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11(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18. 09:24


소설 여고냐11(작성자; 손진길)

 

주전 598년 초가을에 신바벨론제국의 군사령관 바르단이 이끌고 있는 3개 군단과 속국인 모압의 지원군 1개 군단이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모압의 군단을 지휘하고 있는 장군 메사가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는 죽기 살기로 높은 라기스 요새를 군사들과 함께 기어오르고 있다.

유다왕국의 라기스 요새를 지키고 있는 멜기 장군과 앗디 장군이 자신들의 2개 군단 병력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적들을 막아내고 있다. 두가지 이유로 그들의 수성작전이 성공적이다;

첫째로, 군부대신 하나니의 전략과 계획에 따라 지난 일년동안 충분한 가상훈련을 거쳤기 때문이다. 신바벨론제국의 대군이 북쪽 국경의 세겜성을 공격하고 동시에 해변길을 타고 남하하여 서쪽 국경의 라기스 요새를 공격할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군사훈련을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둘째로, 고맙게도 세겜성 양편의 산을 지키고 있는 유다왕국의 제8군단장 아시노 장군이 적군의 일부가 해안길을 타고서 남하하고 있다는 첩보를 일찍 보내어 준 것이다. 따라서 라기스 요새의 멜기 장군과 앗디 장군은 요새 안으로 각종 공격용 자재들을 충분하게 옮겨서 비축하고 있다. 산아래에서 큰 돌이나 바위를 골라서 요새로 옮겨왔으며 화공에 사용할 기름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모압의 지원군 사령관인 메사가 직접 군사를 지휘하여 가파른 라기스 요새를 기어오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멜기 장군과 앗디 장군이 동시에 자신들의 천부장들에게 공격명령을 하달한다.

멜기 장군의 수석천부장인 야센과 앗디 장군의 수석천부장인 길로가 그 명령을 매우 효과적으로 시행한다. 2개 군단 48천명의 병력이 질서정연하게 순서에 입각하여 큰 바위를 언덕 아래로 굴리고 동시에 기름을 퍼붓고 그 다음에 불화살을 날리는 광경이 실로 장관이다.

그렇지만 그 공격을 고스란히 방패와 자신의 몸으로 막아내야만 하는 모압의 군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악몽과도 같다. 그 결과 모압의 군사 24천명 가운데 3분의 2정도가 일시에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바위에 얻어맞아서 죽거나 아니면 불에 타서 죽고 만 것이다.

언덕을 오르다가 급히 후퇴하여 살아서 산 아래에 도착한 모압의 군사들을 점검해보니 채 8천명도 되지를 않는다. 더구나 그들의 사령관인 메사마저 주검이 되어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신바벨론제국의 군사령관인 바르단 장군이 경악한다.

그래서 그가 부르짖는다; “적들은 완벽하게 수성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공격용 무기와 자재를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대로 요새를 공격하다가는 대패를 당하고 말 것이다… ”.

굳이 바르단 사령관이 그렇게 크게 외치지 아니하더라도 모든 장군들이 다 그와 같은 심정이다. 따라서 그날 저녁에 개최가 된 장군들의 회의석상에서는 그 분위기가 한없이 무겁다.

그렇지만 군사령관 바르단이 제장들에게 묻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적의 요새를 점령할 다른 방법이 없겠는가?”. 그러나 뾰쪽한 방법이 없다. 그것을 보고서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케르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바르단이 고개를 끄떡이자 그가 발언한다; “저희 첩보부대가 탐지한 바에 따르면 라기스 요새에는 유다의 상비군 2개 군단 병력 48천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성을 정복하자면 병법상 그 3배인 6개 군단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3개 군단으로 줄어든 저희들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점령할 수가 없습니다”.

제장들이 케르 장군의 말을 듣자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바르단이 천천히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북쪽의 세겜성을 공격하고 있는 우리의 4개의 군단 가운데 아람암몬2개 군단을 이곳으로 오도록 조치하겠어요. 그들이 오면 대대적인 공격을 시도하도록 합시다”.

바르단의 결정에 따라 가을이 한창인데 무려 5개 군단과 8천명의 병력이 결사적으로 라기스 요새를 기어오르고 있다. 그 수가 도합 13만명 가까이 된다. 그것을 보고서 라기스 성주를 겸하고 있는 제4군단장 멜기 장군이 상비군 2개 군단 뿐만 아니라 예비군 2개 군단을 동원한다.

그 수가 무려 96천명이다. 그들이 요새에서 가파른 낭떠러지로 한꺼번에 던지고 있는 큰 돌이나 바위의 수가 10만개에 가깝다. 마치 개미떼와 같이 인해전술로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는 적군의 머리에 바위가 굴러서 떨어지고 있으니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드디어 기름이 퍼부어지고 불화살이 날아든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화공이 가해지니 산아래에 시체만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급격하게 적군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바르단과 그의 장군들은 포기할 줄을 모른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이대로 패전하여 회군하게 되면 대노한 느부갓네살 황제에 의하여 처형을 당하고 만다. 그러므로 죽더라도 라기스 요새를 계속 공격하다가 전사해야만 한다. 그것이 그들의 가족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계속 버티면서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고 있으면 바벨론에서 원군이 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 끝나가도록 바르단 사령관이 라기스 요새를 간헐적으로 계속 공격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비극적인 소식이 하나 날아든다. 그것은 세겜성을 오래 공격하고 있던 부사령관 갈대아 장군의 2개 군단 병력이 유다왕국 기마대의 협공에 걸려들어 그만 전멸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바르단이 절반의 병력을 이끌고 해안선을 따라 남하하고 나자 그를 대신하여 세겜성 공격을 맡은 부사령관의 이름이 갈대아이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신바벨론의 2개 군단 및  아람과 암몬의 지원병력 2개 군단 등 총 4개 군단 96천명으로 세겜성과 그 남북에 있는 매복군들을 공격했지만 그들은 끄떡하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성안에 숨어 있거나 산 위에 매복하여 있는 적들을 공격하여 승리를 얻자면 적어도  3배의 군사력이 필요한데 그들의 경우에는 2배도 되지가 않는다. 따라서 공격할수록 희생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것은 군사령관인 바르단이 아람과 암몬의 지원병 2개 군단을 라기스 요새의 공격에 무리하게 동원하고 말았기에 발생한 것이다. 이제 갈대아 부사령관은 바벨론의 원정군 2개 군단의 병력으로 세겜성과 그 일대의 유다왕국의 병사들과 계속 전투를 해야만 한다.

그러한 변화를 산지에 매복하고 있던 아시노 장군이 눈치 챈다. 그는 세겜성을 지키고 있는 엘라 장군과 함께 주로 야전에서 기마병력을 이끌고 오래 전투를 한 경험을 가진 유능한 장군이다. 그리고 첩보부대와 척후조를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다.

그러한 그의 정보망에 적군의 수가 2개 군단 병력에 불과하다는 첩보가 걸려든다. 그래서 그는 은밀하게 성안에 있는 엘라 장군과 작전을 세운다. 전서구를 이용한 연락이지만 의사소통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 결과 오랜 전투로 바벨론의 군사들이 지쳐 있는 늦가을에 세겜 성문을 열고 엘라 장군의 기마병이 성밖으로 나온다. 성안에는 약간의 상비군과 예비군 2개 군단을 남겨둔 상태이다. 그것으로도 바벨론의 2개 군단의 공격은 충분히 막아낼 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래 수성작전에만 매어 달리고 있던 유다의 군대가 갑자기 기마대를 앞세워 성밖으로 나와서 달려드니 바벨론의 부사령관 갈대아 장군은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대응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급히 기마대를 몰고서  강대강으로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상호간에 사상자가 속출한다.

바로 그때에 배후를 치는 또다른 기마대가 있다. 양쪽 산에 그동안 매복하고 있던 아시노 장군의 기마병들이 전장으로 달려오면서 활과 창으로 무자비하게 바벨론의 군사들을 공격한 것이다.

독 안에 든 쥐가 따로 없다. 갈대아 장군이 사력을 다하여 전장을 달리면서 긴 창으로 적들을 무찌르고 있지만 일개인의 무력이란 한계가 있다. 그날 저녁에 바벨론의 군대는 거의 궤멸상태에 들어가고 만다. 더구나 채 1만의 군사도 남지 아니한 시점에서 그만 갈대아 장군이 유다의 병사들이 쏜 집중적인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고 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장에서 도망을 친 일단의 바벨론 병사들이 있다. 그들이 해안길을 따라 남하하여 급히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군사령관 바르단에게 비보를 전한다. 그 일에 앞장을 선 장군이 바로 별동부대를 이끌고 있는 천부장 메사옥이다.

그는 그동안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바르단 사령관과 세겜성을 공격하고 있는 갈대아 부사령관 사이를 오가면서 정보전달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두성 사이의 길을 잘 알고 있다. 그 덕분에 그가 패잔병을 수습하여 라기스성 방향으로 달려오면서 그 소식을 곧바로 군사령관에게 전달하게 된 것이다.

메사옥의 보고는 정확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르단이 무거운 침묵 가운데 이제는 결단을 내리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그가 제장회의를 소집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슬픈 소식이요. 세겜성을 공격하고 있던 부사령관 갈대아 장군이 그만 전사하고 말았소… “.

바르단이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에 말을 잇는다; “우리가 라기스 요새를 빨리 정벌하기 위하여 많은 병력을 동원한 결과 부사령관 갈대아 장군이 2개 군단의 병력으로 그동안 세겜성을 용감하게 공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적의 협공을 받아 전사하고 만 것입니다… “.

모두들 바르단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뜻은 그렇다면 바벨론의 2개 군단의 병력은 얼마나 희생이 된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바르단이 설명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2개 군단이 끝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그만 대부분이 전사하고 현재 1만도 되지 아니하는 패잔병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요”.

실제로 세겜성 전투에서 패전하고 라기스 요새 인근까지 무사히 도망친 바벨론 군사의 수는 5천명 정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엘라아시노 장군의 기병대가 악착같이 패잔병들을 추격하여 척살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길을 잘 알고 있는 바벨론의 별동대장 메사옥이 패잔병들을 인도하였기에 그나마 5천명 정도가 살아서 도망친 것이다.

그 비보를 전하면서 바르단 군사령관이 결론적으로 말한다; “나는 황제 폐하께 이 소식을 급히 전하고 부디 원군을 보내어 달라고 주청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원군이 올 때까지 우리는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모든 장군들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초겨울에 들어서는 날씨에 느부갓네살 황제가 직접 30만 대군을 이끌고 유다왕국으로 쳐들어온다.

그로 말미암아 주전 59812월초에 여호야김왕의 다윗왕조 유다왕국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는 것일까? 그리고 세자 여고냐의 운명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