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의 비밀55(작성자; 손진길)
운흥성은 혜산성 바로 동쪽에 있는 성읍이다. 그 성을 점령하게 되면 일단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지역에서는 종진국의 영토가 확정된다. 따라서 야율종진은 조속히 운흥성을 점령하고자 한다.
그는 그 다음에 압록강 이북에 있는 자신의 성읍 장백성에서 시작하여 그 이북지역을 도모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완안웅과 그의 형제들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 동북여진을 치고 7년전에 그들에게 포로가 되어서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야율족 백성들을 구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백암성의 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운흥성은 수라장후의 아들인 젊은 수라장손이 성주이고 그의 막내삼촌인 수라만강이 수비대장을 맡고 있다. 그 두사람은 대흥단성 전투에서 야율종진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 수라장후와 그의 아우인 수라장강의 원수를 갚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운흥성에는 군사가 400명 정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수라장손과 수라만강이 워낙 완강하게 성을 수비하고 있기 때문에 퉁우람 대장과 아율기린 장군이 710명의 기병대로 연일 공격을 퍼부어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
흔히 성을 공격하자면 수비군에 비하여 3배 정도의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2배도 되지 아니하는 군사력으로 성을 점령하고자 하니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 결과 열흘이 가까이 지나도 성안에 군사를 들여보내지 못하고 있다.
퉁대장이 한창 초조해하고 있는데 이웃 백암성 근처에 도착한 주군 야율종진에게서 파발이 온다. 그 내용은 야율종진이 빠르게 백암성을 점령하고 곧바로 운흥성으로 갈 것이니 그때까지 군사를 축내지 말고 현상유지나 잘하고 있으라는 것이다.
그 전갈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나자 해가 지기 전에 야율종진이 이끄는 기병대 1,800명이 운흥성의 동편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백암성을 정복했다는 말이다. 퉁우람 대장과 아율기린 장군이 깜짝 놀란다. 그들은 주군을 반갑게 맞이하고 곧바로 전황보고를 한다.
조용히 퉁대장의 보고를 들은 야율종진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왕대장과 팽대장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어떻게 공략하면 운흥성을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왕대장과 팽대장이 당황해 한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잠시후에 팽대장이 대답한다; “저는 보천성 전투에서 침투조를 들여보내어 성문을 열게 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한 희생을 치르고 성을 점령했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삼지연성 전투에서 수공을 사용하여 병력의 손실없이 성을 점령하셨지요. 그러니 여기서도 수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하면 참으로 좋을 것입니다”.
이제 야율종진이 왕대장을 쳐다본다. 그러자 왕대장이 대답한다; “대흥단성을 점령할 때에는 주군께서 자존심이 강한 수라형제들에게 모욕을 가하게 하여 그들을 성밖으로 불러내어 장수들의 결투로 해치워버렸습니다. 그 결과 손쉽게 그 성을 얻었지요”.
잠시 좌중을 둘러본 다음에 왕대장이 이어서 말한다; “그 다음 연사성 전투에서는 적의 성문이 잠시 열려 있을 때에 주군께서 단지 200명의 기병만 이끌고 전격적으로 성문을 통과하여 항복을 받아 내셨습니다. 그러한 기습전략이 이번 운흥성 전투에서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첫째가 침투조 작전, 둘째가 수공 작전, 셋째가 모욕작전, 넷째가 틈새 기습작전이라고 볼 때 어느 작전이 가장 운흥성에 맞는 전략전술이 될까요? 그 점에 대하여 제장들은 함께 의논하고 그 결과를 한 시진후에 내게 보고하도록 하세요. 나의 호위장군인 낭추와 팽이호도 그 회의에 참석을 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야율종진이 호위백부장인 마실가루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이동한다. 그는 방밖에 마실가루와 소수의 호위병을 세우고 혼자서 방안에서 운기조식부터 한다. 그리고 머리를 맑게 한 다음에 평범한 여진족의 복장으로 갈아입고서 은밀하게 방을 빠져나간다.
비호와 같이 산지를 벗어나 들판을 가로질러 운흥성곽 아래에 다다른다. 성벽을 한바퀴 빠르게 돌아본 다음에 가장 경계가 허술해 보이는 서쪽을 선택하여 은밀하게 성벽을 넘는다. 야율종진이 걸치고 있는 복색은 완벽하게 검은색이다. 그러므로 어두움 속에서 적의 눈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
성안을 조심스럽게 돌아보니 별로 규모가 크지 아니하다. 그런데 경비군사들이 삼엄하게 야경을 돌고 있다. 경비병의 수가 많은 건물을 찾아서 지붕에 올라가 본다. 조심스럽게 기와장을 뜯어서 복도를 살펴보니 방문 앞에 경호병이 여럿 서있는 방이 보인다. 야율종진이 빠르게 판단한다; “저곳이 성주의 방인 모양이다”.
그 방 위의 지붕으로 이동하여 역시 기와장을 들어내어 본다. 방안에서 젊은 성주와 장년의 수비대장이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이 수라장손과 수라만강이 틀림없다. 그렇게 판단한 야율종진이 이번에도 품속에서 작은 통과 장갑을 꺼낸다. 장갑을 끼고서 독을 바른 바늘을 통속에서 4개나 집어낸다.
바늘에 내력을 주입한 후에 그대로 방안에 있는 두사람을 향하여 쏘아 보낸다. 모자를 쓰고 있지 아니한 두사람의 정수리에 각각 2개의 바늘이 정확하게 내리 꽂히고 만다. 그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그 즉시 야율종진은 기와장을 제자리에 덮은 후에 그 건물을 벗어난다.
야율종진이 그 일을 마치고 자신의 방에 돌아오는데 반 시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가 백암성에 이어서 그렇게 비상수단을 사용한 이유는 앞으로 동북여진의 땅을 정복하기 위하여 북진해야만 하는데 완안웅의 군사력에 비하여 자신의 기마병의 수가 너무나 적기 때문이다. 군사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장을 암살하는 수법을 사용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야율종진이 옷을 갈아입고서 침실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팽이호 장군의 목소리가 방밖에서 들린다; “주군, 시간이 되었습니다. 회의실로 이동하셔서 제장들이 마련한 작전계획을 보고 받으셔야 합니다”. 야율종진이 팽이호를 따라 마실가루와 함께 걸음을 옮긴다.
회의실에서는 세명의 대장이 모두 모여 있고 여러 장군들이 다 함께 야율종진을 기다리고 있다. 야율종진이 탁자의 주석에 앉자 보고가 시작된다. 보고자가 낭추 장군이다. 그가 먼저 다음과 같이 보고를 시작한다; “그동안 운흥성은 퉁대장이 오래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상세하게 적진에 대한 파악을 하고 있어서 다음과 같이 저희들은 작전을 세웠습니다”.
잠시 숨을 쉬고서 낭추가 이어서 보고한다; “첫째, 운흥성은 북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산악지대입니다. 그 안에 있는 운흥분지에는 작은 시내가 여럿 흐르고 있고 수량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공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
낭추 장군의 보고가 계속된다; “둘째, 우리의 군사력이 월등하게 우세하기 때문에 적장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서 싸우고자 하지를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격분시켜서 불러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셋째, 우리는 침투조를 들여 보내어 성문을 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내 생각도 같아요. 그렇지만 침투조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데 누가 누구를 데리고 들어갈 것이요?... 무예가 뛰어나지 아니하면 성문을 여는데 희생이 너무 많이 따르게 되지요... 어떻게 결정이 되고 있는 것이요?”.
그 말을 듣자 퉁우람 대장이 대답한다; “주군, 저와 아율기린 장군이 수하의 날랜 군사 200명을 데리고 침투할 것입니다. 그동안 운흥성을 취하지 못하였으니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을 시키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기린이 웃으면서 말한다; “좋아요, 역시 내 첫번째 제자가 앞장을 선다고 하니 내 마음에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사부가 함께 가겠소 그리고 참고로 적장 둘을 벌써 내가 해치워버렸으니 걱정하지 말고 제장들은 성문이 열리면 그대로 전 병력을 동원하여 돌진하세요”.
그 말 그대로이다. 다음날 새벽에 침투조가 들어가고 한 식경 만에 성문이 열린다. 그러자 무려 2천명이 넘는 야율종진의 기마대가 한꺼번에 성문을 통하여 침입한다. 적들은 사기가 떨어져서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더구나 간밤에 성주와 수비대장이 급사하고 말았으니 누가 성을 지키겠는가?
400명이나 되는 운흥성의 수비군이 항복하기에 바쁘다. 대승을 거두고 투항한 적병들의 무장을 해제한 후에 제장들이 야율종진에게 보고한다; “투항한 군사가 360명입니다. 어떻게 사후처리를 하면 좋을지 주군께서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세분의 대장과 장병들의 노고가 큽니다. 그 공로를 치하합니다. 그리고… “.
모두가 경청하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아율기린 장군의 휘하에는 백부장 만한수와 마초라가 있어요. 그 가운데 나는 만한수를 장군으로 승진시키고 임시로 운흥성주로 삼고자 합니다. 그리고 퉁대장은 만한수 장군에게 260명의 군사를 내주고 그 대신에 오늘 투항한 병사 360명을 전원 부하로 삼으세요”;
그 말을 듣자 여러 백부장이 만한수 장군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들을 보면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모두들 소문을 들어서 이미 알고 있을 것이요. 나 야율종진은 동북여진을 정복하면 그들의 성읍에 나의 백부장들을 보내어 성주로 삼을 것이요”;
야율종진이 힘주어 말한다; “그렇게 알고 제장들은 우리 종진국이 길림성과 하얼빈성을 비롯한 동북여진의 땅을 전부 얻도록 최선을 다해주세요. 여러 장군과 장수들의 영지는 전공에 따라 골고루 분배가 될 것이요”.
야율종진의 메시지는 언제나 정확하고 변함이 없다. 실제로 그 약속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그 점을 알기에 대장과 장병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의 주군이신 야율종진님 만세, 만만세… “. 그렇게 운흥성에서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젊은 그들이다. 이제 내일은 수도인 혜산성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야율종진은 혜산성에서 그의 군대를 재정비하여 북벌을 감행하고자 한다. 과연 야율종진의 원정군은 길림성과 하얼빈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동북여진의 땅만 정복하는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동쪽의 연해주와 서쪽의 요동 및 요서지역까지 만주를 전부 정복하고 말 것인가?;
구체적으로 야율종진은 완안족에게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야율족 백성들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 야율종진의 흥미진진한 정복전쟁과 발해인 해방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만주 땅에서 이제 대대적으로 시작이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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