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13. 20:06

고현수의 7일 기록4(손진길 소설)

 

2. 제1일의 기록

 

202297일은 수요일이다. 고범수가 미국에 온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 다음날이다. 그날 그의 핸드폰으로 이상한 내용의 메시지가 전송이 되어온다. 그 내용이 이상하여 보낸 사람을 얼른 확인해보니 형 고현수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송날짜가 사전에 예약되어 있는 것이다;

형이 어째서 한달후에 동생인 내 핸드폰으로 전송이 되도록 그러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게 생각한 고범수가 그 메시지의 내용을 여러 번 곰곰 따져본다. 그러나 통 알 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일의 기록; 추운 지방에 사는 족속이 따뜻한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있다. 그 다음에는 아예 미개척지로 가서 큰 나라를 이룬다. 그 다음에는 큰 바다를 건너가서 남의 것을 잘도 약탈하고 있다. 그것을 그들은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 일을 추진하는 단체가 소위 PAPA이다”.

고범수는 쌍둥이 형 고현수가 자신보다 더욱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현수는 한국에서 부장판사로 일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가서 국제변호사가 되어 한국의 로펌에서 변호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오래 공부하고 연구한 것이다.

고범수 자신은 상공부에서 차관보로 일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한국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형 고현수는 자신보다 훨씬 많이 그 방면의 공부를 하고 또한 연구한 인물이다. 그러한 형이 위와 같은 이상한 메시지를 자신에게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범수는 가장 먼저 그 내용은 자신과 형이 공통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한 내용이라고 직감한다. 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그 직관력이 상당히 닮아 있다. 따라서 고범수가 중얼거린다; “형은 국제정치와 경제를 연구하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퀴노네스가 접촉하고 있는 그 일과 관련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고범수가 생각의 범위를 더욱 좁히고 있다; “퀴노네스는 성향이 미국의 이익을 제일로 생각하는 정보원이다. 그의 공직이 그러했으며 지금은 고향에 돌아와서도 그 일을 민간단체에서 계속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퀴노네스가 형에게 무엇을 부탁한 것일까?... “.

고범수가 천천히 하나의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 퀴노네스가 소속이 되어 있는 단체가 한국의 법조계에서 오래 생활했으며 또한 국제정치와 경제에 관심이 큰 형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형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였기에 그것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

거기까지 생각한 고범수가 자신의 머리를 흔들고 있다; “아닐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아니한다고 하여 설마 형을 해치우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미국이 그 정도로 무지막지한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

고범수는 다시 형이 보내온 메시지를 천천히 살펴본다. 그리고 그 내용을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1)  첫째, ‘1일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2일의 기록’, ‘3일의 기록등이 계속될 여지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  둘째, ‘추운 지방에 사는 족속은 역사적으로 남하한 민족을 의미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크게 보아 두 족속이 해당된다. 하나가, 바다로 남하한 바이킹이다. 그들의 역사가 영국과 미국으로 연결이 되고 있다.  또 하나가, 강을 타고서 남하한 바이킹이다. 그들의 역사가 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인 것이다;

(3)  셋째, 바이킹은 가는 곳마다 남의 땅을 뺏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이 맞다. 종래는 북아메리카로 건너가서 거대한 국가 미국을 만든 것이다;

(4)  넷째, 세계의 패권국이 된 미국은 큰 바다태평양을 건너 동양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의 경찰이라는 위대한 역할을 떠맡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형 고현수는 그것을 약탈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

(5)  다섯째, 형 고현수는 그 일을 악한 일 약탈행위하고 보고 있는데 그와 달리 PAPA라고 하는 단체는 그것이 미국의 위대한 세계적인 공헌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와 같은 견해의 차이는 하나로 합쳐지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이 PAPA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 것인가? 아니면 어째서 아직까지 종적이 묘연한 것일까?... ;

실로 일란성 쌍둥이 고현수와 고범수는 무서운 정신적인 감응을 나누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아니하다고 하면 그와 같이 고범수가 형의 의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점 때문에 고현수가 자신의 아내나 자녀가 아니라 쌍둥이 동생 고범수에게 그와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리라

그와 같이 판단한 고범수는 자신이 형과 같은 관심을 가지고 최근 3년간 국제정치와 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 점 때문에 자신이 형의 생각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형 고현수가 PAPA라고 그 이름을 밝히고 있는 미국의 극우 애국조직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들이 형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고범수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때부터 머리를 싸맨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

한국에서 상공부의 차관보까지 지낸 인물이 고범수이다. 그는 업무상 통상외교 분야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제법 알고 있다. 그러한 고범수이기에 그 해법을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찾아내고 있다.

고범수는 자신의 친구 가운데 친미적인 색깔이 유달리 강한 남국현박사를 떠올리고서 흡족한 미소를 띄고 있다; ‘그렇다 이 일은 남국현이를 만나서 그와 교제하면서 서서히 실마리를 찾아보면 될 것이야. 그가 미국 뉴욕에 살고 있으니 한번 찾아가보자!... ‘.

고범수남국현 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상공부에서 통상관계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다. 상공부 사무관인 고범수가 외무부의 사무관인 남국현을 만난 이유는 당시에 통상업무를 외무부로 넘기라는 정부방침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고범수는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남국현은 외무고시 출신이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 입학 학번이 같았다. 서울대 입학 동기이며 같은 해에 교양과정부에 다녔다는 사실 때문에 나름대로 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고범수는 상공부에서만 일하고 있는 관리이지만 남국현은 달랐다. 그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안에 죽기 살기로 미국의 대학원에서 공부하여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고범수 사무관이 입학동기인 남국현 사무관을 만나 업무를 인계하다가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남국현이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범수가 당시에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그는 한국의 관리인가? 아니면 미국의 관리인가? 아무래도 미국시민권자의 티가 너무 나고 있다!... ‘;

그래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지내왔는데 이제는 그를 만나야 할 것만 같다. 고범수가 국내선을 타고서 과감하게 남국현 박사가 미국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뉴욕으로 간다. 60세인 남국현 박사는 한국에서의 외무부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미통상관계를 강의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고범수는 남국현 박사를 만나서 어떠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