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0. 9. 18:18

고현수의 7일 기록2(손진길 소설)

 

고현수20년간 사법부에서 판사로 일하고 있던 해 곧 2007년에 개인적으로 중대한 결심을 한다. 25세에 판사로 부임한 그가 벌써 45세의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다. 그리고 아들 고명진은 한국나이로 20살이 되어 명문대학에서 1학년으로 다니고 있다. 고순애19살이며 고3이다. 새해가 되면 대학생이 될 것이다;

아들 고명진은 아버지처럼 사법부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그는 법대생이 되어 있다. 그리고 딸 고순애는 장래희망이 간호사이므로 고등학교에서 이과에 편성이 되어 있다. 그때쯤 고현수 부장판사가 저녁에 잠이 들기 전에 아내 김정화에게 자신의 진로문제를 두고서 의논을 한다.

남편 고현수가 어렵게 꺼내고 있는 말이 다음과 같다; “여보, 나는 그만 사법부를 떠나고 싶어요. 그냥 법관일을 계속하면 나중에 대법관까지 지내고 은퇴를 할 수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좀더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연구를 더하고 싶어요. 그러자면 내가 사표를 내야 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 “;

그 말을 듣자 아내 김정화가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나는 당신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서 살아가고자 하는데 있어서 반대할 생각이 없어요. 저도 중등학교 교사로 20년을 지내고 있으므로 일종의 권태기에 접어들고 있는 걸요. 그리고… “;

김정화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다; “마침 아들 명진이가 대학1학년이고 딸 순애가 금년에 고등학교 졸업반이니 지금쯤 당신이 진로수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과 나는 20년 근속이니 공무원 연금과 교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걸요!... “.

그 말을 듣자 잠자리에서 고현수가 아내 김정화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고맙소, 여보. 그렇게 긍정적으로 말해주니 내가 힘이 나는군요. 그러면 내년 봄에 명진이가 대학 2학년이 되고 순애가 대학생이 되는 것을 보고서 내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할게요. 그 다음에 나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내 생각으로는… “.

아내 김정화가 조용히 남편 고현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학비가 너무 비싼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이 아니라 남부의 중심지 조지아 애틀랜타에 가서 그곳의 주립대학에서 미국의 법공부를 하고 싶어요. 미국은 한국의 법체계와는 달리 불문법을 상식법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명진이도 그곳에서 미국법을 공부하면 좋을 거예요. 그리고… “;

김정화가 눈을 깜빡이면서 고현수의 눈을 쳐다본다. 그녀의 귀에 남편의 말이 계속 들려온다; “순애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하니 그곳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간호사로 생활하면 될 거예요. 그렇게 우리 명진이와 순애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고 우리는 5년쯤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합시다. 그때는 나이 50이 된 내가 이곳에서 다시 할 일이 있을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김정화가 잠이 오는지 서서히 눈을 감으면서 말한다; “그래요. 당신 생각대로 그렇게 해요. 저도 덕분에 미국 남부에서 미국문학을 좀더 공부하고 영문학 박사학위를 한번 취득하도록 해볼께요. 아직 젊으니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

이듬해 2008년 봄이 되자 고현수가 정말 사법부를 떠나고 있다. 직장에서는 고현수가 부장판사를 그만두고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 취업을 하는 줄 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그가 가족을 솔거하여 아예 미국남부 조지아 주립대학에 공부를 하고자 5년간 한국을 떠난 것이다;

고현수는 한국에서 법관으로 20년 근무한 경력이 있기에 미국의 로스쿨에서 2년 남짓 공부하고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대신에 그곳 대학에서 전공을 달리하여 정치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한다. 그렇게 3년을 더 보내고 마침내 5년의 미국생활을 마치게 된다;

그 사이에 아들 고명진3년남짓 로스쿨에서 공부한 다음에 고등법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미국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리고 애틀랜타에 있는 로펌에 들어가서 근무를 시작한다. 고순애3년 동안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다음에 간호협회에 등록하고서 병원에 취업하여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들 고명진이 한인교포의 딸인 이백희와 결혼하여 그곳에서 아예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딸 고순애도 병원에서 한인의사 김명훈을 만나 결혼하고 애틀랜타에서 계속 살게 된다;

아들 명진과 딸 순애가 모두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어서 그곳에 정착하고 만 것이다.

그 사이에 아내 김정화는 주립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영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따라서 5년이 지나자 고현수 부부는 자녀들을 미국에 남겨 두고서 두사람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 다음에 고현수는 한국의 대형 로펌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하고 아내 김정화는 수도권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게 된다;

그와 같이 쌍둥이 형 고현수의 가족이 미국에서 5년간 지내고 있는 동안에 마포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님을 동생 고범수 부부가 자주 방문하여 돌보고 있다. 연세가 70대 중반이 된 부친 고현달2살 연하인 모친 장미숙은 건강이 좋은 편이다. 그들 부부는 장남 내외가 한국에 돌아와서 문안인사를 오자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하여 손자 고명진과 손녀 고순애의 가정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손주들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할 때에는 손주며느리와 손주사위의 얼굴을 보았지만 미국에서 다시 결혼식을 할 때에는 참석하지 못했기에 그곳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현수 부부는 5년간 한국에서 대형로펌의 국제변호사로 그리고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간다. 55세가 된 고현수가 미국의 대학원에 들어가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한 것이다;

 아내 김정화도 미국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서 남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에 들어간 쌍둥이 형 고현수60세가 된 20226월이 되어도 한국에 돌아오지 아니하고 있다. 그 동안에 동생 고범수가 내외간에 마포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님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이제는 연세가 85세가 된 부친 고현달의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아니하다. 83세인 모친 장미숙은 그래도 건강이 좋은 편이다.

고현달은 장남 고현수를 보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어쩐 일인지 고현수5년 동안 한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아니하고 있다. 물론 재작년 20202월부터 코로나19 전염병이 대단하여 2년간 국제여행이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그 규제가 풀리고 나서도 장남 고현수는 한국방문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고현달은 차남 고범수가 자신을 방문할 때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범수야, 어째서 네 형 현수는 나를 찾지 아니하고 있느냐? 나는 장남도 보고싶고 내 손주도 보고 싶은데 그들은 나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모양이구나. 현수에게 네가 언제 연락을 한번 해보도록 해라!... “;

그 말을 듣자 착한 아들 고범수가 얼른 대답을 한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제가 형에게 한번 더 연락을 할게요”. 그렇지만 부친 옆에 앉아 있던 모친 장미숙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미국에 있는 현수에게 직접 핸드폰으로 연락하세요. 바쁜 범수에게 부탁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영감이 안 하면 내가 직접 연락을 할게요!... “.

그러면서 모친 장미숙이 손수 핸드폰으로 미국에 있는 장남 고현수에게 전화를 낸다. 그랬더니 모두가 듣고 있는 가운데 고현수의 음성이 들려온다; “어머니, 저 현수예요. 말씀하세요… “. 그 말을 듣자 장미숙이 얼른 핸드폰을 남편에게 넘겨준다.

그때서야 고현달이 장남에게 말한다; “내다, 현수야! 애비다. 그래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느냐?... “. 금방 답변이 들려온다; “아버지, 직접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요즈음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서 틈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건강은 좀 어떻습니까?... ”.

그 말에 고현달이 얼른 그래 나는 괜찮다라고 말한다. 그것을 보고서 장미숙은 핸드폰을 대신 받아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수야, 네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니 네가 한번 내외간에 여기를 다녀가거라. 나도 너희 부부가 보고 싶다!... “.

그 말을 듣자 고현수가 전화상으로 대답한다; “어머니, 짬을 보아 그렇게 할게요. 한두 달 내로 한번 한국을 방문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계세요!... “. 그와 같은 통화내용을 그 옆에서 쌍둥이 동생 고범수가 듣고 있다.

고범수3년 전인 2019년말에 상공부에서 차관보를 지내고 명예퇴직을 했다. 그가 57세로 차관보를 지내고 있는데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장차관이 부임을 한 것이다. 정무직이라고는 하지만 세월이 야속하다. 후배를 장차관으로 모시고 예예하면서 공무원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고범수는 행시 출신이 되어서 그런지 행정업무에 있어서는 적극적이고 철두철미하지만 정치적인 줄타기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다. 천성적으로 별로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일반직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 1급인 관리관 일명 차관보까지 지내고서는 그만 사표를 내고 만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아직 약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 차이란이 별로 반대를 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25세인 외아들 고달견이도 부친의 생각을 따르고 있다. 달견이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대학원에 적을 두고서 사실은 행시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그도 부친처럼 국가공무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아직 57세에 불과한 나이이기에 고범수는 그때부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그것이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분야이다. 어떻게 그렇게 쌍둥이 형 고현수와 취미가 비슷한지 모른다. 다만 한가지 차이가 있다고 하면 고현수는 미국에서 계속 그 분야를 공부하며 연구를 하고 있고 고범수는 한국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227월이 되고 8월이 되어도 미국에 살고 있는 형 고현수로부터 아무런 기별이 없다. 고범수가 부모님의 아파트를 방문해보면 두 분은 여전히 장남 부부가 자신들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범수는 그것이 영 이상하다!...

따라서 한번은 고범수가 형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부모님이 형 내외를 보기를 고대하고 있음. 연락주기 바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답변이 메시지로 온다; ‘서방님, 남편이 사라졌어요. 벌써 열흘 째 종적을 찾을 수가 없어요. 혹시 한국에서 본 사람이 없을까요?... ‘;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그 메시지를 고범수는 부모님께 그대로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 미국을 방문해볼 생각이다. 무슨 일이 고현수에게 발생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