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3. 25. 07:31

사바 사바 사바하6(손진길 소설)

 

서기 1971119일에 서울대학교에서는 각 단과대학별로 입학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법대를 지원하고 있는 정종수는 일찍 법대 건물로 이동하여 19일과 20일 양일간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김법승과 송원길은 장소만 다르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를 지원한 김법승이 동숭동 문리대에서 입학시험을 보고 있다;

 공대 항공과를 지원한 송원길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공릉동 캠퍼스에서 양일간 입시를 치르고 있다;

벌써 서울법대 1학년을 마치고 있는 우창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정종수가 입시를 치르고 있는 법대건물을 찾아오고 있다. 그는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교문을 통과하고 있는 정종수를 일찍 만나서 격려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때 우창윤이 정종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종수야, 내가 말한 그 재수학원에서 수없이 반복하여 습득한 그 지식을 활용하여 입시를 잘 치루어라. 그렇게만 하면 합격이 된다. 나도 그렇게 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게야!... “.

그 말을 듣자 정종수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래, 창윤아,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마치 전투를 치르러 출정하고 있는 로마병정과 같다.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 재수학원에서 엄청 연습한대로 실전만 치르면 되는 것이니까!... “.

정종수의 각오와 장담이 남다르다. 그런데 그의 말이 사실이다. 그는 열흘 후에 발표된 신문지상의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발표를 확인하고서 우창윤이 서울에 있는 정종수의 집에 전화를 내면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 그는 속으로 죽마고우인 정종수가 합격하기를 엄청 소원한 것이다;

우창윤이 옛날 골목길 사총사가 서울대학교에서 전부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였는데 한해 아래인 김법승과 송원길의 경우에는 절반의 성공만이 나타나고 있다. 공대 항공학과에 응시한 송원길은 무난하게 합격하고 있다. 그러나 김법승의 경우에는 문리대 철학과에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

120일 입학시험이 끝나자 김법승과 송원길 두사람이 모두 고향 경주집에 내려가 있다. 그것을 보고서 우창윤이 시간을 내어 서울에 살고 있는 정종수와 상의하고 그와  함께 새로 개통이 된 고속도로를 타고서 고속버스로 경주에 가고 있다;

그 결과 서울 동대문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채 5시간도 걸리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사바 사바 사바하주문처럼 마법과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는 서울 변두리 청량리 역에서 오후에 중앙선 열차를 타고서 밤새도록 달려서 다음날 새벽이 되어야 경주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1970년에 경부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정말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요컨대, 서울과 부산이 하루 생활권으로 완전히 변모한 것이다. 따라서 1970년대초에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한 박정희 정권이 이제는 그 놀라운 성취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부산에서 잡은 생선을 새벽에 박스에 담아 서울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 전달하고 당일 서울에서 볼일을 몇 시간 보고나서 다시 부산까지 고속버스로 갈 수가 있다. 그러므로 서울과 부산이 이제는 일일 생활권인 것이다”.

그러한 선전이 계속되자 호남권에서도 고속도로를 빨리 건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 혜택을 같이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 호남 푸대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상도 사람이니 경부간 고속도로를 먼저 건설하고 산업공단도 그 지역에만 배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규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것이 아니고 멀리 구미지역으로 가는 수출항구가 부산에 있으니 자연히 경부간 고속도로가 먼저 생기고 그 길에 산업공단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고 은근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지역감정이 수그러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이 1962년부터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계속 실시하여 왔는데 그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적으로 잘사는 고장은 비옥한 호남평야를 지니고 있는 전라도 지방이었다. 일례로, 경상도에서는 경주 교리 최부자라고 하는 만석꾼의 이름이 겨우 회자되고 있지만 전라도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나주 평야 곡창지대에서도 만석꾼이 여럿 있다. 그들이 농한기 겨울에 소 뼈를 계속 고고 그 국물에 고기국을 끓여 먹었기에 오늘날에도 나주 곰탕이 유명하다;

 그리고 전국 최고 부자는 수리시설이 좋은 전북 부안과 김제지역에 대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제시대만 하더라도 1930년대에 농지 값이 크게 떨어지기 전에 조선 제일부자인 김제와 부안의 김씨 갑부 집에서 두 아들이 10만석 전답을 전부 팔고 그 돈을 나누어 서울로 올라가서 민족적으로 의미 있는 큰 일을 했다. 큰 아들은 언론 및 교육사업에 투자하고 차남은 삼양사 기업을 차리면서 산업보국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한편, 경주에 도착한 우창윤과 정종수가 노동 골목길 초입에 있는 송원길의 집을 먼저 방문한다. 마침 송원길이 집에 있다. 3사람이 다시 만나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우창윤과 정종수가 먼저 말한다; “원길아, 축하한다. 이제는 서울 공대생이 되었구나!... “.

그러자 송원길이 씨익 웃으면서 대꾸한다; “늦었지만 종수 형, 그리고 창윤이 형, 모두 축하합니다. 두사람이 이제는 서울 법대생 1학년과 2학년이 되었으니 참으로 우리 동네의 겹 경사입니다. 그렇게 매년 서울법대에 합격생이 탄생한 것은 아마 우리 고향 경주의 역사에 있어서 처음일 것입니다, 하하하… “;

그렇게 서로 축하를 한 다음에 우창윤이 말한다; “그런데 김법승이가 이번에 합격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격려하기 위하여 일부러 서울에서 왔다. 그러니 원길아, 우리 함께 그를 찾아보도록 하자꾸나!... “.

세 사람이 가까이 있는 이웃 김법승의 집을 방문한다. 마침 김법승이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다. 부모님이 모두 외출을 하신 모양이다. 세 친구를 맞이한 김법승이 부끄러운 듯이 말을 꺼낸다; “나는 이번에 입시에 낙방했어요. 미안해요… “.

그 말을 듣자 정종수가 먼저 말한다; “법승아,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다. 나도 일년간 재수하여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러니 이제 법승이 너도 나와 같은 길을 걸으면 된다. 내년에는 반드시 나처럼 합격할 수가 있다. 그 방법을 알려주려고 내가 창윤이와 함께 일부러 너를 찾아왔다… “.

김법승은 귀가 번쩍 뜨인다. 그래서 빠르게 묻는다; “종수형, 그 비결이 무엇인데?... “. 정종수가 신중하게 대답한다; “내가 작년에 낙방하였을 때에 창윤이가 찾아와서 알려주었지. 그가 다니던 재수학원이 있는데 그곳서울대 특별반에서 공부하기만 하면 합격률이 무척 높다고 하더라. 물론 그곳에는 특별반 편성시험이 있다… “;

김법승의 눈에서 갑자기 생기가 돈다. 그가 굳은 결의를 가지고 말한다; “좋아요. 내가 서울대에 들어가서 우리 골목 사총사가 다시 뭉칠 수만 있다면 그 재수학원 서울대 특별반에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그 위치를 알려주세요. 내가 상경하여 시험을 볼 테니까요!… “.

정종수가 종로에 있는 그 재수학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온 종이를 김법승에게 건네 준다. 미리 준비하여 온 것이다. 그만큼 김법승을 그 재수학원에 보내어 서울대생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뜨거운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어린 시절 그 골목길에서 함께 뛰어놀던 그 마법과 같은 순수한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 네 사람이 함께 경주 변두리에 있는 우창윤의 집을 찾아간다. 모친 이신옥은 그날도 콩나물을 팔기 위하여 시장통에 나가 있다. 따라서 세 친구를 자기 집에 잠시 기다리게 하고 우창윤이 아래시장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콩나물을 팔고 있다. 그 옛날 곱던 모친의 얼굴이 풍상에 절어 있는 것만 같다;

 효자 우창윤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는 잠시 서서 마음을 진정한 다음에 모친에게 다가간다.

서울서 자신을 찾아온 아들 우창윤의 모습을 보고서 이신옥이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콩나물이 문제가 아니라 아들을 만나는 것이 먼저이다.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며 그녀의 희망인 우창윤이다.

이신옥은 남이 보고 있는 그 시장통에서도 스스럼없이 아들을 품에 안는다. 이제는 덩치가 자기보다 엄청 크지만 그녀의 생각에는 여전히 어린 아들만 같다. 그리고 그녀가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 “장한 내 아들 창윤아, 잘 왔다. 이 에미가 보고 싶어 그 먼 길을 왔구나. 그래 식사는 했니?...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우창윤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래서 눈물을 떨구면서 말한다; “엄마, 내가 왔으니 이제는 콩나물 시루를 거두고 함께 집으로 갑시다. 내 친구들도 우리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는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를 가야해요!… “.

아들 우창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신옥 여사가 금방 이해하고 있다. 그동안 2년간 아들이 편지를 통하여 수없이 반복하여 말하던 그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저는 빨리 돈을 벌어서 독립하고 어머니를 서울에서 편하게 모시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그 길을 반드시 개척할 것이니까요!... “;

그런데 한달 전에는 정말 그 일이 실현되고 있는지 우창윤의 구체적인 글이 편지에 적혀 있었다; “어머니, 제가 친구 정종수의 부모님을 만나 뵙고 상의를 했어요. 두 분은 저 보고 동창회장 집에 더 이상 폐를 끼치지 말고 자기들 집이 넓으니 경주의 모친을 모시고 와서 함께 지내라고 말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집을 파시고 상경할 준비를 하세요. 제가 1월말에 모시러 갈 겁니다… “.

이신옥 여사는 똑똑한 아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따라서 벌써 집을 처분하고 1월말에 서울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아들이 도착하면 집을 명도하여 줄 것이라고 조건부로 부동산 매도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실정이므로 우창윤은 정종수와 함께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 3일을 모친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 사이에 송원길과 김법승도 상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함께 서울에 올라가서 일단 방이 많은 정종수의 집에 신세를 지면서 수업에 임할 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뭉친 4총사는 서울에서 어떻게 생활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