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5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4. 08:35

王의 비밀53(작성자; 손진길)

 

벌써 11816월 중순이다. 이제는 봄이 끝나고 여름날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마고원의 북단은 높은 산 백두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아직도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두 장군 낭추팽이호가 이끄는 100명의 기마대와 함께 열심히 동편으로 말을 달려도 그다지 땀을 흘리지 않는다. 

말을 나란히 달리면서 야율종진이 낭추와 팽이호에게 질문한다; “왕왕수 대장이 900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대흥단성연사성을 정벌하기 위하여 혜산성을 출발한지 7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대흥단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 말을 듣자 낭추 장군이 자신의 생각을 진언한다; “주군, 자세한 사정은 현지에 도착해보아야 알겠습니다만 저의 판단으로는 아무래도 대흥단성주가 완안삼웅의 절친인 수라장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야율종진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자 낭추가 자세하게 설명한다; “수라장후는 수라족이 자랑하는 장군이지요. 그가 맹장인 아우 수라장강과 함께 500명의 기마병을 지휘하면서 대흥단성을 지키고 있으니 난공불락입니다. 그러니 왕대장과 휘하의 장군들 곧  왕수칸하일수 형제가 아직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낭추에게 묻는다; “완안삼웅은 완안족의 추장인 완안웅의 동생인데 수라족의 장군인 수라장후가 어째서 완안삼웅의 절친인가?”. 낭추가 대답한다; “동북여진의 여러 족속 가운데 수라족완안족과 동맹을 맺고 있는 가장 우호적인 족속이지요. 그러니 완안삼웅수라장후가 아주 친한 것입니다”.

야율종진이 이번에는 팽이호 장군에게 질문한다; “대흥단성과 연사성은 본래 서여진의 성읍이다. 그런데 어째서 서여진의 하추장이나 팽성주가 완안삼웅으로부터 그 성들을 회수하지 못한 것인가?”. 그 말을 듣자 팽이호가 부끄러운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주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팽이호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주군, 그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흥단성주인 수라장후의 무예가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그 뒤에 완안웅이 지배하고 있는 동북여진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뒤에는 또 대국인 대금이 있지 않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두 장군에게 묻는다; “그러면 연사성주는 지금 누구인가?”. 이번에는 팽이호와 낭추가 동시에 대답한다; “주군, 마실가우입니다”. 야율종진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묻는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여진의 어느 갈래인가?”.

팽이호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는 서여진에 속하는 마실족입니다. 그리고 연사성과 대흥단성이 본래는 마실족의 성읍입니다. 마실가우 추장은 7년전 완안웅에게 항복하면서 북쪽의 대흥단성을 내놓았지요. 그리고 연사성주의 자리를 보전하는 대신에 완안삼웅에게 조공을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러면 마실성주가 지휘하고 있는 군사는 그 수가 적겠구만?... “. 이번에는 낭추가 답변한다; “소신이 알기로는 400명 정도입니다”. 야율종진이 흥미를 가지고 더 묻는다; “연사성에는 뛰어난 장수가 있는가?”. 팽이호가 대답한다; “마실성주의 아들인 마실가루가 용장입니다. 그리고 마실가루의 친구인 나뚝배가 역시 뛰어난 장수이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어느덧 멀리 대흥단성이 보인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천천히 말을 세운다. 두 장군이 이끄는 호위대가 멈추고 그 한참 뒤에는 팽호남 대장이 지휘하는 700명의 기병대가 뒤따라오다가 역시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명령한다; “팽대장은 즉시 척후를 보내어 왕대장의 군대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시요”.

척후가 돌아와서 보고한다; “대흥단성 남쪽산에 진을 치고 있으며 지금 작전회의 중입니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지시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멀찍이 산지를 타고서 적의 눈을 피하여 대흥단성의 동쪽 산으로 이동한다. 척후를 먼저 내보내어 적의 감시를 피하여 이동을 실시하라”;

그 명령에 따라 800명에 이르는 기마대가 은밀하게 대흥단성 동쪽 산기슭으로 이동한다. 그 모습을 남쪽산에 있는 왕대장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팽대장의 군대와 자신의 호위기마대를 은닉한 후에 야율종진이 두 호위장군만 데리고 왕대장의 막사를 방문한다. 작전회의를 지루하게 진행하고 있던 왕대장이 깜짝 놀란다.

야율종진을 보자 왕왕수 대장이 전황을 간략하게 보고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벌써 낭추가 주군에게 보고한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왕대장은 조금 후에 기마병을 한 100명쯤 데리고 성 앞에 가서 수라장후수라장강 형제에게 모욕을 가하여 격분하도록 만드세요. 수하 가운데 욕을 잘하는 자를 앞세워 그렇게 실시하세요… “.

그 말을 들은 왕대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들은 용맹하고 뛰어난 무예를 지니고 있으니 모욕을 참지 못하고 역시 100명의 기병만 이끌고 성을 나와서 장수 간의 대결을 요청할 것이요. 그러면 왕대장은 하일수 장군을 내보내어 수라장강을 상대하게 하고 본인은 직접 수라장후를 상대하시오. 힘이 밀리게 되면 즉시 혼자서 후퇴를 하시오. 그때 내가 나가서 뒤따라오는 수라장후를 잡도록 할 것이요”.

그제서야 왕왕수 대장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그대로 시행을 하자 역시 야율종진의 예상대로 수라형제가 100명의 기병을 데리고 성을 나와서 들판에서 장수 간 결투를 신청한다. 왕대장이 하장군과 함께 나가서 짜여진 각본대로 결투에 응한다.

젊은 하일수 장군이 적장 수라장강과 팽팽하게 접전을 한다. 그런데 역시 왕대장이 수라장후 성주보다는 열세이다. 그래서 슬그머니 줄행랑을 친다. 그것을 보고서 수라장후가 무작정 뒤를 쫓는다. 그때 100명의 기병 가운데 백부장으로 꾸미고 있던 야율종진이 언월도를 휘두르면서 수라장후의 앞길을 막는다;

수라장후는 동북여진에서 완안족  추장의 세력에 눌려 지내고 있어서 그렇지 무예로 보면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상대가 서여진 땅에서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니 백부장 정도로 보이는 야율종진의 언월도를 겁내지 아니하고 그대로 자신의 장창으로 치면서 말을 계속 달린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패착이다.

야율종진의 언월도에는 무서운 내력이 흐르고 있다. 따라서 수라장후의 장창을 그대로 튕겨내면서 그 다음순간 언월도가 회전하여 수라장후의 허리를 베어간다. 순식간에 수라장후가 그것을 막지 못하고 그만 반 토막이 나고 만다. 그의 말이 반쪽이 난 하체만을 태우고 내달리는 모습이 끔찍하다.

그것을 끝까지 보지 아니하고 야율종진의 언월도가 춤을 춘다. 그대로 말과 함께 내달리더니 하일수 장군과 대결하고 있는 수라장강을 공격한다. 수라장강은 모처럼 상대를 만나 하일수 장군을 물리치고 있는데 갑자기 언월도가 허리로 다가오자 깜짝 놀라서 전력을 기울여 자신의 창으로 막는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의 실력을 전혀 모르고 한 대처이다. 왜냐하면, 야율종진의 언월도가 수라장강의 창을 절단내면서 그대로 그 창을 쥐고 있는 자의 허리를 잘라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무하게도 졸지에 수라형제가 비명횡사를 하고 만다. 그때 야율종진이 명을 내린다; “전군은 전속력으로 대흥단성으로 진입하라”;

왕대장이 지휘하고 있는 900명의 기마대가 일시에 대흥단성으로 쳐들어간다. 자신들의 동료 100명이 아직 성밖에 있는지라 성문지기가 급히 성문을 닫지를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왕대장의 기병들이 성내로 진입하여 적들을 섬멸한다.

성주와 총대장을 잃어버린 대흥단성의 500명의 기병들이 3사람의 백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항을 하지만 중과부적이다. 그러나 백부장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그 때문에 3사람의 백부장과 100명에 가까운 적군들이 전사하고 만다. 야율종진이 부하들을 살리고자 언월도를 강하게 휘두른 결과 3백부장과 100명의 적군이 삽시간에 도륙이 되고 만 것이다.

결국 400명의 적군이 장수가 사라지자 하나같이 그만 항복하고 만다. 따라서 왕대장의 기병대는 가장 적은 희생으로 단숨에 대흥단성을 점령하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현장에서 명을 내린다; “하일수 장군은 왕대장의 기마병 가운데 300명을 차출하여 대흥단성을 지키도록 하시요. 그리고 왕대장은 나머지 기병 600명과 투항한 적군 400명을 이끌고 나를 따르도록 하시오”.

야율종진이 왕대장과 함께 말을 달리면서 팽이호에게 명령을 내린다; “팽장군은 즉시 동쪽산에 진을 치고 있는 팽대장에게 나의 명령을 전하시오. 즉시 남쪽의 운흥성으로 이동하여 퉁대장을 도와 운흥성백암성을 점령하라고 하시오”;

낭추는 여전히 100명의 호위대를 몰고서 주군인 야율종진의 곁을 지키면서 말을 달린다. 야율종진이 왕대장과 함께1,000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급히 남진하여 저녁에 연사성 앞에 도착한다. 즉시 야율종진이 200명의 기병대를 데리고 성문으로 돌진한다. 워낙 빨리 달려온 기병들이므로 성문지기가 성문을 채 닫기도 전에 입성을 하고 만다.

성문수비대장의 생각으로는 성안에 있는 자신들이 군사가 400명 정도 되므로 그 절반규모의 군대는 그대로 성안으로 들어와도 별 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역시 큰 실수이다. 야율종진이 앞장을 서서 낭추의 도움을 받아 곧장 성주가 집무하고 있는 건물로 직진을 하기 때문이다.

그 앞을 막아서고 있는 성주의 호위무사들이 하나같이 야율종진의 언월도에 추풍낙엽 신세가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연사성주인 마실가우가 장수 마실가루와 나뚝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집무실에서 밖으로 나온다. 자신의 부하들이 상하는 것을 보고서 용장 마실가루와 나뚝배가 한꺼번에 긴 창을 가지고 ‘21’로 야율종진에게 달려든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언월도에 내력을 실어서 그들의 장창 두개를 쳐나간다. 그러자 동시에 챙캉 챙캉하면서 두 창이 토막이 나고 만다. 마실가루와 나뚝배는 손아귀가 아파서 다시는 창을 쥘 수가 없다. 머리에 털이 나고 무기를 만진 이후 지금과 같은 황당한 경우를 처음 겪고 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두사람이 얼어 붙는다;

그것을 보고서 성주이며 마실족의 추장인 마실가우가 큰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우리 연사성의 군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라. 추장의 명령이다”. 그와 동시에 마실 추장이 야율종진 앞에 무릎을 꿇고서 말한다; “저의 장수와 부하들을 살려주십시오. 우리 수라족의 생존만 약속하신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과 저의 목숨을 내어놓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위에서 말한다; “그대 마실족의 추장 마실가우는 내가 누군인지 알고 그렇게 무조건 항복을 하고 마는가?”. 그 말을 들은 마실가우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7년 전에 완안웅 형제가 많은 기병을 끌고서 우리 마실족을 치고자 들어왔을 때에도 그 정도의 신위를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귀공의 무예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대항을 한다는 것은 우리 부족의 전멸을 의미하는 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족을 살리기 위하여 추장인 제가 희생을 당하는 것이 옳지요… “.

지극히 담담한 어조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탄복한다. 그래서 말위에서 얼른 땅 위에 내려와서 꿇어 앉아 있는 마실추장과 그의 아들인 마실가루 그리고 백부장 나뚝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7년전 완안족의 침입으로 멸망 당한 야율족 추장 야율종의 후계자인 야율종진입니다… “.

그 말은 마실성주가 진작에 수집한 정보와 일치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고개를 끄떡이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말한다; “나는 과거 야율종 추장과 친분이 있는 마실가우 추장의 군대를 많이 상하지 아니하기 위하여 부득이 강수를 동원하였습니다. 실제로 희생이 된 병사가 많지 않으니 추장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 야율종진이 교묘하게 언월도의 넓은 바닥으로 쳤기 때문에 그저 몽둥이로 얻어 맞은 정도이다. 이어서 말한다; “연사성을 점령하는 이유는 함께 힘을 모아서 완안족의 지배를 끝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마실족장과 나는 같은 입장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이제는 편히 일어나서 이 성을 잘 다스려주십시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요구사항을 말한다; “나는 완안족과 동북여진을 치기 위하여 군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백부장 마실가루와 그가 지휘하고 있는 기마병 100명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조공은 완안삼웅에게 바치던 양의 절반으로 하고 매년 혜산성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마실가우가 머리로 바닥을 찧으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이제부터 야율종진 추장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 시행할 것이니 부디 완안족의 지배를 끝내 주십시오.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아들을 큰 인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부탁 올립니다”.

야율종진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답한다; “마실추장의 부탁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부하들과 함께 다른 전장으로 곧바로 떠나겠습니다. 부디 연사성을 지금처럼 잘 다스려 주세요… “.

그 말을 남기고 야율종진은 대군을 이끌고 이제는 운흥성과 백암성을 점령하기 위하여 출발한다. 그 뒤를 왕대장과 그의 부관들 그리고1,000명의 기병대가 따르고 있다. 그리고 낭추와 팽이호가 이끌고 있는 기마병이 100명이고 또한 마실가루가 지휘하고 있는 기마병이 100명이다;

 그들이 서여진의 마지막 두 성에서 어떠한 파란을 일으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