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1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20. 09:44


소설 여고냐14(작성자; 손진길)

 

케르가 300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여호야긴왕이 잠자고 있는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어두운 구석을 적극 활용하여 움직이고 있으므로 쉽게 왕궁의 근위병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한편 메사옥은 200명의 군사를 이끌고 군부대신 하나니가 머물고 있는 궁궐의 건물로 접근하고 있다. 생각보다 호위를 서고 있는 군사의 수가 많지 아니하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과 함께 쉽게 하나니가 자고 있는 방까지 다가간다.

아무리 발자국 소리를 죽이면서 걸어도 200명의 무리가 걷고 있는 소리가 작은 건물 내에 제법 크게 울리고 있다. 그 소리를 잠결에 하나니가 듣게 된다. 그도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인물이다. 문과 무에 달통한 하나니이므로 바벨론의 암살조가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것임을 순식간에 깨닫고 옆방으로 몸을 숨긴다.

정작 하나니의 침실로 들어온 메사옥과 그의 부하들은 빈 침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 옆방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하나니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검을 휘둘러서 먼저 암살단 두서너 명을 해치운다. 그리고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복도로 내닫는다; “암살단이다. 빨리 저들을 처치하라”.

그러나 복도를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자신의 앞길을 막아 서고 있는 100명 이상의 암살단과 만나게 된다. 하나니가 사력을 다하여 검을 휘두른다. 고수의 검술이 펼쳐지고 있다. 그것을 막다가 바벨론의 정예병 십여명이 쓰러지고 만다.

그때 뒤에서 급히 뛰어오는 발자국소리가 있다. 메사옥이 부하들을 이끌고 당도한 것이다. 그는 검을 휘두르면서 하나니에게 곧바로 달려든다. 그 기세가 사납기 그지없다. 하나니가 맞상대를 하고 보니 동수이다. 그를 쉽게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바깥에서 안으로 호위병들 100여명이 들어온다. 그 결과 하나니의 군사 100여명과 메사옥의 군사 200명 가까운 수가 혈전을 벌인다. 그 가운데 하나니와 메사옥의 결투가 대단히 치열하다.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하나니의 호위병들이 거의 죽고 만다. 아직 메사옥의 군사들은 50여명이나 살아 있다. 그래서 그들이 한꺼번에 하나니를 공격하자 그만 하나니가 전부 막지를 못한다. 그가 약간의 부상을 입고 만다.

하지만 하나니는 자신이 죽고 나면 유다왕국이 멸망을 당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 사력을 다하여 건물 바깥으로 피신한다. 그 뒤를 메사옥과 그의 부하들이 악착같이 뒤쫓는다. 그때 메사옥의 부하 가운데 서너 명이 등에서 활을 꺼내어 화살을 날린다.

하나니가 등뒤에서 화살이 날아드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도망치는 발걸음을 늦출 수가 없다. 그래서 감으로 칼을 뒤로 휘두른다. 다행히 하나의 화살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두개의 화살이 그의 등에 박히고 만다. 날 듯이 달리던 하나니가 그 자리에서 크게 앞으로 꼬꾸라지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메사옥이 얼른 뒤쫓아와서 검으로 하나니의 수급을 취하고 만다. 그리고 그는 그 수급을 허리에 꿰차고서 성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미 왕궁 안에서는 비상이 걸린 지 오래이다.

근위대가 국왕과 군부대신이 머물고 있는 건물을 멀리서 이중삼중으로 포위하고 있다. 그 결과 메사옥과 그의 부하들이 전원 사살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근위대장인 하달이 어느 사이에 그 자리에 서있다. 그는 바벨론의 첩보부대장인 케르와 그의 부하 300인의 시신을 모조리 건물에서 바깥으로 끄집어 내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호야긴왕의 목을 노리고 국왕의 침실로 뛰어들어간 케르와 그의 수하 300명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들이 어째서 전부 시체가 되고 만 것일까? 그 비밀은 근위대장인 하달의 무공이 상상 이상으로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달의 침실은 국왕인 여호야김이 자고 있는 그 옆방이다. 이름하여 부속실이다. 그는 잠결에 사람들이 침입하는 인기척과 고양이걸음으로 접근하는 수백명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있다.

조심스럽게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하달이 자신의 검을 들고 복도로 나선다. 복도에는 곳곳에 기름으로 불을 밝혀 두고 있다. 따라서 침입하고 있는 적의 움직임을 전부 확인할 수가 있다. 그것을 보고서 하달이 얼른 옆방으로 다시 들어가서 자고 있는 국왕 여호야긴에게 말한다; “전하, 적의 암살단이 들어오고 있어요. 빨리 깨셔서 옆방으로 피신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복도로 나온 하달이 검을 휘두르면서 수백명이 다가오는 그 앞길을 혼자서 막는다. 처음에 바벨론의 첩보부대장인 케르 장군은 별 우스운 놈도 다 보겠다고 생각했다; “웃기는군. 혼자서 우리 바벨론의 최정예인 300명을 막겠다는 것인가? 미친 놈이구만!... “.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그 자가 한번 휘두른 검에 십여 명이 끽소리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칼로 친 것이 아니다 그저 검에서 일으킨 바람이 공기를 갈랐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배가 갈라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기겁을 한 케르가 이번에는 직접 상대방의 칼바람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간다. 케르도 상승무공을 조금 익히고 있는 바벨론의 장군이다. 그래서 근근이 하달의 검을 상대하고 있다. 그때문에 이번에는 하달의 검의 기운이 많이 약화가 되어 단지 적병이 서너 명만 쓰러지고 있다.  

그런데 그 다음순간이 문제이다. 갑자기 하달이 공중으로 비상하면서 검과 함께 케르 장군에게 화살처럼 쏘아온다. 그것을 막기 위하여 케르 장군이 힘껏 자신의 검으로 방어막을 형성한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케르의 검이 먼저 조각이 난다. 그 다음에는 하달의 검의 기운에 맞아서 케르의 몸이 두 동강이 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아직 280명이 넘는 암살단이 기겁한다. 하지만 그들은 하달을 뚫고 유다의 국왕이 있는 곳까지 가야만 한다. 그래서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10명이 한조가 되어 앞으로 달려오면서 하달에게 한꺼번에 덤빈다. 하달이 검의 기운으로 그들을 무너뜨린다.

그 다음에는 다시 그 다음조가 달려든다. 그렇게 십여 차례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하달의 검에서 힘이 빠지기를 시작한다. 암살단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신과 같은 무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육신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전신의 진기를 십여 차례만 쏟아내고 나면 힘이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순간에 근위 천부장인 발디가 부하들을 이끌고 복도로 들어선다. 그들이 뒤에서 암살단을 공격한다. 하달과 근위대 사이에 끼인 적들이 최후까지 발악한다. 하지만 반 시진도 지나지 아니하여 그들이 전부 나뒹굴고 만다.

 그 가운데 하달이 급히 생존자를 수색한다. 다행히 두 명이 중상은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들을 묶어서 취조를 시작한다; “누가 협조하여 너희들을 이곳에 끌고 들어왔느냐?”. 두 명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혀를 깨물고자 시도한다.

그것을 보고서 하달이 급히 손을 쓴다. 그 순간 그들은 이빨로 혀를 물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혈을 짚었는지 알 수가 없다. 몸과 혀가 자신의 것이 이미 아닌 것이다. 그 다음에 두 인질은 하달이 묻는 말에 순순히 진술하기를 시작한다; 그들은 비몽사몽간에 상관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환술이다. 그것까지 하달이 익히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그때 얻은 정보가 참으로 충격적이다; “예루살렘성의 첩보대장인 가이난이 두가지 정보를 우리에게 주었다. 비밀통로의 위치와 국왕과 군부대신의 거처이다. 연락책은 그의 심복인 유다이다”.

하달이 급히 근위대의 천부장인 발디에게 지시한다; “당장 부하 100명을 데리고 가서 자고 있는 가이난유다를 체포하라. 시간을 주면 그들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가이난과 유다를 체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날 밤 여호야긴왕과 근위대장 하달은 군부대신 하나니가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19세의 국왕 여호야긴은 온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가고 만다. 지난 3개월동안 여호야긴왕은 오로지 군부대신 하나니를 믿고서 강력한 신바벨론제국 느부갓네살 황제의 침략군과 맞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암살을 당하고 말았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날이 밝아오자 여호야긴왕은 대신들을 대전에 들게 하고 간밤의 일에 대하여 먼저 말해준다; “선왕의 근위대장을 지낸 가이난이 조국을 배반하고 적과 내통하여 왕궁 안에 자객단을 끌어 들였소. 그 때문에 짐은 근근이 목숨을 유지했지만 군부대신은 그만 암살을 당하고 말았어요. 앞으로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

그 말을 듣자 궁내대신 그마랴와 외무대신 엘리사마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이 눈물을 흘린다. 조금 눈물이 잦아들자 궁내대신 그마랴가 말한다; “전하, 지난 3개월간 우리 유다왕국이 저 강력한 신바벨론제국의 군대와 당당하게 맞설 수가 있었던 것은 군부대신 하나니의 지략과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

조금 숨을 쉰 다음에 그다랴가 이어서 말한다; “이제는 군부대신 하나니가 죽고 말았으니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외무대신 엘리사마를 앞장 세워서 느부갓네살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화해를 청하여야 합니다”.

여호야긴왕이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짐도 경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제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다윗왕조 유다왕국만 보전할 수가 있다면 짐은 어떠한 수모와 고난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니 외무대신 엘리사마는 이 점을 느부갓네살 황제를 만나 주지시키고 화친을 청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말이 좋아 화친이지 사실은 조건부 항복이다. 그 조건은 사실 지극히 간단한 것이다.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등불만 완전히 꺼지지 아니하도록 허락해달라는 간청이다. 그 대신에 여호야긴왕 자신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에 세자 여고냐가 수 많은 큰 일을 경험하고 있다; 첫째로, 부친 여호야김왕이 전란 초기에 병으로 졸지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둘째로, 세자인 여고냐가 즉위하자 마자 왕대비 스비다가 별세하고 말았다. 셋째로, 바벨론 군대의 공격을 막고 예루살렘성을 보전하면서 정국을 이끌어가던 군부대신 하나니가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조건만 맞으면 성문을 열고서 신바벨론제국의 황제인 느부갓네살에게 유다왕국을 바치고자 한다. 황제는 과연 여호야긴 왕의 소박한 소원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주전 5972월말의 한겨울 찬바람만이 무정하게 예루살렘성 안팎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

그러한 때에 여호야긴왕은 두가지 작은 조치를 더 취하고 있다; 하나는, 공석이 된 군부대신에 군부의 가장 연장자인 제1군단장 르우를 임명한 것이다. 또 하나는, 많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역적 가이난과 그의 심복인 유다를 처형한 것이다. 그리고 인질로 잡힌 바벨론의 암살단 2명도 함께 처형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