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7. 22. 13:54

허굉필() 허선비 이야기5(손진길 소설)

 

3. 인신매매조직을 소탕하다.

 

4월 하순에 접어들자 허굉필강천무 별장과 최선미 다모를 불러모아 수사회의를 가진다. 그들은 한성부 내에 있는 별도의 소회의실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외부인에게 수사내용을 기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허봉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수사한 내용을 일단 판윤 대감에게 보고했어요. 그랬더니 판윤 대감께서 고맙게도 자신을 직접 보좌하고 있는 심원익(沈元翼) 교리를 통하여 제게 수사경비를 보내어 왔어요. 우선 두 분에게 필요한 경비를 나누어 드립니다. 그러니 마음껏 수사를 진행해 주세요!... “;

강별장과 최다모가 허봉사로부터 돈을 받아서 언뜻 보니 상당한 금액이다. 충분한 뒷받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별장이 최다모를 한차례 쳐다본 다음에 대표로 허봉사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판윤 대감이 주신 돈을 모두 저희 두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것이 아닙니까? 액수가 너무 큽니다!... “.

그 말을 듣자 허굉필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열심히 수사나 하십시오. 필요한 경비는 내가 어떻게 윗전을 구워 삶아서라도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겠어요. 나도 쓸 만큼 수사비를 지원받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다만 한가지 말씀을 첨언하자면 일체 대외비로 수사를 진행해주세요. 잘못하면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가 될지 몰라서 미리 주의사항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

두사람이 다소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허봉사의 지시사항이 들려온다; “먼저 최다모는 오대방의 막내딸인 행수 오찬미(吳贊美)의 움직임을 내밀하게 살펴주세요. 그녀가 한양의 처녀들을 납치하는데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강별장은… “.

허굉필강천무의 얼굴을 보고서 말한다; “언제 오대방의 상단이 다시 무역선을 청나라로 보내는지를 확실하게 알아오세요. 그리고 다음번에도 처녀를 납치하여 그 배로 보낼 것인지도 파악하시고요. 아주 어려운 수사이지만 확실한 정보를 미리 얻어야 우리 한성부에서 검거작전을 개시할 수가 있어요. 자금이 필요하면 더 요청하세요.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

강별장과 최다모가 동시에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들은 한번 해볼 만한 수사라고 여기고 있다. 자신들을 믿고 큰 돈을 지원해주면서 수사를 부탁하고 있는 허봉사를 쳐다보니 비록 나이는 적지만 보통 배포가 아닌 것이다. 자신들이 드물게 좋은 상관을 만난 것이다.

최다모는 그때부터 오대방 상단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느라고 바쁘다. 그 상단에 들어가야 행수인 오찬미의 동태를 면밀하게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선미는 허봉사에게 부탁하여 한달간 휴가를 얻는다. 그리고 그 상단에서 호위무사와 일꾼을 뽑는다고 하기에 당장 지원한다.

최선미가 한성부에서 관비로 있으면서 다모로 일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그녀의 집안은 본래 어엿한 사대부였다. 그렇지만 당파싸움에 휘말리게 되어 그만 풍지박산이 되고 그녀의 모친 하수련(河水蓮)은 처녀의 몸으로 지방 관아에서 관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비록 관비이지만 학문이 있고 기품이 있는 하수련이기에 그녀의 신세를 가련하게 여긴 현령 최대환(崔大煥)이 그녀의 뒷배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딸이 태어나자 최대환은 한양으로 돌아올 때에 딸을 한성부에 관비로 넣어주었다. 또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딸에게 학문과 무예를 전수해주었다.

총명한 최선미는 부친으로부터 학문과 무예를 빠르게 배워서 익혔다;

 그 결과 18세가 되자 벌써 한성부의 다모(茶母)가 되었다. 그와 같은 그녀의 성장배경을 허봉사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친한 벗인 심한수(沈漢秀) 덕분이다.  하루는 허굉필이 필요한 서책을 구하기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한성부 서고에 들렀다.

마침 서고에서 서책을 정리하고 있던 심한수는 오래간만에 급제 동기이며 벗인 허굉필을 만나게 되자 무척 반가워하면서 최신소식을 전해준다; “여보게 굉필이, 내가 일전에 다모를 관리하고 있는 인사부의 주봉사와 술을 한잔 했어. 그때 참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었지. 그것이 자네를 보좌하고 있는 다모 최선미에 관한 이야기야!...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해박한 심한수가 자랑삼아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이 허굉필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최다모에 관한 것이므로 귀를 기울였다. 그때 심한수가 이야기한 내용이 바로 최선미의 모친과 부친 그리고 외가 조상들의 이야기였다.

허굉필심한수로부터 최선미 다모의 일신상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체 그녀에게 내색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녀 가슴의 한과 상처를 구태여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다모의 학문과 무예가 상당하다고 심봉사가 말하고 있으므로 허봉사는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러한 성장배경을 가진 21세의 최선미가 당차게도 오대방의 상단에서 그해 4월말에 호위무사를 선발한다고 하므로 여인의 몸이지만 응시를 한다. 결과는 합격이다. 따라서 그녀는 5월에 접어들자 상단에서 근무하기를 시작하고 있다. 다행히 최선미가 상단의 젊은 행수 오찬미를 수행하는 무사가 되고 있다.

보름동안 최선미가 열심히 오찬미를 수행하면서 그녀의 성격과 하는 일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녀의 성격은 이미 최다모가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그런데 그녀가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선미가 실로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최다모가 보기에 오찬미는 돈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손을 대고자 한다. 그것도 가장 돈이 많이 벌리는 일을 선호한다. 가장 큰 돈이 되는 것이 한양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규수를 납치하여 청국에 데려가서 큰 돈을 받고 넘기는 것이다. 인신매매라는 극악한 장사이지만 그녀는 그 일을 서슴지 아니하고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찬미는 자신이 부리는 무사에게 엄청난 보수를 주고 있다. 따라서 상단에서는 행수 오찬미를 배신할 수 있는 호위무사가 없다. 그녀의 대담한 성격을 보고서 최선미는 혀를 차고 있다. 그리고 행수 오찬미가 자행하고 있는 일이 큰 이문을 남기는 장사이기에 욕심이 많은 부친 오대방이 마냥 모른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보를 상세하게 파악하게 된 최다모가 은밀하게 상관인 허굉필에게 보고한다. 그 정도의 정보이면 충분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 따라서 허봉사는 5월 중순이 끝나기 전에 강별장에게서 한가지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것은 언제 어디에서 오대방의 상선이 청국으로 출발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강천무 별장은 오대방 상단의 호위무사 오돌석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오돌석은 상단의 주인 오대방의 일가이므로 다른 호위무사보다는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강별장이 오돌석으로부터 고급정보를 얻고자 고심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돈이 들더라도 강별장이 오돌석을 기방으로 데리고 가서 만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일이 그해 1846520일에 성사가 된다. 그동안 강천무오돌석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아니하고 있다. 그저 무과를 준비하고 있는 한량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 돈이 좀 생겼으니 즐겁게 기방에 가서 한잔하자고 그를 유인한다. 기방을 좋아하는 무사 오돌석이 별로 의심없이 그 제안을 받아 들인다. 강별장은 전번처럼 귀중한 정보를 얻고자 고의로 그를 크게 취하게 만들고 있다. 돈을 주고 수완이 좋은 기생에게 부탁하여 오돌석 옆에 붙여준 것이다.

사내는 술에 취하게 되면 자기 과시를 하는 법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오돌석의 행태가 그러하다; “여보게 강천무, 나는 말야, 다음달 1일에 배를 타고 청나라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 대국 구경을 하게 되었지. 내가 다녀와서 그대에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겠네, 하하하“.

그 말을 듣자 내심 긴장하면서 강별장이 질문한다; “여보게 돌석이, 자네 정말 출세했구만. 내달 초에 청나라에 들어가서 대국의 풍물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야. 참으로 부러우이!... 그래, 상선에서 자네가 맡은 일은 무엇인가? 아마도 엄청 중요한 일이겠지!.... “.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묻고 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매우 귀한 정보가 대답으로 들려온다; “하하하, 나야 가장 값이 나가는 물건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지. , 그것이 청나라가 그토록 탐을 내는 물건이지. 아마 그 옛날 원나라도 그러하다고 했지. 조선여인의 아름다움과 똑똑함을 그들이 먼저 알아보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 그 값이 대단하지, 하하하“.

그 정도의 정보이면 충분하다. 다음날 강별장은 상관인 허봉사에게 그대로 보고한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한 허굉필이 시간을 내어 한성부 판윤을 직접 보좌하고 있는 교리 심원익을 찾아간다. 은밀하게 허봉사가 심교리에게 무엇을 부탁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