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2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3. 05:46


소설 여고냐27(작성자; 손진길)

 

주전 5611225일에 여호야긴왕 곧 여고냐가 장장 37년간의 독방 감옥생활을 마치고 바벨론성에 있는 황궁으로 불려간다. 그가 19세 되던 해 곧 주전 597년에 바벨론성으로 끌려왔으니 지금은 55세이다.

오래 감옥생활을 한 사람 치고는 여고냐의 건강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하달과 다니엘이 애를 쓴 결과 그에게 두배로 넓은 독방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좁은 방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그가 36년이상 여호와의 말씀이 적혀 있는 수많은 경전을 읽고 묵상했으며 아울러 건강을 위하여 깊은 호흡법과 무공수련에 정진했기 때문이다. 여고냐가 20년 동안 내공을 닦고 외공을 혼자서 계속 수련하자 특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그것은 그의 눈이 밝아지고 신체에서 빛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옥을 방문하여 그것을 발견한 스승 하달이 여고냐에게 지적하자 그때부터 그는 10년 동안 그 빛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가장 높은 단계의 깨달음과 천외천의 무공의 경지를 습득하게 된다. 그래서 그가 휘두르는 모든 것이 무기로 바뀌는 단계가 되고 만다.

다시 6년의 세월이 지나자 이제는 자신의 정신상태와 몸의 상태가 하나의 경전과 같이 여호와의 말씀에 이끌리어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자 그는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진행이 되는 그 신위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마주 대하게 된다.

스스로 여호와의 뜻과 섭리에 순응하는 법을 체득한 여고냐이기에 마치 그 모습이 고승이나 선승과 같다. 아주 고요한 모습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 발걸음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아니한 평범한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천하의 정세를 꿰뚫고 인간의 가장 깊은 심연을 살피는 통찰력이 갈무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누가 여고냐와 같은 37년 동안의 독방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한없는 여호와의 말씀의 세계와 무공의 세계를 섭렵하는 행운을 얻을 수가 있을까? 그러므로 그가 옥중에서 보낸 37년간의 세월은 겉으로 보면 허사로 보이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전혀 그러하지가 아니한 것이다.

여고냐를 황궁으로 초청한 에윌므로닥 황제가 기쁜 낯빛으로 그를 반긴다. 그들의 식사자리에는 재상인 다니엘 곧 벨드사살이 함께하고 있다. 여고냐는 식사자리로 나아 오기 전에 황궁에서 목욕재계하고 그들이 주는 옷으로 깨끗하게 갈아 입었다.

그 모습이 말쑥하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정제된 선골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대하는 황궁의 환관들이 부러운 듯이 그를 바라본다. 무려 37년 동안이나 혼자서 감옥살이를 하고 이제서야 살아서 석방되고 신원을 회복하고 있는 불쌍한 망국의 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그것이 아닌 것이다.

마치 인간세상의 모든 지혜를 깨달은 선승과 같다. 그리고 그 모습이 해탈한 자이다. 그래서 모두들 여고냐와 말을 하고 싶어한다. 에윌므로닥다니엘 역시 마찬가지이다. 뜻 깊게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일종의 경이로움으로 여고냐를 쳐다본다.

먼저 바벨론의 황제가 조용히 말한다; “건강이 어떠한지 걱정했는데 강건하게 보여서 짐이 다 기분이 좋습니다. 진작에 석방을 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대답한다; “아닙니다, 폐하. 등극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그 선물로 저를 석방하여 주셨으니 그 은혜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 말을 들은 에윌므로닥 황제가 웃음을 띄면서 말한다; “하기야, 부황께서는 너무나 완고하셨지요. 여호야긴왕이 죄가 없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옥중생활을 계속하도록 조치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유다왕국의 독립을 도모하는 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으니 그대 여호야긴왕이 자유스럽게 행동해도 무방합니다”.

식사자리에서 여고냐가 일어나서 깊이 허리를 굽혀서 사의를 표시한다. 그러자 기분이 좋은 지 에윌므로닥 황제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호야긴왕, 그대를 만나보니 내 마음이 즐겁고 마치 오랜 동무를 만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아마 우리가 동갑이라서 그런 모양이요. 그러니 여기 벨드사살 재상과 함께 우리 자주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도록 합시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황송합니다, 폐하라고 사의를 표하면서 옆에서 식사하고 있는 다니엘을 바라본다. 조용하게 웃고 있는 다니엘은 여고냐 자신보다 2살이 많다. 그러니 3사람은 그 연배가 어울리는 사이인 것이다.

여고냐는 다니엘을 보자 마치 개인적으로 형을 대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사실 여고냐에게는 형이 없다. 있다고 한다면 손위의 처남인 엘라엘이 있다. 그렇지만 장인 아히감의 둘째아들인 엘라엘은 그 나이가 7살이나 많다. 그러니 여고냐의 입장에서는 2살 위인 다니엘이 더 정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식사자리가 파하자 에윌므로닥 황제에게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물러나오면서 여고냐가 은근슬쩍 다니엘에게 말한다; “하달 사부님을 통하여 늘 말씀만 듣다가 이제서야 보게 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니엘 형 덕분에 제가 편하게 감옥에서 생활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다니엘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대답한다; “일국의 왕을 지내신 분이 옥중생활을 37년간이나 하셨습니다. 마치 조국의 운명과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제 석방이 되셨으니 새로운 소망의 날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의 뜻을 여고냐가 알아 들었다. 자신만 감옥에서 여호와의 말씀의 뜻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다니엘 역시 적으로 둘러싸인 황궁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져서 한마디를 하고서 헤어진다; “황제보다는 역시 다니엘 형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군요.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다니엘이 알아 들었는 모양이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더니 한마디를 한다; “전하, 완전한 신원의 회복은 아니지만 그에 걸맞게 땅과 재물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벨론성에서 여생을 지내시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황궁으로 들어오셔서 폐하와 식사를 함께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자리를 함께할 것이니 그때 뵙겠습니다”.

여고냐가 27일날 황궁에서 나와 그발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유대인촌락에서 모친 느후스다와 두 아내 아비가일안나 그리고 두 아들 말기람브다야를 만난다. 37년만에 만나는 아들을 늙은 모친 느후스다가 참으로 반긴다. 그리고 두 아내는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펑펑 울고 만다. 그 옆에 서있는 말기람과 브다야가 부친에게 큰 절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여고냐가 문득 그들의 나이를 생각해본다. 모친 느후스다가 78세이고 첫째 아내인 아비가일이 58세이다. 두번째 아내인 안나가 57세이고 그 소생인 말기람이 39세이고 브다야가 38세이다. 두 아들은 철이 들고서는 부친을 처음 보는지라 서먹서먹해 한다.

그것을 보고서 여고냐가 말한다; “말기람과 브다야, 너희들의 나이가 벌써 39세와 38세이겠구나. 그래 바벨론에서 고생이 많다. 내가 사부인 하달을 통해서 벌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너희들이 성가를 했다고 하는데 가족들은 어디에 있느냐?”.

그 말을 듣자 말기람이 대답한다; “전하, 먼저 안방으로 드십시오. 저희 두사람의 안사람과 자식들이 큰절을 올리고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사랑방으로 드셔서 함께 식사를 하시지요… “.

그 말을 들은 여고냐가 말기람과 브다야의 손을 잡고서 말한다; “그래, 나 대신 가족들을 건사해준 너희들이 고맙구나. 그렇게 하마… “. 안방에 들어서니 말기람의 처와 브다야의 처가 자식들을 앞세우고 시부 여고냐에게 큰 절을 올린다. 말기람에게는 숙성한 두 딸이 있고 브다야에게는 아들이 둘이다.

손주들의 손을 잡아보고서 여고냐가 사랑방으로 들어가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참으로 37년만에 가져보는 가족과의 식사자리이다. 그 긴 세월 혼자서만 지내온 여고냐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느껴진다.  

그 자리에서 여고냐가 모친에게 말한다; “어마마마, 비록 어려서 죽었다고는 하지만 스알디엘이 장자입니다. 그 뒤를 이어서 다윗가문을 다시 일으켜야만 합니다. 그러니 손자 가운데 한사람을 그의 양자로 삼아 종손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누구를 생각하십니까?... “.

대비 느후스다가 기쁜 듯이 말한다; “주상이 석방되면 그 말을 꺼낼 것만 같아서 이 에미가 미리 생각을 해보았지요. 브다야의 두 아들 가운데 첫째인 스룹바벨로 하여금 백부 스알디엘의 뒤를 잇게 하는 것이 순리이지요. 그렇게 하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아내 아비가일과 안나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당신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 나이가 들었지만 역시 남편 앞에서는 신부와 같은 아내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한다; “전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소녀들은 좋습니다”.

 모습을 보고서 기어코 대비 느후스다가 한마디를 한다; “전하가 19살에 바벨론성으로 끌려와서 감옥에 들어가고 이제 55세가 되어 기적적으로 석방이 되었구나. 그러니 이제 비빈들은 신혼생활을 다시 할 수가 있게 되었어... 축하한다,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세상사에 초탈한 것으로 보이던 여고냐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한다; “마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 불효자가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윗의 가문을 되살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비가 즉시 답을 한다; “그렇게 하셔야지요. 자손을 더 많이 두셔야 합니다. 전하, 아시겠어요?... “.

그 말씀은 손자 둘로서는 다윗가문을 중흥시키는데 있어서 부족하다는 말씀이다. 그 말의 뜻을 헤아리면서 아비가일안나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아마도 젊은 아내를 더 두고자 하시는 것이 시모인 대비의 뜻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환영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시샘을 해야만 하는가?

여고냐가 두 아내의 얼굴을 슬쩍 보고서는 시침을 떼고서 식사에만 전념한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하루를 보내고 나자 다음날 황궁에서 재물이 여고냐의 집으로 넉넉하게 들어온다. 평생 먹고 쓸 만큼 재물을 주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서류가 들어 있다.

유대인촌 맞은 편의 산과 들이 모두 여고냐의 명의로 되어 있는 등기서류이다. 그것을 보고서 여고냐가 집으로 찾아온 스승 하달과 상의한다; “스승님, 여기 토지와 재물의 목록과 등기서류가 있습니다. 저는 사부님께 상당 부분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의 용도는 이곳 바벨론에서 동족들을 보살피고 양육하는데 사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하달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전하, 제가 80을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아직 정정합니다. 그러니 분부를 받들어 그 재물과 토지로 후진을 양성하겠습니다. 물론 그 일에 전하께서도 함께하셔야 합니다… “.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스승의 두 손을 힘껏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저는 영원한 다윗의 가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호와의 역사섭리와 영원히 함께하는 충신의 가문으로 만들겠습니다. 저를 석방해준 에윌므로닥 황제가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행동을 자제하겠지만 그가 물러나게 되면 저는 동족들을 해방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입니다”.

여고냐와 하달의 큰 뜻은 바벨론의 역사와 더불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가? 이제부터 그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