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5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4. 08:26

王의 비밀52(작성자; 손진길)

 

삼지연성은 천혜의 요새지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의 침입에 대하여 별로 고민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는 그 높은 산 일부구간에 폭포와 물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삼지연성의 서쪽지역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물이 남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압록강을 이루는데 물줄기가 높은 산에서부터 작은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명수라고 하는 폭포가 있는 지류의 구간은 그 수량이 엄청나다;

그와 같은 삼지연성 주변의 지리적인 여건에 대하여 야율종진은 진작에 혜산성에서 재상인 야율상으로부터 상세하게 들었다. 그래서 하나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유람객들이 그 우렁찬 폭포를 구경하게 되면 천하의 절경이 여기에 있구나!’ 라고 입을 떡 벌리게 된다. 하지만 야율종진의 눈에는 달리 보인다. 야율종진이 자신을 수행하는 낭추 장군 및 팽이호 장군과 함께 삼지연성 인근의 산지로 접근할 때에 벌써 이명수 폭포를 방문하여 그 군사적인 의미를 확인하여 두었다.  

그 풍부한 물을 서쪽에서 끌어와서 삼지연성 백성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성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물걱정이 전혀 없는 좋은 성읍이다. 그런데 그것이 군사적으로 엄청난 약점으로 바뀌고 있다. 그 이유는 야율종진낭추 장군과 팽이호 장군에게 군사를 100명 끌고가서 그 폭포의 수원지를 찾아 삼지연성 서북쪽 10리 지점에 방뚝을 쌓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4일간 흘러내리는 물을 전부 방뚝 안에 가두었더니 그 수량이 엄청나다. 그것을 5일째 되는 낮시간에 삼지연성 쪽으로 터뜨려버린다. 마치 그 옛날 570년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다시 보는 것과 같다;

 그 엄청난 물이 홍수가 되어 삼지연 성안으로 흘러 들자 그만 온 성읍에 큰물이 나고 만다;

야율종진이 한낮에 그 방뚝을 터뜨리라고 두 장군에게 지시한 이유는 성안 백성들에게 피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물이 흘러 들어오는 서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인 동쪽의 성문이 자연히 열리고 있다. 그 성문으로 주민들이 한꺼번에 피난을 나오고 있다.

백성들 뿐만이 아니다 성안의 군사들도 물이 들어차는 삼지연성을 버리고 바깥 산지로 함께 빠져나오고 있다. 살려고 도망을 치고 있는 그들을 구태여 죽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미리 산지에 매복하고 있던 팽호남 대장과 후리신종 장군 그리고 그들이 지휘하고 있는 700명의 군사는 적군을 사로잡아서 그저 무장해제만 시키고 있다.

 팽호남 대장과 후리신종 장군 그리고 팽대장을 보좌하고 있는 하공영 장군과 팽수길 장군은 주군인 야율종진이 침투조를 이끌고 삼지연성으로 침투하여 그 성문을 열겠다고 하면서 5일간 말미를 달라고 말하였기에 모두들 대단한 전투가 성안에서 발생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수공작전삼지연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한 놀라운 작전을 보면서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고 만다. 그것은 그 옛날 을지문덕 장군과 같은 명장이 사용한 신의 한수이기 때문이다. 보통 무장은 그러한 작전을 구사할 수가 없다. 지리와 천문을 한눈에 꿰뚫고 있는 천재가 아니라고 하면 그러한 전술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삼지연성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며 오지라서 그런지 그 성을 지키고 있는 적장 타오강한이 지휘하고 있는 군사의 수가 300명에 불과하다. 보천성의 경우에는 적장 탕하루400명의 군사를 지휘하고 있었는데 삼지연성은 그보다 군사가 적다. 그 이유는 천혜의 요새이기 때문에 그 지리적인 잇점을 감안하여 군사의 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삼지연성주인 타오강한과 그의 백부장들 곧 타오수나호무 그리고 당문수가 군사 300명과 함께 모두 포로신세가 되었다. 그들을 사로잡아서 팽호남 대장이 야율종진 앞으로 끌고 온다. 직접 취조하여 처분을 내려 달라고 하는 의미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심문을 시작한다.

야율종진이 적장 타오강한에게 먼저 묻는다; “보천성주인 탕하루는 자신의 주군인 완안삼웅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 타오강한, 너는 어찌하려느냐?”. 그 말을 들은 타오강한이 궁금한 듯이 야율종진을 쳐다본다;

그리고 그가 되려 묻는다; “탕하루는 적장 팽호남후리신종과 끝까지 전투를 하다가 전사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소.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진 것이 아니라 신묘한 계책을 사용하는 적장 때문에 사로잡힌 것이요. 그러니 죽기 전에 도대체 그러한 수공작전을 편 인물이 누구인지나 알고 싶소. 나에게 그 이름을 가르쳐 주시겠소?”.

그러자 야율종진이 담담하게 말한다; “귀하는 그것이 그렇게 궁금하오? 지금 자신의 생사가 오락가락하는데 말이요. 그래 그것을 알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요?”. 그 말을 들은 타오강한이 말한다; “나의 조상은 그 옛날 고구려 시대에 을지문덕 장군을 모신 부장이었지요... “.

나이가 50이나 되어 보이는 타오강한이 회한에 잠긴 듯 이어서 말한다; “주군의 명을 받아 그 살수대첩을 직접 수행한 인물이지요. 그런데 그 후손인 내가 그러한 수공에 당해서 나의 성을 잃어버릴지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소. 그래서 물어보는 것이요. 도대체 을지문덕 장군과 같은 명장이 이 시대에 누구인가?를 죽기 전에 알고 싶어서 말이요”;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문득 깨닫는 것이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진심으로 말한다; “그 옛날 고구려 시대에는 부여족여진족이 말갈족과 함께 같은 나라를 이루고 있었군요. 그대는 서여진의 한 갈래인 타오족 같은데 어떻게 동북여진의 한 갈래인 완안족의 장군 완안삼웅의 부하가 된 것이요? 나는 그것이 궁금하오… “.

그 말을 들은 타오강한이 대답한다; “나는 서여진에 속하는 타오족 추장이요. 본래 나의 성이 보천삼지연이지요. 7년전 완안웅이 남침했을 때에 영주성의 야율족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추장인 야율종이 전사하고 많은 장정들이 그들의 포로가 되고 말았지요, 하지만… “.

야율종진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타오강한이 이어서 말한다; “나는 나의 군사와 백성을 살리고자 완안웅에게 항복하고 나의 성을 바쳤어요”;

 그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자 이곳 작은 성 삼지연의 성주로 그냥 살게 해주었어요. 그것 뿐이요. 그런데 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그 수공작전을 고안한 자가 누구요?”.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도리어 질문한다; “타오강한 성주, 그대는 벌써 많은 정보를 알고 있오. 완안삼웅이 전사를 당한 것도 야율족을 재건하겠다고 일어선 새로운 추장 야율종진 때문이라는 사실을 번연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요? 그래서 일부러 완안족과 전투를 하다가 죽은 야율종 추장에 관한 이야기를 내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요?”.

그 말을 듣자 타오강한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렇소, 나는 야율종진이라고 하는 야율족의 새추장이 무산성에서 출발하여 혜산성에 이르는 전지역을 거의 정복하였다는 놀라운 소식을 벌써 들어서 알고 있오. 그래서 죽기 전에 그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지 한번 보고 싶은 것이요”.

조금 숨을 쉬고서 타오강한이 이어서 말한다; “우리 타오족에는 그러한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지 못하여 독립을 꿈꿀 수가 없는데 전멸을 당한 야율족에게서 어떻게 그러한 인물이 나타났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한 것이요. 특히 이번에 난공불락의 성 삼지연이 수공을 당한 것을 보니 그 자는 아마도 을지문덕 장군의 환생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요... “.

타오강한이 체념한 듯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에게 그렇게 질문하는 당신을 보니 바로 귀하가 야율종진 추장인 모양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내 마음속을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겠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말한다; “그렇다면, 타오족의 추장인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일 것으로 보이요? 아니면 살려줄 것으로 보이요?”. 그 말을 듣자 타오강한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완안족의 아골타 추장과 그의 동생인 오골매가 흑수말갈을 치고 요나라를 서쪽으로 몰아내고서 대금을 건설하고 중원을 절반이나 정복하는 대업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선친으로부터 들으면서 자라났어요.. “;

회한에 찬 타오강한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 타오족보다 조금 컸던 완안족이 그러한 대업을 성취했는데 우리 타오족은 작은 종족으로 머물고 말았지요. 그러니 나는 부덕하고 부족한 추장인지라 자괴감이 늘 들었어요. 이제는 마지막 성마저 지키지 못하고 패장이 되고 말았으니 무슨 염치로 조상을 보고 살기를 바라겠오?... ”.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음으로 타오강한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저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의 소치이니 나를 죽이시고 우리 부족사람들은 살려주시오. 그러면 됩니다. 야율종진 추장이시여…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타오강한 성주는 들으시오. 이곳 삼지연성은 난공불락의 성이 맞아요. 그리고 풍요로운 토지를 지니고 있오. 따라서 완안삼웅에게 바친 조공의 절반을 혜산성에 있는 나 야율종진에게 앞으로 바치도록 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군사 300명 가운데 내가 백부장 한사람과 백명의 군사를 가져 가겠오, 그러니 당신은 200명의 군사로 삼지연성을 지금처럼 잘 다스려 주시오”.

그리고 야율종진은 타오강한의 백부장 3명 가운데 한사람이 그의 아들인 것을 파악한다. 그 이름이 타오수이다. 20대 중반인 타오수 장수를 차출하고 그의 군사 100명을 함께 데리고 삼지연성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대흥단성으로 출발한다. 그곳에서는 왕왕수 대장900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한창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재미가 있는 것은 야율종진과 함께 대흥단성으로 향하면서 팽호남 대장과 후리신종 장군이 질문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들은 어째서 야율종진이 타오강한 성주를 살려주고 삼지연성을 다시 다스리도록 선심을 썼는가?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일찍이 완안웅이 타오 추장의 항복을 받고 그의 큰 성 보천성을 빼앗고 그 대신에 작은 성읍 심지연성을 다스리도록 조치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요… “.

팽호남 대장과 후리신종 장군이 고개를 갸웃하자 야율종진이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것은 타오강한 추장이 타오족의 인심을 얻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나 역시 그를 삼지연성주로 그냥 살게 하는 것이 타오족의 민심을 다스리는 방법이 되는 것이지요… “.

야율종진의 설명을 듣자 두사람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들은 전쟁과 정복만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군인 야율종진은 그 다음의 통치까지 생각하고 있는 대단한 인물임을 그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현명한 주군을 모신 자신들은 행운아라고 여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