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75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5(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5(손진길 소설) 1864년 가을에 양반신분을 회복한 다모(茶母) 최선미(崔善美)는 그때 비로소 한성부에서의 관비신세를 면하게 된다. 면천(免賤)이 되는 것만해도 당시로서는 대단한 일인데 일약 판관 하용만의 외손녀이며 종3품 집의 최대환의 딸로 인정이 되었으니 그 기쁨이 대단하다; 돌이켜 보면, 그녀는 20세가 되던 해 곧 1844년 가을에 한성부에서 야경 담담으로 일하게 된 1년 연상의 종8품 봉사(奉事) 벼슬의 허굉필을 만났다. 두사람은 직장 상사와 부하로 만난 사이이며 신분상으로는 양반과 관비의 신세로 만난 사이이지만 그 애틋함과 관심이 남달랐다. 허굉필은 최다모의 여장부다운 면모가 좋았다. 성격이 시원시원할 뿐만 아니라 무예도 뛰어나고 학문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일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4(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4(손진길 소설) 15. 관직에서 물러나 개인적으로 국제정세를 살피는 허선비 허굉필은 흥선대원군이 하지 아니하면 자신이 개인적으로 조선의 근대화에 투신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런 미련이 없이 정3품 이조참의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만다. 출세길로 말하자면 몇 년 후에 참판이 되고 그 다음에는 판서가 될 노른자위 이조의 참의 자리인데 그 미련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그가 사의를 표명하자 처음에는 흥선대원군이 만류하는 척을 한다. 그러나 그의 속셈을 따로 있다. 역시 자신이 집권하는데 있어서 공을 세운 공신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흥선대원군 자신의 입지와 권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좋은 것이다. 병조판서인 홍재덕과 참..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3(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3(손진길 소설) 허굉필은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는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가 이조(吏曹)에서 실무적으로 조정의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참의(參議)이므로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자연히 흥선대원군이 수하를 어떻게 조정에 심는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수법이 상당히 교묘하다. 그 이유는 그가 허굉필에게서 얻은 ‘오대방의 치부책’을 이용하여 오랜 세월 조정의 실세였던 안동 김씨의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당상관의 자리를 스스로 내어놓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치부와 더불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오대방의 치부책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기에 흥선대원군이 독대를 하여 당사자에게 으름장을 놓자 그들은 꼼짝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그렇게 흥선대원군의 신상..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2(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2(손진길 소설) 14. 격동의 1863년과 1864년을 한양에서 보내는 이조참의 허굉필 1863년 3월 5일 오후 늦게 허굉필이 몰고 있는 쌍두마차가 수원성에 도착한다. 다모 최선미는 오래간만에 친정부모를 만날 기대에 부풀고 있다. 따라서 어린 딸 허정순에게 속삭인다; “정순아, 이제 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만나볼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참으로 마음이 기쁘다!... “. 그녀의 속삭임을 마부석에서 듣고 있던 허굉필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선미 당신의 마음이 참으로 기쁜 모양이군요. 나도 모처럼 장인과 장모를 만나게 되었으니 좋아요. 그리고 빠르면 일 이년 내에 당신 외조부의 양반신분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때를 한번 기대해보세요, 하하하… “;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1(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1(손진길 소설) 허굉필의 가문은 본래 넓은 김해평야에서 큰 농사를 짓고 있는 대농(大農)의 집안이다. 지금은 가형인 허상필(許相弼)이 성혼하였지만 그는 분가하지 아니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짓고 있다. 고향에서 조상대대로 넓은 전답을 소유하고 있기에 허굉필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가 지방수령으로 지난 14년간 구례, 영덕, 김포, 거제에서 지내는 동안 한가지 발견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넓은 평야가 있는 김포를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는 농업소득과 어업소득으로 백성들이 생활을 꾸려가기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농업에 있어서 풍년이 계속되고 어업에 있어서 어획량이 많으면 문제가 크게 없지만 흉년이 들고 태풍 등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 그..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0(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50(손진길 소설) 1861년 9월에 들어서자 갑자기 하동 관아에서 청나라 말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 이인용이 거제 섬을 방문하여 허굉필 부사에게 예방을 요청하고 있다. 허부사는 매년 10월 하순이 되면 전라도 구례를 방문하는 길에 그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런데 금년에는 어쩐 일인지 그가 일찍 거제부의 관아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허부사는 즉시 병방 조문용(趙問勇)에게 그를 데리고 집무실로 오라고 지시한다. 잠시 후에 이인용이 조병방과 함께 부사의 집무실에 들어온다. 허부사는 조병방에게 젊은 다모 지조영(池朝英)에게 다과를 부탁해달라고 말한다. 조병방은 허부사의 말이 차만 들여 보내고 둘이서 대화를 할 것이니 자리를 피해달라고 하는 뜻인 줄 알아 듣고 있다. 허굉필이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9(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9(손진길 소설) 13. 거제부사 허굉필 집의의 활약 1861년 3월 보름에 종3품 허굉필 집의가 거제부사로 부임하여 업무를 시작한다. 허부사가 주로 맡고 있는 일은 이제 농정이 아니라 주민들의 어업보호와 연근해의 어장을 지키는 일이다; 허부사는 자신이 그동안 밟아온 지방수령의 자리가 상당히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전라도 남부의 구례현감을 시작으로 하여 경상도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영덕현의 현령으로 일한 다음에 왕도인 한양의 서부인 김포평야에서 김포군수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허굉필은 본래 경상도 남부의 김해평야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그가 묘한 인연으로 경기도의 김포군수가 되어 김포평야에서 지난 5년간 농정을 펼친 것이다. 허굉필이 보기에 자신의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8(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8(손진길 소설) 1860년 7월 20일 한밤중 자시(子時)가 시작되고 1식경 정도가 지났을 때에 종로의 골목안에 자리잡고 있는 쌍문점(雙聞店)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24명의 무인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싸고 검은 복면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등에는 장검이 하나씩 메어져 있다. 그 중의 한사람의 무인은 손에 강궁을 들고 있으며 허리춤에는 화살통이 걸려 있다. 그리고 등에도 화살통이 또 하나 메어져 있다. 대충 보아도 그 화살의 수가 20개나 된다. 그 자가 바로 장령 허굉필이다. 쌍문점 정문에는 두사람의 무사가 서있다. 그들이 수상한 자의 출입을 막고 있다. 그것을 멀리서 본 허장령이 두대의 화살을 한꺼번에 그곳으로 날린다. 정확하게 2명..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7(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7(손진길 소설) 이듬해 1859년 기미년(己未年)은 훗날 철종이라고 불리게 되는 19세의 강화도령이 조선의 임금이 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는 29세가 되었기에 철종이 친정(親政)을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는 임금의 정치적인 권한을 대부분 조정대신들에게 맡겨 놓고 정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있다. 그 이유를 백성들이 두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강화도령은 본래 임금이 될 수 있는 소양과 자질이 전혀 없기에 세도정치를 펼치고 있는 안동 김씨에 의하여 선택이 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겨우 소학(小學)만 익히고 있는 임금이기에 정사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모르는 것을 붙들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조정대신들에게 국사를 맡기는 편이 훨씬 ..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6(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46(손진길 소설) 12. 흥선군의 구명의 은인이 되다 1858년 12월 12일 밤이다. 한해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12월 중순에 들어서서 그런지 한양의 밤이 흥청거리고 있다. 날씨는 차갑지만 종로의 기방은 부호들과 높은 관리들이 망년회를 겸하여 매일 밤 모임을 가지고 있기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자연히 왕족에 속하는 흥선군도 한해동안 자신을 지키느라고 수고한 호위무사들과 자신의 두뇌가 되어 주고 있는 문객들에게 한턱을 내느라고 기방을 빌려서 하룻밤을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을 무복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허굉필이 무심한 듯이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 모임이 끝나자 모두들 별로 멀지 아니한 흥선군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뒤를 멀찍이 허굉필이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