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2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30. 05:54


소설 여고냐24(작성자; 손진길)

 

느부갓네살 황제가 갈대아군대를 동원하여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완전히 끝장내고 말았다. 그 결과 유다 땅에는 가난한 자들과 부랑자들 그리고 주변의 나라에서 되돌아온 피난민들과 권력욕을 가진 일부 기회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그러한 무리들에게 무상으로 땅을 배분하면서 선의를 베풀고 있는 그다랴는 유능한 인물인가? 아니면 무능한 인물인 것일까? 유대인 귀족으로서 졸지에 유다의 총독이 된 그다랴의 초심은 정직하다; “망해버린 조국이지만 그래도 내손으로 이 땅에 남은 백성들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좋은 터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소출이 나면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고 농사꾼과 목축업자들이 먹고 살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평화스러운 소박한 꿈을 꾸고 있는 그다랴 총독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미스바의 총독부를 지키는 군사들을 많이 두고 있지 않다. 아직 수입이 없는데 지출을 늘려서 용병을 고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다랴 총독의 실책이다. 그는 황제에게 진언하여 군사를 넉넉하게 지원받아 미스바 총독부를 단단하게 지키는 한편 유대 땅에 몰려들고 있는 무장세력들의 준동을 막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다.

총독 그다랴에게 그러한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언한 사람이 그의 동생인 엘라엘과 심복인 사울이다. 그러나 그다랴가 그 말을 흘려서 듣고 만다. 왜냐하면, 그다랴는 자신이 유다 땅에 남겨진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어질게 대하면 그들이 그 은혜를 알고서 농사일과 목축에만 전념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지레짐작이다. 그 이유는 유다의 땅을 얻고자 미스바의 총독부로 몰려들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에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자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느부갓네살 황제가 임명한 친() 바벨론파인 유다총독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들은 미스바의 총독부를 없애 버리고 유다의 남은 백성들을 이끌고 주변국으로 나가서 유다왕국의 부흥운동을 펼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망명정부를 세우고 국왕이 되거나 공신이 되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그러한 꿈을 꾸고 있는 자들이 의병의 지휘관들이고 친 애굽파인 귀족 요하난이며 또 친 암몬파인 왕족 이스마엘인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자가 자칭 왕족 이스마엘이다. 이스마엘은 자신이 왕족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그의 조상이 다윗대왕이기 때문이다. 다윗대왕이 주전 1,000년경 예루살렘에 천도하여 낳은 아들 가운데 엘리사마가 있는데 그가 이스마엘의 중시조이다(삼하5:16, 왕하25:25).

엘리사마가 한때 왕자였을 뿐 그의 자손 가운데 유다의 왕이 된 자가 전혀 없다. 그렇게 4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는데 갑자기 그의 자손 느다니야의 아들인 이스마엘이 스스로 왕족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이다(왕하25:25).

하기야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의 아들들이 전부 느부갓네살에 의하여 처형되고 말았다. 그러니 다윗대왕의 자손인 이스마엘이 스스로 왕족이라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왕가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를 훗날 바벨론 감옥에서 듣게 되자 여호야긴왕 곧 여고냐가 코웃음을 친다. 그가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는 옥중생활을 끝내고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윗가문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어떻게 조상인 다윗대왕 외에는 전혀 왕을 배출하지 아니한 가문에서 스스로 왕족이라고 버젓이 행세한다는 말인가? 통탄할 노릇이다… “.  

그러나 스스로 왕족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이스마엘이 북부 아라비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암몬의 망명정부의 왕인 바알리스와 교제를 하는데 있어서는 크게 그의 족보의 덕을 보고 있다. 바알리스왕은 자신의 우호세력을 가까이에서 얻고자 한다. 따라서 그는 자칭 유다의 왕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스마엘이 유민들을 모아서 유다의 망명정부를 인근지역 곧 북부 아라비아 땅에 세워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한 자칭 왕족 이스마엘이 주전 585년 봄이 되자 수하 10명과 함께 총독 그다랴를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베푼다. 그 잔치의 명분은 동족들을 위하여 크게 헌신하고 있는 그다랴 총독을 왕족인 자신이 위로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귀족 출신인 그다랴는 이스마엘의 호의가 고마워서 그 자리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아니하고 그저 호위군사 10명과 함께 가볍게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실수이다.

왜냐하면, 식사 도중에 이스마엘의 심복 10명이 총독의 호위군사 10명을 한사람씩 맡아서 현장에서 처치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때 이스마엘이 품에서 단도를 꺼내어 술좌석에 있는 그다랴 총독을 순식간에 암살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자신의 사병들을 이끌고 미스바의 총독부를 급습한다. 당시 그다랴 총독의 동생인 엘라엘과 심복인 사울이 각각 유다의 백성들을 돌보기 위하여 북쪽과 남쪽으로 출장나가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스마엘의 무리들이 손쉽게 총독부를 점령하고 미스바 요새를 봉쇄하고 만다.

이스마엘과 그의 심복들은 미스바를 방문하고자 하는 자들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재물을 빼앗고 암살하고 만다. 그 다음에는 미스바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전부 사로잡아 북부 아라비아로 가기 위하여 남하하기를 시작한다.

그 중에는 그다랴 총독이 보호하고 있던 시드기야의 딸들과 환관들이 들어 있다(41:16, 43:6). 그런데 그들 백성들을 탐내고 있는 또다른 집단이 있다. 그들이 바로 친 애굽파인 귀족 요하난 형제와 그들을 따르고 있는 의병장 스라야이다. 요하난 형제의 사병과 스라야의 의병들을 합한 군사의 수가 상당하다.

따라서 그들은 미스바에서 남하하고 있는 이스마엘 무리를 급습한다. 군사의 수가 적은 이스마엘과 그의 심복들이 대패하고서 북부 아라비아로 도망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요하난은  백성들을 이끌고 잠시 베들레헴 인근에 있는 게롯김함에 머문다.

그곳은 작년에 요하난 형제가 그다랴 총독에게서 분배 받은 땅이다. 그곳에서 요하난은 인근에 살고 있는 마아가 출신의 용병장 여사냐와 느도바 사람 에베의 아들들을 포섭하고 있다. 그리고 선지자 예레미야와 그의 제자인 서기관 바룩을 설득한다.

그러나 선지자 예레미야는 여호와의 뜻이 가나안 땅에 남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뜻을 느도바에 자리를 잡은 에베의 아들들이 따르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친 애굽파인 귀족 요하난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무리들과 함께 강제로 예레미야바룩을 위시한 유대인 유민들을 이끌고 애굽의 고센 땅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때가 주전 585년 여름이다.

그와 같은 상세한 이야기를 바벨론성 교외인 그발 강가 유대인촌에 살고 있는 하달에게 전해준 자들이 바로 그다랴 총독의 동생인 엘라엘과 하달의 제자인 사울이다. 그러한 사정을 하달이 감옥에 있는 여고냐에게 전해준다.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하달에게 말한다; “사부님, 저는 애굽으로 들어가기 전에 선지자 예레미야가 선포한 여호와의 예언의 말씀이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 내용을 좀 알아서 제게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달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제자인 여고냐가 천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고냐는 세상의 모든 일이 여호와의 역사섭리에 의하여 진행된다고 하는 사실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그것이  옳은 견해이다. 창조주 여호와의 뜻과 말씀의 의미를 먼저 살피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이다.

세상사에 바빠서 그 점을 간과한 하달 자신이 갑자기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하달이 영특한 제자 여고냐의 얼굴을 한참 쳐다본다. 여고냐는 벌써 12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사이에 그의 진보가 대단한 것이다. 그 점을 재삼 깨닫고 하달이 감옥을 나와서 유대인촌으로 발길을 돌린다.

며칠 후 감옥을 다시 방문한 하달이 다음과 같이 여고냐에게 말한다; “전하, 선지자 예레미야가 전한 여호와의 예언의 말씀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가나안 땅에 머물고 있으면 살고 애굽으로 들어가면 도리어 죽게 된다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요?... “(42:10-17).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문을 연다; “사부님, 그 말씀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하고 있군요. 첫째로, 느부갓네살 황제는 조그마한 유다의 땅을 탐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굽제국의 넓은 땅을 얻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애굽과의 전쟁에서 느부갓네살이 대승을 거둔다고 하는 것입니다… “.

그 말을 들은 하달이 여고냐에게 묻는다; “느부갓네살의 제국이 더욱 견고하게 되겠군요. 그렇다면 선지자 예레미야가 진작에 예언한 내용 곧 신바벨론제국이 70년내에 무너진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실현이 되는 것일까요?... ”.

여고냐가 즉시 대답한다; “선지자 예레미야가 그러한 예언을 개시한 시점이 느부갓네살 황제가 즉위하여 유다왕국을 처음 침략한 주전 605년경입니다. 그러므로 70년이 지나 주전 535년이 되면 그의 제국이 분명 사라지고 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50년후에 발생하는 그 일을 우리가 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

여고냐가 그 말을 하면서 스승인 하달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다음에 쓸쓸하게 말한다; “사부님 많이 늙으셨군요. 불민한 제자의 옥바라지를 하시느라 너무 고생이 심하신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따져보니 스승님의 연세가 벌써 내년이면 환갑이 되시겠군요. 저의 나이는 내년에 32살이 되고요… “.

그 말을 들은 하달이 말한다; “전하, 저는 아직 정정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이 젊은 아내도 얻었습니다. 그러니 옥중에 계신 전하께서도 건강을 잘 챙기십시오. 저는 우리가 함께 그날을 보기를 원합니다”.

그 말을 듣자 여고냐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하기야 무예의 신인 스승님이시니 앞으로 100년을 더 사시겠군요. 넉넉하게 느부갓네살의 제국이 망하는 것을 보시고도 더 사시겠습니다… “.

그 말을 들자 하달이 웃으면서 말한다; “전하께서도 열심히 내공을 쌓고 무예를 더욱 수련하여 그렇게 오래 살아야 하십니다. 함께 그날을 보실 뿐만 아니라 다윗의 가문도 중흥하도록 만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 하달도 보람을 얻지 않겠습니까?... ”.

추운 옥사이지만 사제간의 정이 넘치고 있다. 그렇게 서로가 위로하면서 하달은 집에서 그리고 여고냐는 감옥에서 무예수련과 여호와의 말씀공부에 진력하고 있다. 그 사이 느부갓네살 황제는 유대 땅에 동족인 갈대아의 장군을 그다랴의 후임으로 삼아 유다총독으로 파견하고 만다.

3년의 세월이 지나 주전 582년이 되자 드디어 느부갓네살의 갈대아군대가 애굽으로 쳐들어가는 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 전쟁의 경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애굽으로 들어간 선지자 예레미야바룩은 어떻게 되며 또한 유대인 유민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