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50

너와 나의 공화국10(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0(손진길 소설) 1985년 2월 12일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후보로 서울 강북에서 출마한 강훈의 숙부 강하삼이 당선된다. 젊은 시절 30대에 품은 꿈이 두번의 낙선을 맛보고 오래 고생을 하다가 이제서야 50대 후반의 나이에 실현되고 있다; 당선이 확정되자 그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아내 김미령 여사도 흐느끼고 있다. 그리고 강훈이 전화를 걸어서 숙부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강훈의 아내 김가영도 종고모 김미령에게 축하의 인사를 한다. 강하삼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였지만 상당기간 오퍼상을 경영한 경험이 있기에 제12국회 원구성에서 상공위원회로 배속이 되기를 희망한다. 신민당이 명단을 제출하자 깐깐한 이재형 국회의장이 그대로 승인한다; 강하삼 의원이 상공위원회에..

너와 나의 공화국9(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9(손진길 소설) 새해 1985년 1월이 되자 강훈은 아내 김가영 및 아들 강한수와 함께 여의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집안 숙부 강하삼 내외를 찾아가서 새해인사를 드린다. 숙부도 기뻐하지만 숙모 김미령 여사가 오래간만에 문안인사를 드리고 있는 김가영과 꼬마 한수를 보고서 그렇게 좋아하신다. 사실 강하삼 부부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강하삼이 일찍 정치판에 뛰어들었기에 부부가 물심양면으로 고생을 제법해서 외관상으로는 다소 늙어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강하삼이 아직 환갑이 되지 못한 50대 후반의 나이이고 김미령 여사는 50대 중반에 불과하다; 슬하에 외아들 강지만이 있고 며느리 안순임이 있는데 아들부부가 지금은 하와이 주립대학에 유학을 떠나 있다. 그러니 새해가 되었지만 두 내..

너와 나의 공화국8(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8(손진길 소설) 2. 두 마리의 토끼; 경제건설과 민주화 새해 1984년이 되자 상록회원 강훈, 이민욱, 조영백, 그리고 나아문은 각자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하여 바쁘게 한해를 지내고 있다. 먼저 강훈은 다시 경제관계 위원회의 입법조사관이 되어 정부의 경제부처 가운데 하나를 실무적으로 소관하고 있다; 그는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이 자신에게 맡긴 소관부처에 대하여 우선 정책현안을 파악하기에 바쁘다. 그 다음에는 그 부처의 정책방향을 결정짓게 되는 예산안과 입법안에 대하여 실무적인 검토를 해야 하기에 정신없이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부기자인 이민욱은 한해 동안에 세차례의 정치적인 해금조치가 있게 되고 5월에 양 김씨에 의하여 ‘민추협’이 결성되고 12월에 ‘신민당’이 창당 준비에 들어가..

너와 나의 공화국7(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7(손진길 소설) 그날 친척 숙부인 강하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훈이 궁금한 사항을 많이 질문한다. 과거에 흥미삼아 강숙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정치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러 들은 것이 있는데 그것에 대하여 더욱 확실한 설명을 강훈이 듣고 싶어한 것이다. 강훈이 가장 먼저 질문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신군부의 주도세력인 육사11기 가운데 대구공고 출신과 경북고 출신이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을 듣자 강하삼이 잠시 생각을 한다; 그러더니 알기 쉽게 정리를 해준다; “육사 11기는 한국전쟁이 발생한 이듬해 곧 1951년 3월에 입교하여 만 4년간의 사관생도 과정을 전부 제대로 마치고 1955년 2월에 졸업하였지. 그러므로 선배들 기수와는 달리 정식 4년과정을 이수한 첫번째 기..

너와 나의 공화국6(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6(손진길 소설) 1983년 12월 17일 토요일은 겨울이지만 날씨가 화창하다. 주말이라 국회사무처에서 오전근무를 끝낸 강훈이 모처럼 술 한 병을 사서 들고 인근 여의도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친척집을 방문하고 있다. 연말이라 집안 숙부인 강하삼이 일찍 회사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있다가 일가 조카뻘인 강훈의 방문을 반긴다; 강훈은 2달만에 찾아 뵙고 있는 집안의 어른이신지라 넙죽 강하삼 내외에게 절부터 올린다. 큰절을 받고 나자 숙모가 얼른 부엌으로 나가서 마실 것과 안주거리를 챙겨서 소반에 담아 내온다. 먼저 강훈이 20살이나 연장자인 숙부 강하삼의 잔에 조심스럽게 술을 부어드린다. 그러자 강하삼이 술 주전자를 넘겨받아 집안 조카인 강훈의 잔에 술을 붓는다. 그리고 술잔을 들고서 말한다;..

너와 나의 공화국5(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5(손진길 소설) 1983년 12월 초순이 되자 벌써 연말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여의도 국회도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2일에 무사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가결되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점점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특히 직접 회의장에 들어가서 종사하는 직원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망년회를 겸하여 연말에 친구들을 만날 약속을 미리 잡느라고 바쁘다; 강훈은 여전히 입법조사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직무는 직접 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보좌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과거 상임위원회에 근무하던 때와는 달리 12월이 되자 느긋하게 연말의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느닷없이 친구 이상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그의 전화를 받으면서 강훈은 참으로 사람의 인연이라고 ..

너와 나의 공화국4(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4(손진길 소설) 1983년 8월 16일(화) 저녁에 서울 강남의 S음식점 별실에서 4인회 모임을 가진 정치부기자 이민욱은 보름 남짓 지나자 엄청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9월 1일(목) 새벽 3시 30분경 대한항공 007편 민항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바다에 격추가 되는 대참사가 발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이륙하여 8월 31일(수) 밤 10시경 앵커리지에서 급유를 받아 서울 김포공항으로 들어오도록 되어 있는 그 민항기에는 무려 269명이라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만 소련군의 공격으로 모두 바다의 고혼이 되고 말았다. 그 엄청난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이민욱 기자는 그 사건이 초래할 정치적인 파장을 짚어보느라고 바쁘다. 우선 그..

너와 나의 공화국3(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손진길 소설) 1983년 8월 16일 화요일 저녁 7시 5분전쯤에 서울 강남에 있는 S식당의 별실에 강훈이 들어서자 벌써 변호사 조영백과 기자 이민욱이 먼저 도착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훈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 두사람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강훈이 일일이 악수를 나눈 다음에 조영백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것을 보고서 이민욱이 한마디를 한다; “역시 된장은 오래된 것이 더 낫다고 하더니 강훈이 네가 그런 모양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인 나보다는 중학교 동창인 영백이가 더 편한 모양이구나. 그래서 그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강훈과 조영백이 빙긋 웃는다. 다음 순간 기어코 강훈이 한마디 응수를 한다; “내가 영백이 옆자리에 앉아야 민완기..

너와 나의 공화국2(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손진길 소설) 강훈은 1960년대 후반에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에 4인회 멤버들을 만났다. 경북지역 작은 도시의 중학교를 졸업한 강훈은 청운의 꿈을 품고 과감하게 대구에 있는 명문 K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입학원서를 제출하였다. 입학시험을 잘 보았는지 합격이었다. 집안에서는 큰 경사가 났다고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에 향우회에 참석하였다가 거기서 세 친구를 만난 것이다. 이민욱, 나아문, 조영백이 그들인데 모두가 고향에서는 진작에 공부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친구들이다. 그들 가운데 강훈이 특별히 친한 친구는 사실 조영백이다. 왜냐하면, 두사람은 고향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닌 동창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훈과 조영백은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너와 나의 공화국1(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손진길 소설) 1. 그들 4인회 친목모임 상록회의 성격 때는 신군부가 집권하고 있던 1983년 서울의 여름이다. 무성한 가로수 잎 사이에 모습을 숨긴 채 매미가 무엇이 짜증스러운지 목청껏 울어 대고 있는 한낮이다. 그 날카로운 매미소리 때문에 여름날씨가 더 무더운 것만 같다; 여의도 국회 입법조사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관료인 강훈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자 높은 창문을 통하여 국회 의사당 뜰 안의 푸르른 나무들과 윤중로의 무성한 가로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벌써 국회 사무관으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강훈은 경제관계 상임위에서 입법조사관으로 지난 3년간 바쁘게 지내다가 작년에 입법조사국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순환보직인사이다; 요직으로 손꼽히고 있는 상임위원회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