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37

가지를 뚫는 햇살7(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7(손진길 소설) 미국이 일본제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선택한 전략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소련군의 참전이다. 또 하나는, 원자폭탄의 투하이다. 남쪽 태평양바다에서는 미군이 일본군을 치면서 성공적으로 북상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중국대륙에 진출하고 있는 일제의 막강한 지상병력 관동군(關東軍)의 존재이다.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蔣介石) 군대가 일제의 관동군을 상대하고 있지만 계속 밀리고 있다. 그대로 가면 중국이 완전히 관동군에게 점령이 될 것만 같다. 따라서 미국의 지도자들은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蘇聯)의 군대를 끌어들이더라도 관동군을 격파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만주와 북한의 땅까지 소련군에게 미끼로 제공하고자 결심하고 있다. 필리핀을 되찾고 일본 열도로..

가지를 뚫는 햇살6(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6(손진길 소설) 3. 군청 주사보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하는 서운갑 서운갑(徐運甲)은 1948년 6월 27일 주일에 오천덕(David Paul Ross) 선교사와 나눈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날 오선교사가 서운갑에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보라고 다음과 같이 권면했기 때문이다; “운갑, 곧 대한민국정부가 수립이 될 것이야. 그러니 아직 젊은 자네는 국가공무원으로 일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동안 일년 반이나 정치학을 배웠으니 공무원생활을 잘 할 것 같은데… “; 그 말을 듣자 서운갑이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자전거 및 리어카 수리와 판매업에만 매어 달리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저희 가족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일을 떠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고 ..

가지를 뚫는 햇살5(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5(손진길 소설) 1945년 12월 26일에 끝난 모스크바 3국(미국, 영국, 소련) 외상회의의 결과가 국내에 알려지자 연말의 분위기가 소란스럽다. 포항에 살고 있는 서운갑도 태연할 수만은 없다. 조선사람들이 언제 자치정부를 구성하여 독립할 수 있는지 그 대목이 그 회의의 발표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 내용이 연합국 3개국인 미국, 영국, 소련에 중국을 포함하여 4개국이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면서 조선사람들이 자치정부를 수립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미소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면 조선사람에 의한 그들의 독립국가의 건국은 잘못하면 5년이나 미루어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일제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때에는 미처 몰랐지만 일단 ..

가지를 뚫는 햇살4(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4(손진길 소설) 서운갑은 사전에 미국선교사인 오천덕(David Paul Ross)으로부터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1945년 8월 15일 정오에 일본제국의 천황이 미국에게 무조건 항복한다고 방송하였지만 그것이 곧바로 한민족에 대한 해방이 아니라고 하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조선사람들의 입장은 그것이 아니다. 이제는 천황이 미국에게 항복을 발표했기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폐지된 것과 진배가 없으며 그들이 조선사람을 어찌할 수 없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마치 26년전 1919년 기미년(己未年)에 만세를 부른 것과 같이 재빨리 바깥으로 뛰어나가 감격에 겨워서 시가지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무정부상태와 같다. 따라서 조선총독부에서는 헌병대에 지시하여 재물..

가지를 뚫는 햇살3(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3(손진길 소설) 2. 오천덕 선교사와의 대화 서운갑은 자신의 중학교 동창인 오요한(John Ross)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시점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가 1941년 11월말이다. 이듬해 1월에 졸업식이 잡혀 있었지만 오요한은 참석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1942년 봄학기부터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예정되어 있기에 그가 서둘러 조선을 떠났기 때문이다. 만약 오요한이 그해 12월달에 미국의 여객선을 타고 북아메리카로 떠나고자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점에 대하여 서운갑은 1943년 봄에 오천덕 선교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요한이가 일찍 미국으로 출발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야. 만약 조금 늦었더라면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야. 일본이 1941..

가지를 뚫는 햇살2(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2(손진길 소설) 서운갑이 양부모님을 모시고 포항으로 이사하여 자전거점포 ‘서가네’를 개점한 것이 1942년 여름이다. 일년간 기술자를 고용하여 고객이 맡긴 자전거를 수리하고 신품 및 중고 자전거와 리어카(リヤカー)를 일반인에게 판매하였더니 나름대로 흑자가 나고 있다. 당시에는 농촌에서 지방 소도시로 이주한 농민들이 리어카만 한대 있어도 남의 짐을 옮겨주고서 나름대로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가 있던 시절이다; 그리고 철도역에 가면 상하역업체 마루보시(丸星)에서 구루마(くるま)로 화물을 옮겨주는 업종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멀리 가는 화물과 이삿짐을 주로 열차편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공무원과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서 신작로를 누비던 시절이다. 그에 따라 서운갑의 자전거점포가..

가지를 뚫는 햇살1(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1(손진길 소설) 1.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는 서운갑(徐運甲)의 회고록 달성 서씨인 서운갑(徐運甲)은 조선의 경상도에서 1923년 12월 초순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서 성장한 시기는 불행하게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고 그 백성들이 일본제국의 식민지 한반도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절이다. 서운갑이 철이 들어서 주위를 살펴보니 국가라고 하는 울타리가 없다. 그 옛날에는 조선의 임금과 조정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외세에 의하여 1910년 8월에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 대신에 조선총독부라고 하는 일본인의 통치기구가 경성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조선의 시골인 고향에서는 무서운 헌병대와 경찰이 무자비하게 조선인들을 총칼로 다스리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