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5. 12:31

너와 나의 공화국3(손진길 소설)

 

1983816일 화요일 저녁 75분전쯤에 서울 강남에 있는 S식당의 별실에 강훈이 들어서자 벌써 변호사 조영백과 기자 이민욱이 먼저 도착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훈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 두사람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강훈이 일일이 악수를 나눈 다음에 조영백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것을 보고서 이민욱이 한마디를 한다; “역시 된장은 오래된 것이 더 낫다고 하더니 강훈이 네가 그런 모양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인 나보다는 중학교 동창인 영백이가 더 편한 모양이구나. 그래서 그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강훈과 조영백이 빙긋 웃는다. 다음 순간 기어코 강훈이 한마디 응수를 한다; “내가 영백이 옆자리에 앉아야 민완기자인 민욱이 너를 똑바로 마주 보고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니? 정치부기자 양반의 얼굴표정까지 살펴보아야 우둔한 내가 제대로 상대할 수가 있으니 별 수가 없지 않겠어요, 하하하… “;

그 말에 변호사 조영백이 강훈을 편들고 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나도 혼자서는 민욱이를 상대할 수가 없어서 쩔쩔 매고 있던 중이야. 이제 훈이 네가 왔으니 맞상대를 해주도록 해. 정치판의 이야기는 언제나 들어도 골치가 아프거든, 하하하… “.

이민욱이 역시 웃음을 띄면서 응수를 한다; “, 영백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정치판 이야기로 먹고 사는 나는 어떻게 하냐? 하기야 한강에 빠지면 구조하는데 있어서 정치인이 제일 먼저라고 하더라. 그 이유가 한강물의 오염을 막기 위하여 가장 먼저 냄새가 지독한 인사를 우선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지. 그러니, 우리 정치부기자도 이제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군. 어쩔 수가 없지, 하하하… “;

그렇게 우스개 소리를 하고 있는데 방문이 왈칵 열리더니 덩치가 있는 검사 나아문이 들어선다. 그것을 보고서 가장 먼저 반색을 하는 인물이 기자 이민욱이다. 벌떡 일어서서 나아문과 악수를 나누는데 마치 회색 곰 두 마리가 어울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만큼 두사람은 덩치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것을 보고서 강훈이 한마디를 한다; “, 민욱이 너도 이제 중학교 동창생을 만나고 있구나. 혼자서 출신 중학이 다르다고 서운해 하더니 이제서야 응원군을 만났어, 하하하… “.

그 말에 나아문이 이민욱 옆자리에 앉으면서 마주 응수를 한다; “, 이거 내가 오늘 좀 늦게 왔더니 그 사이에 내 절친 민욱이를 너희 두사람이 놀려 먹었구나. 이거 안되겠는데오늘 손을 좀 봐야 하겠어… “.

그 말을 들은 조영백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그러니 다음부터는 아문이 네가 좀 일찍 오너라. 5분이 지나서야 도착을 하니 그 사이에 네 중학동창 민욱이가 세력이 약해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 허허허… “.

나아문이가 조영백을 보더니 마치 무엇에 놀란 듯한 시늉을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아이쿠, 이거 사시 3년 선배에 검사 3년 선배이셨던 조영백 선배님이 아니십니까? 제가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이 후배의 실언을 용서하여 주시지요. 저의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하하하… “.

그 말에 변호사 조영백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전관대우는 벌써 1년 전에 끝났지요. 이제 2년차에 접어든 인권 변호사에 불과하니 쟁쟁한 공안검사 나리께서 너그러이 보아 주십시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정말 통쾌하게 검사 나아문이 커다란 덩치로 웃으면서 대꾸한다; “이거 오늘 저녁식사는 제가 사겠습니다. 공안검사 나아문을 알아주는 고향친구를 만났으니 어찌 식사대접을 하지 아니할 수가 있겠어요. 좋습니다. 좋아요. 하하하… “.

분위기가 나아문의 등장으로 화기애애하다. 역시 통이 큰 나아문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그렇지만 나아문의 속사정을 그렇지가 아니하다. 그 점을 강훈과 조영백 그리고 이민욱이 벌써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아문은 제 해에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한 인물이다;

 따라서 3친구는 그가 가장 먼저 사법고시에 합격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그는 철학과 출신인 조영백이 합격을 하고나서 3년이 지나서야 사시를 패스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오래 공부한 실력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사법연수원에서의 성적이 좋았다. 따라서 검사로 바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이제 평검사이지만 2년차가 되어 공안검사가 되어 있기에 그것을 알고서 조영백이 너스레를 떤 것이다;

인권변호사와 공안검사,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동창이고 게다가 고향이 같은 두사람은 서로 소통이 잘 되고 있다. 더구나 그들 모두는 4인회의 멤버이자 속으로는 깊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명 비밀모임 상록회의 회원들인 것이다.  

대구의 명문 K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네 사람이 동시에 서울대학에 합격을 하자 1970년대초 그들의 고향인 경북의 소도시에서는 참으로 큰 경사가 났다고 야단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네 사람은 서울대에 다니면서도 자주 만난 사이이다.

그런데 사회인이 되어서 그 유대관계가 한층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애초 철학과 출신이었던 조영백이 먼저 사시를 패스하고 검사가 되었고 나중에 법학과 출신인 나아문이 사시에 합격하여 또한 검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의 최대 명문고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경기고이며 그 출신들이 법조계에 들어와서도 화동회라는 이름으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이므로 소수세력인 조영백과 나아문이 결속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공대 출신인 강훈이 또한 입법고시를 통하여 여의도에서 관료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민욱은 정치학 전공을 살려서 동아일보에서 정치부기자로 서서히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 네 사람은 정치적인 깊은 정보가 극히 부족한 신군부 시대에 있어서 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함께 공유할 수가 있는 좋은 공동체가 되고 있다. 그러한 공통분모가 있기에 작년부터는 그들이 고향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자신들의 모임을 일명 상록회라고 부르면서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

그들이 30대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1980년대에는 그 모임이 그 정도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중년의 나이 곧 40대가 되고 50대의 연령이 되자 상록회는 전국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는 정치적인 비밀모임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그들의 인생역정이 그렇게 전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과정이 어떠한 것일까? 그것이 단지 개인적인 의미에 있어서 너와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허울 뿐인 공화국의 유지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국민 모두의 이익을 국가이익으로 집약하여 그것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있는 우리들의 공화국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그러한 과정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