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2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26. 14:07


소설 여고냐20(작성자; 손진길)

 

신바벨론제국의 황제인 느부갓네살20만명의 갈대아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성을 재침한 때가 주전 587년 6월초이다. 그는 일단 예루살렘성으로 올라가는 모든 길을 차단한다. 그리고 토성을 쌓기 시작한다(왕하25:1-2).

113년전 주전 700년에 앗수르제국의 황제인 산헤립이 유다왕국의 서쪽 요새인 라기스성을 점령하기 위하여 1년동안 그 남서면에 토성을 쌓은 적이 있다. 앗수르 사람들은 그 토성에 황제의 별궁을 짓고서 그것을 자신들의 라기스성이라고 불렀다.

무려 300미터의 높이에 달하는 산을 인공적으로 만들었기에 그 설계도를 앗수르의 니느웨 황궁의 서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것을 주전 612년에 니느웨를 정복한 바벨론의 군대가 입수한 바가 있다. 그때부터 갈대아왕조에서는 산 위의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산헤립 황제처럼 토성을 쌓을 수도 있다는 병법을 익히고 있다.

신바벨론제국 갈대아왕조의 황제인 느부갓네살이 이번에는 780미터에 달하는 높은 시온산을 공격하기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높은 토성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그 계획이 장장 2년의 공정이다. 그 높은 곳까지 흙과 바위를 운반하자면 아무리 빨라도 그 정도의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예루살렘성에 갇혀서 수성작전에 매진하고 있는 유다왕 시드기야와 대신들 그리고 장군들은 주기적으로 적들의 토성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성내에 보관하고 있는 양식과 저수조의 물이 어느 정도 재고가 남아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물량이 2년 동안 예루살렘성의 주민 8만명과 장졸들 96천명이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성을 지키기 위하여 성내에 상비군 2개 군단과 예비군 2개 군단이 배치되어 있다.

그 수는 느부갓네살 황제가 지휘하고 있는 20만 갈대아군대의 절반수준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만약 적들이 토성을 완성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그것이 시드기야왕과 대신들 그리고 군부의 걱정거리이다.

만약 토성의 높이가 예루살렘성보다 높아지게 되면 화살을 쏘거나 공성무기를 사용하여 느부갓네살의 군대가 예루살렘성의 군사들을 살상하는데 굉장히 유리하게 된다. 그때에는 갈대아군대가 유다병사에 비하여 두배의 규모이므로 능히 승리를 차지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드기야왕과 신하들이 어떻게 하면 적병이 쌓고 있는 토성을 중도에서 파괴할 수가 있는지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뾰쪽한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은 기마대장인 김함 장군이 다음과 같이 주청한다; “전하, 소신이 기마대를 이끌고 성을 나가서 적들을 한번 공격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토성을 쌓지 못하도록 적 진영을 유린하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시드기야왕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군부대신인 세바에게 묻는다; “군부대신의 생각은 어떠하세요?”. 세바가 신중하게 답변한다; “전하, 지금은 뾰쪽한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마냥 적들이 토성을 쌓도록 두고 볼 수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은밀하게 기마대를 내보내어 적을 한번 기습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듣자 시드기야왕이 결단을 내린다; “좋습니다. 짐이 허락을 할 터이니 김함 장군은 수하의 기마대를 이끌고 나가서 요령껏 적들을 기습하도록 하세요. 희생을 최대한 줄이면서 적들을 치고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세요”.

김함 장군이 5천의 기마병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첫새벽에 예루살렘성을 벗어난다. 군마의 말발굽을 헝겊으로 감싸고 최대한 소리를 줄여서 시온산을 내려간다. 기드론 골짜기에 들어서자 말발굽에서 천을 제거한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갈대아군대의 진영을 들이친다.

적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김함의 기마병들이 쏜 불화살에 막사가 타는 냄새를 맡게 된다. 삽시간에 군막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바벨론 진지에 대혼란이 발생한다. 갈대아군대의 총사령관인 네르갈사레셀과 부사령관인 삼갈네부가 군사들을 독려하여 불을 끄는 한편 군사적으로 대응하기여 여념이 없다.

갈대아군대의 기마대장인 모르김이 좀 떨어진 막사에서 불길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서 급히 자신의 기마병들에게 비상을 건다. 평소에 모르김이 기마대 훈련을 잘한 모양이다. 그 덕에 1만명의 기마대가 집합하여 한꺼번에 불길이 치솟는 곳을 향하여 전력으로 질주한다.

김함 장군의 기마대 5천과 모르김 장군의 기마대 1만이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맞붙게 된다. 수적으로는 유다의 기마대가 열세이다 하지만 한창 적 진영에 불화살을 쏘고 있었기에 그 기세가 대단하다. 따라서 비슷한 전력으로 맞대결을 하고 있다.

김함 장군이 여리고 길을 한참 달리다가 오른편에 있는 천부장 드단에게 지시한다; “드단 장군은 즉시 휘하의 기병 1천명을 데리고 먼저 달려가서 앞에 있는 산에 숨도록 하세요. 내가 적들을 유인하면 뒤에서 배후를 치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임기응변의 전술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기가 막힌다. 김함의 기마대를 한참 추격하던 모르김의 갈대아 기병대가 갑자기 배후를 공격당하여 혼란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마를 되돌릴 시간이 없다. 뒤에서 쏘는 화살을 피하려면 더 빨리 달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김함의 기마병들이 추격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뒤돌아 서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오를 갖추어 장창으로 군마를 타고서 갈대아 기병들을 연속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동시에 앞뒤에서 공격을 당하자 우세한 수를 자랑하던 갈대아 기마병의 절반 이상이 와르르 말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제는 서로 비슷한 수가 되어서 마상전을 치르고 있다. 그 결과 상호간에 2천명 남짓의 기병들이 살아남아서 전투를 계속한다.

그때 멀리서 또다른 갈대아 군대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보고서 김함 장군이 전군에게 퇴각하라고 지시한다. 2천명의 유다의 기마대가 빠른 속도로 달아난다. 그 뒤를 모르김의 기마대가 추격하지만 끝내 종적을 놓치고 만다.

그 이유는 예루살렘 출신인 김함 장군이 그 주변지역에 밝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미리 숨을 수 있는 지형을 물색해 두었다가 이번에 요긴하게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두워지자 은밀하게 다시 예루살렘성으로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너무 많은 기마병이 죽고 말았다. 그러므로 자주 하산하여 적을 습격하지를 못한다. 그렇게 더이상 뾰쪽한 대책이 없이 시드기야왕과 신하들이 갈대아군대가 토성을 쌓는 광경을 1년간이나 눈뜨고 뻔히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애굽의 바로가 구원군을 보내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바램이 이루어질 것일까?

한편, 1년 사이에 바벨론성에서는 큰 변화가 발생한다. 예루살렘에서 주전 597년에 바벨론으로 끌려온 포로들에 대하여 대대적인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전 587년에 바벨론에 살고 있는 유대인 유민들을 다스리게 되는 직책을 다니엘의 친구인 아벳느고가 맡게 되자 그러한 전면적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바벨론에 살면서 친() 바벨론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예루살렘 출신의 인사들에 대하여 대대적인 신원회복을 해주고 있다. 그렇게 구제를 받은 대표적인 귀족의 가문이 아히감의 집안이다. 아히감의 아들인 그다랴엘리엘 그리고 딸인 아비가일이 자유의 몸이 된다.

또 하나의 가문이 네리아의 집안이다. 그의 아들이 스라야인데 훗날 자유민인 스라야의 슬하에서 딸 이스가를 비롯한 아들들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훗날 북송과정에서 처형이 되는 대제사장 스라야의 아들인 제사장 여호사닥의 집안이 자유를 얻게 된다. 그에 따라 여호사닥의 여동생인 안나도 자유민이 된다.

그것을 보고서 진작부터 바벨론에서 자유인으로 살고 있던 하달이 크게 기뻐한다. 그 이유는 주군인 여고냐의 아내인 아비가일안나가 모두 바벨론에서 포로생활 가운데 이제는 자유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모친들이 자유민이 되자 그들의 소생인 여고냐의 아들 말기람브다야가 동시에 자유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훗날 제사장 여호사닥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는 예수아도 그 신분이 자유민이다. 게다가 장차 브다야에게서 태어나게 되는 스룹바벨도 자유민이다. 그들은 바벨론에서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훗날 출옥하게 되는 여고냐의 지도를 받아 친() 페르샤적인 활동을 은밀하게 진행하게 된다.

아벳느고가 바벨론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동족들에 대하여 그러한 신분회복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은 오랜 세월 그와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있는 동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니엘 사드락 그리고 미사엘의 조언과 도움 덕분이다.

당시에 다니엘은 바벨론식의 이름 벨드사살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는 크게 출세하여 31세의 나이에 벌써 장관의 반열에 올라있다(1:7, 2:48-49). 그의 도움으로 3친구가 모두 출세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힘을 합치자 바벨론에서 그와 같은 일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고냐는 신바벨론제국의 수도인 바벨론성에서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자 희망을 가지게 된다. 언젠가는 자신의 감옥생활도 끝이 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다. 한창 예루살렘성을 둘러싸고서 유다왕국과 신바벨론제국 사이에 공방전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중의 여고냐가 간간이 사부인 하달을 통하여 바깥소식을 접하면서 매일같이 여호와 하나님에게 간구하고 있다.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멸망 당하지 아니하고 살아남기를 희구하고 있다.

하지만 예레미야가 전하고 있는 예언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것이 아니다. 예루살렘의 유다왕국이 결국 여호와의 역사섭리로 멸망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70년 동안 바벨론왕을 섬기다가 제국이 망하게 됨에 따라 비로소 바사왕 고레스에 의하여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는 예언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바벨론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어찌해야만 하는가? 여고냐는 틈틈이 예언서와 무공의 비결을 연구하면서 그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주전 5867월이 되자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예루살렘에서 들려온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