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17. 02:08

고현수의 7일 기록7(손진길 소설)

 

3. 2일의 기록

 

고범수가 상무관인 조영탁, 공사인 최경훈 등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벌써 99일 금요일 밤이다. 시간이 밤 10시가 되고 있다. 그때 조영탁이 고범수에게 말한다; “고 선배님, 오늘은 저의 집에 가셔서 일박을 하시지요. 호텔을 구해서 들어가시기에는 밤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경훈 공사가 말한다; “조 상무관 집은 2베드룸이라 손님이 머물기에는 다소 불편할 것입니다. 마침 저의 집이 3베드룸 2바스룸이라서 방 하나가 여유가 있습니다. 사실은 별도로 바스룸이 있어서 아예 손님방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러니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저는 좋습니다!... “.

그 말을 듣고서 고범수가 말한다; “제가 형의 일 때문에 두분에게 폐를 끼치고 있군요. 저의 일 급한 것만 알았지 공직자들의 바쁜 생활을 미처 살피지 못한 것 같아요.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한번 인근에 있는 호텔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지요!... “.

그 말에 최경훈 공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고 선배님은 이곳 워싱턴DC가 호텔방 구하기에 힘이 든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고 계시는군요. 비행기 스케줄을 보고서 미리 예약하지 아니하면 방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그런 실정이므로 외교관인 저는 아예 개인적으로 손님방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업무상 필요해서이지요. 그러니 아무 염려하지 마시고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하하하… “;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그리고 방이 둘 밖에 없다고 하는 조영탁 상무관의 집에 머문다고 하는 것도 그 집식구들에게 참으로 민폐가 될 것 같다. 따라서 고범수의 선택은 최경훈 공사의 집에 하루 신세를 지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이 되자 그때 조영탁이 제안을 한다; “그러면 고 차관보님, 하룻밤 최선배님 댁에 신세를 진다고 하시더라도 저녁식사는 식당에서 함께하고 그 집을 방문하시지요. 우리 모두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맞는 말이다. 따라서 고범수가 말한다; “아차! 이거 내가 또 실수를 했군요.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는데 깜빡했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저녁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제가 지리를 잘 모르니 조 상무관이 안내를 좀 해주세요. 비용은 제가 부담을 하겠습니다”.

그날 조영탁고범수최경훈과 함께 들린 곳이 패스트푸드 점이다;

그 이유는 일반식당은 벌써 영업이 끝난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말이라 술집은 문이 열려 있지만 그곳에서는 식사를 하기가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패스트푸드 점이므로 음식값이 싸다. 그리고 서비스 팁도 별도로 없다. 한마디로, 큰 부담이 되지 아니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문을 하면서 아예 조 상무관이 자신의 카드로 결재를 한다.

그리고 식사가 간단하게 끝나자 헤어지기 전에 조영탁고범수에게 말한다; “고 차관보님, 최 공사님 댁에서 하루 머무시더라도 저에게 말씀하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주말이지만 그에 상관없이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

고마운 말씀이다. 따라서 고범수조영탁에게 말한다; “일단은 내일 애틀랜타로 돌아갈 생각이예요. 그리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내가 최 공사님께 말씀을 남겨 놓도록 할게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푹 쉬도록 하세요. 많은 도움을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

고범수최경훈 공사의 차편으로 그 집을 방문한다;

 최 공사는 세심하게 패스트푸드 점에서 벌써 집에 있는 아내에게 사정이야기를 해 두었다. 따라서 고범수가 그 집에 도착하자 최공사의 아내 이한나가 반갑게 맞이한다. 고범수는 그것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게 뜻밖에 고범수99일 금요일에 조영탁 상무관으로부터 처음으로 최경훈 공사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를 대사관에서 만나게 되어 이제는 그의 집에서 하룻밤 손님으로 신세까지 지고 있다.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정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고범수가 손님방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예 그 집의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그 자리에서 가장인 최경훈이 말한다; “고 선배님, 저는 이곳 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고 있는지 벌써 3년째입니다. 그동안 이곳을 방문하신 많은 지인들이 저희 집에서 묵고 가셨어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생각하시고 지내셔도 됩니다. 그것이 사실은 저의 직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범수가 알 것만 같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맙습니다. 최 공사님! 저의 형님과 선후배 사이이고 또 잘 아신다고 해서 제가 염치없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사관의 공사의 일이라고 하는 것이 간단하지 아니한 것 같군요. 정말 노고가 크시겠어요… “.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최 공사의 아내 이한나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현수 변호사님의 형제 분이시군요. 저의 남편과 고변호사님은 연배를 떠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친했어요. 고변호사님이 대학교 같은 과 9년 선배이시기도 하고 또한 사시 선배이셨지요. 게다가 업무상 협조할 일도 많았었고요. 그러니 마음 편히 저의 집을 방문하셔도 됩니다!... “;

고범수가 보기에 최경훈 공사의 부인 이한나가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애틀랜타로 돌아온 고범수가 다음날 조영탁 상무관에게 워싱턴DC에서의 도움에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슬쩍 이한나에 대하여 물어본다. 그때 의외의 정보를 듣게 된다.  

조상무관이 쾌활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 것이다; “선배님, 잘 보셨어요. 최 공사님의 부인 이 여사가 보통 인물이 아니지요. 서울에서도 그리고 여기에서도 유능한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이한나는 최 공사님의 대학 2년후배이고 저와는 교양과정부를 같이 다닌 터수이지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고범수는 마음속에 짚이는 구석이 있다. 따라서 얼른 조영탁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혹시 이한나 변호사가 서울에서 근무하던 로펌이 KJ인가요? 내 형 고현수도 그 로펌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 조 상무관의 대답이 한마디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고범수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한나 변호사가 서울 로펌에서 근무할 때부터 형 고현수를 잘 알고 있었다. 형은 후배 변호사인 이한나를 통하여 그 남편인 최공사를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대학 직속 9년 후배인 최경훈은 형이 자신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 둘 정도로 신뢰하는 관계이다. 과연 그 정도인가?... “.

고범수는 쌍둥이 형 고현수가 자신보다 더 생각이 깊고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형의 생각의 일단을 짐작해본다; “형은 아무래도 최경훈 공사가 어디 출신인지를 잘 알고서 그에게 자신의 신상이야기를 일부러 말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국의 정보부에 모종의 암시를 준 것이다. 한국의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

그날 911일 일요일 오후에 고범수의 핸드폰으로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형 고현수의 두번째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2일의 기록; 큰 바다를 건너온 그들이 J국의 재화를 30년간 강탈한 결과 그 나라가 빈털털이가 되고 있다. 그 다음에는 그 이웃인 K국에 또 빨대를 깊이 박고 있다. 그 나라는 경제규모가 작아서 5년이면 너덜너덜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은 J국이나 K국이나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고범수가 판단하기에 두번째의 메시지는 그 내용이 첫번째의 것보다 구체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J국이 일본일 것이고 그 인접국 K국이 한국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방의 침탈로 일본이 거덜이 나고 이제는 한국이 거덜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고범수의 생각이 이어진다; ‘일본정부는 지난 30년간 일본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이 멈추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형의 지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은 일본의 부자들과 그들의 부가 서방으로 이전이 된 결과로 보고 있다. 그 현상이 이제는 한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일종의 강력한 경고이다!... “.

그렇게 판단한 고범수가 그 내용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경훈 공사와 조영탁 상무관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이 협의하고 어떠한 행동에 나서는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에 고범수는 애틀랜타에서 두가지의 일을 수행하고자 한다; 하나는, 퀴노네스를 계속 미행하여 형의 행방을 추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경찰서에 들러 형에 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과연 고범수는 어떠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일까? 아울러 그의 형 고현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