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12. 18:38

고현수의 7일 기록3(손진길 소설)

 

20228월말에 고범수가 비행기편으로 미국 조지아 애틀랜타로 들어간다. 먼저 형 고현수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다. 형수 김정화만이 그 집을 지키고 있다. 시동생을 만난 김정화가 말한다; “역시 아무 소식이 없어요. 벌써 소식이 끊어진지 2주가 지났어요. 일단 경찰서를 방문하여 실종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어요. 서방님, 어떡하면 좋아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말한다; “형수님, 일단 제가 형이 사용하던 서재를 좀 들여다볼 수가 있을까요? 혹시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 김정화가 그를 서재로 안내한다.

고범수가 꼼꼼하게 쌍둥이 형 고현수가 사용하던 서재를 살핀다. 고현수는 평소 성격이 깔끔한 사람이라 역시 서재의 물품들이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고범수는 형수가 보는 앞에서 책상의 서랍을 전부 열어서 확인하고 그 다음에는 책장을 일일이 살펴본다. 그 결과 고현수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망록이 전공서적들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그 비망록을 고범수가 펼쳐보기 전에 형수 김정화에게 양해를 먼저 구한다; “형수님, 제가 혹시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형의 비망록을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괜찮겠어요?... “. 김정화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고범수는 안심을 하고서 빠른 속도로 최근에 기록된 대목을 중심으로 비망록을 살펴본다. 그러자 최근기록 가운데 영어로 하나의 약자가 발견이 된다. 그것을 보고서 고범수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김정화에게 확인한다; “형수님, 형이 PAPA라는 약자를 적어 두고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이지요?... “;

  

김정화는 금시초문인 모양이다. 그녀가 고개를 가로로 젖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고범수가 제안한다; “혹시 조카들이 그것의 뜻을 알고 있을지 몰라요. 형수님, 한번 전화로 확인을 해주세요!... “. 김정화가 근무중에 있는 아들 고명진은 물론 딸 고순애에게 급히 전화로 확인한다.

35살인 변호사 고명진이나 34살인 간호사 고순애가 그 약자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고범수가 한참 생각을 한다. 그러더니 김정화에게 질문한다; “형수님, 형이 사라진 그때쯤 이상한 행적이 없었나요?... “. 그때서야 김정화가 말한다; “사실은 누구를 좀 만난다고 하면서 집을 나섰어요. 그 다음에 실종이 된 것이고요 “.

고범수가 급히 묻는다; “형을 바깥으로 불러낸 그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아십니까?... “. 김정화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이 되는 사람이 한사람 있기는 있어요!... “.

중요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고범수가 경청을 한다; “그때쯤 형님이 같은 사람을 몇차례 만나고 있었어요. 제가 듣기로는 CIA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퀴노네스(Quinones)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어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말한다; “그러면 형수님은 그 사람을 찾아서 형의 실종에 관하여 물어본 적이 있습니까?... “. 김정화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가로로 젖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고범수가 말한다; “제가 먼저 미국 중앙정보국에 그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그 말에 김정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잘못하면 벌집을 쑤실지도 모르는데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따라서 얼른 형수에게 질문한다; “형수님, 혹시 더 짚이시는 일이 있습니까? 어째서 벌집이라고 말씀하시지요?... “.

그때서야 김정화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서방님, 사실은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한번은 형님이 제게 이렇게 말한적이 있어요. ‘결코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 어째서 나더러 자꾸 함께 일하자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싫다고 말했는데도 자꾸 나를 불러내고 있으니 귀찮아요!’라고요... “;

중요한 정보이다. 따라서 고범수가 조용히 형수에게 말한다; “잘 알겠습니다. 의미가 있는 말이군요. 그러면 제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나서 고범수가 다른 방으로 가서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낸다.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된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무관 조영탁이다. 그는 옛날 상관이었던 고범수의 전화를 받고서 기뻐한다; “고 차관보님, 제게 전화를 주시니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공직을 떠나셨는데 그동안 제가 한번도 연락을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

그 옛날 직장 후배였던 조영탁의 친절한 음성을 들으니 고범수가 괜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일의 처리가 먼저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 상무관, 대사관에서의 일이 많이 바쁘지요. 그렇지만 보람이 있을 거예요. 나는 3년전에 명예퇴직을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립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다른 용건이 있어요!... “.

상무관 조영탁이 얼른 알아 들었다. 그래서 급히 말한다; “선배님, 무슨 일이신지 알려주세요. 제가 여기서 힘이 닿는 대로 알아보아 드릴께요!... “. 고범수가 정확하게 말한다; “조 상무관 다름이 아니라 혹시 이곳 미국 CIA퀴노네스라고 하는 요원이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겠어요? 아무래도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

그 말에 조 상무관이 기분 좋게 대답한다; “그런 일이라면 선배님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대사관에는 본국에서 파견을 나온 정보요원들이 공사나 참사관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서 알아보면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을 거예요. 제가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바로 이 번호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뵈어요”.

조영탁 상무관의 일처리가 확실하고 빠르다. 고범수가 형의 서재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하나씩 빼어 일일이 그 내용을 넘기면서 살펴보고 있는 동안에 한시간도 되지 아니하여 조 상무관의 전화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범수가 반갑게 전화를 받고 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그 사람은 한국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오래 근무를 한 베테랑입니다. 수년전에 현역에서 은퇴하고 미국에 들어와서 살았어요. 그의 아내가 한국인입니다. 그의 고향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이기에 그곳에서 살고 있어요. 제가 그 집 주소를 드릴까요?... “;

참으로 친절한 상무관 조영탁이다. 고범수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그로부터 퀴노네스의 집 주소를 받는다. 추가로 조 상무관이 메시지로 보내어 준 것이다. 거기에 조영탁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선배님,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직접 그 인물을 접촉하여 무엇을 묻지는 마세요. 정보국 출신은 자기방어가 심하고 은퇴를 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한통속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조심하세요, 선배님. 안녕!”.

그 내용을 고범수가 형수인 김정화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번 그 인물을 추적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일주일간 고범수가 형 집에 머물면서 퀴노네스의 행방을 쫓고 있다.

먼저 그가 살고 있는 시내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잠복을 한다. 그 결과 인상착의부터 알아낸다. 60세 남짓의 남자이고 그것도 본래 까만 머리털의 라틴 계열이니 식별하기에 어렵지가 아니하다. 그 다음에는 퀴노네스가 어디에 다니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자신의 차로 퀴노네스의 차 뒤를 서서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범수의 추적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퀴노네스의 행동이 자유스럽다. 그렇게 4일을 추적한 결과 고범수가 하나의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시내의 상가에 있는 한 장소를 방문하고 있다. 일종의 라디오방송국이다. 그런데 출입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가 든 인물이다. 과연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그러한 사실을 깨닫자 고범수가 조카인 변호사 고명진에게 부탁한다; “명진아, 내가 은밀하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너희 아버지의 실종은 아무래도 그 옛날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정보원 퀴노네스와 관련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은퇴를 하고 고향인 이곳 애틀랜타에서 매일 모 라디오방송국에 나가고 있다. 그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한번 은밀하게 알아보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 “.

고명진은 실종한 부친에 관한 일이므로 적극적으로 나서 보고자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숙부인 고범수에게 대답한다; “삼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래 보여도 15년 동안 이곳 애틀랜타에서 공부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상가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도 있으니 조용히 알아보겠습니다”;

그것은 괜히 말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고명진이 지인을 통하여 그곳 방송국과 그곳을 출입하고 있는 퀴노네스에 대한 정보를 은밀하게 빼내어 고범수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곳은 겉으로는 방송국이 맞아요;

 그렇지만 이곳의 애국적인 우익보수인물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장소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익을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서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보아야지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는 불현듯 형수 김정화가 며칠 전에 한 말이 기억난다; “한번은 형님이 제게 이렇게 말한적이 있어요. ‘결코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 어째서 나더러 자꾸 함께 일하자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싫다고 말했는데도 자꾸 나를 불러내고 있으니 귀찮아요!’라고요... “.

고범수가 깊이 생각한다;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지만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크게 이득이 되는 그 무슨 일이 있다. 그 일에 형의 도움이 필요하여 그들이 접촉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리고 형은 왜 실종상태인가?... ‘.

고범수는 일단 한달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조사를 계속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면밀한 추적과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고현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