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14. 13:59

고현수의 7일 기록5(손진길 소설)

 

고범수는 뉴어크 공항에 도착하자 뉴욕 센트럴 공원 옆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교를 방문한다;

 리셉션에 가서 남국현 교수에 대하여 물었더니 전화로 먼저 확인을 한다. 다행히 남교수가 고범수를 만나겠다고 확인을 해주어 그가 무사히 남교수의 방을 찾아간다.

고범수가 노크를 하고 남국현의 교수실로 들어선다. 남국현 박사는 만사를 제쳐 두고 고범수를 포옹하면서 환영한다. 과거 외무부 관료시절에 알았던 상공부의 관료를 여기 뉴욕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운 것이다. 고범수도 반갑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남국현 박사가 말한다; “정말 오래간만이야. 그래 고 차관보는 어떻게 지냈어?... 나는 외무부에서 국장까지 지내고 일찍 은퇴하여 이곳 뉴욕으로 와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

그 말에 고범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나는 3년전에 차관보로 공직을 떠났어요. 하기야 그 이상은 정무직이니 일반직공무원인 나는 올라갈 때까지 다 올라간 셈이지요. 게다가 후배들이 장차관이 되어 들어오니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더군요. 그래 남박사는 외무부에서 어땠어요?... “.

그 말을 듣자 남박사가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피장파장이지요, 허허국장까지 지내고 외국에 공관으로 나가는 길이 있었지만 그만 두고 이곳 뉴욕으로 와서 교수생활을 하기로 했어요. 그것이 내 적성에 더 맞다고 보아야지요, 허허허… “.

그 말에 고범수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는군요. 남박사는 역시 학자 타입이지요. 그 어려운 경제학박사를 그 옛날에 공관에서 근무하면서 취득한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참으로 대단해요!... “.

그 말을 듣자 남국현 교수가 빙그레 미소를 띄면서 고범수에게 말한다; “허허, 오래간만에 옛날 공직 때의 친구가 찾아와서 나를 위로해주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래 고형, 이곳 뉴욕에는 무슨 용무로 왔어요?... “.

그 말에 고범수가 역시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남박사나 나나 마찬가지이지요. 공직을 떠난 지 3년이 되니 옛날 친구들이 그리워서 훌쩍 미국으로 떠나왔어요. 남박사가 이곳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뉴욕에 온 김에 들렀어요. 시간이 괜찮으면 내가 점심을 살테니까 같이 나갑시다!... “.

그 말을 듣자 남국현 교수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요. 먼 곳에서 옛날 친구가 왔으니 내가 대접을 해야지요. 멀지 아니한 곳에 한국식당이 있으니 그곳으로 갑시다. 오래간만에 우리가 사무관 서기관 시절에 먹던 음식을 이곳에서 맛보자고요, 하하하… “.

뉴욕 시내에는 한식을 잘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남국현 교수가 서울에서 먹던 옛날 음식 맛을 제대로 내는 식당을 골라서 그곳으로 고범수를 데리고 들어간다. 고범수가 그 식당의 음식 맛을 보니 서울보다 더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서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먹으면서 남박사에게 말한다; “이거 음식 맛으로 따지자면 서울에서 남박사와 내가 즐기던 그 음식보다 더 푸짐하고 낫군요. 이제는 미국교포들이 한식을 더 잘 만드는가 봅니다, 허허허그래 남박사 요즘은 이곳에서 보는 한국의 정세가 어때요?... “;

고범수가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남국현 교수에게 묻는다. 그러자 남교수가 별로 경계하지 아니하고 편하게 답변한다; “여전히 미국학자들은 한반도의 정세를 매우 위기라고 보고 있는데 한국사람들은 그렇지가 아니한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정부가 그래도 미국과의 동맹과 안보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이 다행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조금 구체적으로 묻는다; “한반도의 위기라고 하면 역시 북한의 핵위협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 남교수가 진지하게 말한다; “그렇지요. 북한이 생각보다 많은 핵탄두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대륙간탄도탄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도 위협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므로 가능하면 북한의 반미정권을 없애 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 뒤에 중국러시아가 버티고 있으니… “.

고범수가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 같이 움직인다고 하면 미국으로서도 동맹국과의 결속에 더욱 힘을 써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미국에서 보기에는 일본한국이 어떠한가요?... “.

그 말에 남국현 박사가 솔직하게 말한다; “일본은 군관민이 일체가 되어 미국과 함께 움직이는 좋은 동맹이지요. 그렇지만 한국은 좀 달라요. 지금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진보세력민족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은근히 친북, 친중, 그리고 친러의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나는 그것이 진짜 한국의 안보상 위협이라고 생각해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의도적으로 슬쩍 남교수에게 말한다; “그러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한국사람이 이곳 미국 교포사회에는 없는가요? 내가 듣기로는 코비드19사태 이전에 북한을 다녀온 재미교포가 상당수라고 하던데요… “.

그 말에 남국현 박사가 눈살을 조금 찌푸리면서 대답한다; “그것이 문제이지요. 이곳 미국에는 아직도 한국전쟁 때 월남한 사람들이 일부 살고 있어요. 그들의 고향이 본래 이북이니 그것이 문제이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

남박사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이곳 한인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 가운데 일부가 아직도 좌익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으니 그것이 진짜 문제이지요. 내가 이곳에서 동포에게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마는, 한국사람들이 일본사람들처럼 그렇게 미국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모든 행동을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는 속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내색을 하면 안되는 자리이다. 따라서 꾸욱 참고서 한가지를 더 물어본다; “남박사, 혹시 이곳에서 민간단체 가운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서 그 이름이 약자로 PAPA라고 하는 것이 있나요? 내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에 언뜻 들은 기억이 있어서 물어봅니다마는… “;

그 말에 남국현 박사가 한순간 고범수의 얼굴을 쳐다본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서 그제서야 선선히 말한다; “허허, 고형은 그 이야기를 내게 물어보기를 잘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고 하면 오해를 받기 쉬웠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인물이 두 부류이기 때문이지요. 하나는… “.

고범수가 경청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남박사가 말을 잇는다; “미국에 의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러한 비밀조직을 만들어서 움직이고 있어요. 또 하나는, 그러한 움직임을 미국의 극우 보수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는 무리들이 그 비밀조직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그 이름을 경멸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관심이 있어서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면 실제로 그 조직은 큰 영향력이 있나요? 별로 조직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하면 일부러 거론할 가치가 없지 않겠어요?... “. 그 말에 남국현 박사가 조용히 말한다; “, 그것은 미국을 움직이는 힘과 권력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이해하면 그 답을 알 수가 있지요… “.

남국현 박사가 묘한 대답을 하고 있기에 고범수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의 입을 쳐다본다. 그것을 보고서 남박사가 천천히 말한다; “미국의 정치는 정당정치인데 그것은 이익집단의 지지여부로 결판이 나지요… “;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남박사가 결론을 말한다; “미국의 이익집단은 자신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크게 해주는 정책을 선호하고 그러한 정책을 받아주는 정당에게 돈을 내지요. 그러므로 이익집단들의 모임인 PAPA의 영향력은 내적으로 막강하다고 보아야 마땅하지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허허허, 그 옛날 내가 대학에서 정치학개론을 들은 적이 있지만 오늘 들은 그러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진작에 들었더라면 내가 행정관료가 되지 아니하고 한번 정계로 진출을 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허허허… “.

그 말에 남국현 박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보기에 고형은 행정관료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어요. 정치적으로 숙맥인 것을 내가 진작에 알아보았지요, 하하하그런데 고형, 여기 미국에는 얼마나 머무르실 생각이세요?... “.

고범수가 고개를 약간 끄떡이면서 말한다; “뉴욕구경을 좀 하다가 서울로 돌아 가야지요. 너무 오래 혼자서 미국여행을 하는 것도 집사람에게 미안하고요. 비록 백수이지만 그래도 저는 집사람에게 필요한 인물이랍니다, 하하하… “.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고범수남국현은 헤어진다. 고범수는 남국현에게 더 깊이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었지만 그것까지 물어보면 그가 눈치를 챌 것만 같아서 자제를 한 것이다. 그는 이왕 뉴욕까지 온 김에 이번에는 수도인 워싱톤DC로 가서 조영탁 상무관을 한번 만나보고자 한다;

과연 조 상무관으로부터 고범수가 어떠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