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60

천년의 바람소리20(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20(손진길 소설) 윤책은 스승이신 원광법사를 모시고 당나라 산동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라소를 찾아서 들어간다. 신라의 조정이 대당에 두고 있는 연락사무소의 하나이다. 그곳에 수장으로 있는 자가 신라의 진골인 김용술 도독인데 그가 국왕의 특사로 당나라에 들어온 원광법사를 반갑게 맞이한다; 김용술 도독이 먼저 인사말을 한다; “먼 바닷길을 통하여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특사로 오신 스님을 편히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수행원인 자네도 스님을 모시고 함께 오느라고 수고했네. 원로에 크게 불편함을 없었는가?... “. 윤책은 김용술 도독이 일개 수행원에 불과한 자신에게까지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보고서 그가 유능한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천년의 바람소리19(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9(손진길 소설) 6. 윤책이 원광법사를 모시고 당나라를 다녀오다. 사람은 한 식경 후의 일도 모른다고들 서라벌에서 흔히 말하고 있다.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진평왕 47년인 서기 625년 2월 초순에 윤책이 스승 원광법사의 부름을 받고 황룡사에 잠시 들렀더니 전혀 예상 밖의 임무가 그에게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4세의 노인이지만 아직 정정한 사부 원광스님이 사랑하는 제자 윤책에게 정색을 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아, 나는 국왕의 명으로 잠시 산동에 있는 신라소와 장안에 있는 당나라의 조정에 다녀와야 한다. 국왕의 친서를 지니고 당나라 황제를 알현하러 가는 길에 내가 비서로 책이 너를 데리고 가겠다고 국왕에게 말하고 벌써 허락을 받아 두었다. 그러니 나를 수행하여 ..

천년의 바람소리18(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8(손진길 소설) 눌최 대장군의 뛰어난 활약으로 인하여 그동안 수많은 백제군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아니한 신라 최전방의 요새가 기현성이다. 그러나 대장군 눌최가 그렇게 허무하게 전사하고 나자 그만 방어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그 다음날 백제군의 수중에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 소식이 가장 먼저 전서구로 대야성주인 일품 대도독에게 전해진다. 그제서야 일품은 마음이 급해 진다. 그는 속으로 ‘이거 최전방의 기현성이 적의 수중에 넘어 갔으니 앞으로 손쉽게 백제군이 대야성으로 몰려오겠구만. 차제에 서라벌에 더 많은 원군을 요청해야 하겠어… ‘라고 중얼거리면서 장계를 써서 파발을 왕성이 있는 서라벌로 보내고 있다. 사실 신라 군부의 입장에서는 최전방의 요새인 기현성을 최우선적으로 구원하고 끝까지 지..

천년의 바람소리17(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7(손진길 소설) 김유신과 김춘추 그들 두 사람이 지혜를 나누어 보아도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광경을 약간 멀리서 윤책이 의미심장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내심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혼자서 중얼거린다; “추랑이 갑자기 적장 백천에게 달려들고 있기에 잘못하면 백제의 용장 백천에게 당할까 걱정이 되어 내가 급하게 강궁으로 화살을 날렸는데 다행히 김유신과 김춘추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구나… “; 다음 순간 윤책이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같은 동지라고 하더라도 나의 무공실력을 숨기는 것이 안전해… 내가 책략에 무공까지 겸하고 있다고 하면 같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나게 될 것이야… 그것이 나의 장래에 좋지가..

천년의 바람소리16(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6(손진길 소설) 윤책과 추랑 그리고 김유신 형제와 김춘추가 휘하의 화랑대를 이끌고 대야성에 들어와서 성주인 대도독 일품에게 전입신고를 한 때가 서기 624년 11월 20일이다; 성주 일품은 서라벌에서 명성을 떨친 용화향도와 사량향도의 지휘관들이 미관말직인 소감의 벼슬을 받고서 금번 백제의 침략군을 물리치는데 있어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을 먼저 치하한다. 그 자리에서 대도독 일품은 그들의 벼슬을 한 단계 올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6등급인 소감(少監)의 벼슬은 그대들의 전공과 비교할 때 너무 낮은 등급이다. 그러므로 나는 대도독의 권한으로 김춘추와 김유신은 물론 그의 동생인 김흠순 그리고 추랑과 윤책의 벼슬을 한 단계 높여 주고자 한다. 따라서 그대들은 오늘부로 제15등급인 대..

천년의 바람소리15(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5(손진길 소설) 서기 624년은 신라 진평왕 46년이고 백제 무왕 25년이다. 10월 들어 추수가 끝나자 백제 무왕은 달솔 백기를 사령관으로 삼고 장군 사걸을 부사령관으로 삼아 4만명의 보병과 기병으로 신라의 아막산성을 공격한다; 그 옛날 22년전 곧 서기 602년에 실패한 전쟁을 다시 재개한 것이다. 그만큼 백제의 무왕은 집념이 강한 왕이다. 무왕은 서기 600년에 백제의 왕이 되었는데 그는 50년 전에 신라의 진흥왕이 빼앗아간 당항성 등 한강유역의 땅을 되찾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더 강력한 욕망은 지리산 자락을 타고서 동진하여 합천의 대야성을 먼저 점령하고 그 다음에는 서라벌로 직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백제로서는 그 노선이 신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지리산 자락을 ..

천년의 바람소리14(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4(손진길 소설) 5. 오인회의 결성과 백제와의 공방전 8월말까지 김춘추가 김유신을 데리고 자신의 매형인 윤책과 추랑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깊은 산속의 요새지인 앵잠성인지라 그곳에서는 백제의 침입을 대비하는 일에 신경이 많이 쓰이면서도 때로는 무료하다. 그래서 그런지 초급 간부인 그들이 자주 친교모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분명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문과 무에 두루 통달하고 있는 재사 윤책이 보기에는 처남인 김춘추와 가야계 귀족인 김유신이 공유하고 있는 그 무엇이 결코 간단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두 사람의 내심을 윤책이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는 근거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의 국왕 진평왕에게는 불행하게도 아들이 없다. 정상적인 후계자가 없는 것이다...

천년의 바람소리13(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3(손진길 소설) 6월에 들어서자 느닷없이 서라벌에서 가소가 앵잠성을 방문한다. 그 먼 길을 여자 혼자의 몸으로 찾아온다고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윤책이 깜짝 놀라서 아내 가소를 자신의 막사로 안내한다; 막사에 들어서자 가소가 남편 윤책의 얼굴을 정답게 쳐다보면서 말한다; “여보, 제가 우리들의 아기를 가졌어요. 당신이 지난 3월초에 단석산에서 전선으로 출발하고 저는 교리에 있는 친정으로 가서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38살이나 된 저에게 갑자기 태기가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 인편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제가 한번 당신을 만나보고 싶어서 이렇게 무리인 줄 알면서도 전방으로 당신을 찾아왔어요… “. 그 말을 듣자 윤책이 사랑스러운 눈길..

천년의 바람소리12(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2(손진길 소설) 윤책은 5월초에 초급장교의 직급인 소감(少監)으로 임명을 받는다.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사량향도의 책사가 아니다. 앵잠성주를 보좌하는 재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가현 성주의 집무실 옆방이 참모실인데 그곳에 재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에는 윤책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10살 연하이지만 역시 재사로 근무하게 된 김춘추가 있다. 두사람은 가을에 쳐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백제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앵잠성의 수비태세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하여 매일같이 토론하게 된다. 그 결과 윤책이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앵잠성이 높은 산 가파른 지형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산성이므로 그 산세에 너무 의존하여 성을 방어하고 있다...

천년의 바람소리11(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1(손진길 소설) 진평왕 46년인 AD 624년 4월말에 앵잠성의 성주 가현이 사량향도를 이끌고 있는 화랑 추랑과 책사 윤책을 성주의 방으로 호출한다; 두 사람이 성주의 방에 들어서자 환하게 웃고 있는 가현 장군을 마주하게 된다. 가현 성주가 참으로 반갑게 추랑과 윤책을 맞이하면서 말한다; “두 사람은 여기 와서 회의실 의자에 앉게나. 내가 오늘 긴히 할 말이 있네… “. 추랑과 윤책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 자신들을 환대하고 있는 가현 성주의 태도가 좀 이상하지만 상관의 명이라 순순히 탁자 의자에 앉아서 그의 입을 쳐다본다. 가현 장군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화랑 추랑이 사량부의 화랑대를 지휘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난 번에 이곳을 방문한 대장군 눌최의 관심이 대단하더군. 그래서 내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