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1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21. 08:24

고현수의 7일 기록10(손진길 소설)

 

4. 3일의 기록

 

2022915일 목요일 아침에 고범수의 핸드폰으로 쌍둥이 형 고현수의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다. 물론 그것은 고현수가 실종되기 이전에 벌써 예약송달이 되어 있던 것이다.

고범수가 급히 살펴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3일의 기록; 잭씨는 경쟁관계인 왕서방 집을 어떻게 하면 파산시킬 수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왕서방이 부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동부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부자이지 서부에 살고 있는 지차들은 가난하다. 그들은 동부 형 집에 빌붙어 살고 있으니 불만이 많다. 따라서 왕서방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길을 닦고 지차들도 그 길을 따라 앞길을 개척하도록 부동산 투자를 대규모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잭씨는 그 길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만약 부동산 투자가 실패하게 되면 왕서방 집의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그 결과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인 지차들은 미래마저 암담해지고 마침내  왕씨 집안은 내분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고범수가 그 메시지를 곰곰이 살펴보니 잭씨왕서방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이유는 그가 쌍둥이 형 고현수와 함께 자라면서 왕서방이라는 용어를 형제 간에 더러 사용했기 때문이다;

비단장사 왕서방이 바로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옛날의 조선은 중국에서 조공을 통하여 비단을 수입했다. 그리고 중국은 비단을 서방세계에 수출하였는데 그 길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실크로드인 것이다;

1980년을 전후하여 중국공산당은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어느 정도 분리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는 공산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그것은 일찍이 수출주도형 경제로 고도성장을 실현한 일본과 한국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역시 싼값에 상품을 생산하여 서방세계로 수출하기 위하여 동부해안지역에 공단을 건설하고 무역항을 정비한 것이다.

40년의 세월이 지나자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대단하다. 세계 제1의 경제적 패권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의 7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겉으로 보면 대단한 성공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내에 부자지역과 빈자지역이 동서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서방세계로 향하고 있는 동부지역은 일찍 경제개발이 되어 잘 살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서부는 여전히 가난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대책은 일대일로정책의 실시이다.

경제적으로 바다를 이용하는 해상무역 뿐만 아니라 육로로 중국의 제품을 중동과 유럽에 파는 고속도로망을 구축하고자 진작에 나섰는데 그것이 정치적인 갈등을 타개하는 노하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그 길을 따라 고속철도를 함께 건설하면서 동시에 거점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농촌인구를 거점도시에 집중시키기 위하여 고층아파트를 즐비하게 미리 짓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에 대한 저지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 방법이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달려가는 중국의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중국의 서쪽 아프간에 미국이 21세기초부터 주둔하다가 2020년에 철수하고 있으며 중동지역에서 시리아내전이 발생하여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을  지금까지 내버려두고 있다. 그로 말미암아 중국이 건설하고자 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는 중국내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자 고범수는 잭씨가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에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고범수는 그 점 때문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폭넓게 검색한다. 그 결과 하나의 글을 발견하고 있다. 그것이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에 실려 있는 이용인 기자의 글이다.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다;

(1)   () 실크로드’ 전략구상으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내륙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제안하면서 서막이 올랐다;

 초기에는 중국 해안의 현대화된 도시들과 저() 개발된 내륙 및 남동부의 도시들, 나아가서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정도의 인프라 투자 및 개발 프로젝트였다.

(2)   2020년대에 들어서자 일대일로 구상은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100여개국을 아우르는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020년 중순 현재 일대일로와 연계해 추진하는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프로젝트만 2600개가 넘고, 금액은 37천억달러( 4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3)  일대일로의 범위도 철도 및 도로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실크로드’(①통신망과 인공지능, ②클라우드 컴퓨팅 ③전자상거래와 휴대전화 지불 시스템 및 감시 기술 등 최첨단 기술 영역을 말함),  보건 실크로드, 그리고 재생에너지 수출을 위한 ‘그린 실크로드’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제 ‘실크로드’는 중국의 전매특허가 됐다.

(4)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 전략가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 점을 미국외교협회(CFR) 2021 3월 개정판으로 내놓은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에 주는 함의’라는 보고서에 잘 엿볼 수가 있다. 보고서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외교정책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인프라 프로그램인 일대일로는 미국의 경제, 정치, 기후변화, 안보, 글로벌 보건 이익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이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5)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 필요성과 그에 대한 구상을 일단 내비쳤지만,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의 자금력에 맞설 수 있는 규모로 ‘민주주의 국가들끼리 돈을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막대한 경제 피해를 보고 있기에 미국을 위시한 각국이 내부 역량을 외부로 동원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지만 지친 미국인들은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선호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직간접적으로 국가 재정이 동원돼야 하므로 미국인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엄청난 규모가 되겠지만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미국의 혜택은 ‘패권유지, 민주주의’라는 매우 추상적인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TPP(이후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으로 전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복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점은 국내 유권자들이 미국 우선주의국제적 패권유지사이에서 정치적으로 헤매고 있다는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고범수가 보기에는 PAPA가 원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유지가 미국 유권자 상당수가 원하고 있는 고립주의와 여전히 갈등관계임을 시사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7)  또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운 미국의 투자 유인책은 일부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에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중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차관 조건과 금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어, 경제 유인책으로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미국의 ‘백신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신뢰도마저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내용의 글을 검토하면서 고범수가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을 대외 경제정책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중국의 꿈을 좌절시키고 있다. 그것이 바로 () 실크로드가 결코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달려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군사적 정치적인 방법론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고범수는 그 결과를 알 것만 같다. 중국의 시주석이 중국의 꿈을 청사진으로 내걸고 아무리 노력해도 일대일로를 따라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의 붕괴는 결국 중국의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갈 것이다. 중국의 기업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그 담보물이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기업이 파산상태에 들어간다. 중국정부가 아무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해도 기업의 도산을 전부 구제할 수는 없다. 정부재정이 고갈되면 1991년 소련의 붕괴와 같은 비극이 2020년대 후반에 중국에서 재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자 고범수는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 인접국 한국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쌍둥이 형 고현수도 아마 그 점을 깊이 생각하라고 3일의 기록을 메시지로 보낸 것으로 판단이 되는 것이다.

고범수는 지금까지 자신이 하루동안 파악한 정보를 형 고현수가 보내어온 메시지와 함께 이멜로 조영탁 상무관과 최경훈 공사에게 송부한다. 그리고 부탁한다; “검토해 보시고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두 분이 토론하여 결론을 말씀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그리고 형 고현수의 행방에 대하여 혹시 들어온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두사람으로부터 어떠한 견해가 나타날 것인가?... 그리고 고현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