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75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5(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5(손진길 소설) 정월 하순 조선의 밤은 춥다. 그렇지만 주막에서는 여러 손님이 자고 가는 봉놋방에 군불을 많이 지펴 두었기에 밤새 방안의 온기가 상당하다. 다만 한옥집은 단열이 되지 아니하여 이불속과 아래목은 굉장히 뜨끈뜨끈하지만 동시에 외풍과 위풍이 너무 심하다. 그 온도 차이 때문에 겨울철에 감기 걸리기가 딱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허굉필 일행은 절절 끓는 구들방에서 하룻밤을 푹 쉬고 아침 일찍 뜨끈한 국밥을 주막에서 사 먹는다. 그 다음에 허굉필과 최선미는 모친 하수련을 수원의 관아로 데려다 준다. 물론 그 전에 허굉필은 최선미로 하여금 모친에게 용돈을 넉넉하게 주라고 미리 조치를 해 둔다. 딸이 주는 돈을 받으면서 하수련은 사위가 되는 허좌랑에게 인사한다; “고마워..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4(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4(손진길 소설) 수원 유수부에 허굉필과 최선미가 도착한 때가 저녁 늦은 시간이다. 최다모의 부친인 최대환과 저녁식사를 일찍 하고 수원관청으로 말을 타고 왔지만 그만 늦은 시간이 되고 만 것이다. 어떻게 하면 최선미의 모친인 하수련을 은밀하게 만날 수가 있을까?... 역시 기지를 발휘하는데 있어서는 최다모가 허좌랑보다는 한 수 위이다. 특히 관비들의 생활에 있어서는 체험적으로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선미가 문지기에게 다가가서 슬쩍 엽전을 쥐어 주고서 부탁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절절하다; “저의 모친이 여기서 침모로 일하고 있는 관비 하수련입니다. 제가 오래간만에 한성부에서 볼 일이 있어 수원에 온 김에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주막에..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3(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3(손진길 소설) 7. 최다모의 부모를 은밀하게 만나고 구례로 밀행하는 허굉필과 최선미 조선의 24대왕 헌종 15년인 1849년 1월 21일 아침에 허굉필이 최선미와 함께 남대문을 통과하여 한양을 벗어나고 있다. 그들이 남행길에 나서는 것이다. 전라도 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구례현으로 가자면 한양에서 남행하여 천리가 넘는 길을 부지런히 가야만 한다; 남대문을 통과할 때에는 대과동기인 윤일윤 직장이 좌랑 허굉필에게 구례현감으로 잘 부임하시라고 직접 배웅을 해주고 있다. 윤직장과 헤어진 허좌랑과 최다모는 남대문을 벗어난 다음 곧장 교외지역에 있는 마시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건장한 두 필의 말을 구입하여 각각 나누어 타고서 남쪽으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막상 한양을 떠나게 되자 허굉..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2(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2(손진길 소설) 두 대신이 처음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도중에 이판 김용범 대감의 일갈이 나타난다; “조명우 영감, 우리 안동 김씨는 그동안 조정에서 풍양 조씨를 정치적 조력자로 알고서 함께 조선의 안녕과 발전을 위하여 모든 수고를 다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나의 날개를 꺾기 위하여 교묘하게 내 아들을 살인범으로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조명우 영감이 김대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서 말한다; “김대감, 지나친 억측의 말씀을 삼가하세요. 우리 풍양 조씨가 재작년 영수의 죽음으로 그 세가 크게 꺾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정에서는 두번째의 세력입니다. 그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요; 내 아들이 일부러 김대감 아들에게 덫을..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1(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1(손진길 소설) 그런데 허주부가 다음날 출근하자 그의 집무실로 한사람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이판 김용범 대감을 모시고 있는 교리 장천웅(張天雄)이라고 말하면서 긴히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한다. 허주부가 그를 자리에 앉게 하고 최다모에게 차대접을 부탁한다. 최다모가 차를 두고서 집무실을 나서자 장교리가 천천히 입을 뗀다; “전날밤 종로의 기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현장에 허주부께서 직접 나타나서 사건조사를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모시는 김대감의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쓰고서 한성부에 구금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입니다… “; 묘하게도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 그러면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장교리가 자꾸만 허주부의 표정을 읽고자 한다. 허주부는..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0(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20(손진길 소설) 6. 한밤중 종로 기방의 살인사건 두사람이 돌아오자 홍종사관이 급히 질문한다; “허직장, 추격하던 마차 둘은 어떻게 되었는가?”. 허굉필이 상심한 표정으로 보고한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마차를 그대로 몰고서 바다로 뛰어들고 말았어요. 낭떠러지에서 발생한 일이라 미처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낭패입니다… “. 그 말을 듣자 홍종사관이 허직장을 위로한다; “나중에 그 흔적을 찾으면 되겠지요. 어쨌든 오늘의 작전은 대성공입니다. 밀수꾼들을 전부 소탕했어요. 왜선까지 나포를 하였으니 성공이고 말고요. 하지만 끝까지 항복하지 아니하고 무영 남매와 부두목 장우가 대항하였기에 그만 죽고 말았어요. 그 때문에 우리 병사들도 절반이나 전사하고 말았지요; 강무관도 부상을 입..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9(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9(손진길 소설) 허굉필은 금위영의 홍종사관을 만난 다음에 이틀이 지나자 한성부 판윤 김윤갑(金潤甲) 대감을 모시고 있는 교리 심원익(沈元翼)을 방문한다. 그와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허직장은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무영의 불법밀수 건을 설명한다. 그리고 심교리를 통하여 판윤 대감의 도움을 얻어내고자 한다; 그것이 두가지 요청이다; 하나는, 자신과 강무관 그리고 최다모의 출장을 허가해 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동래부사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서신을 써달라는 것이다. 심교리의 보고를 받자 판윤 김윤갑 대감이 집무실로 허직장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직접 허굉필로부터 자세한 상황설명을 듣는다. 그 다음에 판윤 대감이 허직장에게 말한다; “자네가 필요로 하고 있는 요청에 대해서는 내가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8(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8(손진길 소설) 진실로 최다모(崔茶母)가 놀라운 제안을 한다; “몇 년 내 우리가 지방의 관아로 가게 되면 내적으로는 부부가 될 것이고 자녀가 생산이 되겠지요. 그때 우리의 자식들의 신분을 관노(官奴)로 그냥 둘 수는 없어요. 신분을 당장 평민으로 만들자면 많은 재물이 필요해요. 나으리는 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실 생각이세요?... “; 역시 최선미(崔善美)는 똑똑한 여인이다. 벌써 수년후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있다. 허굉필로서는 당장 해결방법이 없어서 그녀의 눈만 쳐다보고 있다. 그때 그녀의 대범한 구상이 들려온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그 은괴와 철전을 모조리 호조(戶曹)에 넘길 필요가 없지요. 그 중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우리가 은밀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나는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7(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7(손진길 소설) 허굉필이 몰고 있는 쌍두마차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그 이유는 마차에 싣고 있는 짐이 궤짝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괴 120개를 2개의 상자에 나누어 싣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낮 시간 동안 하루에 200리나 되는 길을 매일 달리고 있다. 그렇게 허굉필이 열심히 쌍두마차를 계속 몰았더니 엿새가 지나자 벌써 한양성이 멀리 보이고 있다. 한양에 들어서기 전에 허굉필은 가장 먼저 우시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동래를 떠나올 때에 팔아버린 소와 비슷한 체격의 황소를 한 마리 구입한다; 허굉필은 마차에서 2마리의 말을 떼어내고 그 소가 마차를 끌 수 있도록 조치한다. 쌍두마차가 다시 우마차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시장 부근에 있는 마시장을 방문하여 두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6(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6(손진길 소설) 허굉필은 절영도를 떠나온 다음에 동래에 살고 있는 통역 김준우(金俊宇)와 헤어진다. 30대 중반의 사내인 김준우는 젊은 시절 동래 초량 왜관의 점포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다가 왜국말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아내가 그 점포에서 눈이 맞은 왜인 처녀이기 때문에 자연히 왜국말에 능통한 것이다. 동래를 떠난 허굉필은 천천히 거제도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당숙 허영도(許英道)를 다시 만나 5일전에 부탁한 환(換)을 받는다. 부자선주인 허영도 부부는 당질인 허굉필에게 환만 주는 것이 아니다. 차제에 그를 환영한다면서 아예 이웃에 살고 있는 딸과 사위를 전부 불러모아 잔치를 베풀고 있다; 큰딸 허금란(許錦蘭)은 멀리 진주(晋州)로 시집가서 그곳에서 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