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75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5(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5(손진길 소설) 일명 “장필우의 정탐록”에는 쌍문점(雙聞店)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두목 무영 남매의 출신성분과 부두목에 대한 정보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어떠한 불법사업을 통하여 큰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마지막으로 허굉필의 눈에 들어오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하나 더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왜국과의 밀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밝혀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아니하다. 내가 아직 그들의 신임을 그만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사실만은 파악했다. 그것은 작년 5월과 11월에 왜국에서 무영 일당이 불법으로 은괴와 조선의 철전을 주조하여 들여왔다는 것이다. 물론 금년 5월에도 밀수가 이루어졌다. 한해에 2차례..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4(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4(손진길 소설) 하룻밤 야간 순찰을 하게 되면 허직장은 다음날 낮시간에는 집에서 푹 쉴 수가 있다. 그것이 한성부 야간순찰 담당에게 주어지고 있는 특전이다. 그와 같은 특혜는 모든 야경꾼과 강무관 그리고 최다모에게도 마찬가지로 주어지고 있다. 허굉필은 밤샘 근무를 끝내고 하숙집에 돌아와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한 다음 자기 방에서 푹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방안에서 가장 먼저 하고 있는 운동이 보타진경에 따른 운기를 하는 것이다. 반(半)시진 정도 내공수련을 하였더니 온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하다. 허직장은 잠시 방을 나서서 하숙집이 있는 남대문 근처를 산책한다. 6월 중순의 초여름 좋은 날씨가 그를 반기고 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모두들 출근을 한 모양이..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3(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3(손진길 소설) 5. 쌍문점 골목 살인사건 허굉필이 강무관 및 최다모와 한성부 야간순찰 담당실에서 조선의 밤의 지배자 ‘야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헌종 13년인 1847년 5월 5일 신시(申時)무렵이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허직장이 서서히 입을 떼기를 시작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무영에 관한 정보를 사실 나는 호판의 심복인 집사 김호길에게서 우연히 들었어요. 그가 말하기를 3년전부터 한양의 밤을 지배하는 강자로 올라선 무영이 호판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동안 나는 오대방과 오행수를 살해한 복면인들이 누구인지를 혼자서 조사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정보를 들은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강무관과 최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2(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2(손진길 소설) 허굉필이 호판의 집사인 김호길을 처음 만난 시기가 1847년 3월 초순이다. 그날 저녁에 호판 김형술의 아들인 김유진이 오래간만에 기방으로 허굉필을 불러내었다; 그 자리에서 김유진은 자신이 일계급 승진하여 이제는 정7품인 박사가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친구를 한사람 허굉필에게 소개한다. 술을 제법 마셨는지 혀 꼬부라진 소리로 김유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굉필 아우, 내가 오늘 진급하여 이제는 박사가 되었어. 그래서 여기 내 벗 홍재덕(洪在德)이 축하한다고 한잔 사는 거야. 그런데 나는 문득 아우 생각이 나지 뭐야. 그래서 자네를 여기로 부른 거야. 두사람은 오늘 처음보지! 내가 소개를 하겠네. 그러니까… “. 그 사이에 허굉필이 얼른 말한다; “유진이 형,..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1(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1(손진길 소설) 허굉필은 1846년 6월초 안가에 숨어 있던 오대방과 그의 딸 오행수가 복면인들의 공격으로 무참하게 살해가 되는 현장을 목격한 인물이다. 그가 강별장과 최다모와 함께 급히 복면을 하고서 달려갔지만 괴한들이 잽싸게 오대방과 오행수를 척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강별장과 최다모가 4명의 복면인을 공격하는 동안에 허굉필은 칼을 맞은 두사람의 상세를 살폈다. 불행하게도 현장에서 모두 절명하였다. 하지만 오행수는 죽기 전에 상단의 비밀장부인 ‘치부책’을 허굉필에게 맡긴 것이다. 그때부터 허굉필은 은밀하게 치부책을 보관하면서 그 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크게 보아 오대방이 뇌물을 건넨 상대방이 4곳이다. 그 내용을 분석하여 수재인 허굉필은 아예 머리속에 다음과 같이..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0(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0(손진길 소설) 호조판서 김형술 대감이 자신의 저택 사랑방에서 두사람의 심복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사람은 주용필 상단에서 행수로 일하고 있는 우대용(禹大容)이다. 또 한사람은 그 상단에서 호위무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조상철(趙相哲) 대장이다. 얼추 중요한 이야기가 끝이 났는지 김 대감이 다음과 같이 마무리 언급을 한다; “내가 주용필 대행수를 새로운 대방으로 삼고 죽은 오칠성 대방의 상단을 맡도록 조치를 했지만 그가 앞으로 상단을 어떻게 꾸려갈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므로 우행수가 주대방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예의 주시하고 이상한 조짐이 있으면 내게 곧바로 보고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 그 말을 듣자 우행수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대답한다; “대감께서 분부하..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9(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9(손진길 소설) 1846년 10월 14일 오후에 한성부 판윤 김윤갑 대감을 모시고 있는 심원익 교리가 일부러 야경담당으로 있는 허굉필 봉사를 찾아온다. 심교리는 허봉사의 팔을 끌고서 마당으로 일단 나가자고 한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한성판윤의 비서실장인 심교리는 굉장히 신중한 인물이다. 따라서 주위에서 자신들을 보는 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다음에 나직한 목소리로 허봉사에게 말한다; “아우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일부러 왔어요!... “. 허굉필은 개인적으로 호형호제를 하고 있는 심원익인지라 귀를 기울인다. 그의 귀에 참으로 기뻐하는 심교리의 말이 들려온다; “지난 6월에 아우님이 큰 공을 세웠어. 그래서 판윤 대감이 내일부로 아우님..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8(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8(손진길 소설) 4. 불태워지는 치부책과 살아남는 치부책 한성부에서는 장종사관과 허봉사가 연일 오대방 상단의 무역선에서 체포하여 온 대행수 한사람과 두명의 행수를 포함하여 상단의 일꾼 60명 및 호위무사 120명을 취조하느라고 바쁘다; 그리고 최다모는 그 배에서 구출해온 20명의 처녀들을 대상으로 하여 납치를 당한 배경과 과정 그 집안의 배경까지 면밀하게 조사하느라고 바쁘다. 기타 한성부의 부서에서는 부상을 당한 병사들과 상단의 일꾼 및 호위무사들을 치료하는 한편 죽은 자들을 가족들에게 인도하여 장례를 치르기에 분주하다. 200명에 이르는 인신매매범 일당을 토벌하였기에 그 뒷처리가 보통이 아닌 것이다. 3일간 그 일에 정신없이 매어 달렸던 봉사 허굉필은 시간을 내어 강천무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7(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7(손진길 소설) 1846년 6월 1일 새벽에 마포 나루터에서 발생한 한성부 병사들과 오대방 상단 일꾼 및 호위무사와의 일전은 아침이 되자 끝나게 된다. 그날 상단의 호위무사와 무장한 일꾼들 200명 정도가 그 좁은 상선 내에서 죽기 살기로 한성부 병사들과 혈투를 벌였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참패이다. 실제로 100명이 넘는 상단 호위무사들의 무예는 한성부 병사들보다 분명히 한 수 위이다. 하지만 병사들의 수가 500명이나 되므로 도저히 중과부적인 것이다; 더구나 나루터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상단 호위무사들의 가슴팍에 얼마나 정확하게 꽂히고 있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10여명의 호위무사들이 쓰러지고 만 것이다.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장인식 종사관은 그날 나루터에서 강궁을 사용하..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6(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6(손진길 소설) 그날 허봉사가 강별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한가지 사항을 더 확인하고 있다; “수고 많이 했군요. 그런데 6월 1일 새벽에 오대방의 상선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도 파악했나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강별장이 대답한다; “그날 첫새벽에 마포 나루터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슬쩍 물어보았더니 취중에 오돌석이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하하하… 저를 보고서는 그날 환송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어요. 비밀리에 조선을 떠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그것 참… “. 그 정도로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허굉필은 판윤 대감을 예방하여 자세한 수사보고를 드리고자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심교리를 만나서 한가지 사항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다음날 한성부의 수장인 김윤갑(金潤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