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50

너와 나의 공화국30(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0(손진길 소설) 1996년 4월 11일(목)에 실시된 제15대 국회의원선거 개표과정을 상록회의 4친구는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 4인 가운데 절반인 두사람이 이번에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이민욱과 조영백이 수도권에서 각각 야당과 여당 후보가 되어 선거전에서 끝까지 완주한 것이다. 이민욱의 선거구가 일산이고 조영백의 선거구는 고양이다. 서로 인접하여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2친구가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두사람의 친구인 강훈과 나아문은 이왕이면 모두 당선이 되기를 바라면서 개표과정을 보도하고 있는 실시간 뉴스를 계속 시청하고 있다. 밤늦게 당선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2친구가 모두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당..

너와 나의 공화국29(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9(손진길 소설) 김영삼 대통령은 20대 중반에 고향 거제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어 정계에 진출한 이후 대통령에 당선이 될 때까지 다선의원으로서 오래 정치를 해온 인물이다. 그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두가지가 돌아가는 것을 관찰하고 그 해답을 얻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민심의 향배를 관찰하고 그 움직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또 하나는, 정계에는 여야가 있으므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가 있다; 한국의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은 북한의 핵문제를 장관 선에서 실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자 과감하게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제안을 했다. 조건 없이 만나서 남북한 정상이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자는 것이다. 그에..

너와 나의 공화국28(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8(손진길 소설) 1993년 7월초에 서기관 강훈의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강훈이 전화를 받았더니 뜻밖에 집안 숙부인 강하삼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훈아, 내다. 잠시 의원회관 내 집무실로 와주면 좋겠는데… 혹시 많이 바쁜 것이 아니냐?... “. 급한 일은 오전에 마무리하였으므로 점심식사를 구내에서 일찍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쉬고 있던 강훈이다. 따라서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오후에는 크게 바쁜 일정이 없습니다. 바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날따라 강하삼 의원도 일식집에서 도시락을 배달하여 점심을 해결했는지 음식냄새가 집무실에 아직 남아 있다. 그 냄새를 맡으면서 방안에 들어선 강훈이 한마디를 한다; “숙부님, 의정활동에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집무실에서 점심..

너와 나의 공화국27(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7(손진길 소설) 1993년 2월 25일에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여 1998년 2월 24일까지 5년간 국정을 담당하는 사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신군부 세력에 대한 정리문제를 비롯하여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금융실명제 및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제의 실시 등이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1차 핵협상이 있고 유동성 함정에 빠져버린 한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하여 해외자금을 빌려오는 문제 등이 대두하고 있다. 그와 같은 문제를 토의하기 위하여 계절마다 열리고 있는 상록회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강훈, 이민욱, 조영백, 나아문은 전원 출석하고 있다. 그런데 강훈이 5년간 계속되는 김영삼 정권을 둘로 나누어 전반기와 후반기로 살펴..

너와 나의 공화국26(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6(손진길 소설) 통일국민당을 창당하여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주영이 1993년 2월에 탈당선언을 하고 정계를 은퇴하자 그와 함께 정계에 몸을 담은 연세대 철학교수 출신인 김동길 의원과 코미디언 이주일로 알려진 정주일 의원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생정당 통일국민당의 재정을 시종 책임지고 있던 정주영 총재가 창당한지 1년 남짓 만에 손을 떼고 정계를 완전히 떠나고 말았으니 남은 당직자들은 당 살림을 꾸려갈 엄두가 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남아 있는 30명의 국회의원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통일국민당 공천으로 수도권에서 당선이 된 초선의원 이민욱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처지에 있는 이민욱 의원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선배의원이 홍사덕이다. 홍의원은 의원..

너와 나의 공화국25(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5(손진길 소설) 1993년 정월 초순에 강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데리고 여의도에 살고 있는 친척인 숙부 강하삼 의원의 댁을 방문하고 있다. 그날 63세의 3선의원인 강하삼은 43세인 집안 조카 강훈만을 데리고 자신의 서재에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도동계에서 핵심참모로 일하고 있는 강하삼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훈아, 너는 다음달 하순에 김영삼 정부가 시작되는데 그때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비서관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 네가 원한다면 내가 비서실 요원을 사전에 인선하고 있는 박관용 의원에게 너를 천거할 수가 있는데…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빙그레 웃으면서 즉시 대답한다; “숙부님, 저희 집안에서는 숙부님 혼자 상도동에 들어가서 YS를 보좌하는 것으로 충분합니..

너와 나의 공화국24(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4(손진길 소설) 3. 김영삼 대통령 시대와 상록회원들의 새로운 입지 1993년 2월 25일(목) 오전 10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역사적인 제14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고 있다; 구랍 12월 18일 대선에서 42%의 득표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34%의 득표에 그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를 이기고 당선이 되었다. 그후 2달 남짓 대통령직무 인수위가 활동하였으며 오늘 2월 25일 오전에 취임식이 끝나면 YS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새로운 김영삼 정권의 시대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취임식 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회의 직원은 물론 여러 정당의 관계자들이 국회사무처 및 의원회관 건물 등에서 의사당 앞뜰에서 거행되고 있는 취임식 행사를 먼발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한..

너와 나의 공화국23(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3(손진길 소설) 한편 입법관료인 강훈은 1990년 봄학기부터 서울시내에 있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 대학이 모교는 아니지만 여의도 국회에서 가깝고 특히 정치학과의 교수진이 그의 마음에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강훈은 일본의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데 그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 가운데 그 분야의 대가인 윤정석 교수가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진이 훌륭하다고 강훈이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당시 국제정치경제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좋은 전문서적을 출간한 박경서 교수, 근대 한국정치사상에 박식한 김민하 교수,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문승익 교수 등이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훈이 몇 달 전에 제법 경쟁이 붙어 ..

너와 나의 공화국22(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2(손진길 소설) 새해 1992년이 되자 정초인 1월 3일에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서울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현대그룹의 왕회장으로 불리고 있는 정주영이 연세대 철학교수 출신인 저명인사 김동길과 함께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것이다; 그들은 3월 24일(화)의 총선에 참여하여 지역구 24석의 당선자를 내고 비례대표 7명을 합하여 31명의 국회의원을 얻어 당당하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서고 있다. 통일국민당 창당의 주역인 현대그룹의 정주영 왕회장은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하게 됨으로써 경제인이 아니라 이제는 정치인이 되고 만다. 지난해 가을부터 금년 초까지 실무적으로 신당창당작업에 분주하였던 이민욱은 통일국민당의 공천을 받아..

너와 나의 공화국21(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1(손진길 소설) 1991가을에 정치부기자인 이민욱 차장은 현대그룹 본사에 들어가서 정주영 왕회장을 만나고 있다. 주위를 물린 다음에 정주영이 신중하게 본론을 꺼내고 있다; “이차장, 자네가 나를 좀 도와주어야 하겠어. 나는 오랜 세월 기업을 경영하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그들이 요구하는 자금을 대주기에 바빴어.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나이도 들었고 하니 그 돈을 직접 써보고 싶어… “; 그 말을 듣자 이민욱은 문득 그 옛날 제3공화국 시절에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 그 이전 자유당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홍진기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이회장이 홍 전장관에게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을 밝히자 그는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시 홍 전장관의 조언이 대충 다음과 같다고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