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11. 01:30

너와 나의 공화국8(손진길 소설)

 

2. 두 마리의 토끼; 경제건설과 민주화

 

새해 1984년이 되자 상록회원 강훈, 이민욱, 조영백, 그리고 나아문은 각자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하여 바쁘게 한해를 지내고 있다.

먼저 강훈은 다시 경제관계 위원회의 입법조사관이 되어 정부의 경제부처 가운데 하나를 실무적으로 소관하고 있다;

 그는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이 자신에게 맡긴 소관부처에 대하여 우선 정책현안을 파악하기에 바쁘다. 그 다음에는 그 부처의 정책방향을 결정짓게 되는 예산안과 입법안에 대하여 실무적인 검토를 해야 하기에 정신없이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부기자인 이민욱은 한해 동안에 세차례의 정치적인 해금조치가 있게 되고 5월에 양 김씨에 의하여 민추협이 결성되고 12월에 신민당이 창당 준비에 들어가자 그것을 취재하느라고 바쁘다;

인권변호사인 조영백은 정치적인 피해자와 노동현장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충을 해결하느라고 나름대로 바쁘다;

 그리고 공안검사인 나아문은 신군부의 정권유지와 자유대한민국의 체제유지라는 명분으로 사회불안요인을 파악하고 그 제거계획을 작성하느라고 검찰청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한 그들이 12월 중순에 망년회를 겸하여 정기적인 상록회 모임을 가지고 있다. 장소는 작년과 같이 강남에 있는 S음식점 별실이다. 그들은 장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기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별실을 배정받고 있다.

그날 그들이 다루고 있는 안건이 바로 경제건설과 민주화라고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신군부가 어떻게 잡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그들 4명의 회원이 나름대로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늘 생각하고 있는 이슈가 바로 그것이기에 그날의 대화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진지하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열고 있는 자가 바로 강훈이다. 그가 다음과 같이 그날의 이슈를 말하고 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집권 명분이 약한 군사정권의 정당성의 근거이며 과제이다. 왜냐하면… “.

 강훈이 잠시 좌중을 둘러보고서 설명을 한다; “그것은 어떠한 정치적인 변혁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성장은 지속이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절대적인 여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박대통령이 서거하고 신군부가 집권하자 한때 한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그것이 어떻게 극복되고 있는 것일까?... “;

그 말을 듣자 변호사인 조영백이 얼른 대꾸를 한다; “그건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한마디로, 1981년에 발생한 3저 현상이라고 하는 이변 곧 외생적인 조건이 한국경제를 되살려준 것이지… “.

잠시 숨을 쉬고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국제적으로 석유와 천연자원의 오름세가 하락으로 돌아서고, 차관금리가 떨어지고, ()달러 및 엔고() 현상으로 느닷없이 한국경제가 가격경쟁력을 크게 회복하여 수출호황을 맞게 된 것이 아니냐? 전대통령이 그 점에서는 행운아라고 보아야지… “;

그때 나아문이 오래간만에 입을 뗀다; “1980년에 집권한 전대통령이 그동안 당한 고초를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야. 무엇보다 박대통령 시해의 배후가 미국이라고 보고 있는 일부 한국민들의 시각 때문에 미국정부는 암살범 김재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계속 표명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

나아문이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말한다; “한국의 정권을 잡은 신군부에서는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자신들의 집권을 지지해주고 경제발전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이야. 그러니 미국정부가 신군부를 반기지 아니했어. 그래서… “.

하지만 도중에 이민욱이 말을 가로채고 있다; “그 점은 내가 잘 알고 있어. 우리 정치부기자들이 관심 깊게 지켜본 내용이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19811월에 전대통령에게 동부에 있는 워싱톤 DC로 바로 들어오지 말고 멀리 서부 LA부터 들리고 천천히 오라고 말했어. 그만큼 홀대를 한 것이야. 게다가… “;

이민욱은 나아문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이어 말한다; “거기에 그치지 아니하고 1982년에는 한국경제를 되살리자면 멀리 아프리카를 순방하여 한번 협조를 구해 보라고까지 한국정부에 말한 것이야. 그러한 홀대를 전대통령이 웃으며 감수했다고 보아야지…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기자인 이민욱을 쳐다보고서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도록 전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 당시 청와대 김재익 경제수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가 민욱이 자네의 대학 선배라고 알고 있는데 그는 어떤 인물인가?... “.

강훈의 말에 대하여 이민욱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맞아, 그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지. 그런데 특이하게도 첫 직장을 한국은행에서 출발했어. 게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귀국한 다음에는 경제기획원에 들어가서 관료생활을 했어. 그러한 이채로운 경력이 그의 앞길을 크게 열게 된 것이야… “.

모두들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그것을 보고서 이민욱이 기분 좋아서 친절하게 설명을 계속한다; “EPB의 경제기획국장인 그를 신군부의 리더 전두환이 자신의 경제관계 가정교사로 삼은 것이야. 보안사령관에 불과한 전두환이 국가경제를 운영하기 위하여 당장 필요한 지식을 김재익 국장을 통하여 얻게 된 것이지… “;

강훈이 도중에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래, 그 결과 김재익은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자 일약 경제수석이 되어 한국의 경제정책을 조정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 그가 본래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것이 나는 지금도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경력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혹시 취재한 것이 있는 게야?... “.

그 말을 듣자 이민욱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대로 나에게 물어보고 있구만. 관련이 있고 말고. 김재익 수석 때문에 한국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지. 예를 들면, 국회의장 채문식, 청와대 정무수석 우병규 등이 모두 동문인 셈이지. 그리고 나도 정치부기자로 동문들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어… “;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강훈이 이슈를 바꾸고 있다; “그러면 이제는 한국의 정치민주화에 대하여 한번 논의를 해봅시다. 1981년에 개헌을 하고 전대통령이 다시 간선으로 7년 단임 대통령이 되었으니 19883월에 어차피 물러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면 당장 내년 1985년 총선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

역시 정치부기자인 이민욱이 먼저 발언하고 있다;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제5공화국에서는 금년에 정치인에 대하여 3차례 해금조치를 단행했어. 그 결과 양 김씨의 합의로 5월에는 민추협이 출범하고 연말에는 대타로 이민우를 당수로 내세워 신민당이 창당 준비에 들어가고 있어요… “;

 변호사 조영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니 내년도 총선에는 상당한 변화가 발생한다고 보아야지. 적어도 지금의 1중대, 2중대, 3중대라고 하는 이야기는 옛말이 될 확률이 높아… “.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과연 그들이 기대한대로 1985년 총선으로 한국의 정치적인 발전이 크게 이루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