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5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4. 13:35

王의 비밀54(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은 연사성의 성주이며 마실족의  추장인 마실가우가 자신의 아들 마실가루를 큰 인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던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누구나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 것이다;

그래서 말을 타고 백암성을 향하여 달리면서 자신을 수행하고 있는 호위장군 낭추팽이호에게 말한다; “낭추와 팽이호 장군, 나는 마실가루와 그가 지휘하고 있는 마실족의 기병 100명을 호위기마대로 삼고 싶은데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말을 듣자 두 장군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저희들은 찬성입니다. 지금 호위기마병 200명 가운데 절반을 혜산성에 두고 왔습니다. 그러므로 100명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니 마실가루를 호위백부장으로 삼고 그 기마병 100명을 호위기마대로 편입하시지요”.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백암성이 멀리 보이는 지경에 다다르자 말을 멈추고 그렇게 조치한다. 새로 호위백부장이 된 마실가루가 감격해 한다. 그는 충성을 맹세한다; “주군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두 호위장군의 지시를 받아 성심껏 주군을 지키겠습니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은 같이 말을 달려온 왕왕수 대장을 불러서 지시한다; “왕대장, 자네의 기마병들을 이곳 동쪽 산지에서 쉬게 하고 먼저 척후를 보내어 지금 퉁우람 대장과 팽호남 대장이 어떻게 적성을 공격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내게 보고해주세요”. 왕왕수 대장이 즉시 명령대로 시행한다.

한식경 후에 도착한 척후의 보고가 다음과 같다; “2사람의 대장이 각각 백암성운흥성을 나누어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곳 백암성은 팽호남 대장이 맡아서 공격하고 있고, 혜산성에 가까운 운흥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퉁우람 대장이 아율기린 장군과 함께 공격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보고를 듣자 야율종진이 왕대장과 그 참모인 왕수칸 장군 및 하이수 장군 그리고 자신의 호위장군이며 참모인 낭추팽이호의 의견을 묻는다; “귀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어째서 열흘이 다 되어 가는데 퉁대장이 운흥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먼저 내려 보낸 팽대장이 그 많은 기마대를 가지고 아직도 백암성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왕왕수 대장이 먼저 대답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역시 백암성운흥성을 지키고 있는 적장들이 완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 두 성주와 완안삼웅과의 친분관계에 대해서는 완안족과 서여진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두 호위장군의 견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낭추팽이호를 쳐다본다. 그러자 팽이호가 먼저 대답한다; “저희 형제가 재작년에 팽호남 대장과 함께 삼수성을 점령하기 전에 혜산성에 진을 치고 있는 완안삼웅의 심복들이 어느 성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파악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일입니다… “.

야율종진이 흥미를 가지고 팽이호의 설명을 기다린다. 그러자 팽장군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 완안삼웅에게는 좌 수라 우 바란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혜산성의 북동쪽을 수라장군이 지키고 있으며 남동쪽을 바란장군이 지키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대흥단성의 수라장군은 이미 주군에 의하여 격파가 되었지만 백암성바란장군은 건재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낭추 장군에게 묻는다; “낭추장군은 바란족의 장군인 바란카우와 완안삼웅과의 관계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나요?”. 낭추가 차분하게 설명한다; “, 주군, 동북여진 가운데 완안웅 형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여진족의 갈래가 수라족바란족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수라장후 형제와 비교할 때 바란카우의 형제는 좀 다릅니다… “.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야율종진과 여러 장군들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낭추가 알기 쉽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마디로, 수라장후와 그의 형제는 용장입니다. 그러나 바란카우와 그의 아우인 바란칼은 용장이면서 동시에 지장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지키고 있는 백암성을 쳐부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더 묻는다; “그렇다면 운흥성은 누가 지키고 있는가?”. 역시 낭추가 대답한다; “수라족의 영웅인 수라장후의 아들인 수라장손과 그 삼촌인 수라만강이 지키고 있지요. 그들은 대흥단성에서 주군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 수라장후수라장강의 복수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성을 피로 물들이지 아니하고서는 점령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야율종진이 질문한다; “그렇다면, 백암성운흥성의 수비군사의 규모는 어떠한가?”. 이번에는 왕왕수 대장이 대답한다; “아까 척후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백암성에 500, 운흥성에 400명 정도의 기마병이 있다고 합니다”. 그 보고를 받자 야율종진이 결심을 밝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백암성을 치고 그 다음에 운흥성을 치도록 한다”.

야율종진이 제장들에게 지시한다; “왕대장과 여러 장군들은 들으시오. 지금부터 백암성을 점령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내게 보고를 하시오. 방도가 마련될 때까지는 전군이 이곳 산지에서 휴식할 것이며 왕대장은 인근에 있는 팽대장을 만나 함께 백암성을 공격할 준비를 하시오. 그리고 지금 운흥성에서 전투 중에 있는 퉁대장에게 급히 연락하여 현상태만 유지하라고 전달하세요”.

그와 같은 지시를 하고서 야율종진이 임시 막사의 한쪽 방으로 들어가서 운기를 한다. 마치 참선을 하는 고승과 같다. 내부의 기를 다스리고 운기를 하면서 머리를 맑게 한다. 그리고 그는 두가지로 생각을 정리한다; “무엇보다 먼저 백암성 주변을 내가 직접 정찰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적진을 살펴야 한다. 참모들이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러한 내 나름대로의 정보를 가지고 취사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결심을 하자 갑자기 야율종진이 슬며시 막사를 빠져나온다. 호위장군과 병사들은 여전히 야율종진이 방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율종진의 복장은 평범한 여진족의 복색이다. 그 모습 그대로 그는 비호같이 산을 타고서 평지로 내려온다. 그 다음에는 운기를 하여 몸을 가볍게 한다. 그러자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야음을 타고 성벽 위를 날아서 성내에 잠입한다;

 

평범한 여진족의 복장이므로 행동하기에 거침이 없다. 야율종진은 성내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본다. 전쟁 중이라 거리 곳곳에 불을 밝혀 두고 있다. 그리고 파수하는 병사들이 길거리에 많다. 야율종진이 성주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를 관찰한다. 그의 눈에 유달리 경비가 삼엄한 저택이 들어온다. 그러자 그곳으로 은밀하게 잠입한다.

저택안에 세개의 담이 있다. 마지막 담을 타고 넘자 중앙에 큰 집이 한 채 서있고 그 주변에 경비가 삼엄하다. 지붕에서 야율종진이 기와장을 여러 개 벗겨서 내부를 관찰한다;

그의 눈에 장수가 여러 명 모여서 회의를 하는 광경이 포착된다. 탁자의 주인석에 앉아 있는 자가 검은 수염에 당당한 체구이다. 아마 성주인 바란카우일 것이다.

그 오른쪽에는 바란카우와 얼굴모양이 비슷하지만 약간 젊은 장수가 앉아 있다. 그가 동생인 바란칼인 모양이다. 그리고 3명의 장수가 양 옆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그것을 보자 야율종진이 품속에서 대나무통을 하나 꺼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역시 품에서 꺼낸 장갑을 끼고서 통 안에 있는 바늘을 10개쯤 손에 집는다.

그 다음에는 기와가 벗겨진 틈새로 바늘에 진기를 주입하여 아래로 날려 보낸다. 그러자 그곳의 장군들이 마침 모자를 벗고서 앉아 있기에 그만 정수리에 바늘이 날아가서 박히고 만다. 한사람에게 두개 씩 독바늘이 날아가서 박혀버렸기에 순식간에 모두들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만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기와장을 도로 덮어두고서 지붕을 벗어난다. 그는 마치 야조와 같이 성을 빠져나온 다음에 백암성의 주위를 한바퀴 정찰한다. 서쪽과 동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북쪽과 남쪽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 백암성은 천혜의 요새와 같다;

그 정도 파악한 다음에 야율종진이 산지에 있는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다.

조금후에 낭추가 주군의 막사에 들어와서 방밖에서 보고한다; “주군, 대책회의가 끝났으니 회의실 막사로 모시겠습니다”. 야율종진이 자리에 앉자 팽이호가 제장들을 대표하여 보고한다; “주군, 저희들은 내일 낮에 특공조를 편성하여 백암성으로 침투를 시킬 것입니다. 그들이 북쪽 성문을 열면 바로 대거 침입하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묻는다; “잠입조를 이끄는 장수는 누구 누구인가?”. 낭추가 보고한다; “팽대장 휘하의 후리신종 장군과 왕대장 휘하의 하이수 장군입니다. 그리고 침투병사는 호위대인 100명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말한다; “잘 알겠소. 그러면 한 명을 더 추가해 주시오. 침투조를 보호하기 위하여 내가 그들과 함께 행동할 작정이요”.

제장들이 입을 떡 벌린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침투는 내일 새벽 동이 트기 전이요. 그리고 정확하게 침투한지 한 다경 이내에 북쪽 성문을 열 것이니 그렇게 알고서 모두들 기마로 뛰어들 차비를 갖추고 있으시오. 이 자리에서 내가 한가지 밝혀 두고자 하는 비밀은 적장 5명이 전부 반 시진 전에 내게 죽임을 당했어요. 그러니 내일 백암성을 제장들은 접수만 하면 됩니다”.

모두들 어리둥절해 한다. 주군인 야율종진의 말을 믿어야 하나? 도무지 있을 수 없는 말을 태연하게 선포하고 있는 야율종진이다. 그러나 낭추팽이호 만은 눈을 끔뻑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들이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야율종진의 능력이라면 능히 그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동이 트기 전에 야율종진이 후리신종 장군과 하이수 장군이 지휘하는 침투병사 100명과 함께 백암성벽을 넘고자 한다. 야율종진은 지난 밤에 마치 새처럼 그 성곽을 가볍게 넘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병사들과 똑같이 성 위에 갈고리를 던져서 마련한 그 줄사다리를 타고서 비호같이 올라간다.

줄사다리를 던지는 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멀리서 적병들이 달려오는 군화소리가 요란하다. 그러자 야율종진과 두 장군이 먼저 달려가서 그들을 해치우고 있다. 그러자 뒤에 사다리를 타고서 올라온 병사 100명이 전원 성안으로 들어와서 적병과 전투를 벌이면서 북쪽 성문의 묵중한 빗장을 열어버린다. 그러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마병들이 말을 타고서 마치 높은 파도처럼 성안으로 쳐들어온다.

팽대장이 지휘하고 있는 600명의 기마병과 왕대장이 지휘하고 있는1,000명의 기마병 그리고 낭추와 팽이호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100명의 기마병들이 일시에 백암성내에 들어오자 적병들은 그 엄청난 세력을 보고서 그만 무기를 버리고 전부 항복하고 만다.

부하들이 무조건 항복하고 있는데 그것을 처벌할 수 있는 장군이나 장수가 이미 백암성에는 한사람도 없다. 지난밤에 작전회의를 하다가 전원 돌연사를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괴이한 일이 발생하였기에 수비군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앞다투어 항복하고 마는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의 접전 끝에 상호 100명 정도의 군사가 희생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팽대장과 후리신종 장군의 기마병이 700명에서 600명으로 줄어들어 있고 백암성의 군사도 500명에서 400명으로 감소가 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항복한 적병 400명을 모두 팽호남 대장에게 준다. 그것으로 팽대장은 후리신종 장군의 보좌를 받으면서 일약 1,000명의 기마병을 지휘하게 된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명을 내린다; “나는 후리신종 장군의 휘하에 있는 강토부 백부장을 장군으로 승진시키고 그에게 임시로 백암성을 맡기고자 하오”. 야율종진이 명을 내리자 강토부 장군이 감격해 한다. 백부장에서 일약 성주가 되는 엄청난 출세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출세를 하고 있는 강토부를 바라보면서 백부장들이 부러워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이미 나는 동북여진을 물리치면 모든 백부장이 정식으로 성주가 될 수 있다고 천명했어요.  강토부 백부장이 조금 일찍 임시 성주가 되었으니 동료들이 축하를 해주시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명령한다; “강토부 성주가 지휘할 군사로 팽대장의 기마병에서 200, 왕대장의 기마병에서 200명을 차출하여 도합 400명을 주고자 하오. 다른 성읍보다 수비군을 더 많이 주는 이유는 백암성이 우리의 수도인 혜산성을 동쪽에서 방어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이요”. 

그러한 조치로 말미암아 팽대장이 지휘하는 기마병의 수가 다시 800명이다. 그리고 왕대장이 지휘하는 병사의 수가 1,000명에서 800명으로 조정이 된다. 그 두 대장은 기마병의 수가 800명 정도로 비슷하다. 단지 퉁우람 대장의 기마병의 수가 710명으로 그보다 적다.

그것을 감안하여 야율종진은 빨리 서쪽에 있는 운흥성으로 이동하여 전투를 끝내고 퉁대장의 군사를 100명 더 늘려주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으로 야율종진이 앞장을 서서 운흥성을 향하여 말을 달린다.

이제는 팽대장과 왕대장의 기마대 1,600명이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호위장군 낭추와 팽이호가 이끄는 기마병도 200명이나 된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들이 목적지 운흥성에서는 어떤 파란을 일으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