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37

가지를 뚫는 햇살17(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7(손진길 소설) 1976년 10월에 청와대의 정무 제2수석이 바뀌고 있다. 지난 1972년 12월부터 4년간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던 허달수 박사가 1976년 9월이 되자 68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그만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내심은 그것이 아니다. 1972년 7월에 남북한 사이에 7.4공동성명을 각각 발표하고 잘 굴러가던 남북협상이 그만 그해 말에 큰 난관에 봉착하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개의 강대국들이 남북한 사이의 민족단합과 통일논의에 대하여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박정희 대통령은 김일성 수상과의 정상회담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김일성은 자신의 독재권력을 명문화하는 헌법개정을 1972년 10월에 ..

가지를 뚫는 햇살16(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6(손진길 소설) 한편, 청와대 비서실에서 남북관계 협상에 관하여 자료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관하여 여러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자리가 서운갑 박사가 맡고 있는 정무비서관의 역할이다. 그는 그 일을 맡아 1972년 12월 10일부터 그해 말까지 3주 정도 열심히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기에 바쁘다. 당시 서운갑 비서관이 취득한 자료는 주로 중앙정보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그 발전방향에 관하여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서운갑은 외무부를 통하여 2가지 자료를 더 얻고 있다; 하나가, 남북한 협상에 관한 소련과 중공의 입장이다. 또 하나가, 그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입장이다. 그 결과 서운갑이 발견하고 있는 특이사항이 있다. 당시에 그는 직무..

가지를 뚫는 햇살15(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5(손진길 소설) 6. 국회에서 청와대로 근무지를 옮기는 정치학박사 서운갑 1972년 12월초에 국방대학원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는 허숙의 삼촌인 허달수 교수가 국회 외무위의 서운갑 전문위원에게 참으로 오래간만에 전화를 내고 있다. 비서 아가씨가 발신자의 신분을 이야기하면서 서위원에게 통화를 연결하고 있다. 서운갑은 반가운 김에 먼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한다; “허교수님, 그동안 적조했습니다. 저 서운갑입니다. 어른께서 전화를 먼저 주시니 황송합니다!”. 그 말에 허허 웃으면서 허달수 교수가 말한다; “허허허, 내가 국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서박사에게 싱겁게 전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만. 그래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그 말을 듣자 서운갑이 기분 좋게 대답한다; “우리 외무위원회는..

가지를 뚫는 햇살14(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4(손진길 소설) 1963년 5월말에 서운갑은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했다. 사전에 아내 황옥주와 두차례 상경하여 마련한 집이 마포에 있는 방이 많은 저택이다. 그가 근무하게 될 경기도 고양시 수색의 국방대학원의 위치를 생각하면 마포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이다. 그렇지만 서운갑 부부는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위하여 그렇게 정한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기에 함께 이사를 온 양부모 서달호와 장화련이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긍정적이다; “운갑아, 너희 내외가 잘 생각했다. 그래 마포 정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손주들이 좋은 학교에 다닐 수가 있는 것이야!...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들 서운갑이 멀리 수색지역까지 어떻게 출퇴근을 할지 그것이 걱정되시는 모양이다. 따라서..

가지를 뚫는 햇살13(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3(손진길 소설) 1965년 7월 한여름 오후이다. 서운갑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수연구실로 돌아와서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하여 바깥을 잠시 내다본다.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는 신작로를 보고 싶은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 구름이 별로 없는 맑은 하늘이다. 그 아래에 국방대학원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헌병들과 그들의 근무지 위병소가 보인다. 그 바깥에 인접하여 신작로가 있고 가로수가 양옆에서 열을 맞추어 푸른 잎을 늘어뜨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다;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매미소리가 한가롭다. 한여름이므로 계절적으로 교수들만 나와서 구내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를 하고 연구실에서 연구과제를 작성하고 있을 뿐 대학원 학생들은 등교하지 아니하고..

가지를 뚫는 햇살12(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2(손진길 소설) 5. 서울에 진출하여 자리를 잡는 서운갑 1963년 3월 하순에 서운갑이 포항의 집에 도착하자 아내 황옥주와 딸 서민경이 먼저 그를 반긴다. 무엇보다 서운갑은 아내의 그윽한 눈빛에서 남편이 빨리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기를 학수고대한 그녀의 오랜 바램을 깊이 느끼고 있다. 서운갑 역시 하루빨리 학위를 받고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새벽마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장남 서경일은 벌써 18살이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고3 졸업반이라서 대입준비에 바빠 미처 포항에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차남 서한국은 14살인데 포항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2학년이다. 좋은 고등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하여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가지를 뚫는 햇살11(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1(손진길 소설)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는 미국이 태평양 중심의 하와이 제도 오아후(O’Ahu)섬 호놀룰루(Honolulu)에 가지고 있는 규모가 큰 종합대학교이다. 그러므로 미국정부는 태평양전쟁이 끝나자 전후(戰後)에 태평양국가로 크게 발전하기 위하여 동아시아의 우수한 인재를 그 대학원에 많이 받아들여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장학금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전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우수한 인재는 물론 그 옛날 대영제국에 속하던 인도양의 각국 인재들이 호놀룰루에 자리잡고 있는 하와이대학교의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의 정책은 서운갑이 그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 더욱 강화되고..

가지를 뚫는 햇살10(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0(손진길 소설) 서운갑이 3년간 호주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1957년 3월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항공편으로 시드니에서 일본의 동경까지 들어가고 선박편으로 부산으로 귀국하고 싶었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국교가 없어서 여객선이 운항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운갑은 자신이 홈스테이(home stay)하고 있는 집의 주인 피터(Peter Clark) 선교사에게 부탁하여 일본 동경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피터가 호주의 공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교 앤드류(Andrew)에게 연락을 취한다. 앤드류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기에 동경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미군의 항공편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가지를 뚫는 햇살9(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9(손진길 소설) 콜롬보 장학금을 따기 위한 서운갑의 인터뷰는 성공적이다. 1953년 9월말에 서운갑이 서울에 가서 영국공사관에 들러 담당 영사 토빈(Tobin)의 인터뷰에 응했더니 그가 상당히 놀라면서 개인적으로 질문한다; “Mr. Suh, Where did you learn English, here Korea or in America?”; 서운갑은 그 질문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답했다; “Why do you say like that? I learned English just from Pastor David Ross who works for Korean people at Pohang near my hometown”. 그 말을 듣더니 토빈이 드디어 한국말로 천천히 말한..

가지를 뚫는 햇살8(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8(손진길 소설) 4. 한국전쟁이 끝나자 서운갑이 선택하고 있는 새로운 인생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방송과 신문으로 전국에 알려지고 있다. 서운갑은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의 휴전을 결코 인정할 수가 없어서 정전협정에 사인하지 아니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 이해득실을 나름대로 따져보고 있다. 우선 그 협정에 사인한 당사자는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이고 타방은 북한인민군 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다; 당시의 국제세계는 서서히 양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데 하나는, 미국이 리드하고 있는 자유자본주의 진영이고 또 하나는, 소련이 이끌고 있는 공산주의 진영이다. 그런데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에 있어서는 그들 두나라의 모습이 전면에 드러나지 아니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