 이번에 밀행에 나선 것이다. 그들이 모여서 사전계획을 세울 때에 벌써 일본 밀항의 경험이 있는 곽생원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제가 다녀온 곳은 조슈 번(長州藩, 오늘날의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1(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1(손진길 소설) 사실 일본의 역사와 현실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허판관이다. 그에게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고 있다. 그날 곽생원의 설명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도인 에도(江戶)에서 쇼군(將軍)이 바쿠(幕府)를 통하여 전국을 지배하고 있어요. 각 지방의 영주인 다이묘(大名)들이 숨을 죽이고 쇼군의 쇄국정책(鎖國政策)을 따르고 있지요. 하지만… “; 허현령의 표정이 진지하므로 잠시 숨을 쉬고서 곽생원이 얼른 말한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남번(西南藩)의 젊은 하급무사들이 서양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구미(歐美)지역으로 밀항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 선진문물을 배워 귀국하여 은밀하게 자신들의 고향에서 소위 ‘부번강병책’(富藩强兵策)을 실시하..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0(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0(손진길 소설) 병방 곽수림의 긴 설명을 모두 들은 다음에 영덕 현령 허굉필이 두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는, 영덕현 내에 일본에 관하여 박식한 인물이 있으면 그 이름을 말해 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왜국 말에 능통한 통역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것이다. 그에 대하여 곽병방이 빙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현령 나리, 마침 우리 현에 그런 인물 두사람이 있습니다. 한 분은 저의 친척 가운데 곽병기 생원이 있습니다. 그는 모험을 좋아하는 인물이라 수년 전에 은밀하게 왜국을 구경하고 온 적이 있습니다. 또 한사람은 장병화입니다. 그는… “; 곽병방이 신이 나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요. 그는 젊은 시절 10년간 동래의 왜관에서 일을 했는데 그때 왜국말을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9(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9(손진길 소설) 이방을 비롯하여 육방의 관속들이 동헌의 마당에 도열한다. 허판관이 동헌 마루에 올라가서 현령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이방 최기수(崔基樹)부터 시작하여 육방의 아전들이 줄줄이 자기소개를 한다. 그날 허현령은 이방 최기수와 호방 장규원(張圭元) 그리고 병방 곽수림(郭水臨)의 이름을 우선적으로 머리에 입력한다. 기타는 공방 전광수(全光洙), 예방 옥인걸(玉仁杰), 형방 정명종(鄭明鐘) 등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알기 쉽게 전공방, 옥예방, 정형방이라고 기억한다. 그날 허현령이 이방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방 최기수는 내일 업무보고를 준비하여 본관에게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향청의 좌수(座首)를 모레 방문하고자 하니 그 준비를 해주세요. 한가지 더 말씀을 드..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8(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8(손진길 소설) 9. 영덕 현령 허판관이 현지에서 직면하는 일들 1852년 2월 초순이므로 아직 추운 겨울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3년전 1월 하순의 겨울에는 허굉필과 최선미가 한양에서 구례로 부임하였다. 그때에는 두사람이 각각 말을 타고 달렸기에 몸에서 열이 많이 나서 크게 추운 줄을 몰랐다. 게다가 섬진강 상류에서는 큰 배를 타고서 이동했다. 강바람은 차지만 선실 안은 따뜻했다. 따라서 두사람은 그때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남행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다.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가고 있는데 그 진행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그 이유는 말을 타고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마차를 이용하여 천천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굉필과 최선미는 2돌이 갓 지난 아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7(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7(손진길 소설) 허좌랑이 눈을 번쩍 뜨고서 강이방에게 말한다; “강이방, 한 1천 마지기의 논을 이조천변의 땅을 개간하여 만들고자 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까요? 자금은 본관이 책임지고 마련해볼 테니 호방인 김호준 그리고 공방인 장사무와 상의를 해주면 좋겠어요. 부탁합니다… “. 사또의 명을 받은 강이방이 김호방 및 장공방과 진지하게 상의를 한다. 그리고 그들 3인이 허사또를 배알한다. 그 자리에서 김호방이 대표로 말한다; “사또 나리께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시고 자금을 마련하여 대신다고 하시면 저희들이 합심하여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그 이유는… “. 잠깐 기침을 하고서 김호준 호방의 말이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이조천변의 땅을 개간하여 논을 만들게 되면 우리 구례현의..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6(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6(손진길 소설) 8. 구례현감 허굉필이 현지에서 실시한 역점사업 한성부의 관료였던 허굉필과 최선미가 산 좋고 물 좋은 구례현(求禮縣)에 도착한 시점이 조선의 헌종 15년인 1849년 2월초이다. 정6품 좌랑(佐郞) 벼슬을 가지고 있는 허굉필과 비록 관비의 신분이지만 유능한 다모(茶母)인 최선미가 선박에서 내리자 함께 내린 말 2필을 각자 끌고서 보는 눈이 많은 구례현의 나루터를 서서히 벗어난다; 두사람은 차제에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아니하고 구례현의 산천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이튿날 점심식사 후에는 현청으로 들어가야 할 예정이므로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정찰시간이 일박이일(一泊二日)에 불과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자 곧 말을 타고서 구례의 외곽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