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19. 13:17

고현수의 7일 기록8(손진길 소설)

 

쌍둥이 형 고현수가 사법부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후에 미국에서 법공부를 더하고 나중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대형 로펌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했다. 그 다음에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국제정치와 국제경제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한국의 진로에 대해서 연구한 인물이다.

그만큼 고현수는 현안문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스스로 사회과학을 폭넓게 공부하면서 연구하기를 멈추지 아니한 학자이다. 그와 비슷한 인물이 역시 그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고범수이다. 따라서 고범수의 사회생활의 궤적도 고현수와 많이 닮아 있다;

고현수가 서울법대 재학중에 최연소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고 하면 고범수는 공대출신인 자신의 진로를 수정하여 뒤늦게 행정고시를 패스했다. 그리고 상공부에 발령을 받아 사무관부터 차관보까지 지냈다. 그런데 일찍 명예퇴직을 하고나서 역시 정치학과 경제학을 동시에 공부하면서 한국의 대외관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고범수이기에 무엇보다 먼저 형이 자신에게 보내어준 두번째의 메시지 내용을 나름대로 풀이해보고자 한다. 과연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서방세력에게 경제적으로 침탈을 당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20229월에는 IT산업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터넷을 통하여 수많은 관련자료를 검색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고범수가 자신의 노트북으로 일본의 경우를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고범수가 깜짝 놀라고 있다. 형의 메시지 그대로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국내총생산이 별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이한 현상을 파악한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 역시 일본정부는 부동산 경기과열로 인한 거품이 빠지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고범수는 그 설명에 찬성할 수가 없다. 부동산거품이 빠지고 과열경기가 진정되는데 있어서 아무리 길어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면 고도성장을 자랑하던 일본의 국부가 어디로 빠져나간 것일까?... 일본의 부자들이 이민을 간 나라와 그들의 기업이 이주한 나라를 점검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본사람이 가장 많이 이주한 나라가 역시 이민국가로서 21세기에 세계의 단독 패권국이 되고 있는 미국이다. 어째서 일본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조국인 일본을 떠나 미국에 가서 사는 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렇게 선호하고 있는 것일까?...

고범수가 파악한 바로는 일본인들의 정치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사람들은 무신정권의 지배를 오래 받았다. 장군(쇼군, しょうぐん)막부(바쿠후, ばくふ)를 설치하여 중앙은 물론 전국의 지방조직인 200개에 이르는 (, 영지인 はん을 말함)을 무력으로 다스렸다. 그 손발이 무사계급인 사무라이(さむらい )와 첩보조직인 닌자(忍者, にんじゃ)이었다.

그런데 1868년에 서남번의 하급 사무라이들이 자신들의 영주(大名인 다이묘, だいみょう를 말함)을 설득하여 혁명에 성공하여 쇼군과 바쿠후를 철폐하였다. 그리고 천황을 국가의 원수로 모셨지만 실권은 명치원로인 그들에게 있었다;

그 결과 일본의 백성들은 명치원로를 새로운 쇼군으로 인식했으며 1945년에 자신들의 일본제국이 미국에게 항복하고 미군정이 실시되자 그때부터는 미국대통령을 대신하고 있는 미군정의 사령관을 백인 쇼군으로 인식하였다;

그와 같은 일본의 정치문화의 특징을 이해하면, 오늘날 일본백성들이 미국대통령을 자신들의 새로운 쇼군으로 모시고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1990년을 전후하여 일본의 경제가 고도성장을 멈추게 되자 일본의 부자와 대기업은 서서히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30년이 세월이 지나자 일본의 국내총생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그들의 막강한 국부는 미국으로 흘러가버린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와 같은 전철을 불행하게도 이웃나라 한국이 이제 밟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이 가지지 못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선진 IT산업이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첨단산업이 21세기의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그러한 한국의 산업을 전부 미국으로 이전하고 싶어한다.

그 일이 마감되게 되면 그때 한국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가?... ‘. 한마디로,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산업분야가 사라지고 경제성장은 잘해야 제자리걸음, 잘못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고범수가 열심히 인테넷을 검색하여 그와 같은 징후를 많이 발견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형 고현수의 경고가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삼 깨닫고 있다.

이제 고범수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퀴노네스의 행적을 계속 추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지경찰서에 들러 형의 실종사건의 수사에 진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형수 김정화가 남편 고현수의 실종신고를 진작에 거주지 경찰서에 한 바가 있기에 그 경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먼저 고범수가 애틀랜타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담당 경찰이 백인형사이다. 그에게 문의를 하였더니 전혀 진척이 없다고 단 한마디로 답변하고 있다;

따라서 그때부터 고범수퀴노네스의 집 근처에서 다시 잠복을 시작한다. 60세가 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라틴계 미국인 퀴노네스가 아침이면 집을 나선다. 대체로 그가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는 장소가 애틀랜타 상가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 방송국이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다가 3일째가 되는 날에 그의 동선이 평소와 다르다. 퀴노네스가 도심의 방송국이 아니라 시외지역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고범수가 조심스럽게 운전하면서 뒤를 밟는다.

퀴노네스가 도착한 곳은 웅장한 저택이다. 이웃과 다소 떨어진 위치에 그 저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퀴노네스는 익숙하게 그 저택 앞에 차를 세우고 현관의 벨을 누르고 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고범수가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온 망원경으로 그 집 현관을 주시한다;

쪽문이 열리자 퀴노네스가 마치 연기와 같이 그 집안으로 사라진다. 그것을 보고서 고범수가 급히 그 집의 주소를 망원경으로 확인한다. 메일박스를 조심스럽게 관찰하자 번지가 나타난다. 스트리트 이름은 오는 길에 확인하였기에 그는 그 집의 주소를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한다.

고범수가 인근에서 잠복을 한지 한시간쯤 지나자 퀴노네스가 그 집에서 밖으로 나온다. 그가 차를 몰고 간 곳이 여느 때와 같이 그 방송국이다. 그것을 보고서 고범수는 그 큰 저택의 주소를 조영탁 상무관에게 카톡으로 보내면서 부탁을 한다.

가능하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영사에게 부탁하여 그 저택에 누가 살고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고범수가 다소 어렵게 부탁하였는데 조 상무관이 상쾌하게 접수를 한다. 그 이유는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교민의 경찰업무를 전담하는 영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을 조 상무관이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저택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미국의 정계에서 친한 인사로 알려진 미하원의 칼슨 의원의 집이다. 어째서 그 집에 퀴노네스가 출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고범수는 조 상무관의 카톡 메시지를 받고서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하원의원이 칼슨이다. 그가 정보국 출신 퀴노네스와 개인적으로 상의하고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그 일이 혹시 형 고현수의 실종사건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그 점을 확인할 수가 있을까?... “;

궁리를 한 결과 고범수는 하원에 진출하여 있는 한국계 의원을 찾아가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과연 그는 누구를 찾아가서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