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8. 15:22

고현수의 7일 기록1(손진길 소설)

 

1.    쌍둥이 형제 고현수와 고범수

 

고현수고범수는 쌍둥이이지만 두가지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 하나는,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먼저 태어난 고현수가 기품이 있어 귀공자 타입이라고 한다면 동생인 고범수는 평범한 용모에 가까운 편이다;

또 하나는, 일란성 쌍둥이이므로 그 성격이 비슷하고 다같이 머리가 좋지만 동생인 고범수에 비하면 형인 고현수가 월등한 존재이다. 한마디로, 고범수가 평범한 수재라고 한다면 고현수야 말로 하늘이 낸 천재인 것이다.

그와 같은 차이가 성장하면서 뚜렷하게 나타나자 부친 고현달이 술이라도 한잔하게 되면 아내 장미숙 앞에서 자랑삼아 중얼거린다; “내가 우리 쌍둥이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지! 현수는 지혜가 매우 뛰어난 현인이 맞고 범수는 평범한 수재가 맞거든, 하하하… “.  

자화자찬을 하면서 마지막에 꼭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부친 고현달이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그때부터 학교에서는 쌍둥이 두 형제가 공부를 잘하므로 담임의 칭찬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친 고현달이 은근히 자식자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현달이 속으로 다짐한다; “내가 돈을 벌어 장래가 촉망되는 아들 형제의 뒷받침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고씨 문중도 이곳 서울에서 빛을 볼 수가 있는 것이야!... “. 고현달 부부는 본래 충북에 살고 있었지만 아들 형제가 똑똑한 것을 보고서 아예 서울 변두리로 이사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부부는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있다.

그들 부부는 자식도 아들 형제만 낳고 단산을 하였다. 정부에서 가족계획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었기에 고현달이 예비군훈련을 다녀오면서 아예 정관수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아들 형제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그 뒷받침을 하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는 부친 고현달과 모친 장미숙이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았더니 영등포에서 용산으로 집을 사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고현수와 고범수 형제가 용산고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2학년이 되자 고현수는 문과공부를 하고 고범수는 이과공부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쌍둥이 형제가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일등을 하는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어그러지지 아니하게 고현수는 서울법대에 들어가고 고범수는 서울공대에 진학을 한다. 쌍둥이 아들이 나란히 서울대학생이 되었으므로 부친 고현달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조상님의 은덕이다. 우리 제주 고씨 문중에 큰 경사가 난 것이야. 이제 현수는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범수는 대기업에 취직을 하면 되는 것이야!... “.

맏아들 고현수가 대학 4학년 때에 벌써 사법고시에 합격을 한다. 최연소 합격이며 그 성적이 좋다고 한다. 따라서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장교로 군을 다녀온 다음에 판사발령을 받아서 근무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가 나중에는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편 차남 고범수는 조선공학과를 다니다가 군을 다녀온 다음에 졸업을 하고 울산에 있는 조선소로 내려가서 현장근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3년을 지내다가 갑자기 사표를 내고 서울에 올라와서 고시촌에 들어간다;

 부친 고현달과 모친 장미숙이 어리둥절해 한다.

부친 고현달이 한번은 집을 방문한 차남 고범수에게 물어본다; “범수야, 너는 어째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촌에 들어가서 행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냐?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

아들 고범수의 답변이 간결하다; “아버지, 현장에서 일해보니 제 값어치가 너무 없어요. 그렇게 저는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행정고시에 한번 도전을 해보고자 해요!... “.

나이 30이 다 되어 가는 아들에게 야단을 쳐보아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부친 고현달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 잘 알겠다. 이 애비는 아들을 믿는다. 한번 자신이 뜻한 대로 살아보고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리고 열심히 하여 행시에 빨리 합격을 하도록 해라. 너무 늦어지면 결혼도 어려워진다!... “.

그렇게 고범수가 행시준비를 하기 전에 쌍둥이 형 고현수가 먼저 결혼을 한다. 신부는 서울에서도 제법 재력이 있는 집안의 딸이다. 이화여대를 나와 영어선생을 하고 있는데 성품이 온화하고 똑똑하다. 매파가 다리를 놓아 선을 보았는데 서로 좋아하여 결혼하게 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고현수의 근무지가 서울이 된다. 그러자 장남인 고현수는 아예 용산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서 부부가 함께 직장에 나간다. 시어머니인 장미숙이 좋아하면서 며느리 김정화의 도시락까지 챙겨준다.

부친 고현달은 오래 경영한 청과상회를 접고 부동산중개사 시험에 합격하여 동네에서 복덕방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가 60이 되어가니 중개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몸도 크게 고되지가 아니한 것이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차남 고범수32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상공부에 발령이 난다;

 고범수는 서울공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장경험도 3년이나 있기에 상공부에서 공업계통의 실무를 맡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형수 김정화가 중신을 한다. 그녀의 후배 가운데 성품이 좋고 똑똑한 처녀를 소개한 것이다. 그런데 고범수는 행시준비를 하면서 주일이면 교회에 출석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선을 본 그녀 차이란이 크리스천인 것을 알고서 좋아한다.

차이란은 종합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마침 근무지가 강남이기에 고범수는 그녀와 결혼하고서 살림집으로 과천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를 세로 얻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차이란의 모친이 고범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고서방, 나는 외딸 이란이를 키우면서 평생을 과부로 살아왔어. 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여 돈을 좀 모았지. 그러니 내가 조금 큰 아파트를 사주고 거기서 방 하나에 내가 기거하면서 딸 내외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데 사위의 생각은 어떠한가?... “.

고범수차이란과 사귀면서 집안의 형편에 대하여 미리 들은 바가 있다. 따라서 순순히 그렇게 하자고 장모에게 대답한다. 그것을 보고서 장모 이순임이 그렇게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통이 크게 과천에 있는 33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딸 앞으로 아예 등기를 해주고 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 사이에 고현수는 서울에서 부장판사가 되고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 아내 김정화는 중등학교의 영어선생으로 이력이 나 있다. 그녀는 교감을 할 것인지 아니면 더 공부하여 장학사가 될 것인지를 서서히 생각하고 있다.

한편 고범수는 늦게 상공부 사무관이 되었지만 40대 중반이 되자 서기관으로 진급하여 과장이 되어 있다.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는데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내 차이란은 진작에 종합병원의 약사일을 그만두고 과천에 작은 약국을 차려서 경영을 잘하고 있다;

60대 중반의 연령인 장모 이순임은 평생 운영하던 시장 포목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요즘에는 집에서 쉬면서 교회일에 열심이다;

 특히 대형교회의 권사회에 들어 있기에 자주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어려움에 처한 성도들을 위로하고 함께 예배를 드려주고 있다.

고현수와 고범수의 부친인 고현달은 벌써 70세가 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복덕방 일도 접고서 집에서 쉬고 있다. 아내 장미숙도 나이가 70세 가까이 되고 있어 지금은 남편과 함께 살림을 줄이고 작은 아파트를 사서 함께 지내고 있다. 그녀는 맏며느리가 직장생활을 잘하도록 손자와 손녀를 맡아서 오래 키워준 고마운 시어머니인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건강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가문에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