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7. 24. 08:57

허굉필() 허선비 이야기6(손진길 소설)

 

그날 허봉사가 강별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한가지 사항을 더 확인하고 있다; “수고 많이 했군요. 그런데 61일 새벽에 오대방의 상선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도 파악했나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강별장이 대답한다; “그날 첫새벽에 마포 나루터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슬쩍 물어보았더니 취중에 오돌석이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하하하저를 보고서는 그날 환송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어요. 비밀리에 조선을 떠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그것 참… “.

그 정도로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허굉필은 판윤 대감을 예방하여 자세한 수사보고를 드리고자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심교리를 만나서 한가지 사항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다음날 한성부의 수장인 김윤갑(金潤甲) 판윤 대감을 직접 보필하고 있는 심원익(沈元翼) 교리가 야경담당실무자인 허굉필 봉사를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만나고 있는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본다고 하면 불필요하게  다음과 같은 두가지 의심을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직접 상관이 아닌 정5품의 교리가 어째서 종8품인 야경담당 봉사를 따로 만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혹시 허봉사가 진급을 위하여 판윤 대감의 비서실장인 심교리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심교리는 비서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은밀한 방에서 허봉사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귀에 허봉사의 요청사항이 들려온다; “정보수집이 거의 끝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장을 덮쳐 인신매매범을 전부 체포하기 위하여 병력이 필요합니다!”.

심교리가 그 말을 듣자 허봉사에게 대답한다; “자세한 내용을 내가 물을 수는 없네요. 그러니 판윤 대감에게 먼저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얻으세요. 그러면 나는 필요한 병력을 얼마든지 제공하도록 하겠어요. 세부내용을 내가 몰라야 내 입에서 비밀이 새어 나가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니까요, 하하하… “.

그 말에 허봉사가 속으로 생각한다; ‘심교리야 말로 입이 무겁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신중한 사람이구나! 그러니 판윤 대감을 모시고 있는 심복인 것이야. 그 처신은 내가 배울 만한 것이구만... ‘.

그렇게 생각이 되자 허봉사가 45도로 깎듯이 절을 하면서 심교리에게 말한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먼저 약식보고를 드렸으니 저는 판윤 대감에게 상세하게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그러면 병력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믿고서 검거작전을 위한 세부계획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심교리가 먼저 판윤 대감에게 허봉사가 찾아왔다고 보고를 드렸기에 곧 예방허락이 떨어진다. 판윤의 집무실에서 허봉사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전부 김윤갑 대감에게 말씀드린다.

그러자 그가 결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61일 첫새벽에 마포 나루터에서 인신매매범 일당을 모조리 소탕하세요. 병력지원을 해야 하니 비서실에 나가서 심교리를 내 방에 들어오도록 말해주세요. 허봉사, 정말 수고 많이 했어요!... “.

심교리가 판윤 대감을 만나고 나오더니 기다리고 있는 허봉사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잘 되었습니다. 필요한 병력을 얼마든지 지원해주라고 지시하셨어요. 여기 별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한성부의 병력을 일부 지휘하고 있는 장인식(張仁植) 종사관을 불러오겠어요”.  

허봉사는 심교리의 말을 들으면서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고 있다. 그가 알기로는 한성부의 직제상 종5품인 판관 2명 가운데 한사람이 한성부의 병력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 아래에 종6품인 종사관이 있다. 그런데 심교리는 판관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종사관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허봉사가 속으로 생각한다; ‘5품인 교리는 본래 직제상 한성부에는 없는 자리이다. 그렇지만 판윤 대감이 크게 신임하고 있기에 정5품인 심교리를 개인적으로 비서실장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겠지. 교리를 실장으로 데리고 있기에 판윤 대감은 참으로 편리하겠군. 왜냐하면 ‘.

심교리가 아직 도착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허봉사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한성부의 병력을 총지휘하고 있는 종5품 판관보다 정5품 교리가 더 높은 자리가 아닌가! 판윤 대감의 비서가 더 품계가 높으니 그만큼 한성부에서 김윤갑 대감의 위세가 대단한 것이지. 게다가… ‘;

허봉사가 심교리의 행동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래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심교리는 판관에게 간 것이 아니야. 그 의미는 자신의 품계가 약간 높다고 하여 병력을 총괄하고 있는 판관에게 지시하는 무례를 가능하면 범하지 아니하려고 하는 의도야!... “.

허허라고 웃으면서 허봉사가 속으로 말을 맺는다; “사실 판관의 부하인 종사관에게 가서 협조를 얻어도 충분한 것이야. 남이 보기에도 정5품인 교리가 종6품인 종사관에게 지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거든. 허허허, 그것참 용의주도한 처세술이구만!... “.

시간이 지나자 심교리가 장인식(張仁植) 종사관을 데리고 허봉사가 홀로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말한다; “허봉사, 이분이 바로 한성부의 병력을 일부 지휘하고 있는 장인식 종사관입니다. 두 분이 이 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부디 판윤 대감이 관심을 두고 있는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를 바래요. 나는 이제 자리를 비켜주고자 합니다!... “.

심교리가 그 방을 떠나자 허굉필이 그 자리에서 장인식 종사관에게 깎듯이 절을 한다. 그러자 장인식도 정중하게 답례한다. 서로가 통성명을 하고 보니 인동 장씨인 장인식 종사관이 품계도 높지만 나이도 열살이상 많다;

따라서 허봉사가 겸손하게 말한다; “22살에 불과한 소직보다는 12살이나 연상이시고 또한 품계가 훨씬 높습니다. 그러니 제가 형님으로 알고 잘 모시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십시요!... “.

그 말을 듣자 장종사관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이거 나이가 많고 계급이 높다고 하여 형님 대접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군요. 오면서 심교리님의 말씀을 들으니 허봉사께서는 재작년 대과에서 차석을 한 수재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학문적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

그러면서 악수를 청한다. 허봉사는 생각보다 소탈한 장종사관이 마음에 든다. 따라서 정답게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작년에 관료생활을 시작하였기에 온통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저 아우로 알고서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그러면 이제부터 수사내용을 알기 쉽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허굉필장인식 종사관에게 그동안의 수사내용을 자세하게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병력이 필요한 이유는 61일 첫새벽에 마포 나루터에서 출발하는 오대방의 무역선을 급습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청나라에 끌려가는 처녀들을 구출하고 범인들을 일제 소탕하는 것이지요. 어느 정도의 병력이면 될 것 같습니까?... “.

장종사관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한다; “내가 지휘하고 있는 500명의 병력이면 충분히 소탕할 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한성부 옥사에 가두고 심문을 해야 하겠군요. 좋습니다. 우리 한번 속 시원하게 그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합시다!”.

역시 무관으로 잔뼈가 굵은 장종사관의 말이 호탕하다. 허봉사가 거듭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 184661일 첫새벽에 마포 나루터를 급습한다. 그날 무려 10대의 가마가 그 배에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상단의 짐이 실리고 호위무사와 행수가 부리고 있는 일꾼 등이 무려 200명이나 그 배에 승선하고 있다.

그날 가장 앞장서서 그 배를 급습하고 있는 인물이 강별장과 최다모이다. 그들은 복면을 하고서 그 배를 덮치고 있다. 하지만 나루터에서 그 모습을 허봉사가 정확하게 살피고 있다. 그는 그날따라 한손에는 강궁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화살을 쥐고 있다. 평소 문관의 티만 내고 있던 허봉사가 오늘은 마치 예리한 무사의 느낌을 보이고 있다.

강별장과 최다모가 노리고 있는 장소는 선박의 밑부분 밀실에 감금되어 있는 한양의 처녀들이다. 두사람은 한성부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인신매매범들에게 끌려가고 있던 처녀 20명을 구출하여 내고 있다. 그런데 상단의 호위무사들이 죽기 살기로 대항하고 있다.

나루터에서 무역선을 한시도 눈을 떼지 아니하고 살피고 있는 허굉필의 눈에 선상에서 강별장과 최다모를 노리고 돌진하고 있는 상단의 호위무사 5명이 포착이 되고 있다. ‘25’의 불리한 대결인데 마침 두사람을 도와주는 지근거리의 병력이 없다. 모두들 100명이 넘는 상단의 호위무사들을 상대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이다.

한성부의 병사들이 무술을 많이 연마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단의 호위무사들과 비교하니 그 실력에 차이가 난다. 호위무사들이 분명히 한수 위이다. 그들은 한성부 병사 두세 명 정도를 너끈하게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복면을 하고 있는 강별장과 최다모를 노리고 있는 호위무사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두사람이 뒤로 밀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허봉사가 강궁에서 화살을 발사한다;

 새벽의 찬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호위무사의 가슴에 직통으로 꽂히고 만다.

상당한 거리를 날아왔지만 그 힘이 보통이 아니다. 호위무사들은 놀랄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연이어 2개의 화살이 더 날아와서 두사람의 가슴에 적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정확한 솜씨이다. 간담이 서늘하다. 따라서 강별장과 최다모를 상대하던 호위무사 2명이 너무 놀라서 손발이 어지러워진다.

그 틈을 노려서 강별장과 최다모가 그들을 해치우고 있다. 그날 20명의 처녀를 구출하고 200명이나 되는 상단의 일꾼과 호위무사들을 전부 소탕하게 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오대방 상단의 대행수 1명과 행수 2명도 포박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