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7(손진길 소설)
그날 친척 숙부인 강하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훈이 궁금한 사항을 많이 질문한다. 과거에 흥미삼아 강숙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정치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러 들은 것이 있는데 그것에 대하여 더욱 확실한 설명을 강훈이 듣고 싶어한 것이다.
강훈이 가장 먼저 질문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신군부의 주도세력인 육사11기 가운데 대구공고 출신과 경북고 출신이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을 듣자 강하삼이 잠시 생각을 한다;
그러더니 알기 쉽게 정리를 해준다; “육사 11기는 한국전쟁이 발생한 이듬해 곧 1951년 3월에 입교하여 만 4년간의 사관생도 과정을 전부 제대로 마치고 1955년 2월에 졸업하였지. 그러므로 선배들 기수와는 달리 정식 4년과정을 이수한 첫번째 기수야. 그러니 그 자부심이 실로 대단해. 따라서… “.
강하삼은 조카인 강훈이 유심히 듣자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 말은 단기과정을 수료한 선배들에 대하여 존경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 그래서 자신들 11기가 중심이 되어 장차 한국의 군부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하나회라는 비밀조직의 리더가 되고 있는 11기들의 기본적인 인식이지. 그런데… “;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강하삼이 설명을 계속한다; “그와 같은 단기과정 이수자와 정식 4년과정 이수자 사이의 차이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사실은 육사2기 졸업생인 박정희 대통령이지. 따라서 그는 군부내에 자신의 친위부대를 결성할 때에 11기 출신이면서 지도력이 있는 전두환을 리더로 발탁한 것으로 보여. 그런데 그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이지. 왜냐하면… “.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강훈이 숙부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아니하고 경청을 하고 있다. 그의 설명이 계속된다; “그는 동기들에 비해서 학력이 가장 뒤떨어지고 있어. 반면에 박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후배들을 챙기는데 있어서는 탁월한 인물이지. 그 점을 알 수 있는 것이 다음 3가지야… “.
잠시 숨을 쉬고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첫째가, 1931년생인 전두환은 1945년에 해방이 되었을 때에 대구공업중학을 다니고 있었어. 당시 일본인 학생들이 떠나고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 명문 경북중학에 학우들이 편입학시험에 합격하여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지. 그만큼 전두환은 공부하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
숨을 한번 쉬고서 강하삼이 천천히 말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경북중 5년과정에 제대로 입학하여 처음부터 공부한 사람이 육사 11기 하나회에 있어서는 청도 지주 집 아들인 김복동이고, 정호용과 노태우는 편입학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지. 둘째로, 육사에서는 체육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지도력이 있는 학생을 주장으로 삼고 있어. 그 가운데 축구부 주장이 전두환이고 럭비부 주장이 노태우라고 해. 그리고 셋째는… “;
마지막 세번째의 분석이다. 강훈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의 귀에 강하삼의 말이 들려온다; “전두환은 대위로의 승진이 빨랐어. 1958년에 동기들보다 먼저 대위가 되었는데 그것은 년초에 이규동 장군의 사위가 되었기 때문에 그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 그렇지만 1960년에 장인이 옷을 벗고 말지. 따라서 그는 이듬해부터 다른 동아줄을 잡기 시작하고 있어.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지. 왜냐하면… “.
강하삼이 입맛을 한번 다시더니 이어서 말한다; “그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고 있어. 1961년 5월에 쿠데타가 발생하자 주도세력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육사의 18기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혁명을 지지하는 시가행진을 도모하였어.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알려지고 그후 하나회 결성의 주역이 되며 가장 빠른 진급자가 된 것이지. 그런데 전두환의 장기는 그것만이 아니야… “;
강하삼이 자신의 설명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말한다; “그는 자신만 출세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있어. 언제나 하나회 동기들 및 후배들의 진급과 보직에 있어서 최대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사람이야. 물론 청와대에서는 박대통령의 은밀한 지시로 그의 심복들이 그렇게 조치를 해주고 있어. 그 결과… “;
이제 강하삼이 나름대로 결론을 맺고 있다; “따라서 육사 11기 이후의 기수들은 하나회에 가입이 되어야 좋은 보직을 얻고 진급이 빠른 것이야. 그렇게 하여 세월이 흐르자 마침내 하나회의 리더인 11기들이 장군이 되어 군부를 감찰하는 눈인 보안사령관이 되고 수도권을 지키는 방위사령관이 되며 수도권의 바로 외곽에 있는 전방의 사단장 그리고 유사시에 유격전을 벌일 수 있는 공수부대장들이 되고 있는 것이지. 그 결과 1979년 12월에 그들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야… “.
참으로 놀라운 분석력이다. 강훈은 숙부 강하삼의 정연한 논리적인 설명에 감탄하고 있다. 숙부가 진작에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고 원내에서 활동을 했다고 하면 정당과 한국의 정치발전에 분명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안타깝게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한 인물이다.
그날은 그 정도의 설명만 듣고 강훈이 숙부의 집을 떠나고 있다. 이제 1983년이 며칠 남지 아니하고 있다. 내년 1984년이 되면 어떠한 정치적인 변화가 한국사회에서 발생할 것인가?...
강훈은 민주투사는 아니지만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민주적인 정치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학창시절에 운동권에 은밀하게 몸을 담고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친구들은 민청학련 사건을 통하여 줄줄이 감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요행히 살아 남았다. 그렇지만 1973년말에는 잠시 종로경찰서에 연행이 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므로 유신시대에 대하여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관련하여서는 좋은 기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루어 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어렸을 때 분명히 한국은 세계에서 아프리카만큼 못사는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국민총생산이 일인당 100불이 못되는 참으로 빈국 중의 빈국이었다.
그것을 20년도 못되어 중진국으로 경제발전을 시킨 위대한 지도자가 사실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옛말에 “가난한 백성은 임금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통념을 뒤집고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한국사회에서 보릿고개를 영원히 추방한 것이다;
따라서 강훈은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에는 3명의 영웅이 있다; 첫째는, 중국문화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시다. 둘째는, 일본의 무력침략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이시다. 셋째가, 보릿고개를 영원히 없애 버린 박정희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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