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5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5. 09:53

王의 비밀58(작성자; 손진길)

 

사람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모양이다. 그것도 존경받는 지도자가 손수 모범을 보이면서 부하들을 지휘하게 되면 그 성과가 무섭게 나타나고 있다. 길림성의 북쪽 산지 골짜기에서 야율종진이 송화강의 물줄기를 찾아 계곡에서 서서히 방뚝을 쌓고 있는데 몸소 시범을 보이면서 병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국왕이 친히 나서서 열흘 동안이나 자신들과 함께 포대에 흙을 담아서 그것으로 한층 한층 방죽을 쌓고 있다. 마치 담을 쌓듯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방뚝을 건설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면서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친위장군이나 백부장 그리고 기마병들이 도저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장졸들이 마음이 하나되어 열흘동안 더 열심히 송화강의 물줄기를 상류에서 서서히 가두는 방뚝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자 그 높이가 상당하다. 그러니 그 속에 가둔 강물의 양이 대단한 것이다. 이제 절반 이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 길림성의 남쪽 산지에 숨어서 왕대장과 퉁대장의 기마대가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척후들의 눈에 왕대장의 기마병이 1,000명이나 먼지를 일으키면서 열심히 달려오는 모습이 포착된다;

호위백부장인 마실가루가 얼른 부하들과 함께 산을 내려가 길 중앙에 서서 왕대장의 기마대를 멈추게 한다.

왕대장이 자신의 기마병을 이끌고 북진하다가 길림성 남쪽 20리 지점에서 갑자기 국왕의 호위백부장인 마실가루와 그의 부대를 만나게 되자 깜짝 놀란다. 그래서 급히 말을 멈추고 그에게 묻는다; “마실가루 백부장은 모시는 국왕을 어디에 두고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마실가루가 즉시 대답한다; “왕대장님, 멀리서 달려오시느라고 노고가 크십니다. 그런데 국왕전하께서는 이곳이 아니라 지금 길림성 북쪽 산지에서 진을 치고 계십니다. 그곳에서 왕대장의 기마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계시니 이제부터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랴… “.

그 말을 듣자 왕왕수 대장이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장군들과 백부장들에게 명을 내린다; “모두들 휘하 부대를 이끌고 나를 따라 주군이 기다리고 계시는 곳으로 이동한다. 출발, 이랴… “.

그런데 앞장을 서고 있는 호위백부장 마실가루와 그의 기마병은 큰길이 아니라 산길을 택하여 말을 달리고 있다. 따라서 왕대장의 부대도 그 뒤를 따라 산길을 달린다. 그렇게 50리쯤 북쪽으로 진행했더니 험한 산골짜기가 나타난다. 이제는 모두들 아주 조심스럽게 서행한다;

왕대장과 그의 휘하 1,000명의 기마병들이 그 산골짜기에서 본 것은 하나의 기적과 같은 광경이다. 큰 산의 계곡을 무려 100척이 넘는 높이의 마대의 흙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이다. ‘저것이 무엇인가?’, 놀라서 다가가 확인하였더니 10겹 흙포대의 두께로 쌓여진 그 방죽안에 엄청난 수량의 물을 가두어 놓았다;

왕대장과 부하들이 그것을 보고서 놀라고 있을 때에 산지를 타고서 계곡으로 야율종진과 그의 호위대장인 낭추가 내려온다. 그런데 그들의 옷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왕대장이 얼른 말에서 내려와 신하의 예를 갖춘다.

가까이 다가온 야율종진이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왕대장, 송강하성을 정벌하고 다시 이곳까지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어요. 반갑소”. 그 말을 듣자 왕왕수 대장이 읍을 하면서 대답한다; “저는 작은 성읍을 하나 취하고 달려왔을 뿐인데 전하께서는 놀라운 방죽을 만들고 계셨군요. 정말 대단한 역사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왕대장, 내가 그대의 군대가 도착하기를 고대했어요. 그 이유는 이만한 규모의 방죽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제 나를 따라 옆 골짜기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그 말들 들은 왕왕수 대장과 지휘관들이 산을 하나 넘어 다음 골짜기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무려 700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지휘관들과 함께 똑같은 방법으로 포대에 흙을 담아서 방뚝을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20척 높이의 방죽위로 계속하여 물이 흘러 넘치고 있다.

그것을 보여주면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왕대장, 나의 호위병사의 수가 많지 못하여 방죽건설이 늦어지고 있어요. 길림성에서 눈치를 채기 전에 여기의 방뚝도 100척 높이로 빨리 쌓아야 해요. 그러니 좀 도와주시구려… “. 그 말을 하고서 야율종진이 방뚝을 쌓고 있는 현장에 합세한다. 그도 산에서 포대에 흙을 담아와서 방죽 위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 왕왕수 대장과 장졸들은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어느 나라의 역사에 저렇게 국왕이 직접 나와서 손에 흙을 만지면서 방뚝을 쌓는 일이 있었던가?”. 그들은 말없이 자신들의 말 안장 아래에서 마대자루를 끄집어 낸다. 혜산성을 출발할 때에 야율재상이 모든 기병들에게 가지고 가라고 준 그 포대들이다.

왕대장의 기마병 1,000명의 일손이 더해지자 단 3일만에 새로운 방죽이 하나 더 완공된다. 그리고 그 속에 엄청난 수량의 물이 출렁거린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만족해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기쁜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퉁대장900명의 기마대가 무송성을 정벌하고 합류한 것이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제장들을 모아서 길림성을 단숨에 점령할 아주 구체적인 전략회의를 한다. 수공을 행하고 그 다음에 길림성의 장졸들을 산에서 사로잡을 계획이다.

회의가 끝나자 국왕인 야율종진이 장졸들에게 명을 내린다; “이제 두개의 방죽이 완공되어 길림성을 단숨에 홍수로 쓸어버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두개의 방죽을 같은 시간에 터뜨리는 일을 낭추 장군과 팽이호 장군이 호위기마대와 함께 하나씩 맡아서 진행하기로 한다.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경청하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명령한다; “나머지 기마대는 모두 나와 함께 길림성을 정벌하기 위하여 출발한다. 마실가루 백부장이 앞장을 서서 길안내를 하도록 하라. 산길을 벗어나게 되면 내가 공격에 앞장을 설 것이니 모두 나를 따르도록 하라”.

산길을 내려오자 야율종진이 왕대장퉁대장에게 별도로 지시한다; “길림성의 서쪽 산지는 내가 맡아서 적들의 항복을 받을 것이니 퉁대장의 기마병 가운데 300명을 내게 주시오. 그리고 퉁대장은 남은 기마대를 데리고 왕대장의 기마대와 함께 동쪽 산지로 가서 그곳으로 피신하는 적들의 항복을 받도록 하세요“. 

그들이 길림성의 동쪽과 서쪽 산지로 나누어서 가고 있는 이유는 벌써 낭추와 팽이호가 동시에 방죽을 터뜨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체 길림성 안에는 북에서부터 엄청난 강물이 흘러 들어 그만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순식간에 길림성이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성안의 1만명의 병사들과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재빨리 성을 벗어나 동과 서의 산지로 피신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들이 허겁지겁 높은 산지에 도달하자 그 정상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종진국의 엄청난 기마대를 만나게 된다.

길림성주인 완안이웅이 피신한 산지가 정확하게 서쪽이다. 야율종진은 그가 동쪽산이 아니라 서쪽산으로 피신할 것이라고 벌써 예상하고서 그쪽에서 완안이웅을 기다리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란 위기를 만나게 되면 먼저 자기 몸을 보호하면서 의지처가 있는 곳을 향하여 피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안이웅의 경우에는 북쪽 하얼빈성에 자신의 친형 왕안웅이 있는데 그 형이 서쪽 심양에 있는 대금의 만주 주둔군의 힘을 믿고서 동북여진을 다스리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완안이웅이 도망을 친다고 하면 그 방향은 하얼빈이 있는 북쪽이거나 아니면 심양이 있는 서쪽인 것이다;

야율종진이 보름간이나 정성을 들인 수공작전이 대성공이다. 계획한대로 길림성이 큰물에 잠기고 그곳의 군사들과 백성들이 산지로 몸만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방죽을 터뜨리고 자신들의 친위기마병과 함께 남서쪽의 산지로 달리고 있는 낭추와 팽이호가 정확하게 보고 있다.

그들이 합세를 하자 서쪽산지에서는 야율종진이 700명의 호위군사와 퉁대장에게서 받은 300명의 기마병을 거느리고 길림성주인 완안이웅과 적병들의 항복을 받기에 바쁘다. 왕안웅과 비슷하지만 그 동생인 완안이웅이 더 잘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항복하는 적들을 모조리 무장해제하고 결박하는데 그 수가 5,000명이 넘는다. 그러니 야율종진의 기병들이 한 사람 당 5명씩이나 맡아서 결박하느라고 일손이 바쁜  것이다. 얼추 그 일이 끝나자 우선 길림성의 성주와 장수들부터 야율종진에게 끌고 간다.

야율종진이 포박을 당하여 자기 앞에 끌려 나온 완안이웅을 내려다보고서 질문한다; “완안이웅, 야율족과 기타 서여진족 장정들이 길림성과 하얼빈성으로 끌려와서 7년간이나 포로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완안이웅이 대답한다; “이곳 길림이 아니라 모두 하얼빈성으로 끌려갔다. 그 이유는 두 큰 강의 이남지역에서 여진족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어 장차 북으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혜산성에 있던 내 동생 완안삼웅이 그때문에 먼저 죽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질문한다; “그렇다면, 너는 형 완안웅과 함께 두 강 이남의 서여진과 동여진을 다시 치기 위하여 남침을 도모할 것인데 어째서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느냐?”. 그 말을 들은 완안이웅이 갑자기 분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누구를 원망하고 있는가?’.

완안이웅이 말한다; “대금의 황제가 진작에 우리 형제들의 청원을 들어주었더라면 이러한 난리를 우리가 만나지 아니하였을 것인데그러나 길림성이 너희들의 수중에 떨어졌으니 이제는 대금의 황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만주에 있는 금나라 군대에게 출동을 명할 것이다... “.

그 다음에 완인이웅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말한다; “대금의 군대가 움직이면 너희들은 전부 죽은 목숨들이다. 그 이전에 내가 너희들에게 잡혔으니 먼저 가지만 너희들도 하나같이 내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하하하… “. 완안이웅이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큰소리로 웃고 있다.

사람이란 자신의 힘과 지혜로 극복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렇게 엉뚱한 반응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적장 완안이웅이 아니라 사로잡힌 적병들을 보고서 큰소리로 말한다; “너희 길림성의 장졸들은 들어라. 나는 이제 완안이웅의 목을 칠 것이다. 그리고 그를 따라 죽고자 하는 자는 그 충정을 보아 내가 소원을 들어주겠다”.

포로들이 숨을 죽이며 야율종진의 말을 듣고 있다. 그들의 귀에 다음과 같은 야율종진의 말이 들려온다; “그러니 완안이웅을 따르고자 하는 자는 모두 결박을 당한 채로 그 자리에서 일어서라. 그러하지 아니하는 자는 완안이웅을 버리고 나 야율종진에게 투항하는 장졸로 인정할 것이다”.

그 다음에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 다가온다; “내가 열을 셀 것이다. 그때까지 행동으로 결정하라. 하나… “. 야율종진이 천천히 열까지 세고 있다. 그러자 5천명이 넘는 장졸 가운데 겨우 25명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그들을 따로 세운다.

야율종진이 그 자리에서 완안이웅의 목만 치고 나머지는 아직 살려주고 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일일이 심문하여 진짜 처형을 할 자와 그러하지 아니한 자를 분류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일은 길림성으로 들어가서 시간을 가지고 처리하고자 한다.

한편 동쪽산지에서는 왕대장퉁대장1,6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적군들의 투항을 받고 있다. 그들이 사로잡아 항복을 받은 적병들의 수가 얼추 5,000명이나 된다. 산에서 이틀을 지내자 야율종진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제는 길림성에 큰물이 지나갔으니 모두들 성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야율종진은 휘하의 2,600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길림성에 입성한다. 그의 포로가 적의 장졸만 1만명이다. 그리고 성내의 백성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성안에서 생활하도록 자유를 보장한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은 전범들을 어떻게 가려내고 처벌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