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5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4. 14:02

王의 비밀57(작성자; 손진길)

 

잠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야율종진이 3성읍을 동시에 정벌할 계획을 현지에서 군지휘관들에게 시달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도백하는 야율종진이 자신의 300명의 호위기마대와 야율애령의 100명의 호위기마대 그리고 왕대장과 퉁대장의 기마대에서 각각 100명씩 차출한 200명의 기마병을 가지고 정벌한다는 것이다. 야율종진은 2사람의 백부장까지 차출한다. 그들이 최근에 백부장으로 승진한 자로서 형제인 두강호두강수이다;

병졸인 기마병으로 들어와서 그동안 전투에 참여했는데 상당한 전공을 세웠기에 백부장으로 함께 승진한 용감한 형제이다.

둘째, 송강하는 왕대장이 자신의 기마대 900명을 끌고가서 정벌하라는 것이다. 일단 정복하면 휘하의 백부장 한명에게 그 성의 수비를 맡기고 200명의 기마병을 줄 것이며 그 대신에 항복하는 병사들을 전부 부하로 삼으라는 것이다.

셋째, 무송은 가장 서쪽에 있는 성이므로 퉁대장이 기마대 900명으로 정벌하도록 한다. 임시성주를 백부장 가운데서 발령하되 실력이 상당한 자로 정하라고 지시한다. 그 이유는 국경이 되는 성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송성에는 군사 300을 수비군으로 준다. 그리고 투항하는 적군을 퉁대장은 전부 자신의 병사로 편입하도록 한다.

퉁대장과 왕대장을 그들의 기마병과 함께 떠나 보낸 다음에 야율종진이 600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이도백하성 가까이 접근한다. 막상 그 성이 눈에 들어오자 두강호두강수 백부장에게 명령을 내린다; “너희 2백부장은 휘하의 기마병을 모두 이끌고 내 뒤를 따르라. 나와 함께 선봉장이 되어 성문으로 돌진한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호위대장 3명에게 지시한다; “너희들은 두 백부장의 뒤를 따라 성으로 들어온다. 가급적 적을 적게 상하게 하고 포로로 잡아라”. 그 말을 남기고 야율종진이 번개와 같이 말을 달린다. 그 뒤를 2백부장이 부하들을 이끌고 전속력으로 따른다.

야율종진이 어느 틈에 언월도를 손에 쥐고서 말을 달린다;

너무 빠른 속도이므로 이도백하성의 남문을 지키는 수비병들이 제지할 수가 없다. 성문안으로 피하려는 적병들을 야율종진이 뒤따라와서 언월도로 쳐버린다. 다행히 인명의 살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넓은 면으로 쳤기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쉽게 일어서지는 못한다.

성내 넓은 길을 달리면서 야율종진이 언월도에 내력을 주입하여 계속 휘두르고 있기에 사람과 물건이 모조리 가장자리로 튕겨 나가서 우루루 넘어지고 만다;

그 뒤를 따라 달리고 있는 2명의 백부장과 200명의 기마병들은 참으로 신이 난다. 세상에 이러한 전투도 있는지 처음으로 그 맛을 보고 있다.  

그들의 뒤를 따라 성내로 진입한 호위장군 3명과 400명의 호위기마병은 쓰러진 적군들을 포박하느라고 바쁘다. 그러한 와중에 야율종진의 군마가 성주의 저택에 다다르게 된다. 그대로 야율종진은 언월도로 문을 박살내고서 마당으로 말을 탄 채로 들어간다.

이도백하의 성주는 300명의 군대를 지휘하는 동북여진의 장군 사공하이다. 40대 초반의 장군인 그는 평상시처럼 지내고 있다가 불시에 야율종진의 침입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택을 지키고 있는 100명의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내가 앞장을 설 것이니 결사적으로 대항하라”;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을 탄 채로 병사들에게 뛰어들어 언월도를 마구 휘두른다. 그러자 방패와 장창으로 앞길을 막아 서던 적병들이 하나같이 추풍낙엽이 되어 나가 떨어진다. 말을 확 돌린 야율종진이 마지막으로 적장 사공하에게 달려든다. 사공하는 검을 사용하는데 상당한 무술실력을 가진 자이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칼로써 야율종진의 언월도를 막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칼이 두 동강이 나면서 상대의 언월도가 자신의 목을 겨누고 그 자리에 면도날처럼 멈추어 서있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라도 목을 칠 수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면서 눈을 감는다.

자신의 목을 치는 기미가 없자 적장 사공하가 눈을 뜨고서 야율종진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큰소리로 말한다; “무인으로서 나는 깨끗하게 무예의 차이를 실감하고서 패하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도백하의 성주로서 나는 죽기 전에는 이 성을 귀하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 그러니 나의 목을 먼저 치라”.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묻는다; “귀하의 이름은 내가 사공하라고 들었소. 동북여진의 어느 종족출신이요?”.  사공하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나는 사공족의 추장인 사공웅의 아들 사공하. 완안웅에게 인질이 되어 살다가 전투에서 공을 세워 나이 40이 넘어서야 이렇게 변방 겨우 작은 성의 성주로 지내고 있소”.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나는 7년전에 완안웅의 남침으로 그 부족이 멸망을 당한 야율족의 추장 야율종의 후계자인 야율종진이요. 귀하의 처지나 나의 처지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으니 내가 일단 그대를 살려서 북진하는 길에 길동무로 삼고자 하오. 그리고 그대의 부하 300명은 전부 내가 군사로 거두겠소”.

그렇게 간단하게 이도백하성을 점령한 야율종진은 2백부장 가운데 형인 두강호를 임시성주로 삼는다. 그리고 기마병 200명을 그 성의 수비병으로 준다;

그 다음에 두강호의 동생인 백부장 두강수에게 지시한다; “백부장 두강수는 휘하 기마병 200을 모두 두강호 성주에게 주고 투항한 적병 300을 끌고서 호위장군 낭추팽이호의 부대에 합류하라”.  

다음날 야율종진은 700명의 기마대와 함께 북진한다. 이틀만 말을 달리면 길림성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송강하성무송성으로 떠나간 왕대장퉁대장으로부터는 아직 소식이 없다. 이제 길림성이 보이는 남쪽 20리 지점에서 야율종진은 산지에 은밀하게 군사를 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길림성 남쪽 20리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에서 야율종진이 3명의 호위대장에게 지시한다; “일단 이곳에서 기마대를 쉬게 하세요. 그리고 척후를 내보내어 여전히 완안이웅이 길림성을 지배하고 있는지? 그리고 길림성의 수비상태를 정탐하세요. 그 결과를 보고서 자세한 전략을 세우도록 하지요… “;

낭추팽이호가 즉시 수하의 백부장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백부장 가운데 가장 노련한 장수가 십여명의 기병을 변복시켜서 정탐에 나선다. 그들이 돌아오자면 2시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임시 막사로 들어가서 좀 쉬고자 한다. 야율애령은 별도로 마련이 된 왕후의 임시 막사로 퉁예란과 함께 들어간다.

자신의 방에 혼자 들어간 야율종진이 운기조식부터 한다. 한 다경 단전호흡을 하면서 내기를 다스렸더니 진기가 샘솟는다. 머리가 맑아지자 야율종진이 돌연 평범한 여진족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은밀하게 방을 빠져나간다. 호위백부장과 병사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야율종진이 산길을 통하여 길림성 가까이 접근한다. 그 발걸음이 비호와 같다. 그 다음에는 들판을 설렁설렁 걸어서 어느 사이에 길림 성문 앞에 도달한다. 야율종진이 가만히 성문을 통과하는 백성들을 관찰해보니 호패와 같은 것을 수비대 병사들에게 보이고 통과한다.

그것을 보았기에 야율종진이 수풀로 가서 몸을 숨기고서 그 옆을 통과하는 장정 하나를 쳐서 수풀로 끌어들인다. 기절한 그자의 호패를 자신이 가지고 성문을 무사히 통과한다. 그리고 야율종진이 빠른 걸음으로 길림성을 한바퀴 돌아본다.

성내의 둘레를 도는데 반 시진이나 걸리는 것을 보니 정말 큰 성읍이다. 그런데 야율종진이 그냥 성곽과 시가지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열심히 한눈으로는 수비병사들의 경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어느 쪽 성문으로 침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일까?;

야율종진은 길림성안의 지형과 지리를 머리속에 입력하고 있다. 그 대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길림성은 넓은 지역이다. 동과 서에는 산이 많고 북에서 남으로 큰 강이 흐르고 있다. 그 강의 이름이 송화강이다.

둘째로, 길림성은 완안웅의 바로 밑의 아우인 완안이웅이라고 하는 용장이 지키고 있는 성이다. 수비군이 1만명이나 된다. 그러므로 정면승부를 펼쳐서는 길림성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야율종진이 판단한다.

셋째로, 성안이 원체 넓어서 적은 병력으로 침입하여 전투를 치르게 되면 우리 병사들의 희생이 막심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적의 사기를 사전에 떨어뜨려야만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넷째로, 그 공성의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성내의 중심부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고 있는 송화강을 상류에서 큰 뚝으로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리는 수공이다. 그런데 수량의 급격한 감소를 있게 해서는 안된다. 길림성의 주민들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도록 아주 자연스럽게 물을 흘려가면서 상당히 떨어진 상류에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방뚝을 쌓아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군사로는 어림도 없는 대공사이다. 따라서 길림성의 북쪽산지로 이동하여 일단은 송화강물이 많이 흐르고 있는 골짜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통행을 아주 자연스럽게 금지시키야 한다.

그와 같은 대안을 마련한 야율종진은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700명의 군사로 일단 깊숙한 산속 골짜기의 상류지점을 찾아가서 서서히 방뚝을 쌓기 시작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재상인 야율상이 포대기를 많이 마련하여 주었다. 그것으로 산속의 흙을 퍼담아서 방뚝을 쌓으니 한결 편하다;

생각보다 뚝을 쌓는 일이 빨리 진척이 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은 교대로 척후를 파견하여 왕대장과 퉁대장이 북상하기를 기다린다. 과연 그들은 언제쯤 송강하성무송성을 정복하고 길림성 남쪽산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일까?