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1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1. 12. 14. 06:46

천년의 바람소리17(손진길 소설)

 

김유신과 김춘추 그들 두 사람이 지혜를 나누어 보아도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광경을 약간 멀리서 윤책이 의미심장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내심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혼자서 중얼거린다; “추랑이 갑자기 적장 백천에게 달려들고 있기에 잘못하면 백제의 용장 백천에게 당할까 걱정이 되어 내가 급하게 강궁으로 화살을 날렸는데 다행히 김유신과 김춘추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구나… “;

 

다음 순간 윤책이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같은 동지라고 하더라도 나의 무공실력을 숨기는 것이 안전해… 내가 책략에 무공까지 겸하고 있다고 하면 같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나게 될 것이야… 그것이 나의 장래에 좋지가 못해… “.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그날 윤책이 내력을 사용하여 강궁을 쏘아 적장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인물이 한사람 있다. 그가 신라의 장군 유강이다. 유강은 재사의 일을 하고 있는 문에 밝은 윤책이 사실은 엄청난 무공을 가진 인물임을 간파한다. 따라서 유강은 윤책의 무공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체하면서 그와 친하게 지내고자 한다.  

그날 봉잠성주 다루 장군이 승전의 찬치 자리에서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일동에게 말한다; “멀리 서라벌에서 적기에 구원병을 이끌고 오신 장군 유강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적장의 수급을 취하는 전공을 세운 김흠순 장수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아울러 향도들을 이끌고 적병을 물리친 김유신, 김춘추, 추랑, 윤책 등 모든 장수에게도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 승리의 축배를 들도록 합시다. 조국 신라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영원하라… “.

모든 장군과 장수들 그리고 봉잠성의 요인들이 한마음으로 승리를 자축하면서 외친다; “조국 신라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영원하라… “. 그 자리에서 특히 유강 장군이 김춘추김유신에게 고마운 말을 하고 있다; “오늘 전장에서 두 분이 큰 활약을 했습니다. 덕분에 대감 김흠순이 적장의 수급을 취하기도 했지요… “.

그 말을 듣자 김춘추와 김유신이 장군 유강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윤책은 달리 생각하고 있다; “오늘 내 옆에서 백제군을 무찌르고 있던 자가 유강 장군이다. 그는 적장 백천을 저격한 그 화살을 김유신이 날린 것으로 믿고 있는 모양이군. 그러니 차제에 서라벌 군부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김용수 장군과 김서현 장군의 자제들에게 자신의 호감을 밝히고 있는 것이겠지… “.

그렇지만 잠시후에 유강 장군이 슬쩍 윤책의 옆에 접근하여 말을 걸어온다; “귀하는 정체가 무엇이요? 문관인 재사로 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이요?... 나는 서라벌 북쪽 기계에 살고 있는 유강이요. 윤책 당신은 어디 사람이요?...”;

 

그 말을 듣자 윤책이 깜짝 놀란다. 그래서 조용히 말한다; “나는 원광법사의 제자입니다. 혹시 내가 내력을 사용하여 강궁을 쏘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부의 가르침 덕분이지요. 하지만 원광법사께서는 내가 무공을 사용하여 살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소문을 내지는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라벌 인근 기계 출신입니다… ”.

윤책이 장군 유강에게 감사의 뜻으로 정직하게 자신도 서라벌 인근 기계 출신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유강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동향이군요. 이거 전쟁터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반갑습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그런데 연배가 어떻게 되나요?... “.

윤책이 고향사람 유강에게 솔직하게 대답한다; “저는 32살입니다. 장군보다는 한참 적은 나이이니 편하게 윤책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같은 고향이니 저도 유강 장군님을 개인적으로는 형님으로 여기고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대해도 되겠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유강 장군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삭막한 전장에서 동향사람을 만난 것도 기쁜 일인데 더구나 유능한 인재를 아우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내가 횡재를 한 날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기쁜 마음으로 대감 윤책을 아우로 대하겠어요. 우리 기념으로 한잔 합시다. 건배!”.

호탕한 기질이 엿보이는 장군 유강이다. 우연히 그렇게 윤책과 유강 장군의 개인적인 사귐이 시작되고 있다. 윤책은 자신의 실력을 단숨에 파악한 장군 유강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반면에 유강은 같은 고향 기계에서 윤책과 같은 놀라운 인물이 나타난 것이 반가워서 앞으로 윤책이 마음껏 군부에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 다음날 일찍 다루 성주가 전서구로 기현성에 있는 대장군 눌최에게 승리의 소식을 전한다. 아울러 그는 고맙게도 상세하게 장계를 작성하여 파발로 서라벌까지 보낸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서라벌의 군부에서 대감 벼슬을 하고 있는 오인회 인물들에게 다시 1계급 특진을 명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파발편으로 봉잠성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제 윤책과 추랑, 김유신 형제와 김춘추가 신라의 17관등 가운데 14등급인 길사의 벼슬을 얻는다. 그것은 오늘날로 따지면 대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그들 5인에게는 서라벌로 돌아와서 가족을 만나도 좋다는 포상 휴가가 주어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잠시 전방에서 후방인 서라벌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3달간 지내는 동안에 김유신의 가정과 김춘추의 가정 그리고 윤책의 가정에서 뜻깊은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한편, 백제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기현성의 대장군 눌최와 앵잠성의 장군 가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먼저 눌최 대장군과 기현성의 운명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현성주인 눌최 대장군은 갑자기 백제군사의 수가 급증하여 성을 공격하자 정신이 아득하다. 그렇지만 기현성만은 적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 비록 자신이 함께 관할하고 있던 3개의 성 곧 속함성, 기잠성, 혈책성이 백제군에게 점령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최전방에 자리잡고 있는 기현성이 끝까지 버티고 있는 한 앞으로도 백제군의 이동에 계속적으로 제동을 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군 눌최가 비상한 수단을 강구하여 실전에 사용한다. 그것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양성해 놓은 저격수들을 차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계책에 따라 저격수들이 강궁을 사용하여 멀리 화살을 날리는데 그것이 성을 공격하고 있는 백제군을 지휘하고 있는 적장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 장면이 더 멀리서 백제군 전체를 지휘하고 있는 사령관 백기의 눈에 크나큰 노여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에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 장군 백천이 신라의 봉잠성을 공격하다가 전사하고 말았다는 비보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아끼는 장수들이 속절없이 신라의 저격수들에 의하여 하나씩 죽어 나가고 있다.   

전쟁경험이 많은 백제의 사령관 백기가 자신의 호위대장인 사함에게 특명을 내린다; “사함 장군은 특수부대를 이끌고 어둠이 내리는 즉시 기현성으로 잠입하라. 신라군의 복장을 갖추고 성의 반대 방향에서 은밀하게 성안으로 들어가서 기현성주 눌최 대장군의 수급을 노리도록 하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수없이 죽어간 우리 장졸들의 원한을 갚을 수가 있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적장의 목을 전문적으로 취하는 참수조의 활약이다. 저격수들이 멀리서 강궁을 사용하여 적의 장수들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한다면 참수조는 그와 다르다. 그들은 마치 그림자와 같이 은밀하게 적장에게 접근하여 칼이나 도끼로 그 수급을 취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장에서 지휘관들은 참수조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백제의 그 전술이 한때 그들의 식민지였던 왜()에 전해지게 되어 훗날 일본의 막부정치에서 닌자’(忍者)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백제의 참수조가 그날 밤 움직이고 있다. 마침 그믐이라 관솔불이 없는 성안의 구역이 온통 캄캄하다. 그들은 어두움을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지휘소가 있는 성루까지 접근한다.

그런데 일반병사들이 성주의 지휘소에 함부로 출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성주 눌최 대장군을 호위하고 있는 장수 갈채가 큰소리로 급히 말한다; “성주님을 지켜라. 적들이 우리 신라군의 복장을 하고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고가 한 박자 늦었다. 십여명의 백제군 참수조가 단숨에 성루에 올라와서 눌최 대장군을 둘러싸고 말기 때문이다. 호위병들이 사력을 다하여 그들과 맞서고 있다. 그러나 참수조를 전부 막아내지를 못한다. 다음 순간 그만 눌최 대장군을 뒤에서 공격한 백제의 참수조장 사함의 쌍도끼가 날아가서 공중에서 번쩍인다. 그 중의 하나가 기어코 대장군 눌최의 목을 자르고 마는 것이다;

 

눌최 대장군이 그렇게 허무하게 전사하고 만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