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22(작성자; 손진길)
리블라에 머물고 있는 느부갓네살 황제는 주전 586년 7월에 두가지 기쁜 소식을 얻고 있다; 하나는, 7월 9일에 군사령관 네르갈사레셀이 예루살렘성을 함락하고 도망치던 유다왕 시드기야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같은 달 12일에 블레셋을 공격하고 있던 군사령관 느부사라단이 마지막 도시국가인 가사까지 점령하였다는 것이다.
느부갓네살은 크게 기뻐하면서 큰 공을 세운 네르갈사레셀과 느부사라단을 리블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점령한 성들에 대해서는 부사령관들이 책임을 지고 지키라고 지시한다.
특히 네르갈사레셀에게는 또다른 황명을 내리고 있다; “이번에 예루살렘성에서 체포한 시드기야왕과 왕자들을 리블라로 끌고 오라. 그리고 예루살렘의 대신들과 장군들을 비롯한 모든 귀족들을 전부 체포하여 리브라로 압송하라. 아울러 예루살렘성을 지키던 유다의 군사들도 전부 포로로 삼아 리블라로 끌고 오라”.
그러한 황명을 받자 군사령관 네르갈사레셀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는 벌써 장계를 통하여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의 군부대신 세바와 그를 지지하고 있는 장군들이 기아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과 군사들을 구하기 위하여 내부에서 호응하였기에 갈대아군대가 무혈입성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느부갓네살 황제는 그들을 모조리 포로로 취급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실이 궁금하여 네르갈사레셀은 부사령관 삼갈네부에게 10만명의 갈대아군대를 가지고 예루살렘과 유다지역을 통제하라고 지시하고서 자신은 8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북상한다.
동시에 그는 황명을 따라 예루살렘의 왕과 귀족들 그리고 군부의 지도자들은 물론 포로로 잡은 모든 군병들을 끌고서 리블라로 간다. 네르갈사레셀이 자신의 갈대아군대 8만명과 함께 리블라에 도착하자 느부갓네살 황제가 먼저 그를 따로 만난다.
그 자리에서 황제가 네르갈사레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위, 그대가 예루살렘성을 조기에 함락한 공을 크게 치하한다. 하지만 유다의 군부대신과 여러 장군들이 기아와 전염병에 허덕이고 있는 주민들을 구해달라는 명분으로 내응을 했다고 하니 그것이 문제이다… “.
그 말을 듣자 순진한 무장인 젊은 군사령관 네르갈사레셀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 모습이 딱한 지 느부갓네살 황제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로, 내부 호응을 얻어서 예루살렘성에 무혈 입성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밝히게 되면 황제인 나나 정복장군인 그대는 수도인 바벨론성에서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 갈대아군대의 힘으로 적성을 무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
네르갈사레설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황제가 친절하게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우리 갈대아군대의 두려움을 언제나 온세상에 널리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 리블라에서 짐은 예루살렘성에서 우리에게 항거한 무리들을 엄하게 취조하고 전부 처형할 것이다. 누구든지 예외가 없다. 그것을 한번 보고 이제부터 배우도록 하라”.
신바벨론제국의 황제 느부갓네살은 무서운 인물이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전쟁에 매우 능하다. 그의 지략과 전략이 탁월하여 전장에서 그 상대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비심이 없다. 모든 폭력수단을 독점하고서 대항세력을 철저하고 무자비하게 전부 제거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면모가 리블라에서 생생하게 나타나고 만다. 그는 먼저 예루살렘에서 사로잡아온 시드기야왕의 아들들을 부친의 면전에서 처단하라고 명령한다(왕하25:7, 렘39:6). 자신의 눈앞에서 왕자들이 하나씩 목이 달아나는 광경을 보고서 시드기야왕이 절망에 빠져서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그러나 느부갓네살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오히려 느부갓네살은 더 처참한 형벌을 망국의 왕인 시드기야에게 가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자기 앞에서 아들들이 죽어가는 것을 본 시드기야는 이제 그 눈을 가지고서는 여생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두 눈을 빼어버리도록 하라. 간단하게 치료한 다음에 결박하여 감옥에 넣어라. 나중에 짐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고 갈 것이다”.
유다의 왕과 왕자들을 처벌한 느부갓네살 황제는 이제 예루살렘의 귀족들을 심문하고 처벌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그의 명령에서 보듯이 잔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시드기야의 대신들과 장군들 그리고 예루살렘성에서 잡아온 귀족들은 한사람도 빼지 말고 모조리 처형하도록 하라. 짐에게 대항하다가 기아와 전염병 때문에 나중에 목숨을 구걸한 자는 우리 바벨론에서는 필요가 없다. 살려 두게 되면 도리어 우환거리가 될 따름이다”.
그러한 잔인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현장을 보고서 황제의 사위인 네르갈사레셀이 두 눈을 질끈 감고 만다. 그러면서 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장인은 실로 무섭고 두려운 독재자이구나. 자신에게 항거한 자를 절대로 살려 두는 법이 없다... 유일한 예외가 바벨론성 깊은 감옥에 갇혀 있는 여고냐 곧 여호야긴왕 뿐이구나!... “.
마지막으로 느부갓네살 황제가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논공행상을 실시한다. 황제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명령한다; “첫째로, 짐은 군사령관인 네르갈사레셀과 느부사라단을 군대장관으로 승진하여 발령한다. 동시에 두 사람 휘하의 부사령관인 삼갈네부와 오르갈을 군사령관으로 승진시킨다. 그리고… “.
느부갓네살 황제가 잠시 숨을 돌리고서 이어서 명령한다; “둘째로, 두 군대장관에게 새로운 과업을 맡긴다. 네르갈사레셀은 지금 즉시 군사령관이 된 삼갈네부와 함께 18만명의 갈대아군대를 지휘하여 에돔왕국의 정복에 나서라. 그곳에서는 15만명의 군사를 가진 발라단 군사령관이 에돔의 군대에게 고전하고 있다. 두사람의 군사령관을 거느리고 군대장관 네르갈사레셀은 1년안에 에돔왕국을 정복하도록 하라. 그리고… “.
이제는 황제의 시선이 느부사라단에게 향하고 있다; “느부사라단은 이제 군대장관이다. 그러므로 새로 군사령관이 된 오르갈에게 10만명의 군대를 주어 블레셋을 잘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는 5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 유다왕국의 땅으로 들어가라. 그곳에서 모든 쓸 만한 재물과 인력을 찾아내어 전부 바벨론으로 가지고 오라. 동시에 예루살렘성을 완전히 불태워버려라... “.
느부갓네살 황제가 새로 군대장관이 된 느부사라단에게 마지막 임무를 부여한다; “셋째로, 느부사라단은 유다왕국에서 얻은 모든 전리품과 포로들을 끌고서 짐과 함께 바벨론성으로 개선한다. 이제 소경이 된 유다왕 시드기야도 끌고 간다. 그대 느부사라단에게는 짐이 바벨론성에 도착하면 황성을 지키는 시위대를 맡길 것이다. 그러니 시위대의 군대장관으로서 충성을 다하도록 하라”.
그 말을 듣자 느부사라단이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서 오체투체를 하면서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폐하, 황은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삼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황궁을 지키는 시위대장인 군대장관의 자리는 황제의 측근 중의 측근이 맡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느부사라단은 황제를 위하여 모든 충성을 다 바치고 있다. 그에 따라 예루살렘성은 완전히 폐허가 되고 유다의 땅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사라진다. 무산자와 방랑자들 그리고 해외에 피신했다가 돌아오는 자들이 그 땅을 경작하고자 나서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피폐해버린 유다의 땅을 책임지고 경영하라고 느부갓네살 황제가 총독을 임명한다. 그 임명을 받은 자가 그해 봄에 바벨론성에서 자유민의 지위를 회복한 유다의 귀족 아히감의 아들인 그다랴이다(왕하25:22, 렘39:14). 그는 주전 586년 8월에 유다 땅에 들어와서 불에 타버린 예루살렘성을 대신하여 그 북쪽에 있는 미스바 요새에 총독부를 세운다(렘40:6).
그 미스바 요새를 며칠 후에 방문한 자가 바로 선지자 예레미야이다. 그는 예루살렘의 모든 재물을 약탈하여 바벨론으로 운송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들어온 느부사라단에 의하여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다. 느부사라단은 선지자 예레미야가 바벨론에게 대항하지 말고 느부갓네살 황제를 섬기라고 예루살렘에서 설파한 공로를 인정하여 그에게 자유를 준다.
당시 느부사라단은 리블라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기 전에 네르갈사레셀이 다음과 같이 부탁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선지자 예레미야와 예루살렘의 귀족인 아히감 대감은 모두 동족들에게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대항하지 말고 고개를 숙여서 살 길을 찾으라고 외친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수호신인 여호와의 명령이라고 강조했지요. 그러니… “(렘39:13-14, 38:2, 26:24).
네르갈사레셀이 참으로 진지하게 이어서 말한다; “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면 장군께서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선지자 예레미야를 기억하시고 구출해주세요. 그리고 벌써 폐하께서 유다의 총독으로 내정하고 있는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보내어 주면 좋을 것이요. 왜냐하면, 유다의 땅에 남겨지는 백성들의 마음을 쓰다듬는 일에 선지자 예레미야가 적격이기 때문이지요… “.
여기서 잠시 신바벨론제국의 군부의 직제에 관하여 간략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제국의 군대는 군단을 기초로 하고 있다. 약 2만 4천명의 군사로 구성이 되는 하나의 군단에는 한사람의 군단장이 있고 그 아래에 한 명의 수석천부장과 23명의 천부장이 있다. 천부장의 휘하에 10명의 백부장들이 있으며 각 백부장은 2인의 오십부장을 거느리고 있다. 각 오십부장에게는 5명의 십부장이 있는 것이다.
둘째로, 군사령관은 보통 4명의 군단장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군사령관과 군단장 사이에는 부사령관이 있어서 참모의 역할을 하면서 군단장의 유고시에는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셋째로, 200먄명에 이르는 대군을 자랑하고 있는 신바벨론제국에서는 군대장관이 5명이나 있다. 소위 ‘오호군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들이 각자 4명의 군사령관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권력은 가히 큰 하나의 왕국의 군부대신에 맞먹는 것이다.
넷째로,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군부의 실력자가 바로 군부대신이다. 그는 황제의 지시에 따라 5명의 군대장관을 지휘하고 있다. 그렇지만 군부대신의 지휘권이 미치지 못하는 군대장관이 별도로 한사람이 있다. 그자가 바로 황궁시위대를 지휘하고 있는 군대장관인데 달리 ‘궁중장관’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궁중장관은 무신이며 문신인 궁내대신과는 다른 것이다.
참고로, 바벨론의 유력한 가문의 자손이며 무장인 네르갈사레셀이 느부갓네살 황제의 사위가 되자 궁중장관의 자리를 임시로 맡았다. 그러나 그는 전장을 좋아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변방 예루살렘성을 정벌하는 전쟁에 군사령관으로 참여했다. 그러자 큰 공을 세운 다음에는 다시 새로운 전쟁터인 에돔으로 떠나간 것이다.
네르갈사레셀은 바벨론의 귀족들의 세력을 강력하게 누르고 있는 느부갓네살 황제의 공포정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방의 전쟁터를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훗날 그에 의하여 느부갓네살의 황가가 끝장이 나게 된다.
한편, 느부갓네살 황제는 유다왕국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어째서 바벨론성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던 아히감의 집안이 자유민이 되고 그다랴가 유다총독의 자리에 임명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점을 한번 살펴볼 차례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여고냐의 관심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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