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1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19. 04:45


소설 여고냐12(작성자; 손진길)

 

30만 대군을 이끌고 유다왕국으로 쳐들어온 느부갓네살 황제가 가장 먼저 향하고 있는 곳은 예루살렘성이 아니다. 그는 교묘하게도 해변길을 타고서 그대로 남진한다. 그리고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라기스 요새 가까이 접근한다.

느부갓네살 황제가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자신들 앞에 직접 나타나자 가장 크게 놀란 자가 군사령관 바르단이다. 그는 황제가 앉아 있는 높은 단상 아래에서 자신의 머리를 땅에 찍고 있다.

바르단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지도 못한 채 황제에게 읍소한다; “폐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가을 한철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였으나 아직도 함락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폐하의 소중한 군사만을 희생했습니다. 부디 소신의 무능함을 나무라시고 참형으로 그 죄를 다스려 주시옵소서… ”.

그 말을 듣자 느부갓네살 황제가 큰소리로 말한다; “8개 군단 병력을 끌고가서 아직도 세겜성과 라기스 요새를 함락하지 못하고 있는 너는 무능한 장수이다. 즉시 참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내일부터 3일 안에 라기스 요새를 정복하라. 짐이 10만명의 군사를 더 지원하여 주겠다. 이번에도 함락하지 못하면 너의 목을 쳐버릴 것이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듣고 있는 바르단의 등골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그는 정신없이 땅바닥에 다시 머리를 찍으면서 크게 외친다; “황제 폐하의 은혜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신이 죽을 힘을 다하여 이번에는 반드시 라기스 요새를 정복하여 폐하의 전에 바치겠습니다”.

다음날부터 바르단은 자신이 거느린 12만명의 군사에 황제의 원군 10만명을 더하여 22만명의 병력으로 라기스 요새를 강력하게 공격한다. 언덕 위 요새에서 멜기 성주와 앗디 장군이 상비군 2개 군단과 예비군 2개 군단의 병력으로 필사적으로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는 적군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양식과 물은 성내에 비축한 것이 남아 있는데 공격용 무기와 자재가 부족한 것이다. 그동안 석달 동안 기어오르는 적들을 공격하느라고 바위와 기름을 거의 소진하고 만 것이다. 화살도 이제는 거의 바닥이 나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배가가 된 적들이 한꺼번에 언덕을 기어올라오고 있으니 큰일이다. 그래서 멜기 성주와 앗디 장군이 동시에 외친다; “적의 마지막 공격이다. 그러니 아까워하지 말고 건물이라도 부수어 기둥과 주춧돌을 언덕 아래로 떨어 뜨리라”.

그 명령에 따라 예비군들이 주택을 부수어 기둥과 바위를 구해온다. 그것을 상비군들이 기어오르고 있는 적군들에게 던지기에 바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공격용 무기를 구해오는 시간보다 적군들이 기어올라 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

드디어 많은 적병들이 사다리를 타고서 성벽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긴 창으로 요새를 지키는 병사들이 사다리와 적병들을 밀어 부치고 있지만 충분하지가 못하다. 어느 사이에 성곽 위로 올라온 적병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곽 위에서 처절한 전투가 이어진다. 성주 멜기앗디 장군이 유다의 군사들을 독려한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성곽이 뚫리면 성이 위험하다. 무조건 막아라”. 수석천부장인 야센길로가 칼과 창을 휘두르면서 군사들을 독려한다. 그러나 점점 수비군들이 밀리고 있다.

드디어 성곽을 넘어 성안으로 들어오는 적병의 수가 늘어난다. 그들을 저지하고자 성안에 있는 모든 유다의 병사들이 죽을 힘을 다하여 백병전을 전개한다.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아니하고 무조건 적을 공격하는 그 처절한 전투의 결과 상호간에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하고 만다.

라기스 요새를 지키는 병사의 수가 절반도 남지 아니한 시점에 마침내 남쪽 성문이 열리고 만다. 그때 느부갓네살 황제가 기마대를 이끌고 진격하여 들어온다. 그는 영리하게도 라기스 요새의 수비군들이 던지는 바위와 기둥들이 전부 소진되기를 언덕 아래에서 기다린 것이다. 

전투가 성안에서 전개가 되는 것을 보고서야 말을 타고 안전하게 언덕을 지그재그로 올라와서 이제는 성문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느부갓네살이 추가로 5만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성안을 휩쓸게 되자 라기스 요새는 완전히 멸망당하고 만다.

여호야김왕의 외숙인 멜기 성주와 앗디 장군은 끝까지 항전하다가 전사하고 만다. 그 뒤를 따라 수석천부장 야센길로가 남은 군사들을 지휘하여 저항을 계속한다. 그 결과 최후의 한사람까지 처절하게 성을 지키다가 죽고 만다.

그 지독한 유대인들의 저항정신을 보고서 느부갓네살 황제가 치를 떤다. 그래서 그는 강력하게 명령한다; “라기스 요새에 있는 유대인들은 한사람도 살려 두지 말라. 이런 종자는 살려 두면 제국의 안위에 우환거리가 될 따름이다”.

그 옛날 히스기야왕 시대에 강력한 앗수르제국의 원정군도 물리친 자랑스러운 유다의 라기스 요새이다. 그렇지만 이번 느부갓네살 황제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허무하게 함락된 것은 아니다. 10만명의 병력으로 그 배에 해당하는 적군들을 죽이고 함께 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느부갓네살 황제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군사가 20만명 남짓 밖에 남아 있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는 동쪽에 있는 예루살렘성으로 진군하면서 급히 전령을 사마리아성으로 보낸다; “사마리아 총독은 즉시 군사령관 바라크에게 10만명을 주어 예루살렘으로 보내도록 하라”.

주전 59812월 초순에 느부갓네살 황제가 30만명 이상의 군대를 동원하여 유다왕국의 수도인 예루살렘성을 포위한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하의 장군들에게 빨리 예루살렘성을 정복하라고 독려를 계속하고 있다.

여호야김왕은 예루살렘 성안에 많은 군사와 물자를 비축하고 있다. 미스바 요새를 지키고 있던 요담 장군의 제6군단 병력을 벌써 예루살렘성으로 이동시켰다. 그에 따라 미스바 요새는 예비군 사령관인 스라야가 전적으로 수비하고 있다.

이제는 예루살렘 성내에 상비군이 4개 군단이다. 르우 장군의 제1군단, 오벳 장군의 제2군단, 갈마 장군의 제3군단, 요담 장군의 제6군단 등이다. 그리고 예비군이 2개 군단이나 더 있다. 도합 144천명의 병력이다.

지난 가을에 추수가 끝나자 곡식을 거두어 들여서 성내에 충분히 비축하였다. 물은 히스기야왕 때에 만든 지하수로를 이용하여 끌어온 기혼 샘물을 아예 큰 저수조를 많이 만들어 엄청나게 저장하여 놓았다. 그것은 적들이 샘에 독약을 푸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그 정도의 방비를 하고 있으므로 여호야김왕은 상당히 안심하고 있다. 느부갓네살 황제가 50만명 정도의 대군을 몰고 오지 않는 한 예루살렘성이 함락되지는 아니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자신감은 다분히 천하의 재사인 군부대신 하나니의 전략과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리 방비를 철저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것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역사를 섭리하시는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만 한다. 전시에 역병이라도 성안에 돌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적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격을 해오는 경우이다. 침투조의 암약을 막지 못하면 수성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 가운데 첫번째의 불행이 먼저 예루살렘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갑자기 역병이 찾아온 것이다. 그때문에 즉위한지 11년만에 처음으로 젊은 여호야김왕이 병석에 눕게 된다. 아직 36세의 정정한 국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석에 눕게 되자 급기야 위독한 지경에 이르고 만다.

세자인 여고냐가 부친의 병석을 지키고 있다. 왕비인 느후스다가 그 옆에서 흐느끼고 있다. 그 자리에 대비인 스비다가 없다. 왜냐하면, 나이가 든 그녀 역시 돌림병으로 말미암아 병석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데 국왕이 병석에서 오늘 내일하고 있으니 신하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철옹성으로 불리고 있는 서부의 요새 라기스가 느부갓네살의 군대에 의하여 함락되고 말았으니 더욱 그러하다.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제사장들이 속죄의 제사를 드린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평소에 성전에 출입하지 아니한 여호야김왕이므로 그 효험이 별로이다. 기어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여호야김왕이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군부대신 하나니와 외무대신 엘리사마 그리고 궁내대신 그마랴가 급히 뒷일을 수습한다. 그들은 18세인 세자 여고냐를 신왕으로 즉위시키고 붕어한 여호야김왕의 장례를 간략하게 치른다. 전시라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해가 가기 전에 대비 스비다마저 운명하고 만다. 신왕으로 즉위한지 5일밖에 되지 아니한 여고냐가 또 장례를 치르느라고 바쁘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자 궁내대신 그마랴가 신왕의 이름을 여호야긴이라고 정하여 사관으로 하여금 역사에 기록하게 한다.

세자 여고냐가 즉위하여 여호야긴왕이 되자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자신의 사부인 하달을 근위대장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부왕을 모신 근위대장 가이난이 이제 나이가 많으므로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다.

그 밖에 여호야긴왕이 취한 조치가 전혀 없다. 모든 국사를 군부대신 하나니가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다. 그는 말만 군부대신이지 사실은 재상과 같다. 더구나 지금은 전시이므로 예루살렘에서는 모든 일이 권신이며 재사인 하나니를 중심으로 비상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이난이 하나니의 의동생이다. 그러므로 근위대장직에서 물러난 가이난이 예루살렘의 정보를 관리하면서 이제는 하나니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군부대신 하나니가 의동생인 가이난을 너무 믿고 있었기에 그만 중요한 실책을 범하고 만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