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60

천년의 바람소리40(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40(손진길 소설) 10. 연개소문의 등장과 재사 윤책 신라는 애초 서라벌을 중심으로 하여 살고 있던 6부족이 연합하여 하나의 왕국을 세운 것이다. 구체적으로, 6부족장의 의결기관인 화백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왕과 왕비를 결정하고 그들을 6부족에서 분리하여 성골로 만들어 줌으로써 왕정국가 신라가 성립된 것이다; 그에 따라 신라의 국왕은 세습제이며 국왕의 자식과 손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왕위 계승의 서열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이름하여 성골이다. 그 서열이 잘 지켜질 때에는 화백회의가 별도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두가지의 경우가 발생하면 화백회의가 열리게 되고 성골의 일에 관여하게 된다; 하나는, 서열을 무시하고 부마 집안이 득세하여 왕권을 차지하는 경우이다. 그때는 부마 집안과 화백회의 ..

천년의 바람소리39(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9(손진길 소설) 서기 638년 11월 중순에 알천 유수와 윤책 도독이 파주의 칠중성에서 고구려의 대군 4만명을 단 2만명의 신라군으로 물리치고 대승을 거둔 장계가 서라벌에 도착하자 조정과 군부에서는 크게 환호성을 발하고 있다. 고구려의 침입을 물리친 진흥대왕과 진평왕의 시대를 선덕여왕의 시대에 다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정치적인 의미를 재빨리 깨닫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비담이다. 그가 선덕여왕에게 진언한다; “폐하, 이것은 국가적으로 큰 경사입니다. 폐하의 치세에 이와 같은 놀라운 승리가 주어지고 있으니 대내외적으로 널리 선전을 해야 합니다… “. 선덕여왕이 경청하자 비담이 신이 나서 말한다; “우선 큰 전공을 세운 김알천 유수와 윤책 도독에게 특진의 상급을..

천년의 바람소리38(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8(손진길 소설) 선덕여왕 6년인 서기 637년 봄이 되자 조정에서는 군부에 대한 정기적인 인사를 단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지난해 5월 옥문관에서 백제군의 기습을 물리친 대야성주 알천 대도독을 승진시켜 유수로 삼은 것이다. 그에 따라 대야성은 일약 6관등 아찬 벼슬의 유수가 다스리는 엄청 중요한 성이 되고 있다. 사실 제7관등 일길찬에 해당하는 대도독은 무관으로서는 최고의 벼슬이다; 대도독이 되면 독자적으로 5만명의 군사를 지휘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제6관등인 아찬 이상의 벼슬에 있어서는 무관의 자리가 없다. 예를 들어, 지방의 작은 행정구역을 다스리는 6관등의 유수가 있고 큰 행정구역을 다스리는 제5관등 대아찬으로서 군주가 있는데 그들은 모두가 문관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문관이면..

천년의 바람소리37(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7(손진길 소설) 서기 635년은 덕만공주가 신라의 국왕으로 즉위한지 4년째가 되는 해이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은 즉위하였을 때 벌써 50대의 중년여성이다. 덕만은 결혼하지 아니하고 독신으로 지낸 공주인데 부친 진평왕은 그녀를 총애했다. 똑똑하고 예지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자신의 왕좌를 그녀에게 넘겨주려고 했다. 그러나 전례에 없는 일이라 화백회의를 장악하고 있는 구 귀족들의 반대가 만만하지 아니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진평왕은 진작부터 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 것이다. 그것이 구 귀족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야계 진골 김서현 장군을 끌어들이고 구 귀족의 세력에게 폐위를 당한 진지왕의 아들인 김용수 장군을 중용한 것이다. 게다가 김용수의 아들 김춘추와 김서현의 아들 김유신 형제에..

천년의 바람소리36(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6(손진길 소설) 한편, 선덕여왕 2년인 서기 633년 7월초에 서라벌을 출발하여 7월 중순에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에 들어간 신라의 사신단은 당 태종 이세민의 환대를 받고 있다. 사신단장인 대장군 김춘추와 참모인 부장군 김품석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당의 황제 이세민이 직접 잔치자리를 마련하기까지 한다; 당 태종의 입장에서는 동방의 강대국 고구려를 견제하고 나아가서 훗날 정복하기 위해서는 신라와의 동맹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이세민은 서기 626년에 왕자의 난을 통하여 황제로 즉위한 이후 5년간 서역으로 진출하여 비단길을 개척하는데 바빴다. 그러나 그 일이 대충 마무리되자 630년부터는 동쪽의 고구려에 눈길을 돌려 정보를 수집하면서 서서히 전쟁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에서도 ..

천년의 바람소리35(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5(손진길 소설) 선덕여왕은 상당히 지혜롭고 예지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 점 때문에 부친 진평왕이 그녀를 공주이지만 후계왕으로 세운 것이다. 장군 윤책이 서라벌 병부에서 근무하면서 그 점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선덕여왕이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선덕여왕은 즉위한 다음해 정초가 되자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는 신당으로 나아가 제사를 드리고 있다. 그것은 토속신앙을 지니고 있는 백성들의 민심을 얻고자 하는 정치적인 행보이다. 그 점을 윤책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윤책은 개인적으로 8살부터 23살이 될 때까지 서라벌 황룡사에 기거하면서 사부 원광법사로부터 불교와 도교에 대하여 정확하게 배운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는 신라의 귀족들의 종교인 불교와 평민들의 종교인 토속신앙 곧 도교..

천년의 바람소리34(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4(손진길 소설) 9. 선덕여왕 시대의 출범과 재사 윤책 공포분위기를 잔뜩 조성한 진평왕이 악착같이 한해를 버티다가 다음해 632년이 시작되자 허무하게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초조하게 차녀인 덕만공주를 신라의 국왕으로 세우고 싶어한 것이다. 그의 소원대로 덕만공주가 신라의 왕이 되어 제27대 선덕여왕의 시대가 시작된다; 되짚어 생각해보면, 진평왕은 결코 자신의 왕좌를 진골 출신에게 넘겨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일관된 생각은 단 한가지이다; “성골의 나라 신라이기에 비록 여자라고 하더라도 성골인 공주가 국왕이 되는 것이 옳다”. 그와 같은 진평왕의 성골 지상주의가 언제까지 신라를 지배할 것인가? 장군 윤책은 그..

천년의 바람소리33(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3(손진길 소설) 이듬해 곧 서기 631년 정월 하순이 되자 고허성에서 참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장군 윤책에게 서라벌의 병부에 들어와서 일을 하라고 하는 인사명령이 시달된다. 병부에서 윤책이 모셔야 하는 직속상관은 작전계획을 맡고 있는 김용수 도독이다. 윤책은 고허성주인 알천 도독에게 전출신고를 하고 당일 오후에 서라벌 병부에 들어가서 김용수 도독에게 전입신고를 한다. 그때 김용수 도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작전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항시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첩보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대외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대내적인 것이다. 그런데… “; 김용수 도독이 잠시 윤책의 얼굴을 보다가 계속 설명한다; “대내정보는 그 업무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제1부와 제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

천년의 바람소리32(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2(손진길 소설) 하지만 사부이신 원광법사 앞에서는 내색을 할 수가 없다. 모처럼 제자인 윤책 자신에게 부디 비담의 앞길을 열어 달라고 간청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윤책이 스승에게 말한다; “사제의 결심도 들었고 하니 제자가 사제를 데리고 서라벌에 가서 김용수 도독을 만나도록 주선하겠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아무 염려하지 마시고 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러면 다음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윤책이 비담과 함께 절 문을 나서기 전에 원광법사가 비로소 생각이 난 듯이 말한다; “아 참, 일전에 일광 편으로 선물과 돈을 보내어 주어 잘 받았다. 그리고 여기 나의 시중을 들고 있는 일광도 나의 제자이니 책이 네가 사형으로서 일광도 잘 보살펴다오. 내가 오늘은 부탁할 것이 많구나!... “. 그 말을 듣..

천년의 바람소리31(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31(손진길 소설) 신라의 장군 윤책은 제26대 진평왕 52년인 서기 630년 8월에 서라벌의 남쪽에 있는 고허성에서 군무를 보고 있다. 지난 5월 따스한 봄철에 아래 동서인 최추랑의 집에서 며느리를 맞이하는 즐거운 잔치자리가 있어 그곳을 다녀온 지 벌써 석달이 지났다. 이제는 계절이 완전히 바뀌어 한여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곽 앞 큰 느티나무의 무성한 잎과 가지 사이에 완벽하게 몸을 숨긴 매미 한 마리가 여름 한낮의 더위에 항의하는지 목청껏 울고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윤책이 잠시 창을 통하여 바깥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자신의 방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군화소리가 제법 크게 울리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함께 들리고 있다. 일행이 있는 모양이다. 어린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