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1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23. 08:35


소설 여고냐17(작성자; 손진길)

 

여고냐2년 동안 독방에서 감옥생활을 한다. 바벨론 황제인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여호야긴왕에게 전쟁의 책임을 크게 묻지 아니하겠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바벨론성에 끌려와서 깊은 감옥에서 죄수로 생활하고 있는 여호야긴왕 곧 여고냐에게 제법 큰 독방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고냐는 그 독방에서 그래도 편하게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틈틈이 스승인 하달이 넣어주는 모세오경을 읽는다. 그리고 하달이 구술하여 주는 무공을 배우고 연마하기에 바쁘다. 그 재미로 그가 2년간 감옥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는 것이다.

여호야긴왕이 느부갓네살에게 조건부 항복을 한 그때가 주전 5972월 하순이다. 그해가 지나가고 이제는 그 다음해인 주전 596년도 지나갔다. 드디어 주전 595년 봄이 되었다.

신바벨론제국의 수도인 바벨론성의 위치는 가나안으로 보면 그 위도가 예루살렘의 북쪽에 있는 사마리아성 정도이다. 그러므로 사마리아성에서 맛볼 수 있는 계절을 바벨론성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물론 사마리아성과 바벨론성을 비교하면 하나의 큰 차이가 있다. () 사막성 기후를 지니고 있는 사마리아성에서는 비가 적게 온다. 그래서 건조한 기후의 봄을 맞고 있다. 그와 달리 비옥한 메소포타미아 삼각주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바벨론성에서는 비가 많이 오고 수량이 풍부하다.

따라서 바벨론성에서는 봄이 되면 수목과 꽃나무들이 제철을 맞이하게 된다. 그와 같이 만물이 생동하는 좋은 계절 주전 595년의 봄기운을 바벨론성 바깥 그발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허름한 유대인 난민촌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벌써 여고냐의 차남인 말기람5살이고 삼남인 브다야4살이다. 망국의 유민이 되어버린 왕비 아비가일은 아들 브다야의 손을 잡고, 또한 후비 안나는 말기람의 손을 잡고 모처럼 그발 강가를 거닐고 있다. 그들의 뒤를 대비 느후스다가 뒤따르고 있다.

그들이 봄철에 피는 꽃들을 구경하기 위하여 강둑을 거닐고 있을 때에 멀리서 하달이 다가온다. 그가 예의 바르게 우선 여고냐의 가족들에게 인사부터 한다; “대비마마, 왕비마마와 후궁마마, 그리고 왕자님들 두루 평안하십니까?”. 

그 말을 듣자 대비 느후스다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근위대장, 우리는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항복하고 유다왕국을 내어준 지 벌써 2년이 지난 죄인들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대비와 왕비 그리고 왕자로 호칭하고 있으니 듣기에 거북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냥 제자인 여고냐의 모친과 처자식으로만 대접하셔도 무방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하달이 대답한다; “천부당 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아직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멸망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시드기야왕이 유다왕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언젠가 때가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대비 느후스다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의 친정식구들이 모두 이곳 바벨론성으로 끌려와서 포로나 유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옛날 예루살렘의 귀족인 엘라단의 가문이 비참하게 되고 말았지요... “.

잠시 숨을 쉰 다음에 그녀가 이어서 말한다; “게다가 지금의 유다왕인 시드기야는 저의 남편인 여호야김 전하와는 배가 다른 아우이지요. 그러니 저희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형세가 그러하니 저희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누가 반길 것입니까?... ”.  

하달이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타향살이에 용기를 주고 싶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마, 힘을 내십시오. 제국도 망할 때가 있고 왕국도 다시 일어설 때가 있습니다. 그 옛날 다윗대왕과 솔로몬대왕 시대에는 저희 이스라엘제국이 천하의 패권국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영화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대비 느후스다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미래의 역사는 모두 여호와 하나님의 손에 감추어 있지요. 그러니 이제 우리는 여호와의 역사섭리를 바라보면서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자손들을 잘 키우면서 말입니다… “.

그와 같은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보고서 왕비 아비가일이 하달에게 묻는다; “전하께서는 감옥에서 잘 지내고 계십니까?”. 하달이 정중하게 대답한다; “, 마마, 여전히 모세오경을 탐독하시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예수련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제가 참으로 좋은 제자를 두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왕비 아비가일과 후비 안나가 고개를 숙여서 하달에게 반절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하달이 급히 말린다; “아이쿠, 두분 마마께서 제게 절을 하다니요. 제가 그렇게 훌륭한 스승이 아닙니다… “.

그렇게 겸양의 말을 하고 있지만 벌써 50을 바라보고 있는 하달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있다.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대비와 왕비, 그리고 후궁과 왕자님들이 그 먼 길을 포로로 끌려온 후 이곳 바벨론 외곽지역에서 유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짠하기 때문이다.

며칠 후 하달이 바벨론성 깊은 곳에 있는 감옥으로 제자인 여고냐를 찾아간다. 그랬더니 여고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부님, 이곳의 독방 가운데 더 큰방이 있을까요? 저는 사부님이 가르쳐 주신 내공을 사용하여 직접 무예를 한번 펼쳐보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세가지가 필요합니다… “.

무언중에 하달이 고개를 끄떡이자 여고냐가 천천히 말한다; “첫째로, 무예를 펼치기에는 이방이 좀 좁은 것 같습니다. 둘째로, 철검은 아니라도 단단한 목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로, 무예의 비기를 적고 있는 비급이 있으면 좀 구해주십시오. 제자의 요구가 지나쳐서 송구합니다… “.

그 말을 듣자 하달이 조용히 말한다; “전하께서 이제 무예에 크게 취미를 붙이고 계시니 소신의 마음이 기쁩니다. 훗날 여기서 연마하신 무예가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소신이 요즘 바벨론에서 출세를 거듭하고 있는 다니엘에게 한번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다니엘13세에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바벨론으로 인질이 되어온 예루살렘 귀족의 자제이다. 그때가 주전 605년인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약관의 나이가 되자 그 총명이 절륜하여 느부갓네살 황제를 감탄하게 했다. 그후 그는 3친구와 더불어 정계와 관계에서 놀라운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히브리경전과 바벨론의 학문에 두루 정통하고 있는 유대인 청년 곧 23세에 불과한 다니엘이 벌써 바벨론의 박사들 사이에서는 큰 스승으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그가 바벨론의 왕족과 귀족들인 제자들을 통하여 손을 쓰자 여고냐가 감옥에서 요구하고 있는 그 일들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벨론 감옥에서는 일부러 두개의 넓은 독방을 하나로 만들어서 여고냐에게 제공해준다. 큰 특혜를 베풀어 준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여고냐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조국은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이곳에서 내가 그들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구나. 나는 훗날 그들에게 은혜를 갚아주는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겠구나!... “.

여고냐는 스승 하달을 통하여 그들이 힘을 써주었기에 자신에게 그러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신보다 2살 연상에 불과한 그들이 머나먼 타국 바벨론에서 그렇게 좋은 평판을 얻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인재들인 것이다. 특히 그들의 여호와신앙이 특심하다고 하니 그것이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곳 감옥 내부 두배로 넓은 독방에서 여고냐가 무려 3년 동안이나 무공수련을 한다. 하달이 간간이 넣어주고 있는 비급을 자세하게 읽고서 그 의미를 파악한 후에 자신의 내공을 불어넣어서 검으로 수련을 계속하는 것이다.

감옥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그러한 무공수련에 있어서는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이다. 국사를 돌보는 것도 아니고 가정사에 매인 것도 아니다. 그러니 여고냐가 참으로 마음 편하게 오로지 무예의 극치를 깨우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3년의 세월이 지나 주전 592년 봄이 되자 여고냐의 무공수준이 그 옛날 유다왕국 제1검인 하달의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그 역시 몸을 비상하게 되면 하달처럼 검신일체로 화살처럼 쏘아가게 되고 어검술을 펼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 지 마치 환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한 놀라운 경지의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여고냐에게 감옥 바깥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식들이 하달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들려오고 있다;

첫째로, 주전 593년에 유다왕으로 즉위한지 4년이 된 시드기야가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문안을 드리기 위하여 바벨론성을 방문하게 된다(51:59). 그때 유다왕을 수행하여 온 병참감 스라야가 개인적으로 옥중생활을 하고 있는 여고냐를 만난다. 그는 바룩의 친동생이며 선지자 예레미야의 제자이다.

스라야가 전한 예레미야의 예언의 내용이 다음과 같다; “여호와의 뜻은 당장 바벨론과 대항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왕과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여호와신앙을 떠나 제멋대로 우상을 섬기며 세상적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여호와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바벨론에서 여호와신앙을 회복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70년이 지나지 아니하여 해방을 맞이하고 고토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29:10-14, 51:59-64).

둘째로, 옥중에서 여고냐는 벌써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어보았다. 그 내용이 고레스 황제에 의하여 바벨론이 멸망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44:28-45:7). 그러므로 여고냐는 훗날 바사의 고레스 황제를 도와서 신바벨론제국을 물리치고 동족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선물하고자 기나긴 옥중생활 가운데 작심하게 된다.

그 일을 위하여 옥중의 여고냐 자신이 할 일이 두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무공을 극성으로 연마하여 적들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여호와신앙을 굳건히 하여 선민의 나라가 다시는 세상제국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 주전 593년과 592년에 바벨론성 외곽에 있는 유대인 촌락에서 두가지 종류의 선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나는, 여호와의 예언의 말씀을 정확하게 유대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선지자 에스겔과 예레미야의 제자들이다(1:1-2, 51:60-62). 또 하나는, 여호와의 뜻은 당장 무장하여 바벨론제국과 싸워야만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거짓 선지자들과 열심당원들이다.

거짓선지자 아합시드기야가 유민들을 선동하자 종교적 열광주의자들은 당장 현지에서 반란을 일으키고자 한다. 그것이 너무나 무모하고도 위험한 일이기에 멀리 예루살렘에서 선지자 예레미야가 거듭 만류하는 서신을 보내어오고 있다(29:21-32).

한편, 그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이상한 무리들이 나타나서 애굽이 주도하고 있는 반() 바벨론 동맹에 참여하여 유다왕국이 바벨론과 전쟁을 치면 당장 승리할 수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주장에 앞장서고 있는 자가 예루살렘의 거짓선지자 하나냐이다(28:1-11). 그리고 예루살렘성전의 부제사장 바스훌과 많은 주전파 대신들이다(20:1-2).

옥중에서 여고냐는 스승 하달을 통하여 그러한 바깥 소식을 전해 듣고서 걱정하고 있다. 아직은 천하의 패권을 자랑하고 있는 신바벨론제국과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닌 것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무엇보다 먼저 역사를 섭리하시는 여호와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야만 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었기에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신바벨론제국에게 예루살렘성을 내주고 만 것이다.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여고냐는 감옥에서 이제는 여호와의 뜻을 분별할 수 있는 영적인 지식과 능력을 함양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