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1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21. 08:46


소설 여고냐15(작성자; 손진길)

 

여호야긴왕의 특명을 받은 외무대신 엘리사마가 서기관 미가야와 함께 예루살렘성 바깥에서 군막을 치고 있는 느부갓네살 황제를 알현한다. 서기관 미가야는 궁내대신 그마랴의 아들이다.

느부갓네살 황제는 유다왕국의 실세이며 전략의 귀재인 군부대신 하나니가 자신이 보낸 500명의 자객단에 의하여 며칠전에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예루살렘성에서 조건부 항복을 표면적으로는 화해의 형식으로 청하는 사절들이 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성에서 온 외무대신 엘리사마의 일행을 맞이하고 있는 느부갓네살 황제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이제 다윗왕조 유다왕국만 굴복을 시킨다고 하면 가나안 일대의 속국들이 다시는 고개를 쳐들지 못할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느부갓네살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는 신바벨론제국의 황제이다. 따라서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한다; “그대는 예루살렘성에서 짐을 만나고자 내려온 모양인데 무슨 용건인가? 짧게 말해보라. 무조건 항복을 할 것이니 부디 여호야긴왕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하는 요청이냐?”.

그 말을 듣자 엘리사마가 눈을 한번 질끈 감는다. 그러나 곧 평정심을 되찾아서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것이 아닙니다, 폐하. 저의 주군이신 여호야긴 전하께서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존속을 원하고 계십니다.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면 끝까지 목숨을 바쳐서 예루살렘성을 지키겠다고 하는 다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느부갓네살 황제가 말한다; “허허, 자신이 죽고 나면 그의 왕조나 왕국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어째서 너의 주군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가? 그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아닌가?... ”.

그 말을 듣자 엘리사마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이유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이라고 하는 것이 일개 왕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유다왕국은 창조주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나라이며 신정국가입니다. 그러므로 왕국의 주인이 국왕이 아니라 창조주 여호와이십니다. 유다의 왕은 그것을 대신 지키는 대리자에 불과합니다”.

느부갓네살 황제가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고 아주 쉽게 대답한다; “하하하, 그렇다는 말이지그렇다면 짐이 여호야긴왕의 체면이 서도록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존속시켜주겠네. 그렇게 약속하지. 그것은 염려하지 말고 이제는 예루살렘성을 내려와서 짐 앞에서 항복하도록 하라. 내일 정오까지 짐이 시간을 주겠다. 그 시간을 지키지 아니하면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엘리사마는 느부갓네살 황제가 쉽게 확답하고 있으므로 한시름을 놓는다. 그리고 예루살렘성 안으로 들어가서 여호야긴왕의 허락을 얻는다. 그에 따라 다음날 일찍 유다왕이 하산하고 있는데 그 옆을 지키는 장수가 근위대장 하달이다. 그리고 외무대신 엘리사마와 궁내대신 그마랴가 여호야긴왕을 뒤따르고 있다.

그날따라 느부갓네살 황제는 총본영 앞에 높은 단을 하나 만들어 놓았다. 그는 그 단위에 보좌를 설치하고 거기에 앉아 아래를 굽어본다. 그 단 아래에 19세의 유다왕 여호야긴이 서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대신들인 엘리사마와 그마랴가 서있다. 그 옆을 근위대장 하달이 지키고 있다.

높은 단 위에서 느부갓네살 황제가 통역을 통하여 말한다; “그대 유다왕 여호야긴이 조건부 항복을 요청하여 왔기에 짐은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짐이 판단한 데에는 구체적인 두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로, 짐을 배반한 자는 그대가 아니고 그대의 부친인 여호야김왕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잘못이 없다. 또 하나는… “.

처음 듣는 말씀이다. 그래서 여호야긴왕과 대신들 그리고 하달이 귀를 기울인다. 그들에게 느부갓네살 황제의 말이 통역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들리고 있다; “둘째로, 그대가 유다왕의 자리를 계승하였지만 실제적으로 왕국을 이끈 인물이 군부대신인 하나니이다. 약관의 나이도 되지 못한 그대가 무슨 재주로 국정을 이끌었겠는가?... 이제 하나니가 척살되고 말았으니 짐은 그대의 죄를 묻지 않고자 한다. 다만… “.

노회한 인물이 느부갓네살이다. 그는 전쟁만 잘 치는 영웅일 뿐만 아니라 그 지략이 보통 뛰어난 자가 아니다. 그래서 일단 그렇게 여호야긴왕을 당근으로 쓰다듬어 놓고서 다음과 같은 채찍을 슬며시 가하고 있다; “그대나 여러 대신들이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하나니의 반() 바벨론 정책을 추종한 것이 큰 죄이다. 그러므로… “.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갑자기 느부갓네살 황제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한다; “짐은 다시는 유다왕국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유능한 인재와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을 전부 바벨론으로 옮겨버릴 것이다.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전쟁물자를 사들일 수 있는 역량을 없애기 위하여 유다왕국의 금은보화와 재물을 모조리 바벨론으로 이송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

그 말을 듣고 있는 여호야긴왕과 대신들은 등줄기에서 찬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말만 다윗왕조 유다왕국이지 그것은 이미 불구자와 같다. 왕국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형편에 처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여호야긴왕은 속으로 한탄한다; “다윗왕조가 실질적으로는 나의 대에서 끝나고 마는 구나. 그 다음에는 누가 후계왕이 되든지 간에 그것은 완전히 허수아비이며 쭉정이에 지나지 못한다… ”.  

결론적으로 느부갓네살 황제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제 짐의 군대는 예루살렘성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 길을 유다의 여호야긴왕과 대신들이 안내하라. 도중에 저항하는 자가 있다고 하면 짐은 구족을 멸하고 말 것이다”.

여호야긴왕은 황제의 단 아래에서 머리를 찍는 고난을 당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그보다 더한 치욕과 자괴감이 휩쓸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예루살렘을 적군에게 가져다 바치는 못난 왕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제 조상들을 무슨 낯으로 볼 것인가?...

예루살렘성 안으로 들어와서 솔로몬 왕궁을 점령한 느부갓네살 황제는 기분이 좋다. 그래서 이틀간 잔치를 크게 열어서 그동안 추위와 싸우며 사투를 벌인 여러 장졸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여호야긴왕을 단 아래에 꿇어앉게 한 다음에 모든 대신과 장군들에게 절을 하고서 동시에 술을 따르도록 조치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4명의 군사령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하도록 강력하게 지시한다;

첫째로,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왕족들과 귀족들 그리고 부자들을 전부 잡아 들이도록 한다. 동시에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장인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그들을 전부 바벨론으로 끌고 가도록 지시한다. 그에 따라 예루살렘에는 쓸 만한 인재가 사라지게 된다.

둘째로, 예루살렘에 있는 상비군 4개 군단의 무장을 해제한다. 그리고 그들 10만명에 가까운 장졸들을 모조리 포로로 삼아 바벨론으로 압송하라는 것이다.

셋째로, 왕궁과 성전의 보물들을 모조리 낙타에 싣고서 바벨론으로 옮기도록 조치한다. 그에 따라 예루살렘성은 철저하게 약탈을 당하여 일국의 수도로서는 별로 가치가 없는 성읍으로 변하고 만다.

느부갓네살 황제가 마지막으로 여호야긴왕과 그의 자녀들과 비빈들을 모조리 바벨론으로 끌고 가라고 지시한다. 그것을 보고서 하달 장군이 황제에게 읍소한다. 자신이 왕을 지키는 근위대장이니 끝까지 그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달라는 것이다.

그 말을 통역인 유대출신 시몬을 통하여 들은 느부갓네살 황제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곳 예루살렘에 그래도 국왕을 위하는 한사람의 충신이 남아 있구나좋다, 짐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더라도 주군을 지키고자 하는 충신의 마음을 귀하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대 하달의 청을 허락한다. 다만… “.

당근 다음에 또 채찍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하달 장군이 바짝 긴장하고서 황제의 말을 끝까지 들어본다; “그대 하달은 바벨론으로 가서 끝까지 여호야긴왕을 돌보도록 하라.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짐이 하달에게는 자유를 허락한다. 그리고 여호야긴왕을 바벨론의 감옥에 투옥하도록 하라. 짐이 살아 생전에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라”.

느부갓네살 황제의 조치에 따라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그 먼 길을 끌려가는 유다의 왕족과 귀족들 그리고 부자와 대장장이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추운 겨울 끝자락에 두 손이 묶여서 끌려가고 있으니 먼 길을 가는 도중에 사상자가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조치한 다음에 느부갓네살 황제가 허울 뿐인 유다왕국을 간접 통치하고자 한다. 그래서 여호야긴왕의 막내 숙부인 맛다니야의 이름을 시드기야로 개명하고 괴뢰정권의 왕으로 삼는다(왕하24:17). 그때 시드기야왕의 나이가 21세이다.

시드기야왕은 여호아하스왕의 친동생이다. 그 모친이 성군 요시야의 후비였던 하무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호야김왕의 이복동생이며 여호야긴왕의 배다른 삼촌인 셈이다. 그렇지만 시드기야왕 역시 성군 요시야의 아들임이 분명하니 명분상 다윗왕조의 왕통이 끊어진 것은 아니다.

시드기야가 주전 597년 초봄에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하고 보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고 물자가 피폐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것은 정상적인 왕국의 모습이 아니다. 일개 귀족의 살림살이보다도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낙심한다. 무늬만 국왕이지 실제로는 속 빈 강정이며 모든 재화를 털려버린 빈집을 지키고 있는 가장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왕국을 다스리기 위하여 군사를 모집하였더니 아무도 응하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세겜성을 지키고 있던 군단장 벨라 장군과 아시노 장군이 자신을 따르는 군사들을 이끌고 시리아 땅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분을 세탁한 다음에 바벨론에서 구국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와 같은 애국지사들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시드기야의 괴뢰정부에서 유다의 병사로 다시 복무하겠다는 장정들의 수가 적은 것이다. 또 하나는, 병사로 출세하는 것보다는 당장 인력이 부족하여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는 토지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호야김왕이 다시 옛날 이름 여고냐가 되어 신바벨론제국의 수도인 바벨론성으로 압송되고 있다. 그는 그곳 감옥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빛을 보지 못할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아직 여고냐의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여호야긴왕이 본래의 이름인 여고냐를 다시 회복함으로 말미암아 진실로 여호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생의 모습을 회복하게 된다. 이제부터 그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한번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