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20

사바 사바 사바하10(손진길 소설) 4. 서울에서 지방으로 다시 서울로

사바 사바 사바하10(손진길 소설) 4. 서울에서 지방으로 다시 서울로 정종수는 서기 1976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수료한후 군법무관 생활을 했다. 그리고1980년에는 전역을 하고 평검사로 발령을 받아 경주지청으로 오게 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부모님을 떠나 경주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하루는 경주지청으로 대학동창인 강한욱이 찾아온다. 정종수는 대학친구 강한욱이 대구지방검찰청에서 평검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 자신이 인사를 가기 전에 그가 먼저 찾아온 것이다. 따라서 반갑게 맞이한다. 정종수는 그를 데리고 가까이 있는 귀로다방에 들린다. 친구 강한욱은 정종수 자신보다 고시가 1년 빠르다. 그렇지만 서울법대 법학과에서 같은 학년으로 친한 사이이기에 ..

사바 사바 사바하9(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9(손진길 소설) 서기 1975년 2월 26일(수) 정오에 서울시 동숭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운동장에서 제29회 졸업식이 거행된다. 이듬해부터는 관악산에 있는 서울대 종합캠퍼스에서 졸업식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동숭동에서 거행이 되는 졸업식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와 같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는 서울대학생들은 일찍 도착하여 문리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들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고색 찬란한 건물들과 마로니에 광장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날 졸업식에는 송원길과 정종수가 참석하고 있다. 송원길은 이번에 공대 항공학과를 졸업하지만 벌써 한전에 취직이 되어 쌍문동에 있는 연수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항공학을 전공했지만 그 분야에 ..

사바 사바 사바하8(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8(손진길 소설) 서기 1970년대는 한국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는 기간이지만 그 반면에 한국의 민주화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빠른 경제성장을 위하여 개발독재가 허용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인 한국에서는 군부출신의 박정희 정권이 독재권력을 휘두르면서 먼저 많은 차관을 도입하여 경제건설에 필요한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그 다음 그들을 앞장세워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큰 성과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을 국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자신감을 얻은 박정희 대통령은 두차례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성공적으로 조기에 마무리되어 나가는 것을 보고서 그 성과를 크게 선전하면서 1969년에 과감하게 대통령의 3선 연임을 허용하는 헌법개정에 나..

사바 사바 사바하7(손진길 소설) 3. 이촌향도,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들다.

사바 사바 사바하7(손진길 소설) 3. 이촌향도,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들다. 정종수의 집이 서울 종로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종수의 부모님은 서울에 이사를 할 때에 벌써 서울대 본부가 있는 종로구에서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맹모삼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 그것도 공부를 엄청 잘하는 아들을 위하여 서울대가 있는 인근에서 살기로 하고 한식당도 그곳 가까이에서 구했다; 그 덕택에 우창윤은 기요한 동창회장의 집을 나와 모친을 모시고 그 집의 큰 방 하나를 빌려서 살게 된다. 그리고 김법승도 정종수의 집에 기거하면서 같은 종로구에 있는 재수학원에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서울대 특별반’에서 공부하게 된다. 다만 송원길은 보름간 그 집에서 지내다가 서울대 교양과정부가 자리잡고..

사바 사바 사바하6(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6(손진길 소설) 서기 1971년 1월 19일에 서울대학교에서는 각 단과대학별로 입학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법대를 지원하고 있는 정종수는 일찍 법대 건물로 이동하여 19일과 20일 양일간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김법승과 송원길은 장소만 다르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를 지원한 김법승이 동숭동 문리대에서 입학시험을 보고 있다; 공대 항공과를 지원한 송원길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공릉동 캠퍼스에서 양일간 입시를 치르고 있다; 벌써 서울법대 1학년을 마치고 있는 우창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정종수가 입시를 치르고 있는 법대건물을 찾아오고 있다. 그는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교문을 통과하고 있는 정종수를 일찍 만나서 격려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사바 사바 사바하5(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5(손진길 소설) 서기 1968년 12월초에 경주고등학교 1학년인 김법승이 하교하여 집이 있는 노동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여전히 그 골목길을 빨리 지나치고자 모자를 눌러쓰고서 휑하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앞쪽에서 ‘법승아’라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김법승이 깜짝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급히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도대체 누구일까?’ 의아하여 김법승이 전면을 주시하자 교복을 입은 우창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법승은 반가운 마음이 앞서서 빨리 말한다; “창윤이 형, 이거 어떻게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나요?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우창윤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무 일도 없다. 나는 갑자기 ..

사바 사바 사바하4(손진길 소설) 2. 그 골목에는 누가 남는가?

사바 사바 사바하4(손진길 소설) 2. 그 골목에는 누가 남는가? 서기 1965년 여름에 우창윤은 중학교 2학년이다. 그리고 김법승과 송원길은 중학교 1학년이다. 우창윤은 같은 골목에서 뛰어놀던 동갑내기 죽마고우 정종수가 서울로 이사를 가버리고 나자 처음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경주중학교에 입학하여 새로 친구를 사귀고 공부에 전념하느라 옛날 생각을 잊어버리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두 달에 한번씩 서울에서 부친이 열차로 경주에 와서 아들 우창윤이를 보고 간다; 그때마다 두 달치 생활비도 충분하게 주고 가기에 우창윤이는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다. 부친 우병찬은 아들 창윤이가 똑똑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얼마나 기특하게 여기는지 모른다. 서울의 아내 사이..

사바 사바 사바하3(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3(손진길 소설) 서기 1963년말이 되자 정종수와 우창윤은 국민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김법승과 송원길은 한해 아래이므로 5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이다. 그들은 오래간만에 골목길에서 만나 옛날 생각을 하면서 말뚝박기 놀이를 해보고 있다; 몇 번을 해보더니 정종수가 말한다; “이거, 어릴 때처럼 재미가 없구나. 이제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면 오늘은 우리집에 가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오래간만에 우리 엄마가 너희들을 초청하고 있어!... “. 그 말을 듣더니 정종수와 동갑인 우창윤이 말한다; “어, 오늘은 종수 네 생일이 아닌데?... 어쩐 일이야?... 이번에 종수 네가 전교 1등을 했다고 부모님이 한턱 내시는 거야?... “. ..

사바 사바 사바하2(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2(손진길 소설) 서기 1958년 여름에 방학을 맞이한 정종수와 우창윤이 오래간만에 골목길에 나와서 한살이 적은 동무인 김법승이와 송원길이와 함께 땅따먹기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국민학교 1학년에 입학해버린 한 살 위의 두 형들이 없어서 별로 신나게 골목에서 뛰놀지 못하고 지내던 김법승이와 송원길이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무척 신이나 있다. 그 좁은 길을 삿갓을 푹 내려쓴 도인 한사람이 접어들고 있다. 삿갓 아래에 제법 긴 수염이 언뜻 보이고 있는데 흰색과 검은색이 보기 좋게 어울려 있다. 동네 꼬마 4명이 마치 골목길을 전부 세낸 것처럼 다 차지하고 있기에 그 나이가 든 도인이 일단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양을 천천히 보고 있다. 한참 땅따먹기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

사바 사바 사바하1(손진길 소설) 1. 동네 꼬마들이 부르는 사바 사바 사바하

사바 사바 사바하1(손진길 소설) 1. 동네 꼬마들이 부르는 사바 사바 사바하 좁다란 골목길이다. 리어카가 한대 지나면 조금의 여유밖에 남지 아니하는 좁은 골목길이다. 골목길의 길이가 고작 50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그 좁은 골목길을 마치 운동장처럼 넓다고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뛰놀고 있는 동네 꼬마 4명이 있다. 꼬마들의 이름이 정종수, 우창윤, 김법승, 그리고 송원길이다. 모두가 아직 국민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나이이다. 동무 사이 나이는 약간 다르다. 정종수와 우창윤이 한국나이로 7살이고 김법승과 송원길은 6살인 것이다. 그들이 서로 동무가 되어 함께 놀이를 하면서 골목길에서 뛰놀 수 있는 이유는 그 동네에는 또래의 남자아이가 그들 4명이기 때문이다. 동네 꼬마들의 옷이 별로 더러워 보이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