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5(손진길 소설)
서기 1968년 12월초에 경주고등학교 1학년인 김법승이 하교하여 집이 있는 노동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여전히 그 골목길을 빨리 지나치고자 모자를 눌러쓰고서 휑하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앞쪽에서 ‘법승아’라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김법승이 깜짝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급히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도대체 누구일까?’ 의아하여 김법승이 전면을 주시하자 교복을 입은 우창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법승은 반가운 마음이 앞서서 빨리 말한다; “창윤이 형, 이거 어떻게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나요?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우창윤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무 일도 없다. 나는 갑자기 이 골목에 한번 와보고 싶어서 여기 와서 서성이고 있다. 그런데… “;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우창윤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설명한다; “법승이 네가 오는 것을 보고서 내가 놀라게 해주려고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하하… “. 그 말에 김법승이 따라서 웃으면서 말한다; “이거 내가 놀라도 좋으니까 자주 얼굴이나 봅시다. 같은 경주에 살면서 통 만날 수가 없으니 원… “.
그 말을 듣자 우창윤이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제는 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음 주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서울서 오래 지내게 되겠지… “.
김법승이 깜짝 놀라서 급히 묻는다; “그러면 형 집이 아예 서울로 이사를 가는 거야?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어떻게 하고?... “. 그 말에 우창윤이 조용히 설명한다; “나 혼자만 서울에 올라간다. 왜냐하면, 내 후원자인 동창회장이 나만 서울로 불렀거든… “.
의아한지 김법승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다; “동창회장이 누구인데 고등학교를 다 마치지도 못한 형을 서울로 불러 올리고 있지?... 그러면 창윤이 형 모친은 어떻게 하라고…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
그 말을 듣자 우창윤이 간략하게 요령껏 설명한다; “지금까지 전액장학금을 기부한 분이 바로 서울에 살고 있는 기요한 동창회장이시다. 그분이 모교의 명예를 빛내고자 나를 서울에 있는 재수학원에서 1년간 공부하여 서울대학교에 진학시키고자 하신다. 학교에서도 벌써 동의를 한 사항이다… “;
그제서야 김법승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구나. 그러면 모친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지?... “. 우창윤이 조용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지금은 내가 기요한 동창회장의 후원으로 그 집에서 먹고 자면서 서울의 학원에서 일년간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해야 할 입장이다. 그렇지만… “.
우창윤이 갑자기 결의에 찬 음성으로 말한다; “일단 대학에 합격만 하면 학교에 다니면서도 과외활동을 하여 돈을 벌 수가 있다. 그때 나는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어머니가 법승이 네게 연락을 취하실 것인데 그것이 괜찮겠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
그 말에 김법승이 즉시 대답한다; “괜찮고 말고.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창윤이 형, 나는 갑자기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그 동안에는 창윤이 형이 경주에 남아 있어서 내가 덜 외로웠는데 이제는 정말 골목 4총사 가운데 나만 이곳을 지키고 있으니 외롭기 그지없다. 이래도 되는 거야, 창윤이 형?... “.
그 말을 웃음으로 받으면서 우창윤이 말한다; “그러니 법승아, 너도 열심히 2년간 공부하여 반드시 서울대학에 들어오너라. 내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다. 그러면 우리 4총사가 모두 그곳에서 기쁘게 만날 수가 있는 게야!... “.
그러한 대화를 나누고 두사람이 헤어졌는데 정말 2년 동안 전혀 서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구에서 공부하고 있는 송원길은 방학이 되어도 전혀 고향인 경주에 내려오지 아니하고 있다. 서울로 이사를 간 정종수도 경주에 발걸음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게 되자 그때부터 김법승이 밤이고 낮이고 2년간 공부만 파고들고 있다. 그 결과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 성적이 전교 5등 안에 들고 있다. 그 성적으로 그가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겠다고 담임선생에게 말했더니 그 반응이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김법승이 계속 우기고 있다. 그는 동무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담임선생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신다; “매년 우리학교는 서울대학교에 한사람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니 전교 5등 안에 들고 있는 법승이 너의 성적으로는 현실적으로 합격이 어렵다. 그래도 원한다면 입학원서를 써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재수를 각오하고서 한번 입시를 치루어야 할 것이다… “.
한편, 대구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송원길은 다행히 그 학교에 서울대 특별반이 있어서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일년에 30명 정도 서울대 합격자를 내고 있는 명문고등학교이다.
그런데 송원길은 반드시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여 골목길에서 함께 뛰놀던 4총사가 다시 그곳에서 뭉치기를 소원하고 있다. 자신이 볼 때에는 국민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서로 다툰 정종수와 우창윤은 서울대학생이 될 확률이 무지하게 높다.
그러니 문제는 송원길 자신과 경주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무 김법승이다. 그가 알기로는 경주고에서 잘해야 일년에 한사람 정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법승이가 전교 1등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아니한 것이다.
송원길 자신은 다행스럽게도 서울대 진학을 위한 특별반이 편성되어 있는 대구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매년 특별반에서는 25명 정도가 그해 서울대에 합격하고 재수생까지 합하면 30명이 넘고 있다. 따라서 20등 안에만 들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가 있다;
그런데 송원길은 이왕이면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그것도 넉넉하게 합격을 하고 싶다. 따라서 모교에서 매년 5-6명에게 특대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그것을 받고 싶어한다. 특대상을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서울대 학과에 무조건 그대로 지원할 수가 있다;
그 다음 3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이 우등생인데 그들은 담임선생과 상의하여 서울대 학과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교인 명문 사립고에서는 매 학기말에 장학생 선발시험을 실시하고 50등 안에 드는 학생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 제도는 경상도의 시골 중학에서 대도시 대구로 진학하고자 하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장학금을 따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입시가 있기 전에 특별히 실시하는 그 장학생 시험에 응시하고자 대구와 경북은 물론 멀리 경남지역에서도 중학교에서 1등을 하는 수재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경주에서 중학을 졸업한 송원길의 경우에는 그러한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 입학하고 보니 그러한 장학생제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둘이나 된다; 하나는, 골목길 4총사가 전부 서울대학교에서 만나자고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등록금이 비싼 사립고이므로 그 장학금을 따야 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가 있는 것이다.
송원길은 1학년 2학기 때부터 그 장학금을 계속 따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애초 장학생이 아니었던 송원길의 성적이 ‘베스트 10’ 안에 매달 들 뿐만 아니라 장학금을 매 학기마다 따고 있기에 깜짝 놀라고 있다;
그런 실력자가 어떻게 입학시험 전에 치른 장학생 선발시험에 응시하지 아니했는지 의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송원길 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님이 경주에 살고 있으면서 대구의 명문 사립고인 그 학교에서 그러한 장학생 선발시험을 제도화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들 송원길이 그 학교에서 장학생이 되고 나중에 졸업식에서는 특대상을 받는 것을 보고서 부친 송교창이 속으로 엄청 기뻐한다;
하지만 유교에 철저하여 근엄한 부친상을 선호하고 있기에 겉으로는 별로 그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다만 한마디만 하고 있다; “수고했다. 장하구나. 이제 서울대에 합격만 하면 되겠네… “.
송원길은 1970년 1월 하순에 서울대 합격자 발표와 더불어 신문지상에 실리고 있는 합격자의 출신학교분석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경주 종합고등학교 출신이 1명 서울법대에 합격을 했는데 그 이름이 우창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이한 사항이므로 아예 어떤 신문에서는 기사로 다루고 있을 정도이다.
‘어떻게 20년 이상 서울의 명문대학에 합격생을 전혀 낸 적이 없는 경주의 종합고등학교에서 당당하게 서울법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는 학생을 배출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그 학생 우창윤은 얼마나 뛰어난 수재인가!... “. 대충 그러한 기사들이다.
그러나 송원길은 나름대로 짐작되는 바가 있다. 공부에 악바리 근성을 보이고 있는 우창윤이나 정종수라고 한다면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은 김법승을 만나지 못하여 송원길이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창윤이 사전에 상경하여 서울의 재수학원에서 일년간이나 공부하였기에 서울법대에 넉넉하게 합격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고등학교에서 3년간 공부한 정종수는 어떻게 된 것일까? 송원길이 관심을 가지고 서울대 합격자를 몇 번이나 신문에서 살펴보아도 그 이름이 없다.
그렇다. 송원길은 서울법대에 진학하고자 입학시험을 보았으나 낙방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재수학원에 등록하고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1971년 1월에는 반드시 서울법대에 합격하고자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런데 그해 1971년 1월에는 대구에서 상경하는 송원길과 경주에서 상경하는 김법승이 서울대학교 진학을 위하여 입시를 치르게 된다. 그들 3명은 그 시험에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연 모두 합격하는 마법이 꼬마들이 외치는 ‘사바 사바 사바하’ 주문처럼 그렇게 환상적으로 펼쳐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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