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3. 23. 00:16

사바 사바 사바하3(손진길 소설)

 

서기 1963년말이 되자 정종수와 우창윤은 국민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김법승과 송원길은 한해 아래이므로 5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이다. 그들은 오래간만에 골목길에서 만나 옛날 생각을 하면서 말뚝박기 놀이를 해보고 있다;

몇 번을 해보더니 정종수가 말한다; “이거, 어릴 때처럼 재미가 없구나. 이제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면 오늘은 우리집에 가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오래간만에 우리 엄마가 너희들을 초청하고 있어!... “.

그 말을 듣더니 정종수와 동갑인 우창윤이 말한다; “, 오늘은 종수 네 생일이 아닌데?... 어쩐 일이야?... 이번에 종수 네가 전교 1등을 했다고 부모님이 한턱 내시는 거야?... “.

그 말을 듣더니 정종수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내가 전교 1등을 했다고 부모님이 기분이 좋아서 점심식사 대접을 너희들에게 하시는 모양이다. 그렇게 알고 우리집으로 가자!... “.

함께 기분 좋게 정종수의 집으로 간다. 골목안에서 괜찮게 사는 집이라 기와집이 기품이 있고 멋스럽다. 종수가 동무들을 데리고 안방 옆에 있는 큰방으로 들어서니 한식으로 한상이 떡 벌어지게 벌써 차려져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법승과 송원길이 탄성을 지르듯이 말한다; “, 벌써 상이 차려져 있다. 오늘 점심식사가 마치 잔치집에서 차린 것 같다. 종수 형, 오늘 무슨 날이야?...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정종수가 얼굴을 돌리면서 말한다; “무슨 날이기는 무슨 날, 아무 날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내년 봄이면 중학생이 되니까 그런 거지…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우창윤의 안색이 변한다. 그리고 질끈 눈을 감는다. 그가 외면을 한 채 얼른 말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한상 차린 것을 우리들이 받는구나. 그저 국민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오니까 축하를 하려고 종수 부모님이 한턱 내시는 것이겠지. 그렇게 알고 우리 고맙게 먹도록 하자!... “.

그 말에 모두들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 씩 마주 보면서 앉는데 우창윤이 정종수 옆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를 한다; “종수야, 너무 큰상을 받게 되니 네 부모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려야 하겠는데, 집에 아니 계시는 모양이지?... “.

그 말을 듣자 정종수가 어른스럽게 말한다; “그래,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두분 다 식당에서 일하고 계셔. 엄마가 얼른 이 상을 차려 놓고 식당에 나가신 거야. 내가 창윤이 네 인사를 나중에 꼭 전해 주도록 하마. , 음식이 식겠다. 빨리 맛있게 먹자꾸나… “;

그 말을 듣고는 있지만 김법승과 송원길은 말이 없다. 그저 빨리 맛있는 음식을 먹기에 바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정종수의 얼굴에 서운한 듯 슬픈 기색이 슬쩍 나타나고 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우창윤이 얼른 동갑내기 종수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 있다.

그러자 정종수가 미소를 띄면서 절친 우창윤에게 말한다; “창윤아, 이거 작은 상으로는 네 우정에 답을 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맛있게 먹어 다오. 우리 다시 이렇게 한상에서 먹을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야. 내가 나중에 반드시 한턱을 낼께… “.

그 말에 우창윤의 얼굴에도 슬픈 기색이 슬쩍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곧 웃는 낯으로 말한다; “그래, 나중에 또 만나서 같이 식사하면 되지 뭐! 종수 네가 뭐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이 골목길을 벗어나 보아야 한국 안이다. 한국 안이면 내가 종수 너를 반드시 찾을 수가 있다… “;

그 말을 맞은 편에서 듣고 있던 김법승과 송원길이 맛있게 먹던 수저를 놓으면서 얼굴색이 달라지고 있다. 김법승이 먼저 어른스럽게 말한다; “아미타불, 창윤이 형,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 종수 형이 멀리 떠나려고 하는 거야. 거기가 어딘데 그래?... “.

그 말에 송원길이 잇따라 말한다; “나는 아미타불이 아니고 사바 사바 사바하다. 두형만 알고 우리는 모르고 있네. 우리는 그저 차려주는 밥이나 먹는 식충인가?... 같이 한 골목에서 함께 뛰어논 세월이 얼만데, 왜 우리에게는 비밀이야?... “.

그때서야 정종수가 고개를 슬쩍 숙이면서 말한다; “사실은 내가 이번에 서울에 있는 중학으로 진학하고자 해. 부모님이 같은 값이면 서울에서 공부하는 것이 내게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조치하시는 거야. 우리집은 일찍부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가 더 손님이 많다고 말씀하고 계시는 거지… “.

그 말에 덧붙여서 우창윤이 말하고 있다; “나도 어제서야 언뜻 종수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 들었다. 아무래도 종수 집이 서울로 이사를 갈지 모르겠다고 말이야. 벌써 종수 부모님이 서울에 가서 식당자리를 마련해 놓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한상 차려준 것 같애. 그렇게 알고 우리 맛있게 먹자꾸나… “.

그 말에 김법승과 송원길이 벌써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리고 송원길이 먼저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면서 말한다; “그러면, 종수 형은 언제 떠나는데?... 중학교 입학시험은 언제 치르게 되는데?... “;

정종수도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흘리다가 대답한다; “일주일 안으로 이사를 한다더라. 1월중순에 내가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서 입학시험을 보아야 하거든. 일정이 빡빡한 모양이야. 그런데 나는 경주에서 태어나 이집에 와서 지금까지 살았어. 처음 이사하는 거야… “;

그 말에 우창윤이 말한다; “종수야, 너하고 나는 철들면서 언제나 단짝이었어. 국민학교에 들어가서도 서로 전교 1등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말이야. 그런데 네가 그렇게 서울로 멀리 떠나고 나면 나는 어떡하나. 이제는 불알친구가 없어지는 건데… “.

정종수가 슬픈 얼굴로 말한다; “우리 집이 이사를 간다고 할 때 내가 제일 먼저 창윤이 네 얼굴이 떠오르더라. 내가 없으면 창윤이 네가 언제나 전교1등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하하, 내 친구 창윤아, 또 만나면 되지 뭐, 항상 1등을 해라. 그리고 서울서 명문대학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얼른 웃으면서 말한다; “종수 형, 울다가 곧바로 웃으면 어디서 솔이 나는지 알지. 그렇게 웃을 거면서 왜 슬픈 척을 해. 나도 나중에 대학은 서울로 갈 거야. 그래서 종수 형을 만날 거야. 그때 문전 박대하면 안돼, 알겠지 종수 형… “.  

그때서야 송원길도 한마디 한다; “이제서야 생각해보니 그래도 함께 골목에서 뛰놀던 그때가 더 좋았어. 그때는 학년 차이도 없고 누가 공부 잘하는지도 서로 몰랐잖아. 그런데 이제는 철이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서로 자기 일에 바빠지고 있어. 그리고 일년 차이인데 이제는 형 자를 붙이고 말이야. 그것이 조금은 어색해, 나는… “;

그 말을 듣자 정종수가 말한다; “나도, 철없이 온종일 골목에서 우리 네 사람이 함께 뛰놀던 그때가 그리워. 이제 서울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면 공부하는 일이 바빠서 나는 이곳 경주에 내려올 생각을 못할 것 같애. 그러니 너희 세 사람이 나중에 서울로 올라와야 돼. 그래야 우리 골목 사총사가 다시 뭉칠 수가 있는 거야. 알겠지 모두들!... “.  

그러자 우창윤이 이제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나도 반드시 대학은 서울로 진학한다. 그것도 종수 네가 들어가는 그 대학으로 갈 거야. 그러니 서울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제일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라, 종수야. 네가 제일 좋은 과에 들어가면 나도 그 과에 들어가서 다시 만나자꾸나. 알겠지, 종수야… “.

그 말에 정종수가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건 염려하지 말아라. 나는 가장 좋은 대학에 그것도 가장 좋은 과로 진학할 거야. 그러니 너희들도 그렇게 알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알겠지. 그러면 그렇게 우리끼리 약속하고 이제 밥을 먹자꾸나… “.

그날 정종수가 고향을 떠난다는 슬픈 소식이 있었지만 그 점심식사만은 맛이 있었다. 그래서 훗날 경주에 남아 있는 세 사람이 만나게 되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정종수는 서울중학교에 입학해서 잘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 우리들은 경주중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말이야… “;

그 다음 세사람의 결론이 항상 같다; “그렇지만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거야. 그날 맛있는 점심식사를 함께 했으니 같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만나야 하는 거야좋은 밥 얻어 먹은 값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게야… “.

어린 국민학교 시절에 한상 잘 얻어먹은 생각이 참으로 오래가는 모양이다. 그들이 훗날 서울대학에서 다시 만나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울에 있는 중학으로 진학한 정종수가 심심하지 아니하게 절친인 우창윤에게 편지를 내고 있다. 그 소식을 그는 골목친구인 김법승과 송원길에게 간간이 전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재미가 있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서울 정종수가 살고 있는 곳 큰 길에 육교라고 하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큰 신작로를 가로질러 갈 수 있는 다리라고 하는데 정종수가 편지에 그림까지 그려서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군의 날에는 일부러 여의도까지 가서 공군이 에어쇼를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1960년대 중반 군부출신의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던 시절이라 그렇게 국군의 날 행사가 멋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들 4명의 동네 꼬마들은 어느 사이에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늙는 것을 잘 몰라도 아이들이 커는 것은 눈에 크게 뜨이고 있다.

과연 그 사이에 어떤 특별한 일들이 그들에게 있는 것일까?... 그들이 어린시절 그 골목길에서 함께 뛰놀면서 심심하면 서로 사바 사바 사바하를 외치면서 지냈는데 정말 그들의 주문처럼 그들의 장래가 그렇게 마술 같은 모험으로 가득차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