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7. 29. 11:55

허굉필() 허선비 이야기9(손진길 소설)

 

18461014일 오후에 한성부 판윤 김윤갑 대감을 모시고 있는 심원익 교리가 일부러 야경담당으로 있는 허굉필 봉사를 찾아온다. 심교리는 허봉사의 팔을 끌고서 마당으로 일단 나가자고 한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한성판윤의 비서실장인 심교리는 굉장히 신중한 인물이다. 따라서 주위에서 자신들을 보는 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다음에 나직한 목소리로 허봉사에게 말한다; “아우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일부러 왔어요!... “.

허굉필은 개인적으로 호형호제를 하고 있는 심원익인지라 귀를 기울인다. 그의 귀에 참으로 기뻐하는 심교리의 말이 들려온다; “지난 6월에 아우님이 큰 공을 세웠어. 그래서 판윤 대감이 내일부로 아우님을 2계급 승진하여 직장()으로 삼고자 해. 그렇게 알고서 내일 사시(蛇時)가 시작되기 일다경 전에 판윤 대감의 비서실로 오세요. 그리고“.

너무 뜻밖의 좋은 소식이라 허봉사도 기뻐한다. 심교리의 전언이 계속된다; “강천무 별장도 2계급 특진이 되어요. 별장이 부사맹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강별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내일 함께 오도록 하세요. 참고로, 이번에 공을 세운 최다모에게는 큰 상금이 주어질 것이예요. 그녀에게 말하고 내일 함께 와요!... “.

그 말에 허굉필이 웃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심원익을 보면서 말한다; “형님, 감사합니다. 모두 형님이 저희들을 보살펴 주신 은덕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별장과 최다모에게는 그렇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장종사관과 그의 수하들에게도 이번에 논공행상이 있습니까?... “.

심교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기분 좋게 말한다; “역시 아우님은 두루두루 생각이 넓어. 그렇지요. 그들에게도 참으로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지요. 장인식 종사관도 이번에 2계급 특진하여 판관(判官)이 되지요. 그 수하들도 전부 일계급 특진하도록 되었어요!... “;

조선시대의 관직 비교표  [TOP]


   
조 선 현 대
품계
(品階)
관 직 명(官職名) 직 급 명(職級名) 급수
(級數)
1 문 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국무총리  
무 관 영사, 도제조, 대장
1 문 관 좌찬성, 우찬성, 판사, 제조 부총리
무 관 판사
2 문 관 지사, 판서, 좌참찬 우참찬, 대제학 중앙 대법원판사,장관, 차관
지자체 시장,도지사
무 관 지사, 제조, 도총관 군인/경찰 대장/치안총감
2 문 관 동지사, 참판, 상선 중앙 대법원, 검사장, 차관보
무 관 동지사, 부총관 군인/경찰 중장
지방관 관찰사, 부윤 병마절도사 지자체 부시장, 부지사
3 문 관 참의, 직제학,승지 중앙 2호이상 판검사,관리관 1
무 관 첨지사, 별장 군인/경찰 소장
지방관      
3 문 관 집의, 사간 중앙 4호이상 판검사,이사관,국장, 2
무 관 대호군, 부장 군인/경찰 준장/치안정감
지방관      
4 문 관 사인, 장령 중앙 6호이상 판검사,부이사관 3
무 관 호군 군인/경찰 대령/치안감
4 문 관 겸릭, 첨정    
무 관 겸릭, 부호군, 첨정 군인/경찰 중령/경무관
지방관      
5 문 관 정랑, 별좌, 교리 중앙 9호이상 판검사,서기관, 4
  지자체 군수,부군수,국장
무 관 사직 군인/경찰 소령/총경 ,경정
5 문 관 도사, 판관 중앙 9호이상 판검사,서기관
무 관 도사, 부사직, 판관 군인/경찰 소령/총경 ,경정
지방관   지자체 군수, 부군수,국장
6 문 관 좌랑, 별제 중앙 사무관 (계장) 5
군인/경찰 대위
지자체 과장 (면장)
6 문 관 주부, 교수  
무 관 부장, 수문장, 종사관
지방관  
7 문 관 박사 지자체 주사(계장) 6
무 관 사정, 참군 군인/경찰 중위/경감 경위
7 문 관 직장 지자체 주사보 7
무 관 부사정 군인/경찰 소위 준위/경사
8 문 관 저작 지자체 주사보
무 관 사맹 군인/경찰 소위 준위/경사
8 문 관 봉사    
무 관 부사맹
9 문 관 부봉사, 정자, 훈도 지자체 서기 8
무 관 사용 군인/경찰 상사, 중사/경장
9 문 관 참봉 지자체 서기보 9
무 관 부사용, 별장 군인/경찰 하사/순경

 

심교리가 돌아가자 허봉사는 강별장과 최다모를 별실로 불러서 그 소식을 전해준다. 두사람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허봉사에게 말한다; “봉사나리는 직장이 되면 어떻게 됩니까? 부서이동을 하게 됩니까? 저희들이 계속 모셨으면 좋겠는데요”.

그 말을 듣자 허굉필이 두사람에게 말한다; “나의 과거동기들이 아직 그대로 봉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따라서 나는 그들이 진급할 때까지 그대로 나의 현재 보직을 유지하고 싶어요. 그렇게 아시고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나와 계속 행동을 같이 해주면 좋겠어요!... “.

강별장과 최다모가 기뻐하면서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 3사람은 다음날 사시가 되자 한성판윤의 집무실에게 논공행상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장인식 종사관과 그의 수하인 우금식 별장을 위시한 3명의 별장들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김윤갑 대감이 선포한다; “지난 6월초 인신매매단을 소탕하는 큰 공을 세운 자들을 이번에 포상하는 자리입니다. 가장 먼저 첫째로, 종사관 장인식을 판관으로 승진하게 하고 한성부의 병사를 총지휘하게 한다. 둘째로, 그의 수하인 우금식을 비롯한 3명의 별장을 전부 일계급 승진시켜 정9사용으로 삼는다. 그리고 500명의 병사들에게는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

판윤 대감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선언한다; “셋째로, 봉사 허굉필을 직장으로 승진시킨다. 그러나 그의 요청에 따라 직무는 현재의 야경담당을 계속한다. 넷째로, 그의 수하인 강천무 별장을 승진하여 종8품 부사맹으로 삼는다. 직무는 현직을 유지한다. 그리고 최선미 다모에게는 소정의 포상금을 역시 지급한다. 이상”.

그날 임명장과 포상금을 비서실장인 심원익 교리가 일일이 김윤갑 대감에게 전해주자 판윤 대감이 그것을 대상자들에게 하나씩 안겨준다. 허굉필은 관료생활을 시작한지 1년만에 2계급 특진하여 종7품 직장이 되자 그것을 기뻐한다. 이제 대과 동기이면서 장원을 한 안동 김씨 김호선 주부에게 2계급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따라서 허굉필이 속으로 다짐한다; “앞으로 3년 동안에 2번만 더 큰 공을 세우자. 나는 나의 장원 자리를 훔쳐간 김호선 주부에게 본 떼를 보여줄 것이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그 자리에서 직장이 된 허굉필은 판관이 된 장인식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신임 장판관이 한성부의 병사를 총괄하게 되었으니 그는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고 있다. 2계급이나 특진한 강천무도 다른 무관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무과시험 동기이며 고향친구인 우금식이 한마디를 한다; “천무야, 나는 1계급 특진인데 너는 2계급 특진이구나! 어쨌든 축하한다, 친구야!”.

허굉필은 직장 벼슬을 얻고서 돌아오자 곧장 야경담당관실에 들러 오창명 주부에게 진급신고부터 한다. 그 신고를 받고서 오주부가 말한다; “허직장, 축하해요. 그런데 직장 벼슬을 받았는데 계속 봉사의 직무를 수행해도 괜찮겠어요? 허직장이 원한다고 하면 부책임자인 하대수 직장과 함께 근무하도록 해줄 수도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허직장이 미소를 띠면서 대답한다; “주부 나으리, 저는 나와 과거 동기인 한우진 봉사와 함께 근무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그러니 부디 그렇게 조치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말에 오창명 주부가 기분 좋게 말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이번에 진급한 강천무 부사맹도 그대의 수하로 그대로 두겠어요. 물론 최다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번 큰 공을 세우기를 바랍니다. 좋아요, 참으로 좋아요!”.

허굉필44세인 오창명 주부의 두목다운 기질이 마음에 든다. 그가 야경담당 총책임자로 있는 이상 자신은 마음껏 공을 세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야경업무라고 하는 것이 한밤중에 한성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곧바로 접하고 수사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직무인 것이다.

그날 진급 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과거 동기이며 한성부 4군자로 불리고 있는 가까운 벗들이 가장 먼저 허굉필을 방문한다. 그 자리에서 한우진이 말한다; “굉필아, 이제 나보다 한참 상급자가 되어 버렸으니 내가 야경담당실에서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 참 고민이다… “.

그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역시 동기이며 봉사 벼슬인 심한수윤일윤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과거동기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편의도 볼 수 있고 얼마나 좋은데!... 그리고 공식석상에서는 직장 나으리라고 부르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냥 굉필아라고 부르면 되지 무엇이 그렇게 어렵냐? 우리들은 좋기만 한데, 하하하… “.

그날 일과를 끝낸 후에 허직장이 한성부에서 남대문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는 하숙집으로 돌아온다. 그 집의 주인은 40대 중반인데 그 이름이 최경수(崔慶水)이다. 경주 최씨인 그는 과거시험에서 계속 낙방하자 아예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넓은 기와집에 하숙생을 많이 두고 있다;

그의 부인이 경기도 안성 출신인데 음식솜씨가 좋다. 따라서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관리들이 그 집에서 하숙하기를 좋아한다. 허굉필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벌써 일년동안 그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데 아예 큰 방을 하나 사용하고 있다.

허굉필은 그날 퇴근하여 하숙집에 돌아와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서적을 보다가 자기 전에 반()시진 동안이나 한가지 기이한 호흡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가 일다경 정도 깊은 호흡을 하자 그의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품어져 나오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는 내공수련을 마친 다음에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한숨 자고 다시 한성부로 나간다. 야경업무 감독이 그의 직무인 것이다.

그와 같은 기이한 호흡법을 허굉필이 배운 과정이 다음과 같다; 김해 고향에서 허굉필의 집은 나름대로 김해 허씨의 종가집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된 서적이 많이 있다. 그것을 서당에서 한자를 배운 11세의 소년 허굉필이 차례로 읽기 시작했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읽는 속도가 상당하다.

이듬해가 되자 허굉필은 서고의 맨 안쪽 바닥에서 참으로 이상한 제목의 고서를 한권 발견한다. 그 제목이 보타진경이다. 머리말에 저자가 자신의 정체를 허씨 공주를 지키고 있는 호위장군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연마한 무예와 호흡법에 대하여 그 특징을 간단하게 적어 두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 고서를 읽으면서 12허굉필의 눈이 영리하게 빛나고 있다. 그는 보타 장군의 호흡법을 익히면서 3년이 지나자 자신의 몸에서 진기가 모여 운행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때서야 그는 그 내력을 활용하여 몸을 움직이고 또한 무기를 사용하는 법을 하나씩 익히기를 시작한다.

다행히 지방의 양반 가문이며 조상들 가운데 무과에 급제한 인물이 상당수 있기에 집안에 무기체계가 갖추어 있다. 활과 화살은 물론 창과 검 그리고 도와 단검 등이 두루 무기고에 비치되어 있다. 그것을 한밤중에 몰래 가지고 나가서 15세의 허굉필이 산중에서 5년간이나 나름대로 무예를 연마한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집안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문과에 응시하고자 허굉필이 열심히 서당을 다니고 또한 향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줄만 알고 있다. 더구나 집에 돌아와서도 저녁 늦게까지 서적을 읽고 문장을 작성하고 있으니 그가 무예도 밝은 줄을 전혀 모른다.

허굉필은 개인적으로 12세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보타 호흡법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이 이미 상당한 경지이다. 그는 내공을 활용하여 몸을 가볍게도 하고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가 강궁을 사용하여 멀리 화살을 날리는 기술도 그 중의 하나이다.

특히 보타진경에 기록이 되어 있는 방법을 따라서 창과 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15세부터 20세까지 5년 이상 익혀서 터득한 바가 있다. 그 가운데 단검을 던지는 법과 단창을 던지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실로 압권이다. 내력이 뒷받침을 하고 있기에 그 위력이 대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매우 신중한 허굉필은 전혀 그러한 티를 내지 아니하고 있다. 다만 강별장과 최다모를 보호하기 위하여 지난 61일 인신매매단을 소탕할 때에 자신의 활을 사용한 바가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장인식 종사관이 아주 높이 평가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제 장판관이 된 그는 허직장이 그저 명궁의 실력만 지니고 있는 문신으로만 알고 있다. 만약 그가 허직장이 검술과 창술 그리고 비도술(飛刀術)에도 대단한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의 정체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허굉필은 그러한 자신의 진면목을 끝까지 숨기고자 한다. 그와 같이 은인 자중하고 있는 허직장이 한양의 밤을 지키면서 어떠한 일을 또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오대방과 오행수를 해치운 자들은 누구의 하수인들일까?...

나아가서 허직장이 앞으로 만나게 되는 인물들 곧 한양의 밤을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또한 허직장은 그가 비밀리에 간수하고 있는 그 치부책을 과연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